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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63화 (163/300)

163화

[버림받은 엔트의 정수가 어둠 지배에 공명합니다.]

[어둠의 육체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정수 갈취의 범위가 극야 전체에 적용됩니다.]

“미친.”

너무 놀라서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버림받은 엔트의 정수가 쓸모없다고 말한 걸 사과합니다.

어둠 지배와의 시너지 효과는 제 등급을 넘어선 엄청난 옵션이었다.

비록 [어둠의 육체] 사용 중이라는 제약이 붙는다지만.

지금 같은 소모전에서는 최상의 스킬이다.

카가가각-!

데스 나이트와 합을 주고받는 중에 빠르게 소모되는 내공.

난 극야를 더 뿜어내면서 데스 나이트 무리의 발밑에 깔아 놓았다.

감싼다는 이미지를 떠올리자, 극야가 넓게 펼쳐지면서 데스 나이트들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런 어둠으로는 시야를 가릴 수 없다.」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 것을.」

데스 나이트들은 칼을 휘둘러서 어둠 자락을 찢어 내려 했다.

“고얀지고! 여의 힘을 잔재주로 취급하느냐!”

“진정해. 내가 본때를 보여 줄게.”

슬라임처럼 데스 나이트 무리의 몸뚱이에 달라붙은 극야.

나는 곧바로 정수 갈취를 사용했다.

[정수 갈취의 효과로 접촉한 상대의 에너지를 빼앗습니다.]

광범위하게 펼친 극야.

데스 나이트의 기운이 내 몸으로 스며든다.

「산 자여, 감히 우리의 기운을 탐내다니.」

「어리석구나. 망자의 힘을 받아들이면 그 몸도 멀쩡하지 않을 터인데.」

「너도 곧 우리의 동료가 될 것이다.」

데스 나이트 무리가 악담을 퍼부었지만 정수 갈취를 멈추지 않았다.

빠르게 차오르는 내공.

[혼원룡의 심장]은 데스 나이트의 기운에 섞여 든 망자의 힘을 가볍게 내공으로 치환했다.

암흑 투기고 뭐고, 나한테는 좋은 영양분이란 말.

시간이 지날수록 데스 나이트의 암흑 투기가 옅어졌다.

반면 암영추혼검으로 빚어낸 검기는 예기를 잃기는커녕 더 날카로워졌다.

「필멸자가 어떻게 죽음의 기운을 버텨 내는 거지?」

「이대로 가면 패배한다.」

「거슬리는 어둠부터 베어 내자.」

암흑 투기를 칼에 집중시키는 데스 나이트 무리.

극야를 베어 냈지만.

나는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극야를 다시 방출했다.

탑 지하는 어둠으로 가득한 곳.

극야의 위력과 회복력이 최대치거든.

“칼로 물을 베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극야의 늪에서 허우적대면서 기력을 소모하는 데스 나이트 무리.

「우리의 힘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받아 보아라, 어둠의 힘을!」

기하학적인 마법진이 데스 나이트들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음차원의 마나를 응축시켜서 폭발시키는 [네거티브 버스트]로군.

[탐식의 입 - 내장 스킬: 마나 업소브를 사용합니다.]

꽤 강력한 마법이지만.

검법이 주인 데스 나이트의 마력 수치는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이야, 소모된 마력을 이렇게 회복하네.”

사실은 정수 갈취 덕분에 힘 소모가 거의 없지만.

데스 나이트들은 내 도발에 분개하면서 칼을 휘둘렀다.

얼마쯤 지났을까.

힘 대부분을 빼앗긴 채 무릎 꿇은 데스 나이트의 핵을 암영추혼검으로 찔렀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데스 나이트 무리를 쉽게 쓰러트렸군.

등 뒤에서 지켜보던 코니가 새파란 얼굴이 되었다.

“멀미라도 하면 곤란한데.”

“나리, 필멸자 맞아?”

“보다시피. 아까 다프네도 인증했잖아.”

“한낱 필멸자가 어떻게 그런 무서운 힘을 다루는 건지.”

“후후훗, 모두 여의 덕분 아니겠느냐.”

닉스가 거들었다.

감출 수 없는 만족스러운 미소.

“계약자여, 한데 극야에 다른 기운이 섞였더구나.”

역시 알아보네.

극야의 원주인은 달라도 다르구먼.

