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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75화 (175/300)

175화

“와, 스승님. 나무 크기 보세요.”

“아파트만 하군요.”

감탄사를 터트리는 지영이와 영수 형님.

‘하늘과 땅의 나무’는 지면을 기준으로 약 50미터 정도 솟아오른 커다란 나무다.

못 보고 지나치기 어려운 규모.

완만한 언덕 위에 있으며, 그 아래로 고저차가 크지 않은 완만한 구릉이 펼쳐졌다.

“흐흐, 얼마든지 와라. 내가 이 봉으로 혼쭐을 내줄 테니!”

핑 레이가 봉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무 근처로 진입하는 세 길드 연합.

척! 척!

훈련받은 군인들처럼 제식을 맞춰 걷는데, 발걸음 소리가 산간지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반사적으로 뒷걸음치는 핑 레이.

“파멸의 조동아리는 여전하네.”

“흐, 흥. 난 두렵지 않습니다, 사부!”

“길드장이든 사부든, 둘 중 하나만 해라.”

“알겠습니다, 사부님!”

적 플레이어의 숫자는 약 70명.

[파워 웨폰]

[헤이스트]

[레서 스트랭스]

…….

형형색색의 아우라가 플레이어 집단을 휘감는다.

바로 전투 준비를 하시겠다?

“내가 20명 잡을 테니. 너희가 10명씩 쓰러트려라.”

“알겠어요.”

철컥- 카를라가 낫을 세우고는 앞으로 나섰다.

“카를라야, 잠깐만!”

손을 뻗어서 제지하는 지영이.

의구심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진심이세요?”

“아니. 내가 50명까지는 줄여 줄 테니 나머지는 너희가 해결해.”

[데모닉 파워를 사용합니다.]

[사용자의 모든 능력치가 마력으로 치환됩니다.]

아르스 게티아를 손에 쥐었다.

펄럭이는 종이.

바르바토스의 이름이 쓰인 페이지가 내 마력을 빨아들이면서 검게 물들인다.

허공에 맺힌 커다란 철퇴.

“보고대로야.”

“탑 20층에서 목격된 마법!”

“저 마법은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다.”

“빛 속성 결계를 펼쳐!”

하얀 마나로 구현된 결계가 허공을 수놓는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탑 20층의 화력을 기준으로 설치한 거라면 실수한 거야.

“마력을 재배열할 시간을 주지 말았어야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철퇴.

몇 겹으로 겹쳐진 결계와 충돌하는 순간, 콰아앙- 이라는 폭음과 함께 강풍이 휘몰아쳤다.

암흑 마나에 반발하는 빛의 마나.

대척점에 선 힘끼리 부딪치자 충돌지점 부근에서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제1진, 포메이션 C!”

“제2진, 포메이션 E!”

밀집대형을 풀고 돌진하는 근거리 딜러들.

마법사 무리 일부는 마력을 재배열했다.

내 공격을 막아 내면서 역공까지 취할 여유가 있단 말이지?

“사부, 정면은 우리한테 맡겨 주십쇼.”

“마법은 제가 막아 낼게요. 스승님. 공격에만 집중해 주세요.”

분신술로 10명까지 늘어난 핑 레이가 근접 계열 플레이어들의 앞을 막아선다.

원거리 공격은 날아드는 족족 지영이의 결계에 가로막혔고.

둘 다 제법이잖아.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정면에서 밀리지 않았다.

내 도움이 없어도 정면으로 붙어 볼 만한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뇌망을 사용합니다.]

[솔라 익스플로전을 사용합니다.]

이글거리는 화염과 번개 그물이 거의 동시에 완성되었다.

“길드장님, 더블 스펠 혹은 멀티플 스펠도 익히셨습니까?”

“운용 방법이 달라서 가능한 겁니다.”

선법과 마법.

둘의 근원이 다르기에, 동시에 준비하는 것도 가능했다.

기운을 유도하느라 머리가 지끈거릴 뿐.

모든 능력치가 마력으로 치환되긴 했지만, 여의주 덕에 마나 → 내공 → 선기로 치환한 덕에 선법도 펼칠 수 있었다.

파지지직!

선기로 구현한 벼락의 그물을 정면에 뿌렸다.

막 달려들던 연합 길드 플레이어 무리의 머리 위에 펼쳐진 번개.

“크아아앗!”

“마법 저항 스킬을…….”

