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영락해 버린 이무기 류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전설]
[근력 + 20]
[체력 + 17]
[마력 + 25]
[스킬 – 선법도가 추가됩니다.]
[선법도(仙法道)]
등급: ★★★★
분류: 패시브
도술의 상위 개념이자, 초월경에 닿기 위한 선법의 길을 닦는다.
사용자는 선법을 익힐 수 있다.
*내공으로 선법 사용 가능.
선법도라.
회귀 전에 비슷한 스킬을 익히긴 했다.
이무기가 다룬 게 선법으로 분류 될 줄은 몰랐네.
“선법?”
“동양에서는 깨달음을 얻으면 모두 신이 될 수 있다고 해.”
선법이란, 그 ‘신'이 되는 길을 뜻한다.
방법은 달라도 초월지경으로 들어서는 통로라는 말이지.
정수 이름에 ‘길(道)'이 붙은 이유도 그것일 터.
닉스는 묘한 미소를 띠웠다.
“그대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힘이로구나.”
“부정 못하겠네.”
입가를 물들이는 쓴웃음.
초월이라는 건 필멸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행위 전체를 가리킨다.
선법이 아니더라도, 초월의 경지에 드는 방법은 여럿 있다.
나 또한 회귀 전에는 필멸의 한계와 종을 초월해서 신격에 이르기도 했었고.
[네스의 정수가 영락해버린 이무기 류의 정수에 공명합니다.]
[두 정수를 융합하여 새로운 스킬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럽쇼.
둘 다 회귀 전에는 얻지 못했던 정수.
융합이 가능한지도, 또 어떤 시너지가 날지는 알 수 없다.
근데 융합해서 손해 볼 건 없잖아?
“융합한다.”
[진(眞) 여의주]
등급: ★★★★★
분류: 패시브
단전에 내공을 축적하는 여의주를 생성한다.
여의주는 내공 운용을 더 효율적으로 하게 해 주며, 축적에도 도움을 준다.
선인(仙人)으로 향하는 길을 터득하면서 진정한 효능을 발휘한다.
*심법 효율 50% 증가.
*내공 소모 -20%
*축적한 내공의 양에 따라 성장 가능
*마나를 내공으로 전환 가능. 전환 시 비율은 10:7
*한 번에 전환 가능한 양은 여의주의 저장량까지.
“미친.”
쿵쿵쿵쿵!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스킬 이름에 글자 하나가 추가된 것뿐인데.
이전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첫 번째로 담아 둘 수 있는 내공의 증가.
본래는 10%에 해당하는 내공을 여의주에 담아 둘 수 있었는데,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보관 가능한 내공이 늘어난 것만 해도 엄청난 건데, 더 놀라운 건 두 번째 변화다.
“마나와 내공을 전환할 수 있다, 라.”
나는 [혼원룡의 심장] 덕에 마나가 넘쳐났다.
보너스 능력치를 투자하지 않아도 알아서 몸집을 불려 나가는 마력 스텟.
마력 노심과 다크매터 코어를 융합하면서 마나 회복양도 더 많아졌다.
플레이어로 각성한 이후, 한 번도 마나가 모자라서 허덕인 적은 없었으니까.
한데, 마나를 내공으로 치환할 수 있다면?
백수제왕무와 암영추혼검을 다루면서 느낀 만성적인 내공 부족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게 진짜였네.”
흐흐흐흐.
낮은 웃음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또 시작이로구나.”
닉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용이 머무는 뜰]에 온 건 다른 이유였다.
그런데 이무기의 정수를 흡수한 게 오히려 본 목적보다 훨씬 더 이득처럼 느껴졌다.
“산통 좀 깨지 마십쇼, 여신님.”
“그 음흉한 표정을 치우고 요구하지 그러느냐?”
“아무리 그래도 사람 생긴 걸로 구박하는 건 좀.”
내가 못생기지는 않았는데.
드라마를 즐겨 보더니 눈이 높아진 건가.
“여를 도량이 좁은 필부처럼 말하지 말거라! 것보다 그 웃음이 문제라고 하였…….”
[용이 머무는 뜰의 모든 괴물들을 쓰러트렸습니다.]
[게이트를 닫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아르스 게티아가 주어집니다.]
[아르스 게티아]
등급: 유니크
분류: 서적
제한: 마법사 클래스 / 암흑 마나 사용자
내구도: 100/100
솔로몬이 저술한 악마의 마도서 ‘레메게톤’을 지칭하는 다섯 서적 중 하나입니다.
