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42화 (142/300)

142화

『오염된 왕좌의 주인이 팝콘을 먹습니다.』

『지혜의 탐구자가 당신의 판단을 의아해합니다.』

『천상의 신이 조바심을 드러냅니다.』

…….

고작 실버 등급 승급전.

이렇게나 많은 성좌들이 관심을 드러낼 만한 무대가 아니다.

-무수한 별빛의 광채가 느껴지는구나.

“그러게.”

나는 가볍게 웃었다.

주목받는 느낌.

정상에 오르려면 이 정도 압박감 쯤, 얼마든지 이겨 내야 한다.

워 골렘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알렉시스는 불안감과 의구심 섞인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자식, 의심하기는.”

-계약자여, 여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느냐?

“괜찮아. 힘들면 말할게.”

[워 골렘이 제작되었습니다.]

[제작 진형은 그리스 측입니다.]

[워 골렘의 가동 시간은 3시간입니다.]

[12시간 후, 워 골렘을 재생산할 수 있습니다.]

회색으로 물든 공장.

워 골렘을 생산하고는 비활성화 된 모습이다.

땅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강철로 빚어낸 거인이 벌어진 틈새로 솟아올랐다.

-필멸자들이 만든 조악한 병기 치곤 꽤 강한 마력을 풍기는구나.

“티탄 신족을 본떠서 만든 골렘이니까.”

-우라노스, 그 아이의 자녀들을 말하는 것이더냐?

아, 그러고 보니 우라노스가 가이아의 아들이니, 닉스보다 항렬이 아래구나.

새삼 닉스의 위대함(?)을 간접적으로 체감했다.

“뭐, 그런 셈이지.”

놀란 기색을 최대한 누른 채로 대꾸했다.

타이탄.

필멸자들이 거신의 힘을 동경하여 만들어 낸 마도 병기.

탑승자의 마력을 증폭, 그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부여하는 강력한 전투 골렘이다.

에르델 섬의 공장은 타이탄의 초기 버전을 개발했다는 설정이고.

아니. 고대의 협곡처럼 실제로 있는 지형을 따온 것이려나.

-저 인형에게 붙이기엔 거창한 이름이로구나.

“타이탄에 비하면 약과야, 저건.”

워 골렘은 타이탄의 시제품이다.

가동 시간, 증폭률 모두 타이탄에 비해서 훨씬 떨어지지만.

상대하기 까다로운 강적인 건 마찬가지였다.

워 골렘이 모습을 드러내자 곧바로 [뇌신의 걸음]을 사용하는 알렉시스.

그리스 측 플레이어들은 결의 섞인 표정으로 내 앞을 막아섰다.

“안 간다고 했잖아.”

스르릉-!

돌아오는 건 날선 병장기의 날이었다.

하여간 사람 말을 못 믿어요.

「가동 시퀀스. 시작.」

기계적인 음성.

워 골렘의 동공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왔다.

15미터 크기의 골렘.

사람이 타는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만큼, 구조는 인간과 흡사했다.

이족 보행 구조.

떡 벌어진 어깨와 다부진 체구.

쿵! 쿵! 워 골렘은 알렉시스의 마력으로 기동을 시작했다.

「힘이 넘쳐나는구나. 이 힘이라면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알렉시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증폭된 마력 파동.

천안으로 보고 있자니,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제 볼일은 다 봤군.”

「뭣이라?」

“기다리는 동안 나름 준비를 했거든.”

[솔라 익스플로전을 사용합니다.]

암암리에 끌어올린 마력으로 작은 태양을 구현.

알렉시스가 워 골렘에 탑승하고는 제 힘에 취해 있는 동안 정면으로 투척했다.

구체에 담긴 열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사.

옆에 있던 그리스 측 플레이어 집단까지 폭발의 반경에 휘말렸다.

“끄아아악!”

“모, 몸이…….”

대부분은 일격에 즉사.

솔라 익스플로전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어도, 여파로 퍼진 열기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흥. 그따위 잔재주가 나한테 통할 성싶으냐?」

매캐한 연기를 뚫고 나오는 워 골렘.

솔라 익스플로전의 진원지에 서 있었지만, 가슴팍이 조금 우그러진 것 빼고는 눈에 띄는 피해가 없었다.

-그 공격을 맞고도 외형을 유지하다니. 대단하구나.

“마법 저항력이 뛰어나거든.”

-필멸자들의 병기치고는 제법이도다.

“그래 봐야 파일럿의 기량에 좌우되는 병기야.”

알렉시스를 무시한 채, 닉스에게 워 골렘의 장 · 단점을 설명했다.

