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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27화 (127/300)

127화

폭호신권(暴虎神拳).

권성, 신준석의 성명절기다.

직선적이면서 패도적인 초식으로 구성된 무공.

파앙!

뺨을 스치고 지나간 주먹.

근방에서 풍선 터진 소리를 10배 정도 확대한 음색이 터져 나왔다.

“거 너무하시네. 첫수부터 머리를 노리는 건 심하지 않습니까?”

“미안하군. 그 저주 때문에 초점이 잘 안 잡혀서.”

그런 것치고는 주먹에서 살기가 느껴지던데요?

신준석은 양팔을 번갈아 가며 움직였다.

퍼퍼펑!

빗발치는 정권.

한 방이라도 제대로 허용하면 치명타다.

[단탈리온의 환영]의 여파로 명중률이 떨어졌고.

[암두시아스의 선율] 덕에 신준석의 다음 공격 위치를 읽어 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대련 초반부터 바닥을 나뒹굴 뻔했어.

-여가 돕겠느니라.

“좀 더 기다려.”

위험한 건 사실이다.

바르바토스의 철퇴를 사용하느라 엄청난 마력을 뿜어낸 직후.

신준석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반격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맹공.

수라마령심공으로 내공을 끌어내다가는 첫수를 펼치기도 전에 당할 게 분명했다.

나는 백 스텝을 사용했다.

쭉 밀려나는 육신.

“어딜 가려고 하는 건가?”

신준석이 경신법으로 벌린 거리를 한달음에 좁히려 했다.

제길.

두 저주를 걸어 놨는데도 이 정도라니.

서로의 체급 차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당해 줄 생각은 없거든?

백 스텝으로 거리를 벌리는 동안, 내가 움직이는 궤적에 맞춰 극야의 힘을 깔아 두었다.

스스슷!

나선 형태로 꼬아 놓은 극야의 창 다섯 개가 위로 솟아오른다.

바위보다도 단단한 신준석의 근육이지만.

환영에 사로잡혀서 공격 궤도를 읽어 내지 못하고 흑창에 찔렸다.

“큭. 이런 공격 하나를 보지 못하다니.”

신준석은 혀를 차더니 내공을 사방으로 발산했다.

기를 전신으로 감싸는 형태.

첫 대련 때도 본 적 있는 기예, 호신강기다.

푸른 막에 밀려서 튕겨 나 버리는 극야.

그 정도면 충분했다.

진짜는 두 번째 공격이니까.

[윈드 밤을 사용합니다.]

응축된 바람을 지근거리에서 터트렸다.

“고작 이 정도로는.”

쿵! 내공을 실은 진각에 트레이닝 센터 바닥이 흔들거린다.

신준석은 거센 바람을 마주하면서도 미동 하나 보이지 않았다.

“밀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바르바토스의 철퇴를 사용한 직후.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져서 반격 태세도 잡지 못했다.

한 번의 호흡.

나한테 필요한 건 딱 그 정도의 시간이었다.

숨을 들이마시는 것과 동시에 수라마령심공의 내공이 온몸의 혈도를 빠르게 순환한다.

대량으로 마나를 소모하면서 드리운 무기력감을 떨쳐 낸 후.

[약화의 문장을 사용합니다.]

[검은 눈빛을 사용합니다.]

[맹렬한 돌진을 사용합니다.]

디버프 두 개를 걸어 놓고는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내 주력은 무공과 체술.

승부를 내려면 근접전이 제격이었다.

“정면 승부라. 마음에 드는군!”

신준석은 만면에 미소를 드리웠다.

* * *

관중석에 앉은 역천 팀.

그리고 홍윤수는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았다.

‘날 부른 이유가 있었군.’

홍윤수는 진중해진 표정으로 진호의 움직임을 눈동자에 담았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데도 소름이 끼치는 암흑 마법.

기원조차 불분명한 ‘어둠’을 다루는 힘.

추가로 2성급 바람 마법, 윈드 밤까지 능숙하게 다루어 냈다.

까도까도 계속해서 속살을 드러내는 양파를 보는 느낌.

한데.

‘왜 거리를 좁히는 거지?’

홍윤수의 눈빛이 의구심으로 물들었다.

근접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무공 사용자를 두고, 진호는 스스로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반 정도 남은 무복이 펄럭이고.

