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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74화 (174/300)

174화

화랑과 불사조, 그리고 미르.

세 길드는 역천 길드와의 승부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각자 움직여서는 안 된다.”

“세 길드가 하나처럼 연계해야 완벽하게 승리할 수 있다.”

다른 명령 체계.

그리고 각 포지션의 연계 등.

맞춰 나가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진호가 제시한 20일.

먼저 화랑과 불사조의 분석관들은 각 길드에 소속된 실버 등급 플레이어들의 전력을 철저하게 지표로 만들었다.

서로의 힘을 극대화하려면 전략 수립이 먼저였다.

“지난 실버 승급전 영상도 가져와.”

“유진호에 대해 낱낱이 알아내야 한다.”

“이지영, 핑 레이, 카를라 같은 길드원들 정보도!”

역천 길드 분석도 놓치지 않았다.

세 길드의 전력 활용 방법.

그리고 역천 길드원 개개인에 대한 대응 방침까지.

대(對)역천 길드 대응법이 세워지자, 곧바로 합동 훈련에 들어갔다.

세 길드는 훈련 캠프를 창설, 그 안에서 숙식을 제공했다.

“거기! 1초 늦게 나왔잖아!”

“지금은 한 팀인 것을 잊지 마라.”

여기저기서 떨어지는 불호령.

각 길드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플레이어들은 힘들어하면서도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애송이들. 그렇게 무기를 휘둘러서 적한테 상처나 입힐 수 있겠어?”

“호흡. 거기에서 호흡을 내뱉으면 힘이 풀린다.”

“마나를 재배열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이네요. 여기선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그뿐이랴.

세 길드에 소속된 랭커 중 세 명이 교관으로 참여.

훈련 과정에서 모자란 부분을 짚어주었다.

“와, 랭커의 지도라니!”

“감사합니다. 덕분에 눈이 뜨였어요!”

“이런 기회가 어디에 있을까.”

감격하는 세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새로운 지휘 체계 확립 및 훈련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법도 했지만, 다시없을 기연에 흥분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제1진, A 대형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세 길드 소속 플레이어 무리.

“제3진, E 대형!”

“제2진, C 대형!”

다섯으로 나누어진 플레이어 집단은 한 몸인 것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서로의 대형을 흩트리는 일은 없었다.

완벽한 호흡.

20일 동안 맹훈련을 한 결과물이다.

짝짝짝-!

화랑, 불사조, 그리고 미르.

세 길드를 설립한 이들은 박수를 쳤다.

“훌륭해.”

“이 정도면 변수는 없겠어.”

“유진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저 인원을 당해 내지는 못할 거요.”

한 손으로 열 손을 막아 낼 수 없듯, 숫자 차이는 절대적이다.

화랑 길드의 마스터, 오장우는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가볍게 얹었다.

“유진호가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땐 언제나 진형을 무너트렸었지.”

분석관들은 실버 승급전 중계와 여태까지 진호를 마주친 플레이어들을 수소문, 그의 전투 방식을 분석했다.

특히 브론즈 승급전에서 망신을 당했던 구룡방의 경우, 밀약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료를 넘겨주었다.

‘이번에는 네놈 뜻대로 되지 않을 터.’

진호를 상대할 대책은 완벽했다.

그뿐이랴.

“하핫, 다른 길드원들 분석도 다 끝났는데 뭐가 두렵나?”

호탕하게 웃는 불사조 길드의 마스터.

핑 레이의 훈련 데이터는 구룡방이 통째로 넘겨줬고.

이지영과 카를라도 탑 등반 과정에서 드러난 전력을 모조리 분석했다.

“김영수, 그 유명한 브론즈 플레이어를 영입한 건 의외였지만.”

“최근에는 꼬마 하나를 더 영입했다지?”

“워 골렘을 조종했던 녀석 말인가. 메카닉 능력자라지.”

“그래 봐야 비주류 고유 능력이지 않나.

“껄껄껄!”

웃음이 잦아들 때 즈음, 미르 길드장의 입가가 천천히 떼어졌다.

“신준석이나 홍윤수가 나서면 어떻게 하지요?”

