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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33화 (133/300)

133화

[현재 당신의 위치는 수라도(修羅道)입니다.]

[광란 Lv 84가 적용됩니다.]

[분노 Lv 79가 적용됩니다.]

두 번째 코스는 수라도.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무수한 이들이 서로에게 병장기를 휘둘렀다.

농밀한 피 냄새가 코에 아른거린다.

정말이지.

“이런 코스는 생각 못 했는데.”

[냉혈이 발동됩니다. 분노를 일부 제어합니다.]

[냉혈이 발동됩니다.]

…….

냉혈 스킬이 있는데도 살심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었다.

성좌들이 개입해서 만든 고난의 길.

진짜 ‘지옥’에 비해 순한 맛이기는 해도, 난이도가 살벌했다.

어떻게 그걸 아냐고?

회귀 전에는 지옥도 드나들어 봤으니까.

-참으로 불쌍한 자들이로고.

“탑이 만든 반쪽짜리 생물들이야. 동정해 줄 것까지야.”

뭐, 원본이 되는 수라도에 떨어진 죄인들은 분노와 폭력에 사로잡힌 이들이라고 하니, 어느 쪽이든 마음 써 줄 필요는 없다.

“크아아아!!”

“싱싱한 신입이다.”

“너도 한번 죽어 봐라!”

수라도의 죄인들이 나를 인지하는 순간.

여러 각도에서 공격이 쇄도했다.

[메탈 반사 장갑을 사용합니다.]

챙그랑!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진다.

산산이 부서진 무기들.

칼, 창, 도끼 등 어떤 무기라도 예외가 없었다.

“이건 뭐여?”

“왜 내 무기가 토막 난 거냐.”

“무슨 사술이냐!!”

휴- 짧게 한숨을 쉬었다.

“시끄럽군.”

[어둠 지배를 사용합니다.]

나선으로 꼰 극야가 죄인들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끅, 끄윽.”

“커흑.”

목이 막혀서 비명조차 제대로 못 내고 쓰러지는 죄인들.

가랑이를 가리는 천 쪼가리에 다 녹슬어서 낡아 빠진 무기,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 파장도 미미했다.

하지만.

“저놈이다.”

“놈에게도 우리의 고통을 알려 주자.”

“신참을 죽여라.”

수라도에 머무는 죄인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평원 전체를 뒤덮어 버릴 정도의 숫자.

인근에 있던 죄인들은 서로에게 향하던 칼을 멈추고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극야를 톱날 형태로 구현, 그대로 회전시켰다.

푸아아악!

검은 톱날에 휘말린 죄인의 몸뚱이가 잘려 나간다.

대부분의 죄인들은 회전하는 칼날에 휘말려서 쓰러졌지만.

운 좋게 틈새로 파고드는 놈들도 있었다.

아니지.

“운이 안 좋다고 해야 하나.”

쭉 늘어난 손톱으로 안까지 파고든 죄인을 말 그대로 찢어발겼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죄인들의 사체.

“좋아. 이걸 밟고 넘어가서 파고든다.”

“키키키, 죽은 놈들도 도움이 될 때가 있군!”

글쎄.

너희의 생각대로 될까?

[수라도의 죄인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가루가 된 죄인들의 사체.

사체 더미를 올라타던 죄인들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회전하는 칼날이 중심을 잃고 쓰러진 죄인의 몸을 덮치는 순간.

서걱- 붉은 피가 지면을 물들였다.

일방적인 학살극.

나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괜찮으냐?

“뭘. 괜찮고 말고 할 게 있나.”

-그대의 정신 말이니라. 반쪽짜리 생물이라지만, 이렇게 살업을 반복하면 그대의 혼이 피로 물들 것이다.

“응. 괜찮아.”

걱정해 주는 마음씀씀이는 고맙지만, 이 정도 무게감에 짓눌릴 만큼 약하지 않다.

멸망의 시대에서는 이보다도 더한 풍경을 몇 번이고 봤거든.

전 세계가 바벨탑에게 삼켜지는 모습은 이보다 몇 배나 끔찍했다.

[수라도의 죄인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정수 등급: 희귀]

[포식한 정수: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근력 + 7]

[민첩 + 6]

[스킬 - 분노의 족쇄가 추가됩니다.]

