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워 골렘의 구조를 이해했습니다.]
[재료를 조달하면 워 골렘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마력으로 워 골렘의 일부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워 골렘을 탄 직후.
엔리케에는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그의 고유 능력인 메카닉이 워 골렘의 구조를 분석.
마력으로 일부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흥! 누가 짜리몽땅해서 까치발 안 세우면 보이지도 않는 꼬마래!”
“그런 말은 안 했…….”
“변명하지 마!”
갑주 등 뒤에서 마력을 방출.
엔리케는 허공을 격하면서 쏜살같이 날아갔다.
검을 쥔 박종원.
‘시간을 주면 아까처럼 무언가를 소환할 것이다.’
저릿거리는 몸.
화랑 길드에서 제공한 유니크 등급 타워 실드의 내구도가 1/3이나 소모되었는데도, 충격 일부가 전해졌다.
엔리케의 공격 수단은 모르겠지만, 두 번이나 허용하면 위험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꼬마. 얻어맞고 끝날 줄 아나!”
날카롭게 벼려진 칼이 궤적을 그렸다.
[익시드 브레이크]
돌진 중인 엔리케를 정확하게 노린 베기.
칼날에는 관통력을 늘리는 [절삭]과 위력 증대 효과가 부여된 [강화 타격] 주문이 걸려 있다.
은백색 갑주와 박종원의 검이 부딪치는 순간.
쩌어어엉! 붉은 섬광이 터지면서 엔리케를 수 미터 뒤로 밀어냈다.
“아오, 골이 울리네.”
“그 공격을 받아 내고도 멀쩡하다고?”
박종원의 눈가 위로 드리운 경악의 감정.
전력을 다한 공격을 무방비하게 맞은 것치고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흔적이라고는 칼이 베고 지나간 부위가 푹 파인 게 전부.
엔리케가 마력을 부여해서 강화한 갑주를 뚫어 내진 못했다.
“멀쩡하긴. 술 마신 것처럼 머리가 아프잖아.”
미성년자가 할 말은 아니었다.
움푹 파인 곳에 마력을 부여하자 시간을 역행하듯 복원되었다.
미간을 찌푸린 박종원.
파팟!
엔리케한테 시간을 주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재차 거리를 좁혔다.
“흥, 누가 당해 준대?”
등 뒤에서 솟구치는 푸른 불꽃.
칼날이 닿기 직전.
엔리케가 하늘 위로 날았다.
닭 쫓던 개처럼 위를 올려다보는 박종원.
우우웅-!
쫙 펼친 양손에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실드 부메랑]
바닥에 나뒹굴던 방패가 박종원의 손으로 빨려 들어온다.
한 치 차이로 가로막히는 마탄 공세.
엔리케는 머리 위에 마법진을 하나 더 생성했다.
“그만 죽어, 아저씨.”
“이, 이…….”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건 워 골렘의 발이었다.
콰아앙-!
박종원이 미처 몸을 빼기도 전에 들이닥친 커다란 발.
연신 방어 스킬을 전개, 마탄을 막아 내듯 방패로 워 골렘의 발을 받쳤지만.
“끄아아아!”
우득, 뼈가 부러졌다.
“아저씨. 이제 누가 난쟁이 똥자루지?”
“아니, 난 그렇게 말한 적…….”
“변명은 죄악이야!”
두 번째 마법진이 워 골렘의 반대편 발을 구현했다.
박종원의 얼굴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 * *
두 진형으로 나누어서 진행되는 공물 쟁탈전.
미션 전에 세 길드에서 나름대로 분석하고 포지션까지 짠 모양이지만.
“도, 도망쳐!”
“잡히면 공물로 바쳐질 거다.”
“빌어먹을. 왜 이렇게 강한 건데!”
전황은 일방적이었다.
손오공과 계약하면서 더 강해진 핑 레이.
지영이는 엘렌과 대련을 할 때 펼쳐진 결계의 구조를 분석, 고유 능력을 더 능숙하게 다루어 냈다.
최근에 영입한 엔리케도 1인분 몫을 해냈고.
영수 형님도 전황을 살피면서 적절하게 광역 버프를 제어했다.
카를라의 낫은 탱커진을 유린했으니.
