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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19화 (219/300)

219화

패애앵!

귀를 스치고 지나간 주먹.

이명이 귓가에 감돌고, 눈이 팽팽 돈다.

스치기만 해도 몸에 이상을 끼칠 정도의 위력.

기를 유형화시키는 경지보다 한 수 높은 경지, 권강(拳罡)이다.

“후배님 덕분에 얻은 깨달음이지.”

“참 눈물 나게 고맙네요.”

눈꺼풀을 한 번 움직일 정도의 짧은 시간.

수라마령심공을 빠르게 운용, 강기의 여파로 흔들린 평형감각을 회복했다.

기를 집약시킨 반동으로 신준석의 동체가 흔들렸다.

일반인이라면 미동조차 감지 못했을 정도의 작은 흔들림.

내 눈에는 천재일우의 기회처럼 보였다.

오른발을 축 삼아 전신을 회전, 현무제암고를 사용하려는 순간.

바람 한 줄기가 아래로 파고들더니 균형을 무너트렸다.

[윈드 섀클]

두 다리 사이로 엮이면서 붙드는 바람의 족쇄.

발밑에서 솟구친 암흑 칼날이 수십 가닥으로 얽힌 바람을 잘라 냈다.

한순간의 틈. 신준석은 그 동안 강기를 펼친 후에 무너진 자세를 다잡고는 재차 폭호신권을 펼쳤다.

어흥-!

주먹에서 튀어나온 호랑이의 포효 소리.

손등을 감싼 기운이 흐릿하다.

눈에 보일 정도로만 구현된 내공, 이번에는 권기다.

신준석이 강기를 펼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지만, 출수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공방을 주고받을 때는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것.

비익대붕장으로 폭호신권을 흘려 낸 직후, 빈 왼손을 빠르게 내질렀다.

[괴력을 사용합니다.]

[암흑 투기를 사용합니다.]

연달아 무공을 펼치기에는 내공 전달 속도가 느리다.

그렇기에.

‘공격력’만 놓고 보면 백수제왕무 전반부 12초식 중 제일 강력한 응룡황권보다 센 괴력을 펼쳤다.

4성, 아니 준5성급에 달하는 위력.

암흑 투기로 유형화된 기를 뚫을 수 있는 날카로움까지 부여했다.

일격에 신준석을 끝장낼 수도 있는 위력.

[토네이도 실드]

왼손이 가슴팍을 강타하려는 찰나, 거친 바람이 회전했다.

누군가에게는 찰나의 순간이겠지만.

무공의 달인인 신준석한테는 태세를 바로잡을 기회였다.

바람 장막에 막혀서 기세가 꺾인 괴력.

신준석이 폭호신권을 펼치면서 주먹을 맞부딪쳤다.

쩌어엉!

큰 소리와 함께 수십 미터 뒤로 튕겨나는 신형.

“쉽지가 않네.”

난 왼손을 털었다.

손등에 난 상흔.

작은 찰과상에 불과했지만, 신준석의 기가 암흑 투기를 뚫어 냈다는 게 중요했다.

암흑 투기는 권기에 비해 한 수 밀리는군.

서로의 공격이 상쇄되었을 때, 훨씬 큰 힘을 실었는데도 암흑 투기가 일부 파훼되었다.

더 강력한 권강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끄응, 한 방 맞고 죽을 뻔했군.”

신준석은 처박힌 땅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에취-! 하고 재채기를 했다.

축 늘어진 오른팔.

괴력을 받아 내느라 탈구가 된 모양이다.

“버틸 수 있겠나?”

“후배님이 예상보다 조금 더 강하긴 해도, 발 정도는 붙들 수 있겠어.”

“그럼 플랜 A로 계속 가자고.”

잠깐, 날 상대하려고 플랜까지 짜둔 거야?

어쩐지, 둘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하더니 우연이 아니었다.

“선배님들, 후배한테 지기 싫어도 그렇지 그건 좀…….”

“후배도 나름이지. 내 팔이 나간 게 안 보이나?”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길드장이 엘렌과 대련했을 때를 생각하면 이것도 부족하니.”

두 랭커의 목소리에서는 부끄럼 한 점 느낄 수 없었다.

* * *

홍윤수의 이명은 폭풍의 지배자.