[분노의 족쇄]

등급: ★★

분류: 액티브

암흑 마나로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분노의 족쇄를 단 상태에서는 이동속도가 50% 감소되고, 달릴 수 없다.

저주에 노출되고 나서 10초가 지나면 힘을 사용해서 강제로 족쇄를 끊을 수도 있다. 그 경우, 사용한 힘의 30%가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암흑 마나에 기반을 둔 디버프 스킬.

[아르스 게티아] 말고도 암흑 마나를 사용할 곳이 더 생겼다.

“키키키키!”

“죽어라!”

“너도 우리와 함께하자!”

핏발선 눈으로 달려드는 죄인들.

나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달려드는 죄인을 쓰러트렸다.

극야의 힘이야, 소모가 거의 없어서 회복되는 속도가 훨씬 빨랐고.

톱날 사이로 파고든 죄인이 있다 한들, 일격도 버텨 내지 못했다.

[혼원룡의 심장의 효과로 마력이 0.03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쉴 새 없이 오르는 경험치.

그리고 포식의 효과로 상승하는 스텟.

이 살풍경한 장면을 보면서 기쁘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꺾이느냐면…….

이미 마모될 만큼 닳아 버린 내 영혼은 수라도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보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대여.

“응?”

-아무것도 아니니라.

닉스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 여신님이 왜 그래?

수라도의 죄인들은 죽어도 부활하기를 반복하며 달려들었다.

영원히 싸움만을 반복하며 죽고 사는 지옥.

여길 구현한 건 천마겠지.

하여간 악취미야.

제자리에서 수라도의 죄인을 쓰러트린 지 얼마나 지났을까.

분노로 일그러졌던 눈동자에서 하나둘씩 전의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틀렸어.”

“어째서 저런 괴물이 이곳에 있는가!”

“저 빌어먹을 놈은 못 이긴다.”

압도적인 폭력에 무릎을 꿇은 수라도의 죄인들.

싸움을 포기한 이들은 잿더미가 되어 수라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몇 번이고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던 죄인들이 모두 사라진 후에야, 황량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작은 길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여신님, 부탁이니까 다음 말은 참아 줘.”

-길을 따라가면 통과할 수 있었던 거 아니더냐?

“……말하지 말라니까.”

빌어먹을.

여태 불필요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니.

죄인들을 쓰러트리면서 유지했던 평정심이 흔들렸다.

[냉혈이 발동됩니다. 급격한 감정 변화를 제어합니다.]

제길.

수라도의 영향을 받아도 멀쩡했던 정신이 흐트러지다니.

한숨을 꾹 참고는 다음 필드로 나아갔다.

* * *

[현재 당신의 위치는 지옥 동부, 탐욕의 영역입니다.]

[광란 Lv 66이 적용됩니다.]

[혼란 Lv 66이 적용됩니다.]

수라도를 넘어서자, 메마른 대지가 나타났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여러 요소.

‘탐욕’이라는 감정을 흔드는 무수한 금은보화, 또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길 양 옆으로 가득했다.

그뿐이랴.

쭉 뻗은 길은 평범한 형태가 아니었다.

온갖 맹독을 섞어서 만든 진흙으로 범벅된 길.

난 산더미처럼 쌓인 보물을 힐끗 보고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발밑을 뒤덮은 탐욕의 가호.

온갖 독이 침범하려 하지만, 바알의 힘으로 버텨 냈다.

“저 보화를 집으면 미션이 끝나도 너의 것이 된다.”

“미션을 통과한 것보다 더 값진 것들도 있는걸.”

“포기하고 그냥 갈 거야?”

내 탐욕을 부추기는 속삭임들.

저건 거짓이 아니다.

바알이 구현한 ‘지옥 동부’에는 무려 레전드 등급 아이템도 놓여 있었다.

나 하나 낚으려고 정성스럽게 준비해 놓았네.

“그런 거에 넘어갈 줄 아나.”

여기서 바알이 준비한 보물에 손을 대는 건 소탐대실이다.

내가 탑 최고 기록에 목을 맨 건 공략 보상도 있지만, 한 가지 노림수가 더 있다.

훗날을 위해서는 참아야지.

네 번째 지역은 타르타로스.

올림포스에서 신에게 대적한 자들, 혹은 끔찍한 죄를 저지른 필멸자를 이곳에 가두곤 한다.