「네놈. 방금 발언은 파일럿 기량이 부족하다는 말이렸다?」

“나름대로 돌려서 말했는데. 잘 알아들었네.”

「건방진 노오오옴!!!」

워 골렘이 전진했다.

발을 한 번 디딜 때마다 흔들리는 지면.

“괘, 괜찮은 겁니까?”

“미리 말한 대로 움직여 주세요.”

“알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유진호 님!”

한국 측 플레이어들은 워 골렘이 움직이자 뿔뿔이 흩어졌다.

워 골렘한테 제대로 된 타격도 못 줄 광역기를 왜 썼다고 생각하나?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시간 끌어서 좋을 것도 없잖아.”

「비겁한 놈. 위대하신 제우스께서 지켜보고 있는데, 신성한 결투를 이런 식으로 피할 생각이냐?」

“멍청하기는. 시간 아낀다고 했잖아.”

그리스 측 플레이어 대부분을 일격으로 몰살시킨 상황.

포인트를 따기에는 제격이지.

“그리고 뭔가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백수제왕무 - 10초식]

[백택군림각을 사용합니다.]

족적에서 퍼져 나간 충격파가 워 골렘이 밟고 서 있는 땅을 뒤흔든다.

한순간 중심을 가누지 못하는 워 골렘.

곧바로 거리를 좁히고는 응룡황권으로 워 골렘의 정강이 부위를 가격했다.

쿠웅! 강철에 마법적 조치를 취해 강화시킨 동체에 선명한 주먹 자국이 새겨졌다.

“거점이 모두 점령당하기 전에 워 골렘도 박살 날 거다.”

뒷걸음질 치며 자세를 잡은 워 골렘이 멀쩡한 왼발로 바닥을 스치듯이 찼다.

[운류보를 사용합니다.]

워 골렘을 가격한 위치에서 순식간에 이탈.

「어디에 있나!」

“잘 찾아봐. 여기 있잖아.”

골렘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파고든 후, 아까 가격한 곳을 다시 후려쳤다.

「이, 이 건방진 노오옴!!」

워 골렘의 코어에서 막대한 마나가 일시에 방출되었다.

이건 좀 위험하군.

그 자리에서 축지를 사용, 전장에서 이탈했다.

직후에 워 골렘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커다란 번개.

제법 거리를 두었는데도, 스파크가 튈 정도로 강력한 뇌기다.

-아까도 느낀 거지만, 그대는 저자를 상대하는 게 익숙해 보이는구나.

“너무 뻔하잖아.”

회귀 전의 기억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 대충 둘러댔다.

뇌신의 심판.

사용자에게 커다란 번개를 떨어트려서 공 · 방으로 동시에 운용.

또한 잔여 뇌기를 흡수해서 버프로도 삼는 강력한 버프 기술이기도 하다.

나한테 쥐어 터지면서도 비장의 수를 아껴 두고 있었네?

“이제 승리의 주문을.”

-머리를 여의 앞으로 조아리거라.

[밤의 축복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

[피오르의 축복이 스며듭니다.]

여태 아껴 왔던 버프도 사용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전력을 다했던 게 아니거든.

“빨리 끝내자고.”

워 골렘의 정수도 얻고.

제우스한테서 보상도 뜯어낼 생각을 하니 행복하구먼.

* * *

타이탄의 프로토타입.

워 골렘은 확실히 강하다.

기본적으로 마법에 강력한 저항력을 지녔으며, 사용자의 마력을 증폭시켜 주기까지.

내가 저 워 골렘에 탑승하면 미국의 랭커인 엘렌도 이길 수 있을걸?

물론.

「으아아아!!」

증폭된 마력을 완벽하게 다루어냈을 때의 이야기다.

사방으로 튀는 번개.

워 골렘의 증폭 효과로 몇 배나 강해졌지만, 그중 내 몸에 닿는 건 하나도 없었다.

「어째서! 하나도 맞지 않는 거냐!」

“네 능력이 부족해서지.”

「제우스의 선택을 받은 내가! 배후성도 없는 너 따위한테 질 리 없다!」

“배후성이 없는 게 아니라 안 고른 거다, 멍청아.”

[뇌신의 창]

정면으로 쭉 뻗어 오는 번개.

소용돌이치는 뇌전에 땅거죽과 나무가 찢겨 나간다.

저 공격을 받아치는 건 나조차도 위험했다.

“그래 봐야 피하면 그만.”

축지를 전개해서 공간을 도약, 워 골렘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었다.

