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래피드대시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정수 등급 : 고대]
[포식한 정수 :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민첩 + 40]
[스킬 - 블레이징 소울이 추가됩니다.]
[블레이징 소울]
등급 : ★★★
분류 : 액티브
화염을 두르고 전력으로 돌진한다. 피격 시 150%의 근력 피해와 불 속성 대미지가 추가된다.
상당한 마나를 소모하며, 마나를 추가 소모하면 돌진 속도가 상승한다.
[맹렬한 돌진]과 비슷한 스킬.
둘 다 3성 급 돌진기이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
화염 대미지가 추가되는 옵션.
물리 공격에 면역인 적한테 효과적인 스킬이다.
여러 마법 및 기를 유형화하는 경지에 이른 나한테는 크게 도움 될 게 없는 옵션이지만.
말했잖아?
필요 없는 정수는 없다고.
[파이어 웜의 정수가 래피드대시의 정수에 반응합니다.]
[두 정수를 융합하여 새로운 스킬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화염 영혼의 낙인 스킬이 생성됩니다.]
[화염 영혼의 낙인]
등급 : ★★★
분류 : 액티브
대상의 영혼에 화염 낙인을 찍는다.
상태 이상 ‘화상’을 유지하며 민첩 20%를 감소시킨다.
회귀 전에도 얻었던 스킬.
파괴에 치중한 화염 계열 마법 중에서 몇 없는 디버프 주문이다.
-이상하구나. 두 정수와 전혀 관련 없는 스킬이 나오다니.
“래피드대시는 스스로의 영혼을 태우거든.”
영혼이라는 매개와 불이 엮이면서 생성된 디버프 주문.
[파이어]의 시너지 효과를 받기 때문에 어지간한 저주보다 뛰어났다.
치유 스킬도 있겠다.
서포터로 뛰어도 1인분은 하겠어.
▶메인 미션 - 분노의 질주를 통과했습니다.
▶래피드대시보다 더 빠르게 입장했습니다.
▶31층 최고 기록입니다. 강화된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블랙 헤일 스톰] 주문서가 주어집니다.
4성 급 물 마법 주문.
래피드대시를 쓰러트렸더니 보상이 꽤 빵빵했다.
“팔면 돈 꽤나 되겠어.”
-그대가 익히는 편이 도움되지 않겠느냐?
“이런 건 직업 제한이 있어.”
아이템 정보를 띄워 주자, 제한에 [마법사 계열]이라는 글자가 써 있었다.
마력 제한이야 동레벨 마법 계열 플레이어보다 스텟이 높은 덕에 의미가 없었지만.
이렇게 습득 제한에 직업군이 걸려 있는 스킬 북은 익히지 못했다.
-흐응. 의외로 불편한 부분도 있구나.
“포식해서 얻으면 되니까 불편하지는 않아.”
회귀 전에도 어지간한 마법 계열 플레이어보다 능숙하게 마나를 재배열했던 몸이다.
지금도 습득한 마법들을 능숙하게 사용하잖아?
몸은 회귀 전으로 돌아갔어도 경험이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늘은 한 층만 공략하겠느냐?
“아니. 34층까지는 안 멈출 거야.”
팀, 혹은 길드 단위로 진행하는 미션은 35층부터다.
보상을 챙겨 두면 자금 융통에 도움이 되겠지.
-이틀이면 되겠구나.
“그러게.”
나는 피식 웃었다.
* * *
진호가 다시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국내 유력 길드들에도 들어갔다.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영입 대상으로 여겨졌던 슈퍼 루키.
하지만.
신준석과 홍윤수, 두 랭커가 진호의 길드에 가입하면서 기존 길드들의 파워 밸런스를 위협할 신성으로 떠올라서다.
“이것 참. 곤란하게 되었군.”
화랑 길드의 대표.
오장우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마구 헝클인다.
그 주제는 당연히 ‘유진호'였다.
