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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40화 (140/300)

140화

현무제암고에 튕겨 난 알렉세이가 왼쪽 무릎으로 땅을 그셨다.

억지로 중심을 잡느라 바닥에 기다란 선이 그어졌지만.

가까스로 현무제암고의 힘을 버티거나 흘려보내면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호오, 튕겨 나는 와중에 번개의 힘으로 자세를 잡았구나.

검어진 바닥.

제우스와 계약하면서 받은 뇌전 속성 마나다.

한발 늦게라도 반응을 한 걸 보면 신왕의 계약자에 어울리는 실력을 지녔다.

그래. 상대가 안 좋을 뿐이지.

“와우, 슈퍼 히어로 랜딩.”

“이…… 건방진 놈이!”

“보자마자 삿대질하는 너보다 건방질까?”

“크흣, 위대한 성좌시여. 방금의 실책을 금방 만회하겠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치는 알렉시스.

볼썽사납게 자빠졌으니 제우스를 보기가 민망할 거다.

근데 말이야.

“날 두고 한눈팔면 곤란한데.”

운류보와 전력 질주를 동시에 전개.

벌어진 거리가 다시 한번 빠르게 좁혀졌다.

“두 번이나 당해 줄 것 같으냐!”

“응. 그럴걸.”

[핏빛 도취를 사용합니다.]

막 양손을 펼치려던 알렉시스의 자세가 무너졌다.

범위 안의 생물들을 내 쪽으로 당겨오는 어그로 스킬.

사용하기에 따라 이런 식으로 적의 자세를 무너트리는 것도 가능했다.

놈의 손가락 끝에서 솟구치는 번개 다발.

[어둠 지배를 사용합니다.]

극야로 번개 다발을 쳐 내고는 알렉시스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었다.

“큭!”

“아까 공격은 인사였어.”

손가락 끝에 모인 시커먼 기운.

광서지로 알렉시스의 가슴팍을 푹 찔렀다.

그 순간.

파지지직!

놈의 몸뚱이가 번개로 변했다.

먹이를 휘감는 아나콘다처럼 손가락에 착 감긴 번개.

당황하지 않고 극야와 [메탈 반사 장갑]을 전개, 몸에 달라붙는 번개를 땅으로 흘려보냈다.

-그대여, 다친 곳은 없느냐?

“보다시피.”

나는 손을 털면서 대꾸했다.

번개의 화신.

회귀 전에도 겪어 본 적 있는 알렉시스의 스킬이다.

번개로 자신의 더미를 만드는 동시에 위치를 바꾸는 위기 탈출 스킬.

사용자의 육체를 구현한 번개 자체의 위력도 강해서 공·방을 겸하는 뛰어난 기술이다.

“손가락이 찌릿찌릿하네. 잔재주치곤 제법이야.”

난 반대쪽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알렉시스가 어느새 내 등 뒤로 이동해 있었다.

“내 번개를 정면으로 맞아 놓고도 멀쩡하다고?”

“정전기 수준 가지고 유세 떨기는.”

“이…… 건방진 놈!”

“너는 할 줄 아는 말이 건방지다는 것밖에 없냐?”

“아무래도 신왕께서 주신 힘을 제대로 맛봐야 정신 차리겠구나.”

알렉시스의 손과 발, 그리고 머리카락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뇌신의 오른팔]

[뇌신의 왼팔]

5미터 크기로 팽창한 번개가 사람의 팔뚝 같은 형상을 유지한다.

알렉시스는 지면을 차면서 번개를 방출, 가속하면서 번개 주먹을 내질렀다.

순간 속도만큼은 운류보에 비견될 정도로 빠르군.

자연을 구성하는 여러 속성 중, 가장 빠르고 강력한 게 번개다.

다루기가 까다롭다는 것 빼고는 단점이 거의 없단 말이지.

[암영추혼검을 사용합니다.]

[어둠 지배를 사용합니다.]

극야로 흑검을 구현.

우직하게 정면 대결을 건 알렉시스의 주먹을 베었다.

번개조차 가르는 검.

닉스의 힘과 내공이 더해진 일격에 알렉시스의 번개가 제 형태를 잃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손등에 새겨진 기다란 자상.

“어, 어째서?!”

알렉시스는 당황한 와중에도 왼팔을 휘둘렀다.

파훼된 것은 [뇌신의 오른팔].

놈의 왼팔에 깃든 번개는 멀쩡했지만.

“우연인 것 같냐?”

서걱!

결과는 동일했다.