철로 된 동체에서 작은 뇌전들이 솟구쳤지만, [메탈 반사 장갑]과 극야로 버텨 냈다.

스스슷!

극야로 빚어낸 흑색 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암영추혼검으로 워 골렘의 관절 부위를 베어 내자, 커다란 동체가 흔들거렸다.

처음부터 집요하게 노렸던 오른쪽 다리.

쿵, 워 골렘은 주춤거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감히, 신왕의 계약자를…….」

“그 감히라는 말, 되게 자주 한다?”

[백 스텝을 사용합니다.]

[재빠른 도주를 사용합니다.]

쭉 밀려나는 몸.

등을 보인 채로 다시 거리를 벌렸다.

한발 늦게 쇄도하는 번개.

이미 다리를 부숴 놨기에 나를 쫓지도 못했다.

제자리에서 손을 허우적거리는 게 최선.

-용케도 상처 하나 안 입었구나.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았으면 상처고 뭐고 끝이었을 걸?”

진심이다.

워 골렘의 마력 코어로 강화된 알렉시스의 번개.

전투의 여파로 인근 지형이 제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버렸다.

“결국 이기는 건 나지만.”

-교만함은 마음을 좀먹는 독이니라.

“이럴 땐 잘난 척해 줘야지.”

-후후훗, 이 정도는 해 줘야 여의 계약자라는 직위가 어울리지 않겠느냐?

방금 전에 교만하지 말라고 했던 게 누구셨더라.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난 히죽이며 워 골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마력을 다 소모했겠어.”

천안(千眼)에 비쳐지는 알렉시스의 마력이 전보다 훨씬 약해졌다.

이 정도면 워 골렘을 구동시키는 정도겠군.

-하면 저 인형은 이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더냐?

“허우적거리는 정도야 가능해.”

워 골렘은 느리다.

압도적인 파괴력과 사거리를 지녔지만, 움직임을 주시하면 회피야 쉬운 일이다.

덩치가 큰 탓에 사각도 있고.

“그러게 누가 흥분해서 마력을 펑펑 쓰랬나.”

「벌레 같은 놈이!」

“오, 이제야 다른 욕을 하네.”

만약 알렉시스가 냉정하게 나를 몰아붙였으면 이렇게까지 수월하진 않았을 거다.

번개는 자연을 구성하는 속성 중 가장 빠르고 강력한 성질.

“좀만 생각을 다르게 했어도 꽤 힘들었을 거다.”

-그래서 도발을 한 것이로구나.

“보기 좋게 넘어와 줘서 다행이지.”

워 골렘을 앞에 두고 느긋하게 닉스와 대화했다.

마력은 이미 대부분 소진.

워 골렘의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게 고작이다.

그것도 꽤 위협적이긴 한데 오른다리의 관절을 부숴 놓아서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터.

“말 그대로 깡통이지.”

원체 튼튼한 녀석이라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파괴했다.

알렉시스가 간헐적으로 팔을 허우적대며 반항했지만, 터럭만큼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2시간 가까이 타격한 후에야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워 골렘.

조종석에 있던 알렉시스까지 완벽하게 제압했다.

[워 골렘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고대]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근력 + 20]

[맷집 + 10]

[스킬 - 불굴의 육신이 추가됩니다.]

[불굴의 육신]

등급: ★★★

분류: 패시브&액티브

강한 충격을 받아도 경직되지 않는다. 또한 사용자의 마력으로 한계 이상의 힘을 육체에 부여할 수도 있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패시브와 액티브를 겸하는 스킬.

충격 무효화는 이미 다른 정수에서도 얻은 거지만, 중복으로 적용되었다.

아이템이나 공격 중 일부에는 충격 저항을 무효화하기도 하거든.

또한, 한계를 넘어선 힘을 펼치게 해주는 액티브 효과도 꽤나 유용했다.

-고생한 것치고는 아쉬운 효과구나.

“여신님도 보는 눈이 늘었네.”

-후훗, 여의 통찰력을 무시하지 말거라.

고대급 스킬치곤 아쉬운 능력.

하지만.

[불굴의 육체]의 진정한 사용처는 다른 곳에 있다.

필멸자들이 티탄 신족을 흉내 낸 병기, 타이탄.

그 정수까지 흡수하면…….

“흐흐흐.”

-또 그리 웃는구나.

“아니. 곧 내기에서 승리하잖아.”

난 애써 말을 돌렸다.

회귀 전의 정보를 떠올렸다고는 말 못 하지.

워 골렘을 쓰러트리고 한 시간 후, 한국 팀은 승급전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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