“버림받은 엔트의 정수가 극야에 반응하더라고.”

“여의 힘이 영향을 받다니.”

“불쾌한 건 아니지?”

“그럴 리 있겠느냐. 이 또한 새로운 가능성이니.”

닉스는 흥미롭다는 듯 내 극야를 흘겨보았다.

일반적인 성좌라면 자신의 가호를 손상시켰다고 화를 냈을 텐데.

하여간 특이하다니까.

“여신님의 자비로움에 감사드립니다.”

“후후훗, 입에 기름칠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이거라.”

“암요. 제가 여신님을 위해 공물을 준비했죠.”

과장되게 허리를 숙인 채로 욕망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안 보는 척 고개를 돌려놓고는 침을 꼴깍 삼키는 닉스.

나는 두 번째 케이크를 꺼냈다.

“오오오오!”

“히이잇!”

동시다발적으로 흘러나온 탄성.

“넌 안 돼.”

바로 코니를 제지했다.

이것마저 네 입으로 들어가면 닉스가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대의 정성이 갸륵하여 받는 것뿐이니. 오해하지 말거라.”

“예예.”

“후후후훗.”

웃음이나 좀 참고 그런 말을 하시지?

닉스가 케이크를 음미하는 동안, 나도 데스 나이트의 정수를 포식했다.

* * *

위대한 자들의 묘지는 강력한 언데드가 바글바글했다.

다프네의 영역이야 버림받은 엔트의 간격 안으로만 안 들어가면 괜찮지만.

여긴 산 자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았다.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도 관짝을 박차면서 시비를 거는 언데드가 있으니.

“곤란하군.”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초입에서 마주친 데스 나이트는 양호했다.

데스 나이트보다 한 수 위의 언데드 기사, 헬 나이트가 경비처럼 주위를 훑어봤고.

위에는 본 드래곤들이 찢어진 피막을 연신 흔들면서 돌아다녔다.

“거참, 여길 왜 온 건지.”

“조용히 해라.”

어둠의 육체와 밤의 걸음을 동시에 운용해 봤지만 헬 나이트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산 자의 냄새 하나는 잘 맡는단 말이지.

“하나씩 유인하는 건 어떻겠느냐?”

“불가. 저 녀석은 다이아몬드 등급이 와도 안 돼.”

헬 나이트는 공허의 거울과 선법, 융합기공을 모두 사용해도 이길까 말까 한 괴물이다.

끙, 나는 짧게 신음을 흘렸다.

회귀 전에 마주친 데스 로드의 군대는 중·하급 언데드가 다수였는데.

어째서인지 이 무덤에는 상급 언데드가 넘쳐났다.

“나리, 다프네와 계약한 걸 잊지 마라.”

코니가 말한 대로 1층에서 시간을 오래 끄는 건 좋지 않았다.

아포피스의 영역은 지도에 나오지 않은 지역.

잎사귀가 길을 안내해 준다지만, 막상 3계층에서 무슨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말이지.

“포기하기는 아까워.”

나는 여태 흡수해 온 정수들을 쭉 훑었다.

포식한 정수들 중에서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방법이…….

“있군.”

이매망량의 정수를 포식하고 얻은 스킬.

[유체화를 사용합니다.]

[물질과 상호작용이 불가능해집니다. 대신 영적인 힘에 간섭이 가능합니다.]

[주의하십시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유체화를 유지하면 육체가 사라집니다.]

몸이 흐릿해지면서 붕 떠오른다.

-이게 유체화인가?

목소리에 효과음을 넣은 것처럼 붕붕 울린다.

회귀 전·후를 통틀어서 처음 사용해 보는 스킬.

헬 나이트에게 다가가자, 놈의 푸른 귀화가 나를 빤히 보더니 금세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이야, 이매망량의 정수를 이런 식으로 써먹을 줄이야.

-코니야, 넌 여기에 있어라.

“따라오라고 해도 안 갈 거니까 다녀오쇼, 나리.”

-재미없긴.

난 가벼워진 몸으로 움직였다.

무덤 안으로 가던 중에 강력한 언데드 몬스터들이 나를 흘겨봤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까지 효과가 확실할 줄이야.

-저치들은 산 자에게만 반응하는 듯하구나.

-그러게. 일이 쉽게 풀리겠어.

데스 로드의 영역 안으로 들어서자, 관으로 가득한 바깥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꾸르륵.”