‘박종원이 당했을 때만 해도 녀석이 멍청하다고만 여겼다.’
화랑 길드와 진호의 악연은 지난 11월에 진행된 튜토리얼 때부터 시작되었다.
길드에서 심혈을 기울여 양성한 플레이어들이 튜토리얼에서 망신을 당했을 때만 해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화랑과 연관이 있는 언론에 찌라시를 풀어서 진호의 위상을 조금 깎아내리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는 화랑의 아성에 도전할 ‘가능성'을 지닌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탑이 나타난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이렇게나 단기간에 광채를 발한 플레이어가 있던가?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진호의 유명세는 화랑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활약상이 대단하다곤 해도 결국 실버 등급.
부루섬에 나타난 게이트를 인도네시아에서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은 등급 제한 때문이다.
고등급 게이트가 나타났을 땐 결국 진호 대신 화랑이나 불사조 같은 대형 길드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신준석과 홍윤수. 그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유진호와 손을 잡은 거지?’
국내 최강의 플레이어.
탑에서는 1위부터 10위까지를 선정, [랭커]라는 칭호를 내려 주었다.
미션 공략 시 추가 보상.
능력치 및 숙련(성취)도 추가 보정.
그 외에도 여러 혜택이 주어지며, 또한 탑이 보장하는 정상급 플레이어들이다.
랭커 중 여태까지 길드를 가입하지 않은 것은 두 사람뿐.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탑 공략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홍윤수와 신준석이다.
그런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 진호의 길드에 섭외되었다.
‘이 균형이 무너지는 건 좋지 않다.’
진호라는 변수.
변화에 대처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없었다.
오장우는 눈빛을 굳혔다.
‘대처할 수 없다면 짓누를 뿐.’
마침 우회 경로로 들어온 제안도 있겠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황 비서.”
“부르셨습니까?”
“불사조와 백호에게 메시지 좀 보내 주게.”
“어떻게 보내면 되겠습니까?”
“조용하게 밥 한번 먹자고.”
오장우는 그 말을 던지고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다음 날.
화랑과 불사조, 그리고 백호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래간만입니다. 양정수 대표, 그리고 서현민 대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일어나는 오장우.
불사조와 백호의 대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인사를 받았다.
“이 사람들이. 너무 정 없는 거 아니오?”
불사조 길드의 마스터인 양정수는 짧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글쎄. 우리가 언제부터 한가하게 인사를 주고받을 만큼 사이가 좋았나.”
“시간은 돈입니다. 화랑 대표께서는 유념해 주시길.”
뒤이어 대꾸한 백호의 길드 마스터, 서현민.
“크크. 그래도 나온 걸 보면 같은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오장우는 사람 좋은 표정을 거두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 대표의 안면을 훑었다.
지진이 난 것인 양 떨리는 밥상.
한국 랭킹 1위 플레이어답게, 억눌렀던 기백을 일부 해방하는 것만으로 주위의 공기가 떨렸다.
“유진호. 그자를 어떻게 할지 말이야.”
두 대표는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무소속이던 두 사람이 길드에 가입했어. 그것도 1년 차인 애송이지.”
“신준석, 그리고 홍윤수. 두 사람을 무슨 수로 움직인 건지.”
양정수가 투덜거렸다.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움직이지 않았던 랭커.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플레이어 관련 테마주가 오르락내리락할 정도였다.
“가만두면 국내 길드 랭킹에 큰 바람이 불 것이라고 보는데. 두 대표의 의견은 어떤가?”
서현민은 잠잠히 있다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뭘 어떻게 합니까? 관망해야지요.”
“우리 중에 가장 급한 게 백호 길드 아니던가.”
오장우는 비릿한 웃음을 띠었다.
화랑 – 3
불사조 – 2
백호 – 2
국내 3대 길드의 랭커 보유 숫자다.
여기에서 길드장이 랭커가 아닌 곳은 백호가 유일했다.