암영추혼검이 베어 낸 번개.

번개를 조종하는 팔뚝과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상처가 크진 않았다.

“제길!”

알렉시스가 뒷걸음질 쳤다.

[뇌신의 발자국]

도망치면서도 족적에 뇌기를 심어 두다니.

회귀 전에 보여 주었던 전투 스타일은 이미 이 시기에 정립이 되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고맙지.”

나는 족적에서 2미터가량 거리를 두고 알렉시스를 쫓았다.

빙 돌아서 놈의 등 쪽으로 파고드니까 당황으로 물드는 알렉시스의 눈동자.

“왜, 뭐가 잘 안 돼?”

“빌어먹을!”

“욕 말고 다른 말은 할 줄 모르나.”

[뇌신의 걸음]

알렉시스의 몸뚱이가 하얗게 빛났다.

순간 이동의 전조.

작동 원리는 다르지만, 축지와 마찬가지로 공간을 넘는 강력한 이동 스킬이다.

[천안(千眼)을 사용합니다.]

[축지를 사용합니다.]

마력의 파장을 읽어 내면 알렉시스가 어디로 이동할지 알 수 있다.

거의 동시에 축지를 사용.

말이야 쉽지만, 알렉시스가 [뇌신의 걸음]을 사용한 직후에 두 가지 스킬을 운용했기에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았다.

나는 막 육체를 재구성한 알렉시스의 목덜미를 잡았다.

“커, 커컥?!”

“피하는 법을 모르는구나.”

놈의 목을 그대로 땅에 내리꽂자, 커흑- 하고는 마른 비명이 튀어나왔다.

괴력까지 사용해서 목을 쥐는 순간, 다시 한번 알렉시스의 육체가 번개로 화했다.

벌써 재사용 시간이 다 되었군.

[메탈 반사 장갑을 사용합니다.]

[탐욕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금속 갑각을 탐욕의 가호로 강화, 번개를 그 자리에서 버텨 냈다.

-미꾸라지 같은 자로고.

“그것도 영원하지는 않을 거다.”

짧게 떨리는 몸.

강화한 메탈 반사 장갑으로도 번개를 모두 떨쳐 내지 못한 탓에, 신경 일부가 말을 안 들었다.

“이, 괴물.”

“대등하게 싸우고 있으면서 무슨 괴물이야?”

“건방진 놈. 나를 농락하다니.”

알렉시스의 얼굴이 굴욕감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는.

“알아챘네?”

하고 씩 웃었다.

난 여태까지의 공방에서 한 번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알렉시스도 상처가 거의 없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마력 소모였다.

[뇌신의 걸음]

[뇌신의 그림자]

공간 이동.

그리고 번개로 분신 제작.

둘 다 마력 소모가 엄청난 스킬이다.

전투를 벌인 지 1분 만에 반 가까이 소모된 알렉시스의 마력.

“강한 스킬을 남발하면 대가가 따르는 법.”

“성좌이시여. 제게 힘을!”

“성좌는 무슨. 머리 좀 식히고 와라.”

[핏빛 도취를 사용합니다.]

확 당겨지는 알렉시스의 몸뚱이.

놈이 번개를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내 손이 더 빨랐다.

[백수제왕무 - 5초식]

[광서지를 사용합니다.]

심장을 꿰뚫는 다섯 손가락.

알렉시스의 몸뚱이가 간헐적으로 떨리더니, 가루로 변했다.

▶서브 미션 - 신의 대리자를 수행 중입니다.

▶유진호 1 : 0 알렉시스 파판드레우.

성좌님의 후원 감사드립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꺼어억.

* * *

실버 승급전의 핵심은 거점 관리다.

에르델 섬 곳곳에 위치한 거점.

점령이야 사람만 세워 둬도 되지만, 중요한 건 획득한 거점을 보호하는 것이다.

한 시간마다 획득한 거점의 개수대로 점수가 오르는 방식.

거점 여러 개를 손에 넣어도 지키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하면, 그대는 무엇을 위해 거점을 점령하느냐?

“무력시위.”

에르델 섬 서부.

나는 그리스의 시작 지점과 가까운 곳에 있는 거점들을 순회했다.

[소형 거점 - 마법 학교를 점령 중입니다.]

[남은 시간 - 00:03:25]

혼자서 점령 가능한 건 소형 거점뿐.

나는 알렉시스를 쓰러트린 직후, 운류보로 에르델 섬 서부에 위치한 소형 거점을 하나씩 점령했다.

