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34화 (134/300)

134화

*융합기공(불완전)

올마이티 전용 기술인 융합기공의 불완전한 버전입니다.

꿀꺽.

난 침을 삼켰다.

여기서 융합기공이 나올 줄이야.

르네 데이비스, 여섯 군주 중 한 명이었던 녀석을 상징하는 기술이다.

괄호 안의 글자가 신경 쓰이지만…….

“융합기공을 선택한다.”

뭘 고를지, 1그램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신중하게 고르지 그러느냐?

“아니. 융합기공이라면 나머지가치를 압도해.”

네 성좌의 힘을 섞어서 만든 아티팩트도.

최소 레전드 등급 아이템 몇 개를 만들 만한 광물도.

융합기공의 가치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강화된 보상으로 융합기공을 선택하셨습니다.

[융합기공 - 불완전 버전]

등급: ★★★★

분류: 액티브

사용자의 보유 스킬을 융합할 수 있다.

융합한 스킬은 최대 다섯 개까지 저장된다.

성질이 맞지 않는 스킬끼리 융합하면 위력이 감소된다.

*융합 스킬 - 0/5

*168시간마다 1번 융합 지정 가능.

과연.

1주에 한 번 융합 가능에, 최대 다섯까지 지정이 가능하다라.

올마이티는 저장할 수 있는 스킬도 훨씬 많았고, 페널티도 약했다.

불완전 버전이라는 게 틀린 말이 아니군.

“이 정도면 충분해.”

초월 등급 아티팩트보다도 더 값진 스킬.

르네는 저 스킬 하나로 군주의 위에 올라섰다.

그 뒤에 배신을 해서 문제지.

어디.

보상도 얻었겠다, 내 기억과 차이가 있는지 한번 시험해 볼까?

[융합기공을 사용합니다.]

[융합 대상을 선택해 주십시오.]

“솔라 스피어와 윈드 밤을 융합한다.”

두 기운이 한데 얽히면서 새 형태로 발현된다.

과연.

융합기공의 매커니즘은 이런 식이군.

스킬 보정에 따른 융합.

이 방식은 포식한 정수들의 시너지를 활용하는 데 익숙해진 나도 흉내 내기가 어려웠다.

[솔라 익스플로전이 융합기공에 등록됩니다.]

[융합 스킬 - 1/5]

[168시간 후, 융합 스킬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스킬 목록이 차 있으면 하나를 삭제해야 합니다. 이미 등록해 둔 스킬을 삭제할 때도 동일한 대기 시간이 필요합니다.]

[솔라 익스플로전]

등급: ★★★★

분류: 액티브

마력으로 구현한 태양의 힘을 응축시켰다가 폭발, 광범위하게 퍼트린다.

대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에너지 볼트와의 시너지 효과로 마력 충전 기능 추가.

솔라 스피어의 방출 성질과 윈드 밤의 특성이 결합된 마법.

단번에 4성급 스킬이 하나 추가되었다.

그뿐이랴?

내 원래 능력인 [포식]의 영향까지 받아서 시너지 효과가 추가되었다.

파이어 웜의 정수 덕에 화염 마법 추가 피해까지 있으니.

원본보다 엄청나게 강력해졌겠는걸.

“역시. 이건 치트급 스킬이야.”

-무엇이 말이더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 주는 게 빠르겠지.

난 융합기공으로 생성한 마법을 전개했다.

솔라 스피어의 1/2 정도 크기의 구체가 완성되자, 망설이지 않고 정면으로 던졌다.

멀찍이 날아간 구체.

손을 꽉 쥐자, 한순간 눈이 멀 정도로 강한 빛을 뿜으면서 폭발했다.

콰아아앙-!!!

구체에 가둬 둔 어마어마한 열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커다란 폭발로 이어졌다.

[바르바토스의 철퇴]에 버금가는 강력한 위력.

충격음으로 귀가 먹먹해졌지만,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지혜의 탐구자가 짙은 호기심을 드러냅니다.』

『오염된 왕좌의 주인이 당신의 선택을 긍정합니다.』

『하늘의 악은 무공과 연계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합니다.』

『올림포스의 군신이 탑에게 중재를 요청합니다.』

『탑 시스템이 형평성을 가늠한 결과, 어긋나는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중재를 기각합니다.』

『올림포스의 군신이…….』

항의를 반복하는 아레스.