무소속 랭커 둘이 다른 길드로 들어갈 경우, 화랑이나 불사조보다는 백호의 입지가 불안한 건 모두가 인지하는 부분.
“그래서요?
“호오. 백호 길드장님은 별로 관심이 없으시다는 말인가.”
서현민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난 유진호 플레이어한테 빚을 하나 졌다.’
진호한테 참패한 흑호 팀.
길드 경영권을 탐내던 둘째 형인 서정민은 그날 이후 발언권을 완전히 박탈당했다.
백호의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겼지만, 서현민 개인으로 볼 때는 길드 경영권을 다시 한번 확립시킨 계기.
‘이번 기회에 그 빚을 갚을 수 있겠어.’
서현민이 화랑의 제안을 못 들은 척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진호의 무시무시한 성장세.
이 속도라면 그가 기존의 랭킹 체계를 무너트리고 우뚝 솟을 게 분명했다.
‘비가 올 때는 처마에서 피해 가야 하는 법.’
서현민이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을 때.
“백호는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은데. 불사조는 어떻소?”
“뭐, 한 번쯤은 기를 꺾어 두는 게 맞는 것 같다만. 마땅한 수가 있는지 모르겠군.”
“길드 연합 팀 결성.”
오장우는 미리 생각해 둔 답을 꺼냈다.
실버 등급에 있는 두 길드의 유망주들을 한 팀으로 묶어서 진호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불사조 길드 마스터의 입가가 씰룩였다.
“흥미로운 제안이군.”
“35층이라면 길드 단위로 진행해야 하는 미션이니. 수적 우위를 살릴 수 있을 거요.”
오장우는 다시 한번 서현민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한 숟가락이라도 뜨고 가시지?”
“공사가 다망해서 이만.”
서현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늦은 밤.
수련을 마치고 휴대전화를 집자,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처음 보는 번호.
무시하려고 했지만 같은 번호로 온 문자를 보자마자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반복적으로 울리는 수화음.
-직접 전화를 하는 건 처음이군요. 유진호 플레이어.
“그러게 말입니다. 백호 길드장님.”
부재중 전화의 주인공은 국내 3대 길드장 중 하나인 서현민이었다.
이 양반이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건지 궁금하군.
-늦은 시간에 연락해서 미안합니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서현민은 곧장 본론으로 넘어갔다.
화랑과 불사조의 야합.
35층에서 두 대형 길드의 신예들을 묶어서 만든 팀으로 나한테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이런 이야기가 오갔으니 참고하시죠.
서현민은 짧게 설명을 마쳤다.
국내 3대 길드 중 둘의 연합이라.
내 예상보다도 빠른 움직임이다.
“감사합니다. 백호 길드장님.”
-유진호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근데 이 정보를 저한테 말씀해 주시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둘째 형님에 대한 빚은 갚아야지요.
흑호의 난의 주인공.
서정민을 납작하게 눌러 준 걸 말하는 것이군.
“보은치고는 너무 큰 대가 아닙니까?”
백호에서 이 정보를 흘린다는 건, 역천 길드 견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간접적인 어필이다.
국내 3대 길드 중 둘이 손을 잡은 상황.
백호가 그 자리에서 발을 뺐다는 사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 말입니다. 어릴 적부터 감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감…… 이요?”
-예. 이번 결정은 전적으로 제 감입니다.
“제가 그만큼 대단한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이 말이군요.”
-틀리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죠.
회귀자도 아니면서 감 하나 믿고 자신 있게 밀어붙이다니.
역시 대기업 오너 가문 출신은 투자의 감각도 남다른 걸까.
“기대에 부응하려면 더 노력해야겠군요.”
-35층 미션. 기대하겠습니다.
화랑과 불사조. 그들과 경쟁하는 상황이라.
꽤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군.
회귀 전에는 한 번도 벌어진 적 없는 두 길드의 공조.
변화하는 미래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