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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31화 (131/300)

131화

[메탈 반사 장갑]

등급: ★★★

분류: 액티브

금속 재질의 갑피를 생성한다.

접근전에서 피격 시, 충격 일부를 상대에게 되돌린다.

마나를 추가로 부여하면 소모된 내구력을 회복할 수 있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네 정수를 엮어서 만든 결과물.

“우욱.”

나는 피를 토해 냈다.

“계약자여, 무슨 일이더냐?”

“아, 무리를 좀 해서. 별일 아니야.”

“그대는 여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도다. 무리하지 말라고 한 것이 언제이거늘.”

쯔쯧.

닉스가 혀를 찼다.

“다 여신님을 믿어서지.”

“흐으음, 어쨌든 무리는 하지 말거라.”

“예예.”

성의 없이 대꾸하곤, 네 정수를 엮어서 빚어낸 스킬을 전개했다.

드드드드!

피부 위에 덧씌워지는 갑주.

이전보다 좀 더 묵직해졌고, 색이 검은색에 가까워졌다.

그 위를 감도는 은색 광택.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사이보그처럼 보이는걸?

손톱에 날을 세우고는 [메탈 반사 장갑]을 긁어 보았다.

카가가각!

손톱이 훑고 지나간 곳에서 피어나는 불꽃.

메탈 반사 장갑은 흠집 하나 없이 매끄러운 표면을 유지했다.

내공이나 마나를 부여하지 않았다지만, 힘을 꽤 준 건데도 멀쩡하단 말이지?

“쓸 만한걸.”

나는 히죽 웃었다.

손톱으로 눌렀을 때 은은하게 느껴졌던 반발력.

가시멧돼지의 ‘가시’는 이제 더 유효타를 내기 힘겨워졌으니 상대의 힘을 되돌리는 반사 능력이 훨씬 유용했다.

『지혜의 탐구자가 흥미로운 눈으로 당신을 관찰합니다.』

『올림포스의 군신이 지혜의 탐구자를 경계합니다.』

“그대를 지켜보는 성좌 중, 강한 존재감이 하나 더 늘었구나.”

“응. 신왕급 성좌니까 그럴 만도 하지.”

“신왕급?”

“오딘, 애시르 신족을 통솔하는 왕이야.”

난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지혜의 탐구자가 당신의 통찰력에 환호합니다.』

오딘.

선·악 중 어느 쪽에 속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다면적인 존재다.

이걸로 신왕급 성좌만 셋이 날 관찰하는군.

회귀 전에도 이맘때쯤 오딘이 나한테 관심을 가졌었다.

원인이야 뻔했다.

승급전에서 오딘의 신자들을 포식하고, 그 힘을 빌리는 버프 스킬을 얻어서겠지.

아레스에 이어 관음증 기질이 충만한 성좌가 하나 더 붙어 버렸어.

“속도를 올리자.”

“적의 수가 많으면 여도 가세하겠도다.”

“든든하네.”

닉스의 극야 운용 능력이라면 아이언 슬러그의 산성 타액을 쉽게 흘려보낼 수 있다.

지하 통로를 질주하던 중.

“플레이어다.”

“왜 혼자밖에 없지?”

“일단 제압하고 생각하자.”

서구권 국가 소속으로 보이는 플레이어 팀과 마주쳤다.

다행이야.

꽤 속도가 빠른 팀인데, 유적에 진입하기 전에 마주쳤다.

그러면 여기서 탈락시킬 수가 있지.

[맹렬한 돌진을 사용합니다.]

저쪽 팀원들이 떠들고 있을 때, 난 바닥을 세게 밀어냈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콰앙-!

탱커가 “어?” 하고 당황 섞인 목소리로 대꾸한 게 유언(?)이 되었다.

풀 플레이트 메일이라도 빈틈은 있기 마련.

광서지로 갑주 사이를 푹 찌르자, 탱커의 육신이 무너졌다.

“쉽네.”

“이, 이…….”

“뭐. 그러지 말고 말을 해.”

나는 응룡황권으로 근거리 딜러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한 차례 폭음과 함께 가루로 변한 플레이어.

[레드 바인드]

[거스트 토네이도]

화염 밧줄이 다리를 감고.

뒤이어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두 속성의 연계 공격이라. 꽤 호흡이 잘 맞는 팀이군.

“화염과 바람의 막에 갇혔으니 쉽게 움직이지 못할 거다.”

“놈의 발을 묶었으니 큰 거 한 방 먹여 주…….”

서걱.