“안 돼. 저항력을 올려도 떨칠 수가 없다!”

밀집 대형으로 달려오던 플레이어 무리 일부가 뇌망에 붙들렸다.

탑 지하에서는 쓸 수 없었던 선법.

뇌기(雷氣)는 오행 중에서 다루기가 제일 어려웠다.

뇌신까진 괜찮지만 뇌망을 자유롭게 펼치려면 제우스의 가호가 필요했다.

“여기는 맡겨 두라니까.”

핑 레이가 쳇, 하고 혀를 찼다.

배부른 녀석.

도와줘도 투덜거리네.

나는 추가로 마력을 재배열했다.

데모닉 파워의 지속 시간은 아직 30초나 남아 있으니까.

이글거리는 구체를 탐욕의 가호로 침식, 그 자리에 붙들어 놓고 두 번째 솔라 익스플로전을 전개했다.

와, 아이스 스피어는 10개를 붙들어도 괜찮았는데.

솔라 익스플로전은 둘 이상 유지하려니까 정신력이 쭉쭉 빠져나갔다.

“이것까지는 예상 못 했겠지?”

연합 길드 집단의 머리 위에서 폭발한 구체.

바르바토스의 철퇴를 막아 낸 직후 위태롭게 흔들리던 결계가 순식간에 구겨진다.

재차 방어 마법을 발동시키는 플레이어 무리.

일행에게 공세를 펼치던 이들조차 방어에 합류했다.

와장창-!

무너지는 결계.

방어 마법이 복원되는 속도보다 무너지는 게 훨씬 더 빨랐다.

“아, 안…….”

마법 계열 플레이어 한 명이 경악 섞인 비명을 질렀지만.

폭발의 여파에 삼켜져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이글거리는 화염은 결계를 유지 중이던 플레이어 집단을 집어삼킨 것에 그치지 않고 달려들던 근접 계열 플레이어들까지 휘감았다.

[오르단의 의지]

[아이언 윌]

[인핸스드 카운터]

일제히 방어 스킬을 전개하는 탱커진.

솔라 익스플로전의 화염도 탱커들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2진이 전멸?”

“제3진도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어.”

“1진도 반 정도가 사망했다.”

“이래서는 지휘 계통이 성립되지 않아.”

망연자실해하는 연합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아, 23명이나 남았네. 50명은 해결해 준다고 했는데.”

“농담이시죠?”

“진담인데.”

그 쓰레기 보는 것 같은 눈빛은 뭐니, 지영아.

연합 길드 녀석들, 날 분석한답시고 머리 꽤나 굴렸나 보다.

[데모닉 파워]를 사용하고 광역기까지 펼쳤는데 전멸을 면한 걸 보면 말이야.

“오히려 좋아.”

“스승님, 갑자기 뭐가 좋아요?”

“살아남은 놈들은 다 잡아서 공물로 바치면 되잖아.”

“와, 인성.”

“미션 내용이 그런 걸 왜 내 인성을 탓하냐.”

카를라가 낫을 겨누었다.

“제압할까요?”

“숨만 붙어 있으면 돼.”

“지시대로.”

등 뒤의 공간을 압축, 카를라는 순식간에 전장으로 날아갔다.

뭐야, 쟤 무서워.

* * *

[달의 신에게 공물을 바쳤습니다.]

[공물은 태양의 부족원입니다.]

[달의 신이 공물을 받고 흡족해합니다.]

산 정상에 걸려 있는 초승달 조각이 은은한 빛을 토해 냈다.

공물로 바쳐진 플레이어는 10명.

솔라 익스플로전을 맞고도 끈덕지게 저항하는 바람에 조금 손실이 생겼다.

-그대가 관망하였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냐?

“내 손으로 다 처리하긴 그렇잖아.”

남은 연합 길드 플레이어들을 제압하는 건 길드원들에게 맡겼다.

상대를 제압하는 건 죽이기보다 어렵거든.

이 정도면 선방한 거다.

달빛이 강해지자, 방금 전까지는 맑았던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코스쿠 산맥을 감싸는 음기가 강해집니다.]

[달의 제사장이 구릉에 출현합니다. 제사장은 달의 부족을 돕습니다.]

미션 환경에도 영향을 끼치는 공물.

태양신에게 공물을 바치면 빛 아래에서 추가 버프를 받고.

달의 신은 ‘하늘과 땅의 나무’가 있는 구릉에서 전투에 도움을 주는 제사장을 불러낸다.

