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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16화 (116/300)

116화

이무기는 꼬리를 빠르게 회수, 공중으로 몸을 띄우려 했다.

“과연. 영락하였다 한들, 영물은 영물이로구나.”

스스슷!

지면에서 솟구친 극야가 이무기의 몸통을 칭칭 휘감는다.

몸을 좌우로 비틀며 발버둥치는 이무기.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한 극야의 힘은…….

“누가 벗어나도 된다고 허락하였느냐?”

이무기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거리는 극야의 힘.

닉스는 휘감은 극야를 미세하게 조종, 이무기가 몸부림치는 흐름에 맞춰서 효율적으로 힘을 흘려보냈다.

과연.

저렇게 활용할 수도 있는 건가.

“크라라라!!”

구슬에 집약되는 힘.

이무기는 다시 한번 술법을 준비했다.

“네 상대는 나다.”

나를 앞에 두고 어디서 한눈을 팔아?

극야의 힘 대부분을 이무기 봉쇄에 펼친 닉스.

놈의 술법에 스치기만 해도 중상이다.

[백수제왕무 - 1초식]

[응룡황권을 사용합니다.]

비늘처럼 팔뚝을 휘감은 내공이 일거에 방출된다.

놈의 몸통에 꽂힌 주먹.

강력한 반탄력에 오른팔이 저려온다.

“크라라라?!”

이무기도 무사하지는 않았다.

몸을 베베 꼬면서 고통에 겨워하더니, 상체를 숙이는 동시에 앞발을 휘둘렀다.

이 자세에서는 못 피하겠군.

응룡황권을 펼친 직후라서 내공을 끌어올릴 수 없는 상황.

체술 중 가장 큰 위력을 지닌 [괴력]으로 이무기의 앞발을 받아쳤다.

“큭.”

한 줄기 신음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근력을 뻥튀기 시켜 주는 괴력으로도, 이무기의 평범한 앞발 휘두르기에 밀렸다.

힘은 내 4배 이상이라고 봐야겠지.

연달아 앞발을 휘두르는 이무기.

공중에서 격돌하는 건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발을 디뎌야 무공이든, 체술이든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놈을 바닥으로 끄집어 내릴 방법을 생각해야지.

[어둠 지배를 사용합니다.]

괴력으로 받아친 이무기의 팔을 극야로 휘감은 후, 그 반동으로 튕겨나듯 하늘 위로 올라갔다.

이무기보다 높아진 위치.

헛발 친 이무기의 정수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강타를 사용합니다.]

흑색 비늘을 가격하는 순간.

이무기의 동체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크라라?”

충격은 크지 않겠지.

1성 스킬, 강타.

근력 증폭률만 놓고 보면 괴력의 1/11 수준이다.

여기서 강타를 사용한 이유는 따로 있다.

스킬 대상이 된 상대를 3미터 밀어내는 효과!

넉백이나 위치 이동 효과에 저항력이 없다면 강타의 효과를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놈이 몸을 비틀어서 반격하기 전.

연달아 강타를 사용, 개울물 바닥까지 처박았다.

콰앙-!

10미터 크기의 이무기가 바닥에 처박히자,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었다.

“크라라라!”

[풍둔(風屯)의 술(術) - 풍아(風牙)]

도력으로 구현된 바람이 여러 줄기로 나누어진다.

동시다발적으로 날아드는 초록색 칼날.

이러면 나야 고맙지.

오른손을 내밀어서 탐식의 입을 발동.

마나 업소브로 직선 코스로 쇄도하는 바람을 집어삼켰다.

카가가각!

나머지 공격은 극야와 가시 갑피로 흘려 보냈다.

몸에 충격이 전해지지만, 이 정도는 버틸 만했다.

낙하하는 기세에 몸을 실으면서 수라마령심공의 내공을 순환시켰다.

[백수제왕무 - 6초식]

[봉황각(鳳凰脚)을 사용합니다.]

이글거리는 검은 불꽃.

아직 기(氣)로 누군가를 해하는 경지에 오르진 못했지만, 절정 무공의 묘리를 담아 낸 덕에 내공의 움직임이 육안으로도 보였다.

사선으로 뻗은 다리가 이무기의 목덜미를 가격한다.

“크라라라라?!!!!”

꼬리를 베었을 때보다 더 고통스러워하는 이무기.

“뱀 새끼들은 거기가 약점이지.”

역린(逆鱗).

용종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약점이다.