탑 시스템은 더 이상 반론을 안 받겠다는 건지, 아레스를 15일 동안 차단했다.

올림포스의 군신님 덕분에 좋은 스킬 얻어 갑니다.

꿀꺽!

* * *

공허의 거울에 이어 융합기공.

회귀 전, 인류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자부하던 때에도 얻지 못한 강력한 스킬들이다.

따지고 보면 세르게이의 전매특허, [데모닉 파워]도 익혔구나.

여섯 군주 중 둘의 성명절기를 익혔고.

포식한 정수를 구현하는 스킬까지 획득했다.

전생보다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이제는 내 발전 속도가 두려울 정도였다.

뭐, 거저 얻는 건 없다고 [공허의 거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중이지만.

우드드득!

“실패, 인가.”

느릿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아니니라.

“이, 게. 성공, 이라고?”

-실패라는 단어 앞에 완벽이라는 단어를 붙이어라.

입을 가린 채 웃는 닉스.

빌어먹을 여신님 같으니라고.

이번에 구현한 건 혼원룡의 심장에 동화된 하수인의 정수였다.

정수 성질이 마력 노심인 만큼, 공허의 거울로 비췄을 때 심장이 강화되지 않을까 했는데.

-후후훗, 이젠 무생물의 영역까지 넘볼 줄이야.

……마력 운용 능력 강화는 개뿔.

전신이 석회질로 변이.

인간 모양의 돌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차라리 골렘으로 변했으면 모를까,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하면 어떻게 하냐!

[수라마령심공을 운용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아닙니다.]

[내공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환, 장, 하겠…….”

아오.

말까지 느려 터져 가지고.

혼원룡의 심장으로 암흑 마나를 뿜어내 보기도 했지만, 돌덩이로 변한 육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번 실험은 보기 좋게 실패했군.

[공허의 거울을 해제합니다.]

후두둑, 팔에 힘을 주자 피부에 맺힌 석회질들이 떨어져 나간다.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 아니더냐?

“해 볼 건 다 해 봤어.”

마나와 암흑 마나, 그리고 내공.

운용 가능한 모든 힘을 움직여 봤지만 소용없었다.

“정수의 본질을 비춘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바꿀 수 없군.”

몸에 들러붙은 돌조각들을 마저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공허의 거울이 비추는 건 영혼의 본질.

하수인의 정수에서 마력 노심 스킬을 추출한 것과 별개로, 그 본질은 인공 생물체니까.

티라노사우루스를 투영하면 수 배나 강해지지만, 막상 변신했을 때 신체 구조 때문에 스킬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걸 개선해 볼 방법이 있을까 연구했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행위예술이다.

내샨 대공을 쓰러트리면서 얻은 전리품, 공허의 보석을 섭취하면 좀 달라지려나.

융합기공은 재등록 쿨 타임이 되자마자 추가 스킬을 등록했다.

[전력 질주 + 운류보 = 축지]

[축지(縮地)]

등급: ★★★★

분류: 액티브

땅을 접어서 이동한다.

사용자가 지정한 곳으로 바로 이동되며, 중간에 걸리는 게 있어도 피해간다.

상당한 내공을 소모한다.

공간을 넘나드는 순간이동 기술.

마법 중에도 비슷한 스킬로 ‘점멸’이 있지만, 그건 아직 못 익혔잖아?

스킬 북을 구매해도 제한 조건인 마법 계열 직업군이 아니라서 엄두도 못 냈는데.

점멸보다 더 뛰어난 이동 계열 스킬을 획득했다.

거기에.

“무공과 체술의 완전 결합이라.”

회귀 전에는 부분적으로만 활용했던 두 기예를 하나로 합친다는 새로운 길도 알아냈다.

[괴력]이나 [강타] 같은 체술은 마나를 소모한다.

반면에 무공은 내공 기반이고.

둘은 전개 기반이 다른 만큼 동시에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서로의 성질이 완벽하게 겹치지 않아서 다루기 힘들다.

현생에서도 끽해야 운류보와 전력 질주를 동시에 펼치는 정도였잖아?