땅을 갈아엎는 거대한 벌레.

사체를 몸 안에 저장해 두는 괴물, 데스 웜이다.

데스 로드 휘하의 네크로맨서들은 저 벌레에 비축해 둔 시신들을 사용해서 죽은 자의 군대를 만들었지.

이 땅에서 유일하게 숨을 쉬고 살아가는 ‘생물체.’

그렇기에.

회귀 전의 나는 데스 웜의 정수를 포식했었다.

[유체화를 해제합니다.]

붕 뜬 것처럼 희미해진 감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동시에.

“끼우우우!”

데스 웜이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사체를 비축해 두는 게 주 용도라지만, 놈의 전투력도 만만치 않았다.

탑 지하의 생물체들은 하나 같이 강력했으니까.

엔트보다는 약해도, 플래티넘급 플레이어가 고전할 만한 전투력을 지녔다.

“형이 여기서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거든?”

[마룡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백수제왕무 - 1초식]

[응룡황권을 사용합니다.]

권기가 주먹을 따라 용솟음친다.

비늘 형태를 띠면서 솟구친 기가 비상하는 용의 얼굴로 화하면서 데스 웜의 머리를 향해 나아갔다.

퍼어어엉!

5미터 길이의 데스 웜이 일격에 핏덩어리로 변했다.

데스 나이트나 버림받은 엔트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괴물.

-해치웠느냐?

“아, 그 말 좀 하지 말라니까.”

“ㄲ……ㅜ……ㅇ……ㅓ…….”

고깃덩어리로 변한 데스 웜이 기묘한 신음을 흘리면서 재생하기 시작했다.

“놈은 핵이 두 개야. 하나는 아공간에 숨겨 두지.”

-괴상망측하구나.

“첫 번째로 핵을 터트린 공격에는 내성까지 부여받으니까.”

목숨이 두 개인 괴물.

방금 전처럼 응룡황권으로 일격에 쓰러트리지는 못할 거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것도 그 이유.

“시간을 주면 안 돼.”

나한테는 공격력만 놓고 보면 응룡황권보다 한 수 위인 무공, 암영추혼검이 남아 있다.

[축지를 사용합니다.]

허공에 떠오른 데스 웜의 핵 위로 이동.

밤의 어둠을 벼려 내어 만든 검에 내공을 불어넣어서 휘둘렀다.

푸아아악!

막 재생하던 데스 웜의 몸뚱이가 주저앉았다.

데스 웜의 특징을 몰랐더라면 놈을 상대한답시고 시간이 꽤 끌렸겠지.

두 개의 핵.

처음의 공격에는 내성까지 생기며, 맷집도 엄청난 괴물이다.

[데스 웜에게 포식을 사용합니다.]

고깃덩이가 된 데스 웜의 사체를 포식하고는 바로 유체화를 전개했다.

이 땅에서 오래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니.

유체화를 거듭 사용했다가 해제를 반복하며 데스 웜들을 사냥했다.

[데스 웜에게 포식을 사용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고대]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늘어나는 내장 스킬이 추가됩니다.]

[늘어나는 내장]

등급: ★★★

분류: 패시브

내장에 아공간을 만든다.

삼킨 물건을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아공간에 보관할 수 있다.

보관 가능 용량은 사용자의 몸무게의 10배다.

기괴한 스킬명.

이름만큼이나 활용 방법도 기묘했다.

아공간이 하나 추가되는 건 좋지만, 보관 방법이 ‘먹는 것’인지라 막상 활용하기가 까다롭다.

회귀 전에는 은근히 잘 써먹은 스킬이긴 해도.

이번에는 욕망의 주머니도 있으니 급한 상황이 아니면 안 쓸 거다.

-그대가 애써 얻을 만한 정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만.

“다 노리는 게 있어.”

[데스 웜의 정수가 포식 능력에 공명합니다.]

[포식 사용 시 맷집 스텟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이제 감이 오지?

탑 지하에서 내가 노리고 있는 괴물들은 모두 ‘포식’에 시너지 효과를 부여하는 정수를 가지고 있다.

계획대로 탑 지하에서 정수를 모두 포식하게 되면 얼마나 더 빨리 강해질까.

나는 잇몸을 드러내고 웃었다.

-또 그 웃음이로구나.

한탄하는 닉스.

사람 웃는 거 가지고 왜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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