암영추혼검으로 마법들을 베어 내고는 두 마법 계열 플레이어에게 들이닥쳤다.

“왜, 뭐가 잘 안 되니?”

“어떻게?!”

“그건 네가 알아내야지.”

촤아악!

산군파랑조로 두 플레이어를 쓰러트리곤, 무방비로 노출된 서포터까지 아웃시켰다.

“여신님, 속도 좀 더 낸다.”

-알겠느니라.

제법 속도를 냈는데도 경쟁자가 붙었다.

이제부턴 운류보를 병행해서 사용해야겠군.

후욱,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전력으로 통로를 내달렸다.

* * *

지하 터널로 이동된 지 1시간 정도 흘렀다.

놀랍게도, 속도를 올린 뒤로도 경쟁 팀을 둘이나 마주쳤다.

당연히 내 적수는 아니었다.

“어찌 혼자서…….”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가루로 변하는 플레이어.

이 녀석들. 브론즈 등급치고는 꽤 강했다.

거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통로를 이동했던 걸 보면 같은 걸 노렸나 보다.

-따로 노림수가 있었더냐?

“응. 25층의 히든 보스.”

25층의 숨겨진 요소.

현시대에도 알려질 만큼 알려져서 ‘숨겨졌다.’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어쨌든 특수 조건을 달성해야 출몰하는 보스 몬스터가 있다.

통로 끝에 아른거리는 희미한 빛.

어둠에서 벗어나자, 다큐멘터리에서 볼 법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메인 미션 - 유적 탐사를 통과했습니다.

▶유적에 첫 번째로 입장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속한 팀을 포함, 총 다섯 팀이 입장하면 미션이 종료됩니다.

▶또한, 지금부터 1시간 안에 다섯 팀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에도 자동으로 종료됩니다.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닌 보람이 있네.

난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고는 유적 위로 올라갔다.

“여신님, 지금까지 좀 심심했었지?”

-뭐, 대부분 그대의 선에서 정리가 되었으니.

“이제부터 제대로 싸울 수 있을 테니 몸 좀 풀어.”

-미션은 이미 끝나지 않았더냐?

나는 빙긋 웃은 후, 유적 위에 세워진 동상을 가리켰다.

10미터 정도 되는 커다란 신상.

인간과 늑대의 얼굴을 섞어서 만든 것 같은 두상(頭狀)에, 양옆에는 기다란 원통이 달려 있는 기묘한 동상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마 부위에 커다란 보석이 박혀 있고.

“이 녀석이랑 싸울 거다.”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다만.

“그야 하기 나름이지.”

[에너지 볼트를 사용합니다.]

푸른 빛 덩어리가 큰 동상의 이마에 박혀 있는 주황색 보석으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감겨 있던 동상의 눈이 번쩍 빛을 토해 냈다.

[5층의 숨겨진 요소가 충족되었으므로 미션 내용이 변경됩니다.]

[히든 미션 - 유적의 수호상]

유적의 수호상인 ‘바위로 된 태양’이 침입자를 인식하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수호상은 당신을 쓰러트릴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유적 방어 시스템이 발동됩니다.

현재까지 유적에 진입한 플레이어들을 제외하고는 이곳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 목표: 바위로 된 태양 파괴.

구구구궁!

유적 위로 솟아오르는 ‘바위로 된 태양’.

너무 기니 수호상이라고 하자.

아무튼, 나를 인식한 수호상이 지면에서 10미터 정도 떠오르더니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여긴 신성한 곳. 흙발로 이곳을 더럽힌 자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으리라.」

수호상의 이마에 박힌 보석에서 붉은 빛이 이글거렸다.

“여신님.”

“그대는 여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질 못하는구나.”

호문쿨루스의 육체를 구현한 닉스가 극야의 힘으로 장벽을 펼쳤다.

[태양의 위엄]

보석에서 방출된 붉은 마탄.

총탄과 흡사한 생김새의 에너지 탄 수백 개가 극야의 장막을 두들겼다.

찢어졌다가 봉합되기를 반복하는 극야의 힘.

“후훗, 이따위 빛으로는 여를 몰아낼 수 없거늘!”

수호상의 이마에 아른거리는 빛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좋아.

저러면 당분간은 패턴을 유지하겠군.

“여긴 맡긴다.”

운류보로 자리를 이탈, 수호상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서 민첩한 뒷발을 사용했다.

파앙!

허공으로 도약.

공중에 떠오른 수호상보다 더 높이 올라가서는 발을 휘둘렀다.

검은 기류가 조류의 깃털처럼 퍼져나간다.