-초전부터 적의 숫자를 꽤 줄였구나.

“이제 쉽지 않겠지.”

-왜 그리 생각하느냐?

“뭉쳐도 어렵다는 걸 깨달았잖아.”

이번 미션은 정면 승부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공물은 하늘과 땅의 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태양 / 달의 열매 말고도 있으니까.

산자락이 맞닿은 곳에 위치한 계곡.

그 아래에 사는 우르칸을 사냥하면 공물을 구할 수 있다.

-아까는 열매의 소유권이 중요하다고 말하였잖느냐.

“그건 맞는데. 달의 제사장을 불러내려면 태양의 기운을 억제해야 하거든.”

-방치하면 미션에 지장이 생기느냐?

“아니, 그렇진 않고.”

-그대의 노림수를 이제야 알겠구나.

“응?”

-제사장의 정수.

눈치도 빠르군.

산자락을 음기로 가득 채워야 달의 제사장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아군이지만, 굳이 못 쓰러트릴 이유도 없고.

이번 미션은 조건을 꽤 많이 타기에, 기회가 될 때 제사장의 정수를 포식해 둘 생각이다.

-그대는 참 욕심이 많도다.

“알아.”

난 가볍게 웃고는 계곡으로 향했다.

하늘과 땅의 나무는 길드원들에게 맡겨 두었다.

1시간이 지나면 공물로 바쳐진 이들 빼고는 다 부활하겠지만.

초전에 워낙 박살이 나서 전면전을 바로 걸긴 어려울 거다.

구릉 아래로 쭉 펼쳐진 계곡.

등 위에 날개를 단 염소가 가파른 절벽을 오가고.

“우르칸을 잡아!”

“더 못 도망치게 해!”

연합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계곡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구릉으로 몰려온 게 전부가 아니었어.

“덤으로 쓸어버려야겠군.”

나는 망설임 없이 계곡 아래로 발을 디뎠다.

그 순간.

계곡 사이에 부는 바람을 밟으면서 가볍게 뛰었다.

[바람길] 스킬로 평지를 달리듯이 두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연합 길드 플레이어 무리와 거리를 좁혔다.

“유, 유진호다.”

“구릉에 있을 거라고 했는데?”

“빌어먹을. 작전대로 해!”

등을 돌리는 플레이어 무리.

소수일 때 마주치면 피하라는 지령이라도 내렸나 보다.

“조금 섭섭하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보자마자 등을 보이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스스스슷!

등 뒤에서 솟구친 극야가 흩어져가는 플레이어 무리의 등 뒤를 노렸다.

[어둠의 육체를 사용합니다.]

다섯 배로 늘어난 극야의 구현 양.

극야를 나선으로 꼬아서 창 형태로 변형, 등을 보인 플레이어들을 노렸다.

“커흑.”

“리바이…… 윽!”

도주하던 플레이어들을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제압.

여건만 좋으면 달의 신에게 공물로 바쳤을 텐데, 지금은 우르칸을 사냥해야 하니 여유가 없었다.

“한 시간 뒤에 보자고, 친구들.”

심장을 꿰뚫는 암흑 창.

연합 길드 플레이어 무리는 별다른 저항 하나 못하고 사망 판정을 받았다.

-꽤 능숙해졌구나.

“아직 멀었어.”

극야의 힘을 극대화하려면 어둠의 육체를 펼쳐야 한다.

근데 어둠의 육체를 전개하면 실체가 아니라서 무공을 못 쓴단 말이야?

일장일단이 있으니, 더 연구하든 극야를 다루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할 것 같다.

나는 계곡을 누비며 연합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소탕했다.

그 과정에서 놈들이 얻은 우르칸의 심장을 빼앗은 건 덤.

-역시 그대는 다 계획이 있구나.

“강탈할 생각은 아니었다만.”

-여의 앞에서는 겸손 떨지 않아도 되느니라.

난 진심인데.

닉스한테 몇 번을 말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김에 공물도 마련했겠다, 우르칸의 정수나 모아야겠어.

천안(千眼)을 활성화하고는 우르칸을 찾았다.

잠시 후.

“여기 있었네.”

계곡 사이를 뛰어다니는 염소, 우르칸이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의 정수도 꽤 도움이 되지.

“그럼 잘 먹겠습니다.”

난 웃음을 흘리면서 우르칸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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