그의 직업인 [윈드 워커]는 바람에 특화되었다.

마법보단 정령술에 가까운 개념.

마력을 재배열하는 대신, 의지 자체로 바람을 조종하여 기술을 펼쳤다.

근, 중, 원거리 모두 커버가 가능한 전천후 포지션.

언뜻 보기에는 애매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홍윤수는 바람의 힘을 그 누구보다도 잘 다루었다.

그럼에도.

‘벽 앞에 선 기분이군요.’

홍윤수와 비슷한, 전천후 포지션을 맡은 진호를 보니 넘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커헉!”

권성 신준석.

한국의 랭커이자, 전 세계를 뒤져봐도 한 손에 꼽히는 무공 사용자가 피를 토했다.

다른 차원의 플레이어들도 경시하지 못했던 권강.

진호는 권강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대신, 최대한 약화시키면서 어떻게든 흘려보냈다.

폭호신권으로 강기를 펼치려면 내공을 집중시켜야 했다.

사전 동작.

그리고 전개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진호는 그 틈을 절대로 놓치지 않고 신준석의 공세에서 틈을 만들어냈다.

“버틸 만하나?”

“……솔직히 말하면 어렵군.”

“플랜 B.”

신준석은 말없이 뒤로 물러났다.

여태 전장 바깥쪽에서 진호를 직접 노리기보단 보조 위주였던 홍윤수가 앞으로 나섰다.

“속도에서는 지지 않을 겁니다.”

다리를 휘감은 바람 일부가 발바닥으로 방출.

막 신준석한테 공격을 펼친 진호에게 들이닥쳤다.

바닥에서 솟구치는 암흑 칼날들.

‘알고 있다.’

진호의 전투 스타일은 이미 신준석을 몰아붙이는 걸 보면서 학습했다.

엘렌 테일러와의 대련보다 더 정밀해지고 강력한 공격.

그럼에도.

이미 본 이상, 대책은 있다.

발아래에 공기를 모았다가 일시에 해방.

돌진 궤도를 홱 바꾸는 동시에 왼발을 크게 휘둘렀다.

[티폰 레이지]

다리를 휘감은 바람이 일제히 해방된다.

수백, 수천 개로 쪼개어진 바람의 칼날이 몸집을 불려나간다.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수십 미터 크기의 회오리로 커진 홍윤수의 폭풍.

회오리 안에는 이 일대의 지형을 바꿀 정도의 힘이 깃들어 있다.

뒷걸음치는 진호.

시간이 지날수록 회오리의 기세가 더해졌지만, 반격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이쪽의 상황을 견제할 줄이야.’

홍윤수가 슬며시 웃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

티폰 레이지는 그가 펼칠 수 있는 기예 중 한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했다.

후방에서 견제하는 와중에 바람을 차곡차곡 축적.

진호의 지척에서 기술을 펼쳤다.

사전 동작이 거의 없는데도 큰 위력을 발휘한 건 그 덕분이다.

홍윤수가 돌진할 때, 신준석도 경신법으로 이동했다.

진호가 티폰 레이지를 받아치는 동안 빈틈을 노릴 속셈이었지만.

보기 좋게 읽혔다.

‘자, 안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닐 겁니다.’

홍윤수의 눈동자가 진호의 움직임을 쫓았다.

티폰 레이지는 해방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진다.

진호의 능력이 뛰어나다 한들, 정면으로 받아 내기에는 위험할 수준까지.

이미 기술을 해방했으니 시간은 홍윤수의 편이었다.

“까마득한 후배를 상대로 너무하는군요.”

진호의 발이 여러 잔상을 남기면서 현란하게 움직인다.

신준석에게 공격의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뒤를 쫓는 티폰 레이지를 경계하면서.

어느 순간.

신준석과 티폰 레이지의 경로가 겹쳐졌다.

“이때를 기다렸지.”

진호의 몸이 시커멓게 물들었다.

[어둠의 육체]

[어둠 지배]

[암영추혼검]

200에 해당하는 수치.

파도처럼 넓게 펼쳐진 극야에서 칼날들이 솟구쳤다.

티폰 레이지를 휘감은 극야.

칼날에 깃든 내공이 바람을 헤집는다.

직접 닿지 않았는데도 느껴지는 섬뜩한 감각.