이 정도면 입질이 올 때가 되었는데.

“저기 있다!”

“건방지게 우리 거점을 빼앗아?”

“한 명뿐이다. 협공해서 쓰러트리자!”

그리스 측 플레이어 다섯 명이 소형 거점으로 다가온다.

[아이스 스피어를 사용합니다.]

[탐욕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얼음 창 다발을 허공에 고정시킨 채로 플레이어 무리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한 명이 나를 보고 삿대질을 했다.

“잠깐. 한국인 플레이어라면 그 향신료 제도의 영웅 아니야?”

“그러고 보니.”

-호오, 이제는 외국인들도 모두 그대를 알아보는구나.

“귀찮게 말이야.”

쉽게 좀 가나 했더니.

느슨한 태도로 다가오던 그리스 플레이어 무리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본다.

“뭐, 달라질 건 없지.”

탐욕의 가호로 허공에 붙들어 놓았던 아이스 스피어를 일제히 해방.

쇄애애액-!

매서운 기세로 그리스 플레이어 무리에게 날아들었다.

[더블 배리어]

“침착하게 막아 내면 아이스 스피어 따위…….”

와장창!

날카롭게 벼려진 얼음 창이 방어막을 꿰뚫고, 그 뒤에 있던 서포터의 급소를 관통했다.

내 마력 수치는 어지간한 마법 계열 플레이어보다 높다.

거기에 탐욕의 가호로 위력을 증폭시켰으니.

내 마법을 평범한 아이스 스피어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피해!”

넷으로 줄어든 플레이어들은 저항하는 대신 뿔뿔이 흩어졌다.

제법 판단이 빠르잖아?

“귀찮게 하는군.”

난 탐욕의 가호를 컨트롤했다.

직선 코스로만 날아가는 아이스 스피어이지만.

탐욕의 마력으로 물들인 창은 어느 정도 방향을 틀 수 있다.

직선으로 나아가던 아이스 스피어가 궤도를 틀었다.

흩어진 플레이어들의 등 뒤에 따라붙은 창끝.

“이건 말도 안…….”

“돼.”

대꾸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스 스피어가 플레이어들을 관통했다.

-차라리 마법사로 전향하는 것은 어떠느냐?

“안 돼. 손맛이 없어.”

-까다롭기는.

닉스에게 대충 말했지만, 마법은 나랑 안 맞는다.

튜토리얼에서 [용의 심장]을 빠르게 얻은 덕에 마력 스텟이 가장 높아서 효율적으로 보일 뿐.

정수를 포식하다 보면 결국에는 내 육체가 가장 강력한 무기로 변한다.

한정적인 상황.

혹은 [데모닉 파워]를 사용했을 때나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지.

마법은 융합기공으로 만든 스킬, [솔라 익스플로전]을 포함해서 주력으로 삼기에 한 수 모자랐다.

“내가 마법을 사용할 때 적이 기다려 주지는 않잖아.”

-후후훗, 여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응. 그래.”

-설마 여를 신용하지 못하느냐?

“당연히 신용하지.”

-목소리에서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구나!

“예. 예.”

칭얼대는 여신님을 진정시키고는 거점 점령에 집중했다.

하나둘 아군의 색으로 물드는 거점.

인원 제한 때문에 소형 거점만 지배할 수 있었다.

문제는 본진에서 가까운 중형 거점을 차지하려고 온 플레이어들이었다.

내 시야에 닿는 순간 그 자리에서 몰살.

비어 있는 거점도 점령을 못 하니, 맵을 보면 그리스 측이 점령한 거점이 거의 없었다.

그리스 측에서는 내가 참전했다는 걸 알아챘는지, 소규모로 거점을 점령하기보다 다 같이 뭉쳐서 움직였다.

천안(千眼)으로 언덕 너머를 보니, 최소 수십은 되어 보인다.

“이제 철수해야겠군.”

-그대의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 않느냐?

“나도 사정이 좀 있거든.”

이렇게 빨리 미션이 끝나 버리면 곤란하다.

섬 중심부에 위치한 공장 지대.

그곳을 가동시키려면 저 녀석들이 좀 더 힘내 줘야 하거든.

최소한의 희망은 줘야 움직이지 않겠어?

-잔인한지고. 그대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저들이 가련하구나.

“그럼 가서 도와주든지.”

-저들은 여의 계약자가 아니니, 그럴 도리는 없지.

싱겁기는.

나는 그리스 플레이어들의 집단행동을 확인한 후, 섬 동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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