목덜미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비늘.

되먹지도 못한 이무기일지라도, 용종에 발을 걸치고 있기에 약점까지도 공유했다.

“여신님.”

“꽉 붙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좋아.

본격적으로 싸울 준비는 끝났군.

“크라라라!”

이무기는 극야에 붙들린 상태에서도 흉포하게 울부짖었다.

* * *

맑았던 하늘에 드리운 시커먼 먹구름.

비바람이 몰아치고, 시커먼 구름 사이로 뇌전이 번뜩인다.

인근의 환경을 바꾸어 버리는 도술.

모두 이무기의 작품이다.

“크라라라!”

영락(零落)했어도 영물은 다르다는 걸까.

이무기는 극야에 붙들려서 운신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도, 틈만 나면 도술을 사용했다.

풍둔과 뇌둔.

번개 속성 술법은 전개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위력이 강했고.

풍둔은 재빠르게 사용 가능한 대신, 위력이 떨어지거나 디버프에 치중되어 있다.

뭐, 뇌둔에 비해 약할 뿐이지 제대로 맞으면 치명타인 건 마찬가지다만.

“호오, 이게 바로 그대가 말하는 손맛인가 보구나.”

닉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

이무기의 스펙이 원체 압도적이어서 붙드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워 보였다.

저놈이 영락해 버린 결과 폭주 중이라서 망정이지.

이성을 지녔으면 공략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다.

“크라라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꼬리.

극야의 힘으로 붙들었지만, 움직임을 원천 봉쇄하는 건 무리였다.

범위에서 수 미터 이상 못 벗어나게 하는 게 전부.

꼬리가 길게 돌아서 내 등 뒤를 점했다.

[유체화를 사용합니다.]

[모든 물리 공격을 무시합니다.]

쭉 뻗은 이무기의 꼬리가 내 등을 관통했다.

아무 저항감 없이 지나간 꼬리.

유체화의 효과로 물리 공격에는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다.

놈의 공격이 통하지 않듯.

나 또한 이 상태에서는 물리력을 가할 수 없지만.

“아이스 스피어.”

마법 영창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탐욕의 가호로 강화한 얼음창으로 이무기의 꼬리를 찍었다.

초전에서 만든 상처 안으로 파고든 아이스 스피어.

“크라라라라!”

놈의 비명이 계곡을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영체가 되었어도 귀가 먹먹해지는군.

더 벌어진 상처에 극야의 힘을 불어넣고 마구 헤집었다.

발광하는 이무기.

여기서 더 있는 건 위험하겠어.

이무기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는 순간, 유체화가 풀렸다.

“그대는 스릴을 즐기는구나.”

“저 뱀 새끼한테 피해를 최대로 입히려는 거지.”

스릴은 얼어 죽을.

유체화가 풀릴 때, 그 위치에 물질이 있으면 겹쳐지는 부위가 통째로 사라지는 페널티가 있다.

한 방이라도 더 먹이려고 악착같이 붙는 건데.

[뇌둔의 술 - 뇌망(雷網)]

구슬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전방을 모두 뒤덮을 만 한 전기 그물로 탈바꿈했다.

회피는 불가.

여기에서 물러나면 이무기를 붙들고 있는 닉스가 맞게 된다.

머리 좀 썼군.

[어둠 지배를 사용합니다.]

[암영추혼검을 사용합니다.]

파츠츠츠!

극야의 힘으로 빚어낸 칼날.

패도적인 내공이 칼에 스며들면서 일체화가 된다.

검기상인(劍氣傷人).

현재의 내 무학으로는 구현 불가능한 기의 실체화까지도 가능케 하는 힘.

극야가 모든 어둠의 근간인 밤의 개념을 담고 있기에 가능했다.

나는 암영추혼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콰지지직! 넓게 펼쳐진 번개가 좌우로 잘려 나간다.

“크라라?!”

당황하는 이무기.

방금 전 술법을 펼치느라 꽤 많은 힘을 소모했다.

뇌망을 잘라 내면서 내공을 많이 소모한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여의주에 깃든 내공이 단전으로 이동합니다.]

부족한 내공이 금세 채워졌다.

그뿐이랴.

내 힘은 무공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

맹렬한 돌진으로 이무기의 몸을 들이받자, 커다란 동체가 일순간이지만 크게 흔들렸다.

2초 경직.

이 녀석, 몸뚱이만 크지 완전 허당이잖아?