신준석은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는 동시에 주먹을 뻗었다.

매섭게 소용돌이치는 푸른 기파.

그가 권기상인(拳氣傷人)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표식이다.

무쇠조차 짓이겨 버리는 압도적인 파워.

진호는 그 주먹의 궤도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위험…….”

홍윤수는 자리를 박찼다.

전력을 쏟아부은 랭커의 권격.

트레이닝 센터에 쳐진 결계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충격을 100% 흡수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갓 브론즈에 올라온 플레이어가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위력!

한데.

[백수제왕무 - 8초식]

[비익대붕장(飛翼大鵬掌)]

진호의 손바닥이 푸른 기를 휘감은 주먹을 옆으로 흘려보냈다.

쩌어어엉!

바닥을 강타한 신준석의 주먹.

푸른 기파가 트레이닝 센터 전체를 뒤흔들었다.

바르바토스의 철퇴가 지면에 꽂혔을 때를 연상시키는 충격.

진호는 한 발을 더 디디면서 신준석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러다가 대련이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면 큰일이야.’

동생인 홍예슬을 구해 준 은인.

홍윤수는 대련 중에 진호가 조금이라도 위험해지면 나설 수 있게 암암리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한국의 랭커 양반, 그대로 구경하시오.”

“뭐라?”

“팀장이라는 작자. 당신이 걱정할 만큼 약하지 않소.”

핑 레이가 홍윤수를 노려보았다.

그때.

신준석의 왼팔이 움직였다.

[폭호신권 - 12초식]

[호왕권(虎王拳)]

금색을 띠는 신준석의 기.

한껏 응축된 기의 영향으로 주먹 인근의 풍경이 일그러질 정도였다.

진호의 발밑에서 다시 한번 솟구치는 흑색 막.

몇 겹을 덧대어 만든 흑색 방벽이 호왕권에 닿는 순간.

콰아앙- 응축된 강기가 일제히 폭발하면서 흔적 하나 안 남고 사라졌다.

지근거리에서 생긴 기의 폭발에서도, 진호는 [가시 갑피]와 [금속화]를 동시에 전개해서 후속 피해를 막았다.

“제법이군, 후배님!”

짧은 감탄사와 함께 거둬들이는 팔.

신준석은 오른발을 축 삼아서 다시금 주먹을 펼치려 했다.

[백수제왕무 - 7초식]

[현무제암고(玄武擠巖靠)]

간격 안으로 파고든 채, 진호가 오른발을 축 삼아서 전신을 회전했다.

어깨와 등, 그리고 허리에 감도는 검은 기류.

전신으로 상대를 밀어내는 철산고의 묘리를 담아, 사신수(四神獸) 중 하나인 현무의 이름대로 굳건한 기세로 적을 밀치는 초식이다.

태애앵!

신준석은 현무제암고의 힘을 모두 해소하지 못하고 쭉 밀려났다.

“제법…….”

이라고 말하는 찰나.

[맹렬한 돌진]

진호가 재차 거리를 좁히려 했다.

[단탈리온의 환영] 효과로 흐려지는 초점.

정면 궤도로 달려오는 진호의 신형이 셋, 아니 넷으로 보인다.

그뿐이랴.

환상 중에는 다이아몬드 승급전에서 신준석에게 패배의 쓴잔을 맛보게 한 오크 전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신준석은 그 와중에도 침착함을 유지, 기감으로 진짜를 찾아냈다.

반응이 한 템포 느려지기는 해도, 환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펑! 퍼퍼펑!

공기가 터지는 소리.

둘 사이에서 오가는 치열한 공방에 트레이닝 센터가 연신 흔들렸다.

첫 공세에서 우위에 선 진호였지만, 공방이 이어질수록 조금씩 밀려났다.

‘역시 스펙 차이는 어쩔 수 없나.’

홍윤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진호의 움직임은 신준석과 같은 랭커인 그조차도 놀랄 만큼 신묘하고, 또 날카로웠다.

딱 거기까지였다.

온갖 저주를 사용하고 적재적소에서 마법이나 기묘한 어둠의 힘을 사용했지만.

압도적인 레벨 및 스펙 차이라는 간격은 좁힐 수 없었다.

우드득!

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진호의 팔이 반대로 튕겨 나갔다.