전면전.
포위 대형.
게릴라.
여러 진형으로 도전해 왔지만 모조리 격퇴되었다.
『화과산의 미후왕이 하품을 합니다.』
『올림포스의 군신이 화과산의 미후왕을 경계합니다.』
『오염된 왕좌의…….』
손오공 녀석.
지루하다고 하품할 건 없잖아?
-하나 시시한 건 틀린 말이 아니도다.
“저 녀석들의 실수는 하나야.”
-무엇이더냐?
“나를 적으로 둔 것.”
닉스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후, 흐후후후!
요란하게 웃었다.
“왜, 뭐.”
-나를 적으로 둔 것이라니. 참으로 걸작이로다.
닉스가 되짚어 주니 자기애에 취해있는 말처럼 들렸다.
“아니, 그게…….”
-이 말은 꼭 기억해야겠구나, 후후훗!
닉스 앞에서는 말 하나 마음 편히 못하겠군.
사망해도 60분 만에 전선으로 돌아올 수 있다지만.
달의 신에게 공물로 바쳐지면 미션에서 바로 탈락 처리가 된다.
거듭되는 접전.
“이렇게 탈락할 순…….”
포로로 잡힌 연합 길드 플레이어들은 모두 공물로 바쳤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연합 길드원들.
이쯤이면 나올 때가 되었는데.
[코스쿠 산맥을 감싸는 음기가 강해집니다.]
[달의 제사장이 직접 공물 쟁탈전에 참여합니다.]
새하얀 가면, 그리고 푸른 로브로 전신을 감싼 괴인.
달의 제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음기가 충만하니 마마 키쟈께서 기뻐하…….”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
[백수제왕무 - 1초식]
[응룡황권을 사용합니다.]
달의 제사장이 나타나자마자 주먹을 뻗었다.
지팡이로 공격을 막아 낸 제사장.
뼈로 된 막대에서 강한 반탄력이 일어나면서 응룡황권을 밀어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날 도우려고 온 거잖아?”
“마마 키쟈께서 그리 명하셨지.”
“여기서 죽어 주는 게 돕는 거야.”
“감히, 달의 주민 주제에 제사장에게 대드는 거냐!”
은색 파동이 제사장을 중심으로 휘몰아친다.
다리에 힘을 줘도 파동의 반탄력에 저항하는 건 불가능했다.
충격파로 나를 뒤로 밀쳐 낸 직후, 달의 제사장은 지팡이를 휘둘렀다.
“신민들이여, 일어나라.”
[레이즈 데드]
구릉 아래에 잠든 달의 주민들이 땅을 파헤치면서 나타났다.
스켈레톤 워리어.
구울.
그 외에도 여러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드장님, 방침을 말씀해 주십쇼.”
“영수 형님과 다른 길드원들은 경계를 맡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미션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세 길드 연합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나설지 모르니.
그리고 달의 제사장은 나 혼자서도 충분했다.
[어둠의 육체를 사용합니다.]
[어둠 지배를 사용합니다.]
스스스슷!
극야의 힘을 여러 칼날 형태로 구현, 내 주위로 회전시켰다.
톱니처럼 도는 칼날.
달의 제사장이 일으킨 언데드 몬스터들은 다가오는 족족 회전하는 칼날에 썰려 나갔다.
“이만한 음기가 있으면 언데드를 얼마든지 재생시킬 수 있다.”
다시 한번 지팡이를 땅에 찍는 달의 제사장.
파괴되었던 언데드 군대가 시간을 되감듯 원래대로 복원되었다.
-저 언데드들의 정수를 포식하면 되지 않느냐?
“달의 제사장의 마력으로 만들어져서 포식 대상이 아니야.”
난 쓰게 웃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극야의 힘으로 원거리에서 정수를 포식했겠지.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경험치 0.1%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 0.07%를…….]
암흑 칼날에 들이미는 놈들을 죽일 때마다 경험치가 꾸준하게 올랐다.
난 천천히 전진했다.
축지를 사용하면 단번에 거리를 좁힐 수 있겠지.
근데 달의 제사장을 쓰러트리려면 이 일대에 충만한 음기부터 모두 소진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잡병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거리를 좁힐수록, 달의 제사장이 일으킨 언데드 군대의 공세도 거세졌다.