음차원의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마력 + 40
*이해도: 0
*현재까지 개방된 주문
-암두시아스의 선율
-단탈리온의 환영
-바르바토스의 철퇴
“잠깐. 보상 좀 챙길게.”
닉스의 말을 끊고는 책의 정보를 띄웠다.
역시 내 기억이 맞았군.
“굉장히 불길한 책이로다.”
“판데모니엄에 속한 악마 군주들의 힘을 다룰 수 있게 하는 마도서니까.”
“여의 눈이 닿지 않는 곳으로 치워 주었으면 하는구나.”
“왜?”
“불결하도다.”
닉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진심으로 [아르스 게티아]를 꺼려하고 있군.
72 마신의 힘을 다루었다는 위대한 마도왕, 솔로몬이 기록한 마도서 중 하나.
섭리의 대척점에 선 힘이니 닉스가 싫어할 만했다.
어찌 되었든 암흑 마나를 사용할 방법이 생겼군.
회귀 전에는 ‘아르스 게티아’를 두고 피바람이 불었었다.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레메게톤.
마도서에 깃든 진정한 힘을 발휘하려면 이 서적들을 싹 모아야 하거든.
아르스 게티아를 얻었던 한국인도 레게메톤의 주인을 건 싸움에서 죽은 걸로 기억한다.
“그럼 성능을 확인해 볼까.”
난 아르스 게티아를 펼쳤다.
사용 가능한 주문은 셋.
이해도가 올라갈수록, 다른 마신들의 힘을 빌린 주문도 풀려난다.
아르스 게티아에 바알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암흑 마법이 있으면 재밌겠네.
[아르스 게티아 - 내장 스킬: 바르바로스의 철퇴를 사용합니다.]
쿵! 쿵! 쿵!
혼원룡의 심장이 거세게 펌프질을 하며 암흑 마나를 밀어냈다.
백수제왕무를 연속으로 펼쳤을 때나 느끼는 현기증.
대량의 마나가 빠져나간 후, 허공에 수 미터 크기의 역오망성이 생성되었다.
역오망성 위에 생성되는 커다란 철퇴.
나는 온전하게 구현된 [바르바토스의 철퇴]를 폭포에 휘둘렀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계곡 전체가 흔들렸다.
동그래진 닉스의 눈동자.
“이 위력은 대체 무엇이더냐?”
“뭐긴. 마신의 힘을 빌렸으니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산산조각 난 폭포.
수십 미터 높이의 산봉우리가 철퇴에 으깨져서 흔적 하나 남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아르스 게티아를 다시 펼쳐 보니 [바르바토스의 철퇴]에 대기 시간이 책정되었다.
12시간이라.
자주 쓸 수는 없군.
“그래도 비장의 한 수로 괜찮겠어.”
“한데, 그 불길한 서적은 꼭 들고 있어야겠느냐?”
“스킬 북이랑 좀 달라.”
나는 손을 휘휘 저었다.
탑 시스템상, 스킬 북은 조건만 맞추면 바로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아르스 게티아] 같은 서적은 다르다.
원하는 주문을 전개하려면 반드시 해당 페이지를 펼쳐야 한다.
“난전 중에 쓰기는 어려운 아이템이지.”
아르스 게티아는 욕망의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들고 다니긴 정신 사나운 아이템이라서.
나머지 두 주문은 디버프 주문이니 실전에서 테스트해 봐야겠다.
* * *
진호가 [용이 머무는 뜰]을 공략하느라 자리를 비웠을 때.
이지영은 쉬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카를라야, 오늘도 잘 부탁해.”
“이쪽도.”
환하게 웃는 지영.
맞은편에 선 카를라는 여전히 무표정한 투로 대꾸했다.
하지만.
겉에 비치는 모습과 달리, 이를 갈고 있는 사람은 지영이었다.
‘이번에는 꼭 한 방 먹여 줄 거야!’
진호의 첫 번째 제자!
이지영은 그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튜토리얼에서 맺은 인연은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해 준 원동력이었으니.
하지만 첫 번째 제자라는 자부심이 무색하게도, 새로 들어온 두 팀원은 너무 강했다.
카를라와 핑 레이.
아무리 대련을 해도 차이가 좁혀지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스승님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는 없어.’
각오를 다지는 지영.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누가 신호를 주지 않았는데도 거의 동시에 행동을 개시했다.
긴 낫을 낮게 든 채로 달려오는 카를라.