팔뼈가 부러지는 소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충격의 여파로 근육도 찢겨 나갔을 터.

진호는 반대편 손으로 축 늘어진 팔을 붙들었다.

부글부글.

묘한 소리가 나면서 원래대로 돌아오는 오른팔.

“까마득한 후배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원래 전력을 다할 생각은 없었다만. 후배가 원체 강해서 말이야.”

쳇-.

진호가 혀를 찼다.

‘이래서 대련을 보러 오라고 한 말이군.’

홍윤수는 허허로이 웃었다.

[폭호신권 - 7초식]

[폭호층층권(暴虎層層拳)]

주먹 위에 층층이 맺히는 푸른 권기.

찰나의 순간, 타격한 대상을 여러 번 타격하는 초식이다.

“이건 어떻게 받아칠 셈이지?”

“팔 한쪽을 또 주기는 싫은데 받아쳐야죠.”

진호의 그림자가 쭉 늘어난다.

한데 뭉치는 어둠.

기다란 흑검이 진호의 손에 들렸다.

[어둠 지배]

[암영추혼검]

서걱!

층층이 맺힌 권기가 베어진다.

신준석의 손등에 맺힌 피 한 방울.

극야로 구현한 암영추혼검이 폭호신권을 정면으로 깨트렸다.

홍윤수는 다시 한번 자리를 박차더니.

“미친.”

나지막한 욕설을 내뱉었다.

‘빈틈을 노린 게 아니라 정면승부를 걸었다고?’

진호가 신준석의 초식 사이에 생긴 틈을 노려서 유효타를 성공한 거라면 이해가 갔다.

한데.

정면으로 내지른 신준석의 주먹을 받아치는 데 그치지 않고 권기를 잘라 냈다.

가끔 신준석과 대련을 해 본 홍윤수였기에, 진호가 보인 기예가 브론즈 등급 수준에서 보여 줄 수 없는 ‘불합리’한 힘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건 먹히는군요.”

“후배는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

“제가 할 말을. 대련을 하면서 무공이 발전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다 잘난 후배님 덕분이지.”

하하핫,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신준석.

그는 주먹을 맞댈 때마다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진호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마치 폭호신권과 자신의 약점을 아는 것처럼 호흡을 절묘하게 끊어냈다.

첫 대련 때도.

이번에 손속을 겨룰 때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합을 주고받을수록, 폭호신권에서 모자란 부분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고.

더 높은 경지에 올라가려고 읽은 비급들의 묘리가 대련을 벌이는 동안 머릿속에서 재정립되었다.

처음 대련했을 때보다 절묘해진 초식간의 연계.

신준석은 진호에게 빈틈을 찔린 후, 폭호신권의 구결을 연구했다.

공격 일변도에 직선적인 무공의 구성.

몰아치다가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치명타를 허용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신준석은 뛰어난 오성으로 폭호신권을 구성하는 초식 일부를 고쳤다.

기존의 무공을 개량하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

새 무공을 창시하는 대종사(大宗師)까진 아니지만, 그만한 무재(武材)와 이해도가 뒤따라야 한다.

본래 일류 무공으로 분류되었던 폭호신권은 시스템의 정의에서 벗어나 절정무공으로 발전하는 중이었다.

“남 좋은 일만 하는 기분인데.”

진호는 퉤, 하고 바닥에 침을 뱉었다.

침에 섞여 나온 붉은 피.

제3자가 보기에는 동등해 보이는 전투였지만.

실제로는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진호의 육신에 충격이 쌓여 갔다.

반면 신준석이 입은 피해라고는 암영추혼검으로 만든 생채기가 전부.

“그래도 해볼 만하네요.”

“해볼 만하다?”

“예. 이제 선배님의 수준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진호는 손을 까딱였다.

-기다리다가 지치는 줄 알았노라.

“이제부턴 조금 다를 겁니다.”

[극야 합일]

[악귀의 분노]

핏발 선 진호의 눈동자.

올올이 솟구치는 머리카락 위로, 붉은 기류가 감돈다.

“제 모든 것을 쏟아부을 테니 한번 막아 보시죠.”

“그거참 재밌어 보이는군.”

씩 웃은 진호.

그와 동시에, 지면을 차면서 신준석의 지척으로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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