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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86화 (186/300)

186화

닉스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드림랜드 탐사를 재개했다.

평원 곳곳에서 솟아나는 염소의 종자.

몇 시간 동안 숫자를 제법 줄여 놨다고 생각했는데.

쉬는 동안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보람이 없구나.

“무시하고 가야지.”

바람길을 전개.

평원에 흐르는 바람을 밟으면서 하늘 위로 올라갔다.

제법 높아진 고도.

헐벗은 근육질의 괴물들이 올려다본다.

“여신님을 경배하나 본데?”

-불경한지고.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구나.

하긴.

긴 혀를 쭉 내민 염소들한테 경배라는 단어가 어울리진 않지.

고개를 반쯤 꺾고 있어서 더 기괴해 보였다.

놈들 일부는 등 뒤에 날개를 생성,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나이트건트와 비교하면 어설픈 비행 실력.

“그 정도로 누구를 쫓겠다는 거냐?”

마법 저항력이 높아서 요격은 불가능하니, 달려드는 염소의 종자들을 백수제왕무로 쓰러트렸다.

발을 디딜 수 없어서 전개 가능한 초식이 한정적이었지만.

“음메에에에!”

그 정도면 충분했다.

평원을 벗어나는 순간 큰 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드림랜드 서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통로, [시간의 모서리].

-비행으로 넘어가면 되지 않겠느냐?

“이건 물리적인 벽이 아니야.”

물질과 정신, 그 모든 교류를 차단하는 공간.

외우주에서 ‘문’이라는 개념 자체인 요그 소토스의 힘 일부가 구현되어서 만들어진 벽이다.

도약 스킬까지 전개해서 높이 뛰었지만.

통로의 벽이 점프에 맞춰서 훌쩍 커지더니 내 앞을 막아섰다.

-과연. 이런 것이로구나.

“네크로노미콘 사본에 나와 있어.”

태연하게 대꾸하곤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 * *

이리저리 꺾여 있는 통로.

다행인 건 미궁처럼 여러 갈래가 아닌, 한 방향으로만 이어진다는 점이다.

[시간의 모서리]가 미로였으면 진입 자체를 안 했겠지.

-한데 이상하구나. 왜 곡선이 아니라 직각으로 틀어 놓았을꼬?

“틴달로스의 개가 사는 곳이라서 그래.”

-틴달로스의 개?

“그래. 저놈들도 양반은 아니네.”

말을 꺼내기 무섭게 직각으로 꺾인 통로 구석에서 어떤 ‘생물체’가 머리를 내밀었다.

기다란 혀.

눈가에는 푸른 안광이 번뜩이고, 기형적으로 튀어나온 코가 냄새를 킁킁 맡는다.

갈색 피부의 괴물.

머리부터 발까지의 길이가 약 10미터 정도 되었고, 털 하나 없는 갈색 피부가 묘하게 번들거린다.

-저게 어디를 봐서 멍멍이란 말이더냐!

질색하는 닉스.

“크르릉! 컹!”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울부짖었다.

“쟤 서럽게 왜 그래?”

-아니. 생각해 보아라. 지옥의 변견이라는 케르베로스도 저리 못생기진 않았느니라!

“이래서 외모지상주의가 안 된다는 거야.”

쯔쯧, 나는 혀를 찼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입을 쩍 벌렸다.

긴 몸통의 1/3을 차지하는 커다란 입.

촘촘하게 박힌 이빨이 통로의 빛을 반사시키면서 흉흉하게 빛났다.

-보아라. 저치가 어딜 봐서 멍멍이인 것이더냐?

“쟤가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거든.”

-냄새?

“마력의 냄새.”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시공간의 틈새에 머무는 괴물이다.

각이 진 곳이면 어디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

-그래서 통로의 구조가 이렇게 기묘한 것이로구나.

태연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 틴달로스의 개가 혀를 날름거렸다.

[마나 디바우러의 대상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보유 중인 마나가 방출됩니다.]

[사용자의 마나에 간섭합니다. 마나 컨트롤이 어려워집니다.]

몸에서 새어 나오는 푸른 입자.

내 마력이 제어를 벗어나서 틴달로스의 개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타고난 마법사 사냥꾼이다.”

-마법사 사냥꾼?

“저 스킬은 막을 수 없거든.”

마력의 향으로 사냥감을 물색.

사냥감을 집으면 그 마력을 빼앗는다.