이 구간은 아레스의 입김이 닿았겠지?

-호오, 이곳은 여의 거처와 비슷한 환경이로구나.

타르타로스에서 가장 위험한 곳은 빛 한 점 없는 어둠으로 뒤덮인‘닉스’의 영역이다.

즉, 아레스의 안배는 나한테 1그램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

나한테는 이 영역의 주인인 닉스의 권능, 극야가 있었다.

앞서 지나왔던 구간과 비교하면 허무하다고 생각될 만큼 쉽게 통과했다.

[현재 당신의 위치는 ???입니다.]

[시각이 제한됩니다.]

[촉각이 제한됩니다.]

…….

[오감 전부를 제한합니다. 이 제한은 어떤 방식으로도 풀 수 없습니다.]

신체감각을 모조리 틀어막는 마지막 코스.

닉스와 계약을 한 뒤로, 오래간만에 혼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사고하는 것 말고는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군.

흡사, 망망대해 위에서 홀로 있는 것 같은 막막함.

그렇지만.

나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에서 내공과 마나를 일으켰다.

수라마령심공의 패도적인 내공이 혈도를 순환하고.

몸 바깥으로는 혼원룡의 심장에서 뿜어내는 마나가 그물망처럼 퍼져 나간다.

내공으로 육체를 인지.

심장의 마나는 넓게 퍼트려서 외부를 읽어 냈다.

눈과 귀로 사물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보단 느리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지형지물을 읽어 냈다.

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성좌들도 양심이 있긴 한 건지, 오감이 마비된 길은 경사가 진 것 빼곤 평범했다.

아니지.

감각 전체가 맛이 간 상태라면 오르막길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졌을 테니.

나처럼 마나와 내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플레이어가 아니었으면 바닥을 기며 버벅거렸을 거다.

▶히든 미션 - 고난의 길을 통과했습니다.

▶고난의 길의 끝을 보았습니다. 최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성좌들의 개입으로 난이도가 올라간 미션을 완벽하게 통과했습니다.

▶탑에서 보상을 산정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미션 클리어 알림과 함께 마비되었던 감각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감이 제 기능을 찾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것은…….

-그대여, 왜 아직도 대답을 안 하느냐?!

간절함이 섞인 닉스의 외침이었다.

설마, 내가 마지막 코스를 걷고 있는 동안 계속 불렀던 거야?

“난 괜찮아.”

-이제서야 여를 바라봐 주는구나!

“오감이 마비가 됐거든.”

마지막 코스를 설명해 주자, 닉스가 뒤늦게 한탄했다.

-귀띔이라도 해 주지 그랬더냐. 여는 그대가 잘못된 줄 알고 마음을 졸였느니라.

“어이구, 그렇게 걱정이 되었어요?”

-여, 여는 그저 서로의 계약 때문에 걱정했거늘. 무슨 불경한 생각을 하느냐!

“내가 뭔 생각을 했는데.”

-됐느니라. 하여간 필멸자들이란.

고개를 홱 돌리는 닉스.

난 작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마음 써 줘서 고마워.”

-방금 뭐라 하였느냐?

“아무것도.”

못 들었으면 님 손해지.

▶탑 시스템이 보상 산정을 마쳤습니다.

▶보상 리스트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십시오.

*오리하르콘 60kg.

*링 오브 국카스텐.

만화경의 이치를 담은 반지. 미션에 개입한 네 성좌의 힘 일부를 담았다.

*드래곤 하트

…….

난 어안이 벙벙했다.

브론즈 등급 미션에서 이 정도의 보상을 얻을 줄이야.

오리하르콘 60킬로그램이면 장비 몇 개를 만들 정도의 분량이다.

최소 레전드 등급.

추가 재료 및 장인의 솜씨에 따라서는 초월 등급 아티팩트도 제작이 가능했다.

링 오브 국카스텐은 처음 듣는 아이템이지만, 출처를 보니 짐작이 갔다.

만화경을 뜻하는 국카스텐.

여러 성좌의 힘이 투영된 반지라는 말이겠지.

저것도 초월 등급일 거고.

드래곤 하트는 영약 중에서도 최상급이니.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만한 보상이 아니었다.

보상 목록을 쭉 훑던 중.

“어?”

마지막 항목을 보는 순간, 얼빠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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