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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11화 (211/300)

211화

[강화된 워 골렘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정수 등급: 고대]

[포식한 정수: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용맹한 공격이 추가됩니다.]

[용맹한 공격]

등급: ★★★

분류: 패시브

모든 근접 공격에 경직 효과를 추가한다. 명중 시 10% 확률로 상대를 경직시킨다.

이집트 측 플레이어들이 최후의 도박으로 제작한 워 골렘.

본래 서포터 계열에 소환 능력이 추가된 마르코 대신 다른 플레이어가 탑승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손쓸 것도 없이, 워 골렘은 길드원들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고철로 변한 워 골렘의 정수를 포식.

늘 이렇게 날로 먹으면 얼마나 삶이 편안할까.

“진호 님, 한 수 잘 배웠습니다.”

패배가 확정된 시점에서 마르코가 고개를 숙였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진호 님의 비범함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따르는 사람들도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흥. 멀대 아저씨가 이제 뭘 아네.”

엔리케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멀대라는 단어에 꿈틀거린 마르코가 이내 푹 한숨을 쉬었다.

『죽음을 관장하는 자가 성과에 만족합니다.』

『죽음을 관장하는 자가 합당한 보상을 약속합니다.』

서브 미션도 클리어.

전 길드원은 [죽음 보호 부적]을 받았다.

각종 ‘즉사’ 유발 스킬에서 저항하게 해 주는 능력.

몸 어느 곳에든 붙여 놓으면 육체와 일체화되기에 거슬릴 일도 없는 아이템이다.

“괜찮은 보상이군.”

-당장 쓸 만해 보이지는 않는다만.

“보험이지, 보험.”

50층 이상에서는 즉사 판정을 마주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함정이나 특정 괴물의 스킬, 혹은 미션 내용 등.

시야에 확 들어올 만큼의 전력 향상은 없지만 탑을 오르다 보면 두고두고 힘이 될 옵션이다.

[한국 진형이 승점을 모두 획득했습니다.]

[승급전의 승자는 한국 팀입니다.]

“골드로 승급을 축하드립니다.”

“공헌도만 놓고 보면 그쪽도 승급 못 할 거 같진 않은데?”

마르코는 기쁨과 슬픔이 섞인 묘한 웃음을 지었다.

패배한 팀도 50%까지는 골드 등급으로 올라가는 승급전.

오시리스의 계약자로 전투 내내 활약을 벌여 온 마르코라면 골드 등급으로 못 올라가는 게 이상했다.

“이거 참, 마음 같아서는 한국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길드에는 못 받아 줘.”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마르코.

본래 역사와 비슷하게 흘러가려면 더 변수를 만들 수 없단 말이다.

난 미리 생각해 둔 말을 꺼내기 시작했.

“대신 제안을 하지.”

“예?”

“역천 유럽 지부를 만들어라.”

“유럽이라고 하시면…….”

“독일에서 이민 제안 같은 거 안 들어왔나?”

“마, 맞습니다. 부계 쪽 가문이 독일이라서 그쪽으로 제안이 왔거든요.”

오호,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꼴이군.

“오시리스 님을 성좌로 모시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만.”

“안 돼!”

“예?”

“독일로 가라고.”

내 활약으로 성좌들이 지구에 관심을 더 빨리 가져서 배후성 계약 시기도 앞당겨진 모양이다.

이집트보다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게 변수가 적고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용이했다.

“넵. 알겠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원한다면 역천 유럽 지부를 만들어도 좋아.”

“제가 길드를요?”

“그렇게 하면 주기적으로 교류도 가능하겠지.”

“아, 아아!!!”

마르코의 눈에 생기가 번뜩였다.

다 죽은 사람 같은 눈을 할 때는 언제고.

“자세한 사항은 따로 연락하지.”

“알겠습니다. 그런 중임을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르코가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골드 승급전을 마친 후.

난 국제전화로 마르코에게 연락, 섭외해야 할 인물을 알려 주었다.

회귀 전, 마르코와 합을 맞췄던 이들이거나 아직 빛을 발하지 않은 유망주들의 명단이었다.