“오르페우스의 오르골 말인가.”

[오르페우스의 오르골]

[500,000CP]

하위 등급의 미션을 재도전할 수 있게 하는 아이템.

오장우는 손사레를 쳤다.

“걱정하지 말게. 오르페우스의 오르골로 드나들 수 있는 건 고작해야 20층계 정도이니.”

다이아몬드 등급이라면 최대 골드 등급까지.

이번 대결의 무대인 35층은 실버 등급이기에, 아이템을 써도 두 랭커가 개입할 수 없다.

“만약에 개입한다고 해도 스텟이 조정될 터. 걱정할 게 뭐 있소?”

작은 변수 정도는 짓누를 수 있는 힘.

오장우는 승리를 확신했다.

‘투자금도 생기고 경쟁자도 치울 수 있으니 최고로구나.’

구룡방과의 야합.

화랑 길드 입장에서는 손해가 전혀 없었다.

도리어 진호를 핑곗거리 삼아서 백호 길드를 고립시키고, 국내 10대 길드 중 둘과 연계가 더욱 끈끈해졌다.

‘이번 대결에서 승리하면 화랑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거다.’

오장우는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며 미소를 삼켰다.

* * *

부우웅- 부우웅-.

알람 소리에 번쩍 뜨인 눈.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날짜를 흘겨봤다.

“벌써 오늘이네.”

-결전을 알리는 해가 떠올랐도다.

영체화한 닉스가 내 머리 위를 떠다녔다.

“결전이라고 하면 너무 비장한 느낌 아니야?”

-후훗, 자신만만하구나. 하나, 교만은 좋지 않으니라.

“자신감의 근거는 여신님인데?”

-무슨 말이더냐?

“여신님은 내 승리의 상징이잖아.”

말문이 막힌 닉스.

잠시 후, 얼굴이 붉어지더니 내 머리를 마구 두들겼다.

-참으로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저, 그러다가 머리카락 상해.”

-후후훗, 여를 그리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기특한지고.

아니, 정말로 내 머리 빠질 것 같단 말이야!

아침의 소란을 뒤로하고 길드원들을 소집했다.

“다들 준비는 마쳤나?”

“예. 길드장님.”

무장을 갖춘 채로 모인 길드원들.

눈가에는 강한 자신감과 믿음이 아른거렸다.

회귀 후에 만든 드림팀.

갈 길은 멀지만, 이들이 한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출발하자.”

“후배님, 무운을 빌지.”

“길드 하우스는 선배님께 맡겨 두겠습니다.”

바벨탑 어플을 켰다.

세 길드와 대결을 하기로 한 시간은 오전 9시.

승급전을 치르는 기분이다.

우웅-!

짧은 진동과 함께 메시지가 날아왔다.

[한국 팀(3)에서 바벨탑 35층의 대전 상대로 당신을 지목했습니다.]

[길드 단위로 참가가 가능한 미션입니다.]

[길드원 중 해당 미션에 참가 가능한 인원은 6명입니다.]

미션 대상을 지목하는 시스템.

35층처럼 ‘경쟁’이 테마인 미션은 이런 식으로 도전 대상을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

“헤에, 이런 건 처음 봐요.”

지영이가 신기한 듯 중얼거렸다.

“뭐, 대부분은 알아도 잘 안 하니까.”

“왜요?”

“상대를 지목했다가 지면 잃는 게 많거든.”

친분 있는 길드가 서로 짜고 패해주는 걸 방지하기라도 하듯, 상대를 지목했을 땐 패배하는 측에 상당한 페널티가 주어진다.

기본적으로 탑 미션을 30일 동안 도전할 수 없고.

등급에 따라 상대가 받는 보상 일부를 cp로 지불해야 한다.

“지면 페널티가 너무 크잖아요!”

“그러니까 안 하지.”

“전 스승님만 믿어요.”

지영이는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시작한다.”

탑 도전 버튼을 누르자,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바벨탑 - 35층]

[코스쿠 산맥에 입장했습니다.]

[미션 - 신에게 바치는 공물]

코스쿠 산맥은 예로부터 태양과 달을 섬기는 부족이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각 진형은 태양 / 달의 신에게 공물을 바쳐서 신의 힘을 일깨워야 합니다.