마나 제어에 간섭하기까지 하니, 마법 계열 플레이어한테는 최악의 상대다.

-이상한 생김새만큼이나 불쾌한 녀석이로구나.

“사냥감을 천천히 모는 솜씨가 기가 막히니까 사냥개인 거다.”

입맛을 다시는 틴달로스의 사냥개.

내 마력이 꽤 맛있나 보다.

“커엉! 컹!”

놈은 공중을 부유하면서 직선거리로 날아들었다.

채찍처럼 움직이는 긴 혀.

[마나 번]

저기에 닿으면 보유 마나를 깎아내면서 속을 진탕시킨다.

가지가지 하네.

나는 극야의 힘을 구현했다.

나선형으로 꼬인 어둠의 창이 바닥에서 솟구친다.

푸욱!

혀를 꿰뚫는 창.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바동거리자, 극야로 아예 혀를 감싸고는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집이나 지키고 있어라. 짖지 말고.”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입을 다물려고 했지만.

내 주먹이 한 수 더 빨랐다.

주먹을 두른 권기가 틴달로스의 사냥개와 부딪치는 순간.

퍼어어엉-!

하고는 바람을 과하게 넣은 풍선처럼 터져 버렸다.

-별것 아니로구나.

“무슨 소리야. 누군 얼마나 힘들게 사냥했는데.”

난 미간을 찌푸렸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거기에 저 혓바닥에 닿으면 내상을 입고 마나도 소모되니.

원거리에서 마법으로 격추하기엔, [마나 디바우러]에 노출되어 있어서 마력을 재배열하기도 쉽지 않다.

기를 유형화시키거나.

아니면 암흑 투기를 두르거나.

그마저도 저 혀에 닿으면 속이 꼬여 버리니, 한순간이라도 실수했다가는 큰 피해를 입는다.

-호오, 그대가 질색하는 건 처음 보는구나.

“조사만 아니었으면 안 왔어.”

-약한 소리 하기는. 그대답지 않도다.

쳇.

하여간 맞춰 주지를 않아요.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쓰러트리자, 벽 표면이 파랗게 물들었다.

-하나가 아닌 모양이구나.

“사냥개가 혼자 돌아다니는 거 봤어?”

냄새를 맡은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다섯.

푸른 입자의 양도 5배로 늘어났다.

혼원룡의 심장의 회복 능력 덕에 어느 정도 벌충은 되지만.

“시간 끌어서 좋을 건 없겠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어둠의 육체를 사용했다.

물리 공격이 아예 안 통하는 괴물.

극야의 힘이 빛을 발휘할 때다.

-여도 돕겠느니라.

“아니야. 여긴 나 혼자 해 볼게.”

-버겁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마음이 바뀌었느냐?

“극야 수련하기 좋은 장소잖아.”

-정말이지. 그대는 참으로 한결같구나.

한 번에 구현 가능한 극야는 스텟으로 약 130.

암흑 칼날과 창이 허공과 지면에서 구현, 틴달로스의 사냥개 무리를 노렸다.

“크르르르릉!”

몸을 비틀면서 극야의 힘을 피하는 틴달로스의 사냥개.

일부는 튀어나왔던 벽에 스며들면서 직격 코스에서 벗어났다.

“어딜 도망가?”

난 극야의 형태를 길게 늘어뜨리면서 벽과 일체화되지 않은 부위를 붙들었다.

“깨갱!”

홱 당기자 밖으로 튕겨져 나온 틴달로스의 사냥개.

극야의 힘을 집중시켜서 창날로 꿰뚫자, 발버둥 치며 혀를 날름거렸다.

누굴 핥으려고?

파파팟!

이번에는 발밑에서 솟구친 칼날이 틴달로스의 사냥개의 몸을 난도질했다.

놈이 까다로운 건 물리 면역과 원거리에서 공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

그리고 공간을 드나든다는 점이다.

“나한테는 안 통해.”

극야의 힘과 일체화한 상태에서는 사각이 없다.

힘의 총량, 그러니까 130에 해당하는 극야를 모두 구현했을 때나 빈틈이 생기지.

그마저도 빠르게 회수가 가능해서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파고들 구석이 없다.

-더 능숙해졌구나.

감탄하는 닉스.

이 정도로 놀라기는.

아직 멀었거든?

“어둠의 육체를 안 쓰면 실전 활용도가 떨어지잖아.”