만약, 융합기공의 도움이 없이도 체술과 무공을 엮어 낼 수 있다면.

-그대의 욕망은 참으로 끝이 보이질 않는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해.”

나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새로운 능력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는 와중에도 게이트 공략도 쉬지 않았다.

바알과의 내기.

실버 등급으로 올라가려면 승급전 조건인 레벨 150을 맞춰야 한다.

유망주들조차 1년 이상 걸리는 구간이지만.

나는 그 조건을 한 달 안에 맞춰야 한다.

하루에 두 번만 들어갈 수 있는 탑 공략만으로는 답이 없지.

게이트가 열려서 저 말도 안 되는 내기를 수락한 거지.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을 때.

-진호 님, 혹시 외국 여행 가실 생각 없으십니까?

“농담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는데요.”

-아, 그게 말입니다. 실은 농담이 아니라…… 하핫.

민망한 웃음을 흘리던 한수창.

잠시 뜸을 들이고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인도네시아가 공식 외교 라인으로 한국에 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지.”

-상관이 있죠. 진호 님의 팀에 의뢰가 들어왔으니까요.

“우리 팀에요?”

잠깐만.

이맘때쯤 인도네시아가 다른 나라에 손을 벌릴 만한 일이…….

“하나 있었네.”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난 놀라운 감정을 꾹 내린 채 대충 얼버무렸다.

“그런데 무슨 의뢰입니까?”

-부루섬에 공략 불가의 게이트가 있다고 합니다.

“저희 팀은 이제 브론즈인걸요. 더 쓸 만한 팀이 인도네시아에도 있을 건데.”

-그 게이트의 공략 난이도가 최대 브론즈 등급입니다.

부루섬에 열린 게이트.

인도네시아 소속 플레이어들이 여럿 도전했으나, 클리어하긴커녕 생존자가 하나도 없는 죽음의 게이트라고 한다.

나름 유망주로 손꼽히는 이들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 거금을 받고 게이트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정부에서는 해당 게이트 공략을 반쯤 포기하고 대(對)브레이크 사태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쪽에 연락을 했대요?”

-인도네시아 정부도 해 볼 만큼은 해 보겠다는 의사겠죠.

유망주들의 피를 집어삼킨 게이트.

섬에 머무는 인구도 적겠다, 여차하면 브레이크 사태까지 방치를 하고 이후에 랭커들을 투입하겠다는 말인데.

내 기억과 대부분 일치했다.

후일 ‘향신료 제도의 비극’으로 불리게 되는 대형 사고.

국외에서 벌어진 사건들까진 모두 기억 못 했는데, 이렇게 의뢰가 들어오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팀장님, 잘 해결하면 국위선양 되는 겁니까?”

-암요, 당연한 말씀을.

“팀원들이랑 상의 좀 하고요.”

-모쪼록 긍정적인 답변 부탁드립니다.

통화 종료 후 바로 팀원들을 모두 소집했다.

이야기를 마치자.

“와, 저 해외여행 처음이에요!”

지영이가 화색이 되어 소리를 질렀다.

“아직 한다고 안 했는데?”

“스승님은 이미 가실 생각이시잖아요!”

“우리는 팀이야. 그래도 다른 팀원들의 의사를 존중해야지.”

말은 못 하겠지만, 그 게이트 공략하기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닐 거다.

고생길이 훤한데 본인들의 의사로 가야 나중에 욕을 안 먹지.

“저는 가겠습니다.”

핑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독대한 후로 꽤 고분고분해졌다.

“스승님, 쟤가 토를 안 다니까 이상해요. 아픈 건 아닐까요?”

“옛날부터 매가 약이라고 했다.”

“사람을 앞에 두고 뭐 하시는 겁니까!”

지영이가 놀란 척하면서 내 등 뒤로 숨었다.

핑 레이가 삐딱한 태도를 보일 때마다 싫어했었으니.

말리기가 참 난감하구먼.

내 등 뒤로 숨은 지영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카를라야, 같이 갈 거지?”

“팀장님 지시라면.”

짧게 대꾸하는 카를라.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내 말은 착실하게 잘 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한 기념품이 뭔지 찾아 놔야겠습니다.”

너털웃음을 짓는 영수 형님.

반대 의견 하나 없이, 만장일치로 인도네시아행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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