▶목표: 태양 / 달의 신 깨우기.

▶공물 명단

-태양 / 달의 열매

-우르칸의 심장

-상대 측 플레이어

▶특이사항

사망 시 60분 후에 본진에서 부활합니다.

공물로 바쳐진 플레이어는 자동 탈락 처리 됩니다.

미션 장소는 가파른 산맥.

일행이 소환된 곳은 구름이 아른거리는 높은 산의 정상 부근이다.

꼭대기에 걸려 있는 커다란 초승달 동상.

“달의 진형인가 보군.”

맞은편에도 높은 산이 하나 있는데, 그 끝에는 태양을 새겨 놓은 동상이 떡하니 있다.

서로의 거리는 어림잡아 9킬로미터.

비행 스킬이 없으면 반대 부족의 본진을 노리는 건 불가능했다.

[당신은 달의 신 마마 키쟈를 섬기는 부족입니다.]

[마마 키쟈를 만족시키려면 많은 공물을 바쳐야 합니다.]

[태양의 부족보다 먼저 충분한 공물을 바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태양신 인티가 깨어나서 당신을 불사를 것입니다.]

살벌한 경고문이군.

“저기요, 스승님?”

“왜, 지영아.”

“상대 팀을 공물로 바친다는 건 뭔가요?”

“말 그대로, 붙잡은 포로를 저 제단에 바친다는 거다.”

태양신 인티와 달의 여신 마마 키쟈.

두 신은 남미의 원주민들이 세운 나라, 잉카 제국에서 섬긴 성좌다.

중미에서 따르던 성좌인 케찰코아틀만큼은 아니지만, 이 신들도 꽤나 인신 공양을 좋아했거든.

“이 미션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공물이 상대 플레이어다.”

하얗게 질린 지영이.

미션 정보도 인터넷에 다 풀려 있는데 예습이나 하고 오지.

핑 레이가 흥- 코웃음을 쳤다.

“겁먹은 거면 내 등에나 숨어 있어라.”

“누, 누, 누가 두렵대?”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명심해. 잡히는 것보다는 죽는 게 나아.”

사망 판정을 받으면 60분 후에 본진에서 부활하지만.

잡혀 버리면 상대 부족에게 공물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번 미션에서 탈락 처리가 된다.

“음, 미션 진척도에서 손해를 보는 것도 문제지만 전력도 깎이는군요.”

김영수가 신음을 흘렸다.

“이미 숙지한 사람도 있겠지만, 주 전선은 두 곳입니다.”

두 산자락이 맞닿아서 형성된 계곡.

아래에는 미션에 언급된 제물, 우르칸 무리가 살고 있다.

다른 한 곳은 계곡 옆에 있는 ‘하늘과 땅의 나무’.

“3시간 동안 점거하고 있으면 각 부족에게 맞는 열매가 자랍니다.”

“열매가 포인트가 더 높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보통은 나무의 소유권을 두고 전투가 벌어지죠.”

나무가 있는 동산은 험난한 산간 지대에서 유일하게 평탄한 땅이다.

두 세력이 전면전을 벌일 수 있는 땅.

반면 계곡은 수적으로 열세인 부족이 활동하기 좋은 구조다.

“저희는 어떻게 움직입니까?”

김영수의 질문에 모든 길드원의 눈동자가 내 쪽으로 향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오는 대답.

“당연히 나무 쪽이죠.”

나는 처음부터 전면전을 생각했다.

세 길드가 힘을 합쳤다고?

오히려 좋아.

길드원들의 팀워크를 점검해 볼 기회다.

한 명 한 명이 내가 발품을 팔아가면서 영입한 실력자들이다.

상대는 고작해야 국내 3대 길드에 뽑힌 플레이어들.

반면 우리 길드원들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재능을 지녔다.

내 이름이야 충분히 유명해졌으니, 이제는 길드원들도 세상에 알려질 때가 되지 않았어?

“그럼 갑시다.”

일행은 산자락을 타고 ‘하늘과 땅의 나무’가 있는 지역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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