평소 구현 가능한 극야의 힘은 25 정도.

급박한 전투 중에 변수를 만들 정도는 되지만, 닉스처럼 강력하진 않다.

회귀 전에는 얻지 못한 힘.

이왕이면 닉스의 수준까지 도달해서 주력으로 사용하고픈 마음이다.

“깨갱!”

틴달로스의 사냥개들은 거리를 좁히려다가 극야에 붙들려서 역으로 당했다.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크르릉…….”

사냥당하는 입장이 되니 미쳐 버리겠지?

그렇다고 일방적인 상황이 쭉 이어지지는 않았다.

팔뚝을 휘감는 푸른 혀.

물리 타격을 흘려보낼 수 있지만, 놈은 반 물질적인 존재다.

극야와 일체화되어서 만질 수 없을 텐데도, 놈의 혀가 자연스럽게 나를 붙들었다.

“윽.”

한 줄기 신음이 흘러나온다.

마나가 타면서 내부를 진탕시킨다.

암영추혼검으로 사냥개의 혀를 잘라내자, 푸른 피가 솟구쳤다.

내상은 [변이]로도 치유가 불가능했다.

마나 번의 효과로 손상된 혈관, 혹은 장기를 변이시켰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재생 스킬과 대지모신의 가호를 믿는 수밖에.

통로를 나아갈 때마다 튀어나오는 틴달로스의 사냥개.

이 안에서 전투를 거듭할수록, 극야의 힘이 더 날카롭게 벼려졌다.

“후욱.”

짧은 심호흡을 내뱉으며 벽에 몸을 기댔다.

-무리한 것 아니더냐?

“아직 괜찮아.”

극야로만 상대하다 보니 정신력이 고갈되는 느낌이다.

칼날과 창, 끈이나 촉수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건 내 정신이다.

잔여 스텟을 모조리 투자한 덕에 극야가 떨어질 일은 없지만, 뇌가 익어 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원래부터 사냥개가 이렇게 많이 나왔던가?

“조금 이상한데.”

-네크로노미콘의 기록과 다르느냐?

“응. 사냥개들이 무리 사냥을 하긴 해도, 이렇게까지 몰려다니진 않거든.”

회귀 전에도 드림랜드를 몇 번이나 들락거려 보았다.

마경의 핵을 공략하진 못했어도, 중심부를 제외하곤 손바닥 위에 있는 것처럼 잘 알고 있다.

한데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정수를 다 모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틴달로스의 사냥개의 정수를 포식했습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고대]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시간의 감옥이 추가됩니다.]

[시간의 감옥]

등급: ★★★

분류: 액티브

사용자의 육신을 시간과 공간에서 분리시켜서 어떤 영향도 받지 않게 만든다.

10초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

*재사용 시간: 30일.

시공간을 드나드는 틴달로스의 사냥개의 특성.

감옥이라는 스킬명이 붙었지만, 누군가를 가두기보단 위험에서 벗어나는 용도다.

회귀 전에도 저 스킬로 목숨 여러 번 건졌지.

성좌의 공격이나 성유물까지는 완전 회피가 불가능하지만, 탑 미션이나 플레이어들끼리의 결투에서는 무적급 스킬이다.

-호오, 시공간에서 이탈하는 스킬이라.

“이왕이면 쓸 일이 없는 게 좋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비장의 수는 안 쓸수록 좋은 거다.

타인에게 알려질수록, 그 수단에 대응할 방법도 준비해 오니까.

회귀 전에도 겪어 본 일이다.

얼마를 걸었을까.

쭉 이어지던 통로에서 희미한 빛이 아른거렸다.

오늘따라 유독 길어 보이는 길.

“빨리 나가자.”

-그러자꾸나.

통로를 뛰어서 나가려는 순간.

구구구궁!

커다란 벽이 뚫려 있던 길 위로 솟구치면서 출구를 막았다.

-계약자여, 혹 이런 상황도 네크로노미콘에 기록되어 있더냐?

“아니.”

기억에는 없는 상황.

난 미간을 찌푸린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이 막힌 통로.

천장 위를 막고 있던 벽이 사라지고, 대신 구름 사이에서 무수한 눈이 모습을 드러냈다.

【흥미롭구나, 너의 존재.】

영혼을 뒤흔드는 목소리.

난 이를 악다물었다.

설마.

틴달로스의 사냥개들이 평소보다 많은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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