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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94화 (194/300)

194화

바벨탑은 여러 차원에 생성되어 있다.

오크, 엘프, 밀레시안, 노스맨, 크레우스 방랑족 등.

무수한 이들이 탑을 오르고 있다.

나가 족은 그 여러 종족 중에서도 상위 티어로 분류되는 강력한 종.

“쉬이이잇!”

창 다발이 오른팔을 푹 찌른다.

오러를 실은 공격.

암흑 투기가 얼마 못 버티면서 깨어지고, 메탈 반사 장갑도 찢겨져 나갔다.

쩌어엉!

팔뚝에서 솟구친 하얀 빛.

나가 무리가 휘두른 창이 흔들린다.

충격을 일부 되돌리는 [메탈 반사 장갑]이 나가들의 속을 진탕시켰다.

한 줄기 신음을 흘리면서 더 힘을 밀어 넣는 나가 무리.

제법인걸.

푸욱! 창날 몇 개가 팔뚝에 박혀 든다.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

나가 몇 마리를 쓰러트리면서 생긴 빈틈을 노렸으니, 이쪽도 뭔가를 내줘야 했다.

시커멓게 변색되는 오른팔.

곧바로 왼손을 쭉 폈다.

[백수제왕무 – 11초식]

[도올아(檮杌牙)를 사용합니다.]

우우우웅!

새카만 도기(刀氣)가 곧게 편 손날에 깃든다.

사흉 중 하나.

도올의 날카로운 이를 형상화한 무공이다.

난 망설이지 않고 손날을 오른팔에 휘둘렀다.

썩둑, 땅으로 추락하는 팔.

돌바닥도 나가의 독에 전염되어서 시커멓게 물든다.

“쉬쉿. 지독한 놈.”

나가가 질색하면서도 창을 들이밀었다.

팔 한쪽을 잃어버린 절체절명의 위기, 라고 생각하나 보군.

[백수제왕무 – 9초식]

[영귀기공포(靈龜氣功砲)를 사용합니다.]

말아 쥔 주먹에 맺힌 기를 빙글빙글 회전시킨다.

천 년 이상 살면서 영성을 깨우친 거북이, 영귀.

껍데기 역할을 하는 손등 아래, 그러니까 말아 쥔 손바닥 안에서 회전하던 기가 증폭된다.

손을 펼치는 순간, 회전시키던 기가 구체 형태를 유지하며 정면으로 쏘아졌다.

퍼어엉!

기공포에 닿는 순간 상체가 으깨지는 나가.

소모 내공에 비해서는 아쉬운 위력이다.

응룡황권 세 번은 펼칠 수 있는 내공인데, 권풍보다 사거리와 위력이 한 수 위라서 쓴 거지.

뚝- 뚝-.

깔끔하게 잘라 낸 단면에서 핏방울이 떨어진다.

여태 줄인 나가의 숫자는 1/3 정도.

좀 무리를 한 보람이 있군.

나가들이 지닌 힘의 총량은 일전에 상대했던 ‘기어 다니는 존재’보다 한 수 아래다.

문제는 그 녀석이 힘을 마구 휘두를 뿐이었다면, 나가들은 서로의 호흡을 맞추면서 효과적으로 공격한다는 거지.

팔 하나를 헌납하지 않았으면 단기간에 이만큼이나 숫자를 못 줄였을 거다.

“이렇게 있다가는 피를 다 쏟아서 죽겠네.”

꾸드드득!

벤 단면에서 뼈와 살이 솟구친다.

물기를 흠뻑 머금은 점토처럼 질척이는 살점.

이걸 제어하지 않으면 제 형태를 벗어나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난 [재생]으로 변이의 확장성을 억눌렀다.

“쉬쉿. 지금이 기회다.”

“재생이 끝나기 전에 놈을 쓰러트리자.”

나가들은 여태 유지하던 간격을 스스로 포기하고는 정면으로 돌진했다.

창과 꼬리라는 긴 사정거리.

내 주력인 백수제왕무는 범위가 육체라는 한계가 명확했기에, 사거리에서 손해를 봤어야 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지.”

팔 한쪽을 자르면서 스스로 만든 불리함.

아니, 그렇게 여기게끔 유도한 빈틈에 보기 좋게 낚였다.

[어둠의 육체를 사용합니다.]

극야의 힘과 동화된 몸.