-이 또한 그대의 계획에 있었느냐?

“설마. 우연이야, 우연.”

정확히는 임기응변을 발휘한 것이다.

미래의 변곡점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가속되는 변화의 흐름.

혼자서는 모든 요소를 제어할 수 없다.

마침 팬을 자처하는 마르코가 나타났겠다, 녀석에게 지시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더 편한 건 이유조차 물어보지 않는다는 거다.

한수창 팀장을 보는 기분이군.

일이 잘 풀리면 현시대에도 이미 거대 길드의 수장이 된 르네 데이비스를 견제할 수도 있고.

마르코가 어느 정도까지 해 줄 수 있을지 기대되는걸?

저녁에는 길드원들끼리 조촐한 파티를 벌였다.

“골드 승급을 위하여!”

“위하여!”

허공에서 부딪치는 잔들.

천장 조명이 유리잔에 담긴 액체에 비치면서 여러 갈래로 반사된다.

핑 레이가 불콰한 얼굴로 신나게 떠들었다.

“크흐, 어디 상대가 되어야지. 시시해서 죽고 싶었네!”

“힘쓰기는 막내가 다 했잖아. 네가 뭘 했다고 그렇게 유세야?”

“이, 이, 말 다했나, 이지영!”

“그래. 왜!”

“형, 그리고 누님, 둘 다 그러지 마세요.”

“꼬마는 빠져!”

“지, 지금 날 보고 서 있어도 보이지 않는 조그만 꼬마라고 했겠다……!”

“아니.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거든?”

“크아아앙!”

요란한 분위기.

영수 형님은 그들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렸고.

카를라는 혼자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핑 레이와 엔리케가 으르렁대는 걸 외면한 채 와인을 홀짝였다.

-후훗, 소란스럽구나.

“태평하구먼.”

-그대는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느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난 뒷말을 흐렸다.

멸망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많은 것을 버려야 했다.

그중에는 사람의 마음도 있다.

수많은 비극을 보면서 마모된 감정.

이 순간에도,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한다는 강박이 마음 한쪽에 머무르고 있다.

-짐을 모두 다 지고 갈 필요는 없느니라.

“웬 짐 타령?”

-가끔은 그대가 어깨에 지고 있는 것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너무 뭉뚱그려서 말하는 거 아닌가.”

-후후훗, 그대도 숨기지 않느냐. 그러니 여도 이리 말하는 수밖에.

쩝, 하여간 요물이 따로 없어요.

“큭, 크크.”

-왜 그리 웃느냐?

“아니, 여신님 말대로 오늘 정도는 다 내려놓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래. 회귀 전과 비교해 보면 훨씬 더 좋은 상황이다.

내 발전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예전에는 인류의 적이 되었던 인물들도 동료가 되었다.

그러니.

오늘 같은 날은 마음을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스승님, 여기 잔이 비었잖아요.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예요!”

“그래. 미안하다.”

지영이가 따라 주는 맥주를 받고는 단번에 넘겼다.

알싸한 맛.

오늘따라 맥주의 맛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 * *

다음 날.

길드원들은 모두 광란의 파티에 지쳤는지, 아침을 통으로 쉬었다.

그렇다고 나까지 하루를 날려 버릴 순 없지.

밤새 충전해 놓은 휴대전화에 손을 뻗었다.

-다시 탑을 오를 생각이더냐?

“응. 한 달 동안 거의 발전이 없었잖아.”

들불의 화로를 회수하는 동안 정수를 포식하지 못했다.

게이트를 드나들 틈도 없었고.

다른 나라에서 탑에 접속하려면 해당 협회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뒤를 밟히기가 딱이었다.

때마침 골드 승급도 마쳤겠다.

“미션을 깨야 할 거 아니야?”

바로 접속 버튼을 눌렀다.

[바벨탑 - 41층]

[잊힌 계곡에 입장했습니다.]

[미션 - 제단 보호]

잊힌 계곡은 과거 세상을 떠나간 성좌들을 기리는 장소였습니다.