“왜 지치지를 않는 것이냐!”
“내가 왜 지치나.”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는 언데드 군대.
내 극야도 마찬가지다.
소모되는 것보다 차오르는 양이 훨씬 더 많았고.
이미 구현한 암흑 칼날을 회전시키는 것쯤, 정신력 소모도 크지 않았다.
나한테 소모전을 건 순간.
이미 진 거나 마찬가지란다.
제사장이 레이즈 데드를 남발한 탓에 음기가 옅어졌다.
[축지를 사용합니다.]
순식간에 공간을 도약.
달의 제사장 근처로 이동하고는 손가락을 쭉 펼쳤다.
광서지.
손가락에 집중된 기가 제사장의 심장을 노렸다.
“얕은수에는 안 당한다.”
제사장의 손에 들린 지팡이가 스스로 움직이면서 광서지를 막았다.
이 일대에 충만한 음기를 조종하는 도구.
놈의 지팡이 때문에 음기가 소진되기를 기다렸다.
“얕다고? 설마.”
저저적- 저적-!
뼈로 만든 지팡이가 금으로 뒤덮였다.
가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부위, 제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떻게!”
“지팡이의 방어력은 음기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산산조각 나는 지팡이.
더 이상 광서지를 막을 만한 장애물은 없다.
푸우욱!
기를 휘감은 손가락이 달의 제사장의 심장에 구멍을 뚫었다.
“끄…….”
단말마의 비명을 내뱉고 쓰러진 달의 제사장.
“사부님, 그래도 되는 겁니까?”
“팀킬한다고 해서 미션이 실패하는 건 아니야.”
미션 목표는 어디까지나 공물.
제사장을 쓰러트려도 페널티는 없다.
나도 정수만 아니었으면 이런 미친 짓은 안 했다고.
[달의 제사장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고대]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레이즈 데드가 추가됩니다.]
[레이즈 데드]
등급: ★★★
분류: 액티브
시체를 언데드로 제작한다.
제작되는 언데드는 사용자의 마력, 그리고 시체의 생전 수준과 상태에 따라서 결정된다.
암흑 마나를 소모한다.
달의 제사장이 사용했던 언데드 제작 스킬.
레이즈 데드가 추가됐다.
-그대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구나.
“뭐가?”
-시체를 일으켜서 사역마로 부리다니. 난잡하지 않겠느냐.
“달의 제사장을 보고 느끼신 게 없나 보네.”
-그 어리석은 자는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었으니.
“에이, 상대가 안 좋았던 거지, 전투 지속력은 괜찮았잖아.”
레이즈 데드의 장점은 복원력이다.
화염이나 빛 속성 마나로 전신을 태워버리지 않는 한.
암흑 마나만 충분하다면 질이 낮은 사체도 계속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근데 말이야.
난 마력이 넘쳐나는 사람이거든.
대규모 전장에서 변수 창출에 도움이 되는 스킬을 얻었다.
“슬슬 끝내 봅시다.”
하늘과 땅의 나무에서 맺히는 달의 열매.
그리고 우르칸을 추가로 사냥, 심장을 공물로 바쳤다.
완연하게 차오른 달빛.
▶메인 미션 - 신에게 바치는 공물을 통과했습니다.
▶달의 부족이 승리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태양의 부족은 공물을 하나도 바치지 못했습니다.
▶한국 팀(역천 길드)이 최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이 추가됩니다.
압도적인 승리.
세 길드 연합은 제대로 반항 한 번 못해보고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미션 과정은 이미 바깥에서 중계가 되고 있을 터.
세 길드장의 표정이 어떨지가 궁금해지네.
[보상으로 태양의 돌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100,000cp가 주어집니다.]
“와! CP를 이렇게나 얻다니!”
“역시 사부님과 같이 다니면 보상이 엄청나군요.”
“길드장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길드원들도 기뻐했다.
태양의 돌이라.
쓸 만한 보상을 얻었어.
길드 연합 놈들. 지금쯤 배 아파서 죽을 맛이겠지?
난 입을 가린 채 히죽 웃었다.
-호오.
여신님.
내가 웃는지 안 웃는지 감시하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