[진동 결계]
그녀의 이동 방향에 맞춰서 결계가 펼쳐진다.
허공에 궤적을 그리는 낫.
그 끝에 걸린 육각형 모양의 결계가 반으로 잘려 나간다.
지영은 0.1초 사이로 다시 결계를 구축.
낫의 궤적 바로 뒤에 생성된 벽이 카를라의 앞을 막아섰다.
“막아서기만 해서는 날 못 이겨.”
담담하게 낫을 휘두르는 카를라.
와장창!
두 번째 결계도 금세 파괴되었다.
[진동 결계 x 2]
카를라의 양옆에 생성된 결계.
결계의 진동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서 증폭되었다.
“이건 좀 어때?”
“제법. 하지만 부족해.”
카를라는 고유 능력을 발동시켰다.
공간 왜곡으로 결계에서 흘러나오는 진동을 일부 흘려보내곤, 운신이 자유로워지자마자 낫을 휘둘렀다.
종이처럼 베이는 결계.
결계의 진동 계수를 증폭시키는 건 상당한 집중력을 소모하기에, 연달아 펼치는 건 아직 어려웠다.
[공간 압축]
[더블 대시]
등 뒤의 공간을 압축시켰다가 풀어내면서 생긴 풍압.
카를라는 그 힘에 몸을 실으면서 도약했다.
빠르게 좁혀지는 거리.
“그걸 몇 번이나 봤는데 당해 줄 것 같아?”
지영은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카를라의 돌진 경로 바로 앞에 구축된 결계.
[공간 압축]과 [더블 대시]의 속도에 익숙해진 덕에 한발 앞서서 결계를 구축했다.
“안 돼, 한 장으로는.”
서걱!
카를라의 낫은 자비 없이 결계를 베었다.
진동 결계의 방어력은 일반적인 방어 마법이나 스킬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럼에도.
한 장만 가지고는 낫을 막을 수 없었다.
[공간 조작].
카를라의 고유 능력은 일반 공격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공간을 왜곡하거나 삭제하려면 많은 마력을 소모해야 하지만, 결계를 파훼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즉, 카를라는 지영이의 완벽한 카운터인 셈!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아.’
지영의 눈동자에 독기가 감돌았다.
탐스러운 정수를 앞에 둔 진호와 동일한 눈빛이다.
‘우선 저 돌진부터 막아야 해.’
그때.
지영은 무의식적으로 카를라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카를라의 무지막지한 돌진력은 고유 능력과 스킬을 조합한 것이다.
공간을 압축시켰다가 해방, 스스로의 몸을 밀어내며 도약하니 일반적인 돌진기보다 훨씬 빨랐다.
압축이라면…… 그녀의 능력도 가능하지 않던가?
‘결계를 포개면 진동이 증폭되잖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
지영은 곧바로 그 아이디어를 활용해 보았다.
[진동 결계 x 2]
두 장을 먼저 포갠 후, 바로 뒤에 결계를 하나 더 설치했다.
먼저 설치한 결계와 반발하는 세 번째 결계.
서로가 반발하며 진동 계수가 증폭되었을 때,
뒤에 친 한 장의 반발력을 해방하자, 포개어 놓은 결계가 앞으로 태앵- 쏘아졌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결계에 카를라도 내심 당황했지만, 본능적으로 낫을 휘둘러서 들이닥친 결계를 베었다.
카가가각!
낫과 결계가 충돌하자 엄청난 반발력이 일어났다.
결계에 막혀서 쭉 밀려난 카를라.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포개어 놓은 결계를 벨 수 없었다.
“윽. 제법.”
카를라는 자세를 다시 잡았다.
온몸이 얼얼했다.
큰 타격은 아니지만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의표를 찔렸다.
하지만.
“어, 어어어?”
지영은 공세를 이어 가는 대신, 입을 크게 벌린 채로 카를라를 바라보았다.
“대련. 끝낼 거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공격이 성공한 거 맞지?!”
“응. 그래도 이어 갈 수 있어.”
“대박! 내가 카를라한테 한 방 먹였어!!!”
지영은 포효를 질렀다.
새 능력 활용 방법을 터득한 데다 대련 목표까지 달성했으니.
기쁨이라는 감정이 마구 샘솟았다.
“좋아. 이 능력을 확실하게 다룰 때까지 대련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시작해도 되는 거지?”
“응! 이제 쉽게 안 당할 거야!”
그리고.
이지영은 엉망진창으로 카를라한테 두들겨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