백수제왕무 6초식, 비익봉황각.

발끝이 수호상의 이마에 박힌 보석을 긋자, 동상이 크게 흔들렸다.

「피해. 발생. 즉시 적을 요격한다.」

[파사의 역벽]

쩌어엉!

보석에서 남색 빛이 번쩍이더니, 나를 지면으로 튕겨 냈다.

“그대여. 다친 곳은 없느냐?”

“이 정도야.”

“차라리 아래에서 요격하는 것이 낫겠구나.”

“아냐. 저 녀석은 보석 빼고는 타격을 줄 수 없어.”

전신이 무적 판정.

유일하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부위가 이마에 달린 보석이다.

“이 거리라면 극야로도 공격할 수 있느니라.”

스스슷!

나선으로 꼬은 극야가 수호상의 이마를 노린다.

그 순간, 나를 튕겨 냈던 남색 빛이 다시 한번 주위를 물들였다.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버리는 극야.

“어이하여 여의 권능이?!”

“원거리 공격은 수호상의 능력으로 무효화가 돼.”

정석적인 공략은 레이드에 참여 가능한 최대 숫자, 20명을 꽉 채우는 게 전제다.

그걸 둘이서 공략하려고 하니.

힘겨운 게 당연했다.

“걱정하지 마. 얘는 선배님보다 약하니까.”

[늑대의 혼]

동상 양쪽에 달려 있는 원통에서 솟구치는 안개.

“크르르르!”

늑대의 형상으로 변한 안개가 좌우로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거리를 좁혔다.

내 빈틈을 포착하면 언제라도 물어뜯을 기세군.

그렇다면 내주마.

다시 한번 허공으로 도약.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는 빈틈이 가득했다.

「포착 완료. 제거한다.」

위이이잉!

원통이 회전하면서 늑대의 혼을 연달아 방출했다.

콰직! 콰지지직!

늑대의 혼 네 마리가 나를 물어뜯는다.

어지간한 탱커조차 버티기 힘든 엄청난 위력.

하지만.

[메탈 반사 장갑을 사용합니다.]

[탐욕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금속으로 된 장갑을 침식하는 탐욕의 가호.

늑대의 혼은 더 견고해진 장갑의 방어력을 뚫어 내지 못했다.

“한 방 더!”

이번에도 사거리가 긴 비익봉황각을 펼쳤다.

투쾅! 늑대와 사람을 반씩 섞어놓은 두상이 크게 흔들렸다.

[파사의 역벽]

다시 한번 튕겨났지만, 난 금세 자세를 잡았다.

그 순간.

보석에서 붉은 빛이 일렁이더니, 아까처럼 마탄들을 퍼부었다.

“여의 허락 없이는 계약자에게 손댈 수 없느니라.”

정수리를 감싸는 극야의 기운.

붉은 마탄이 빗발쳤지만,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며 수호상의 공세를 완벽하게 막았다.

정말이지.

공·방의 전환이 이렇게나 자유로운 힘은 회귀 전과 후를 통틀어도 거의 보지 못했다.

역시. 제우스조차도 경외했던 성좌답군.

“고마워. 덕분에 저 녀석을 빨리 잠재울 수 있겠어.”

“보답이라는 건 그에 상응하는 성의 표현이 필요한 것이니라.”

“솜사탕 3개.”

“여를 무엇으로 보는 게냐?”

“비싸게 구시네. 다섯 개, 그 이상은 안 돼.”

“진상품으로 제격이구나.”

극적인 타결.

수호상이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도약해서 보석을 강타했다.

「기동. 불가. 에너지원. 파괴.」

「작동을 정지합니다.」

구구궁!

지면으로 추락하는 수호상.

빛을 잃은 보석은 더 이상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았다.

[막대한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난 수호상 위에 걸터앉아서 숨을 돌렸다.

여신님 덕분에 쉽게 쓰러트렸군.

혼자였으면 꽤 고생했을 거다.

패턴 운도 좋았고.

수호상의 공격 패턴은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마탄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태양의 찬미]다.

타깃을 정하지 않는 공격이 왜 매섭냐고?

유적 주위에 쳐 있는 결계에 닿으면 마탄의 위력이 증폭되거든.

그뿐이랴.

탄이 굴절되면서 플레이어에게 향하는데, 궤도를 읽을 수가 없다.

처음부터 [태양의 찬미]를 사용했으면 꽤 곤란했을 텐데.

“운이 좋군.”

산산조각 난 보석에 손을 얹었다.

이제부터는 포식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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