계곡에는 하늘의 성좌와 땅의 성좌와 소통하기 위해 건설한 제단이 있습니다.

클리포트 분파 중 하나인 ‘골라캅의 가지’는 제단을 오염시켜서 클리파를 완성하고자 합니다.

골라캅의 가지 일파가 제단을 점령하는 것을 막으십시오.

▶목표: 제단 3개 이상 보호.

▶성좌들의 개입으로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제단 일부가 클리포트의 영향으로 타락해 있습니다. 타락한 제단을 정화해야 합니다.

어째 조용하다 했더니.

날 지켜보던 성좌들이 미션에 개입했다.

미션 난이도 상승.

30층대에서는 나가랑 매칭한 후로 조용하더니, 골드 등급으로 진입하자마자 이런 식이다.

“오히려 좋아.”

-늘 말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니라.

“예예. 긴장하겠습니다.”

가볍게 대꾸하고는 지면을 박찼다.

41층 미션의 핵심은 ‘골라캅의 가지’ 일파에게 제단들을 최대한 넘겨주지 않는 거다.

놈들은 제단을 점령하면 반전 세계와 통로를 연결, 병력을 소환한다.

미션 난이도 강화한 맛을 톡톡하게 보겠어.

-그대여, 무언가가 접근하는구나.

“타이밍하곤.”

시커먼 구름 사이로 검은 날개가 아른거린다.

[타락 천사]

세피로트의 나무, 그러니까 천사들의 제국을 반전시킨 어둠의 세계 소속의 존재다.

이야, 아무리 헬 난이도라지만 40층대에서 타락 천사를 볼 줄이야.

“필멸자여, 진정한 세계의 질서를 목도하라.”

“진정은 무슨.”

타락 천사는 먹구름 사이에서 튀어나오더니 급강하했다.

빛처럼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천사.

놈이 쥔 창은 모순되게도 어두우면서 빛이 났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평범한 골드 등급 플레이어라면 반응하기조차 어려운 속도다.

그래.

어디까지나 ‘평범’이라는 규격 안에서는 말이야.

수라마령심공으로 축기한 내공이 혈도의 흐름에 맞춰 전신을 내달린다.

잠을 확 깬 것처럼 날카로워지는 전신의 감각.

손가락을 쭉 펴고는 내공을 유형화시켜서 날카롭게 휘감았다.

카가가각!

창끝과 부딪친 손가락에서 차가운 금속음이 튀었다.

“반응조차 못 하고 손을 펼…… 아니?!”

“직접 와 줘서 고맙다.”

날아다니는 적을 상대하는 건 까다롭거든.

제 발로 공중이라는 이점을 포기해 주니 얼마나 편해?

회심의 공격이 막힌 게 충격이었는지, 타락 천사가 날개를 세게 퍼덕였다.

제자리에서 홰를 치며 벗어나려 했지만.

“들어올 땐 마음대로여도 나갈 때는 아니란다.”

[핏빛 도취를 사용합니다.]

[유효한 대상이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끌려옵니다.]

“감히 나를 속박하려 드느냐!”

타락 천사가 날개를 더 세게 휘저었지만 손에 깃든 붉은 기운을 떨치지 못했다.

악귀의 정수에서 추출한 어그로 관리 스킬.

왼손을 홱 잡아당기자, 타락 천사의 육신이 휘청거렸다.

“잘 가라.”

몸을 틀면서 현무제암고를 펼쳤다.

오른 다리를 축 삼아 회전한 전신에 내공을 부여.

벽처럼 단단해진 몸뚱이로 타락 천사의 몸뚱이를 짓눌렀다.

퍼어어엉!

곤죽이 된 채로 터져 버리는 타락 천사.

플래티넘 등급에서 볼까 말까 한 괴물이 2합 만에 쓰러졌다.

-부질없구나.

“뭐가?”

-성좌들이 한마음으로 난이도를 올리면 뭐 하느냐.

“원래 영웅은 고난을 극복하는 거라며?”

-그대에게는 고난이 아니라 보상으로 보인다만.

닉스의 한탄을 뒤로한 채, 타락 천사의 정수를 포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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