홍윤수는 바람을 제어하는 동시에 오른발을 크게 휘둘렀다.

[윈드 불릿]

한계 이상으로 압축시킨 바람을 탄환 형태로 발사.

초음속의 속도로 날아갔다.

어지간한 플레이어라면 인식조차 못할 정도의 공격.

진호는 눈으로 보지도 않고 극야를 전개, 윈드 불릿을 베어 냈다.

[초음파]

[감지]

인외의 괴물들에게서 얻은 제6의 감각 덕분이다.

홍윤수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직접 이야기를 듣진 않았지만, 여태 본 진호의 싸움 방식은 ‘눈’으로만 정보를 파악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공격을 준비할 수 있었지.”

홍윤수는 티폰 레이지의 제어를 해제했다.

콰콰콰콰콰-!

사방으로 흩어지는 바람.

무수한 칼날이 극야를 벤다.

[어둠의 육체]를 해제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출력.

티폰 레이지가 수천 개의 바람을 쪼개어놓은 만큼, 검으로 베는 데는 한계가 명확했다.

“후배님, 어둠에 동화해 있을 땐 기술을 한정적으로 쓰더군?”

티폰 레이지로 진호의 움직임을 묶어 놓는 동안.

내상을 진정시킨 신준석이 회오리를 크게 돌아서 그의 옆구리를 노렸다.

[폭호신권 - 12초식]

[호왕권(虎王拳)]

금색으로 물든 신준석의 주먹.

그가 펼칠 수 있는 초식 중 최강의 위력을 지녔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다!”

권기 이상부터는 무형의 에너지조차 뭉갤 수 있다.

일정 이상 수위에 오른 무공 사용자들이 마법 사용자한테 밀리지 않는 이유.

화경의 깨달음을 온전히 담아 낸 강기를 맞으면 극야와 동기화를 했어도 치명상을 피할 수 없다.

“이렇게까지 절 분석할 줄이야.”

진호의 입가 위로 웃음기가 번들거렸다.

흔들거리는 극야.

어둠의 육체를 해제하는 순간, 출력이 1/5로 줄어들었다.

정면으로는 수천 개의 바람 칼날이 쇄도하고.

옆은 금빛을 내뿜는 권강이 파고든다.

진퇴양난의 상황.

‘이겼다!’

‘이겼다!’

두 랭커가 확신하는 순간, 강한 빛이 진호의 전신을 뒤덮었다.

[공허의 거울]

[티라노사우루스]

[오크]

그리고.

세계가 뒤집혔다.

* * *

날카로워진 감각.

신준석과 홍윤수의 연계 공격은 오래간만에 ‘긴장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두 랭커의 전투 능력은 나보다 아래.

무지개의 휘광석으로 완성의 영역에 발을 딛기 전조차, 엘렌과 동수를 이루었다.

엘렌 테일러보다 한 수 아래인 두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었지.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은 정수들을 모조리 비활성화, 스킬 및 신체 능력까지 강화했기에 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도.

“제 전력을 끌어낼 줄이야.”

허스키해진 목소리가 땅을 짓누른다.

티라노와 오크의 정수.

신체 능력이 수배로 뛰어올랐고, 조금 불편하지만 무공을 펼칠 팔도 생겼다.

절체절명의 순간, 공허의 거울로 두 정수를 비추면서 완전 해방된 폭풍으로 달려들었다.

회오리를 유지하는 중심 축은 사라진 상황.

바람 칼날들이 전신을 난도질했지만, [메탈 반사 장갑]과 [암흑 투기]로 몸을 감싸면서 보호했다.

그리고.

회전축이었던 장소에 들어와서 백택군림각을 펼치자 수천 개의 바람 칼날도 사라졌다.

한발 늦게 들이닥친 신준석.

금색 강기가 위협적으로 빛났지만 무시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기를 발현하는 건 강기에 비해 격이 한 단계 모자랐지만, 이 정도 스펙 차이면 의미가 없었다.

주먹을 맞대자, 신준석의 육신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반대로 튕겨 나갔다.

지이이잉!

결계가 요동친다.

방금 전의 공격이 신준석을 즉사시킬 정도의 위력이었다는 것.

“선배님들, 계속하시겠습니까?”

“큭, 그래도 길드장님의 전력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군요.”

홍윤수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양팔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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