재생 중인 팔의 움직임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영체화]와 [어둠 지배]를 융합해서 만든 스킬.

극야 자체가 물리력이 없는 힘이니, 육체를 재생시키는 것도 불가능했다.

뭐, 괜찮아.

팔이야 언제든지 복원할 수 있으니까.

일체화된 극야의 힘 위로 내 감각이 덧씌워진다.

넓어진 인식 체계.

3인칭 시점으로 주위를 바라보는 것처럼 여러 관점에서 느껴진다.

수라마령심공으로 모은 내공이 혈도 대신 기류의 흐름에 맞춰 여러 갈래로 흘러갔다.

암영추혼검.

하늘의 악, 천마가 내려 준 절정 무공을 펼친다.

밤 자락으로 빚어낸 암흑 칼날들 위에 발현되는 내공.

본래 인간에게 맞춰진 무공이, 밤 본연의 성질에 맞닿으면서 더 강해졌다.

단전을 채우고 있던 내공이 빠르게 소모되었지만.

[진여의주]의 공능으로 변환된 마나가 단전의 빈자리를 채웠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칼날.

서로의 ‘간격'을 무너트리고 승부수를 내려던 나가들이 경악했다.

“아, 안…….”

“돼!”

서거거걱!

푸른 입자가 어둠에 삼켜진다.

기세 좋게 내질렀던 창은 암흑 칼날에 닿는 순간 오러째로 잘려 나가고.

그 뒤에 있던 나가까지도 토막 났다.

달려들던 나가들이 가루로 변하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반전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뒤따라오다가 암영추혼검에 당한 나가들도 속속들이 등장.

한발 늦게 정신을 차린 나가 일부가 몸을 뺐다.

“쉬쉬쉿. 거리를 벌려라.”

“쉿. 태세를 다시 갖추어야 한다.”

누가 재정비할 시간을 준대?

곧바로 어둠의 육체를 해제.

재차 변이를 사용해서 오른팔을 완벽하게 재생했다.

“여신님.”

“드디어 반격의 시간이로구나.”

극야로 구현해 낸 창과 칼들이 렉시에게 붙어 있는 나가들을 위협했다.

“카오오오!!!”

꼬리를 휘두르는 렉스.

나가 무리가 휘청거리는 틈을 타서 암흑 창과 칼들이 빗발쳤다.

* * *

“쉬쉬쉿! 후퇴해라!”

다리 반대편으로 물러나는 나가 무리.

적당한 선까지 추격한 후, 중간지점으로 돌아왔다.

첫 교전에서 쓰러트린 나가는 약 70마리.

2/3이 넘는 전력을 깎아낸 대승……이라고 하고 싶지만.

“이 숫자면 거의 비등비등한 거 아닌가.”

인류 측 플레이어들은 80명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날 지나쳐서 아군으로 파고든 나가가 몇 마리 되지도 않았는데.

“저희는 유진호 님만 믿겠습니다.”

나가한테 매운맛을 봤는지, 남은 플레이어들은 뒷걸음질 쳤다.

“참으로 볼품없구나.”

혀를 차며 한탄하는 닉스.

있어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렉시의 등에 올라타서 전진.

끝자락에 오니 요새를 지키는 장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문장 코디랄]

오우거에 버금가는 덩치, 그리고 언월도와 방패로 무장한 이족보행 코끼리.

“흥. 이래서 병사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 콧김을 킁- 하고 불어 댔다.

“렉시, 저놈은 너한테 맡기마.”

“카오오오!”

수문장이라고 해 봐야, 나가 무리보다 덜 위협적이다.

쿵! 쿵!

돌진하는 렉시의 등을 박차면서 아래로 난입.

나가 무리의 시선을 돌렸다.

“쉬쉬쉬쉿! 그 무시무시한 인간이다!”

“쉬쉿. 버텨야 한다.”

“수문장은 문 앞에서 버프를 받는다. 저 괴수를 쓰러트릴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36층 미션의 정석이군.

상대편 전력이 더 강하면 수문장을 끼고 버티는 것.

수문장에게 향하는 버프를 무력화하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근데 말이야.

“카오오오오오!!!”

렉시가 아까 허무하게 발이 묶여서 그렇지.

절대 약하지 않거든.

“이 괴물. 감히 수문장인 나를 밀어내다니.”