탑으로 치면 30층 이상에서 나오는 보스 몬스터와 동급의 괴물.

그 정도면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을 기본으로 보유했다.

경직 지속 시간이 50% 감소한다든지.

한데, 이무기는 어떤 상태 이상을 걸어도 저항 하나 못했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 그리고 경이에 가까운 도술을 다루긴 해도.

완전히 반푼이야.

[머드 트랩을 사용합니다.]

[스컬 핸드를 사용합니다.]

개울물 바닥에서 솟구치는 진흙.

맑은 물이 순식간에 탁해지더니, 반경 20미터가 늪지로 바뀌었다.

“그리 나왔더냐.”

닉스가 손짓하자, 이무기를 감은 극야가 늪 아래로 내려간다.

수십이나 되는 앙상한 손들이 합세, 이무기의 몸뚱이를 늪으로 처박았다.

[풍둔의 술 - 광풍(狂風)]

호오, 위기감에 제정신을 차린 건가.

이무기 녀석이 술법을 펼친 위치는 늪으로 처박힌 자기 몸뚱이였다.

폭발적인 기세로 터져 나온 바람이 진흙과 극야의 힘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근데 이미 늦었어.

[악귀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근력·민첩이 200% 상승합니다.]

[충격에 의한 경직 효과 및 고통을 무시합니다.]

[타격 시 피해를 입힌 수치에서 10%만큼을 흡수합니다.]

[60초 동안 지속됩니다.]

지면에 딱 붙은 채로 틈을 드러낸 상황.

막 술법을 펼친 후라 새로운 도술로 이어 가지도 못하니, 완전히 나 잡아드쇼 하는 꼴이다.

다시 한번 맹렬한 돌진을 사용.

봉황각으로 타격했던 역린을 찔렀다.

“크라라!”

연이은 경직.

페널티로 지속 시간이 조금 감소했지만, 상관없다.

약점을 훤히 드러낸 뱀 새끼를 상대로 오래 끌 생각은 없으니까.

수라마령심공의 내공이 손가락 끝에 집약되었다.

광서지.

돌진하는 코뿔소의 기세를 담아 내지른 손가락이 역으로 솟아난 비늘을 두들겼다.

쾅! 쾅!

타격한 곳을 연속으로 찌르자, 비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흐읏, 너무 날뛰지 말거라.”

신음을 흘리는 닉스.

연속으로 약점을 공격당하자, 이무기가 발악했다.

지금껏 버텨 온 극야가 하나둘 끊어지고.

놈의 몸부림에 스컬 핸드도 산산조각 나 버렸다.

“죽기 직전이 되니까 정신 좀 들어?”

그런데 어쩌냐.

이제 와서 정신 차려도 피할 수가 없을 텐데.

난 극야를 한데 뭉쳐서 검으로 재차 구현, 내공으로 칼날을 뒤덮었다.

번개를 가른 검.

현재 펼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으로 금이 간 역린을 베어 냈다.

촤아아악!

[막대한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암영추혼검이 만들어 낸 상처 위로 솟구치는 피.

폭포수처럼 거친 기세로 역류한 피가 다시 아래로 떨어진다.

비가 내리는 것 같군.

“계약자여, 다친 곳은 없느냐?”

“멀쩡해. 여신님이야말로 너무 무리한 것 같은데.”

“후훗, 여는 밤 그 자체이니,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니라.”

파르르 떨리는 손과 발.

호문쿨루스의 육체로 신의 힘을 한계까지 다루어 냈으니, 멀쩡할 리가 없다.

이대로 둘 수는 없겠어.

나는 닉스의 팔을 어깨에 둘렀다.

“이, 이, 이, 이게 무슨 행동이더냐!?”

“뭐긴, 부축하는 거지.”

“여에게는 필요하지 않느니라.”

방금 전의 싸움에서 얼마나 많은 힘을 썼는지, 지금 보면 얼굴까지 빨개져 있었다.

하여간 누가 신 아니랄까, 자존심 하나는 엄청나요.

“물 없는 곳에서 쉬고 있어.”

닉스를 부축, 개울물이 닿지 않는 바위까지 안내했다.

“어딜 가려는 것이더냐?”

“이무기의 사체부터 포식해야지.”

영락한 이무기의 정수다.

내가 얻으려고 했던 ‘기연’과는 별개의 보상이다.

이전의 삶에서는 다른 플레이어가 공략했기에 취할 일이 없었던 정수.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무기의 사체를 포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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