코끼리 수문장의 당황한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첫 충돌에서 압도적인 무게와 힘으로 수문장을 밀쳐 낸 렉시.

티라노사우루스의 가장 강력한 공격인 치악력을 이용, 쩍 벌린 입으로 언월도를 씹어 먹었다.

우지끈!

반 토막이 나 버린 수문장의 병기.

스텟이야 좀 모자란다지만, 자기랑 비슷한 체급과의 전투에서는 실력을 발휘했다.

“여신님, 한 마리는 남겨 둬.”

“저 코끼리의 정수가 탐이 나는 모양이구나.”

“이제는 척 하면 척이네.”

“후훗, 그대의 생각은 여의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니라.”

남은 무리를 정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기세가 팍 꺾인 적.

초전에서 2/3이 넘는 숫자가 쓰러진데다, 사기까지 떨어졌으니 훨씬 수월했다.

“쉬쉿! 쉬이잇!”

“조금만 기다리어라.”

닉스는 극야의 힘으로 마지막 나가를 붙들어 놓았다.

나가 무리를 막 정리했을 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렉시가 주저앉았다.

“흥! 내가 있는 한, 너희들은 국경 너머로 진입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버프를 받는 수문장.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치 버프 폭도 더욱 커졌고, 상처도 자동으로 치유되었다.

“카오…….”

분한 듯이 낮게 우는 렉시.

“애썼다. 이번에는 밥값 했네.”

“카오! 카오오오!”

칭찬 한마디에 저렇게 신날 줄이야.

다음에는 부려 먹을 때 구박과 칭찬을 적당하게 섞어야겠군.

애초에 렉시의 역할은 시간 벌기.

나가 무리를 쓰러트릴 때까지 버텨 주기만 하면 되었다.

[공허 비추기를 사용합니다.]

[원시종의 정수를 회수합니다.]

보라색 기류로 화한 렉시가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끓어오르는 힘.

방출했던 원시종의 정수가 다시 효과를 발휘하면서 근력과 민첩이 10%씩 늘어났다.

“흥. 그 소환수가 덩치도 커서 싸우는 맛이 있건만. 재미없군.”

“그렇다면 더 재미있는 일을 알려 주마.”

[공허의 거울을 사용합니다.]

[원시종의 흔적이 거울에 비칩니다.]

[혼에 기록된 형태로 변환됩니다.]

렉시를 회수한 건 능력치 증가 계수 때문이 아니다.

그래.

원시종의 형태로 변하기 위해서지.

렉시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이를 마친 몸.

“2라운드 시작이다.”

확 낮아진 목소리로 말하고는 코끼리 수문장에게 달려들었다.

렉시 때와 다른 압도적인 스펙.

특별한 무공을 쓸 것도 없이 코끼리 수문장을 쉽게 제압했다.

“끄으으으…….”

목덜미를 물어뜯긴 채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수문장.

턱에 힘을 주자, 놈의 목이 반대로 꺾였다.

[수문장 코디랄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정수 등급: 고대]

[포식한 정수: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영역의 수문장이 추가됩니다.]

[영역의 수문장]

등급: ★★★

분류: 액티브

사용자를 중심으로 30미터 범위에 영역을 선포한다.

스킬 전개 시 이동속도가 80% 줄어들지만, 방어력이 30% 증가한다.

해당 영역 안에 있는 존재는 사용자에게 강제적으로 시선이 고정되며, 다른 대상을 노리고 한 공격에 페널티가 부과된다.

강력한 탱킹 스킬.

방어력도 늘려 주고 어그로 관리까지 해 준다.

“한데 이동속도 80% 감소는 좀 과한 느낌이로구나.”

“탱킹을 할 건데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지.”

다수 적을 상대할 때.

아니면 특정 인물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한 스킬이다.

회귀 전에는 전장 한가운데에서 [영역의 수문장]을 즐겨서 써먹었지.

자, 그러면 원래 얻어야 할 정수도 얻었겠다.

“성좌 나리들이 챙겨 주기로 했던 강화된 보상, 보여 주시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히죽 웃었다.

▶메인 미션 - 강화된 제국의 방벽을 통과했습니다.

▶성좌들의 개입으로 난이도가 올라간 미션을 완벽하게 통과했습니다.

▶보상으로 무지개의 휘광석이 주어집니다.

“이건…….”

난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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