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플레이어 - 유진호]
나이: 23 → 24
능력: 포식, 천재
레벨: 40 → 76
종족: 인간
등급: 아이언
직업: 프레데터
*능력치
근력: 133.7 → 225.5(+15)
민첩: 128.5 → 210.3(+12)
체력: 101.1 → 204.8
맷집: 103.4 → 199.1(+30)
마력: 184.2 → 326.2(+28)
내력: 98.5 → 207.9
신력: 1
극야: 70 → 200
[능력 - 포식]
생명이나 사물에 깃든 정수를 포식합니다.
*스킬
5성[★★★★★](3)
-혼원룡의 심장 / 어둠 지배 / 데모닉 파워
4성[★★★★](4)
-여의주 / 암영추혼검 / 백수제왕무 / 수라마령심공 / 압도하는 폭군
3성[★★★](5 → 7)
2성[★★](12 → 17)
1성[★](14 → 24)
-스킬 개수가 많습니다. 3성 이하는 스킬 창을 접어서 간략화합니다.
*천재 능력의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압도적인 폭군]의 영향으로 신체를 구속하는 주문에 대한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냉혈]의 영향으로 정신에 간섭하는 주문에 대한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태양 빛이 없으므로 밤의 가호가 활성화됩니다.
…….
총합 1500.
능력치가 승급전 이전과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늘어났다.
순수 능력치만 놓고 보면 200레벨 후반의 골드 등급 플레이어와 비견될 정도.
천재의 효과인 20% 증가가 더해지면?
“그대가 말한 대로라면 300레벨 초반, 그러니까 플래티넘급이로구나.”
“뭐, 순수 스텟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거지.”
내가 천년설삼의 효과로 내공을 증진시켰듯이, 상위권 플레이어들도 여러 영약을 섭취한다.
앞에서 언급한 건 레벨을 올려서 얻은 보너스 스텟만을 지칭하는 것이니.
“장비발까지 보면 골드 초입 정도 되겠네.”
“너무 엄격한 기준 아니더냐?”
“자만하지 않으려는 거지.”
닉스는 흐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 개수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강타]처럼 쓸 일이 없는 스킬도 있지만, 시너지 효과까지 감안하면 많을수록 좋은 법.
원시종의 정수로 그릇을 닦아 놓았으니.
당분간 정수들끼리 충돌할 일은 크게 없을 거다.
[동기화 - 19.96%]
턱 끝까지 다가온 1차 대침식.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끝났다.
회귀한 지 3개월.
그 기간 동안 준비한 것으로 미래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긴장을 풀거라.”
“나 긴장 안 했는데?”
“그대의 표정만 봐도 아느니라.”
불쑥 다가오는 하얀 손.
닉스는 오른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해 나가고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말거라.”
“……갑자기 뭔 말이야?”
“그대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느냐.”
맞닿은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
이 여신님이, 나를 어린애 취급하네.
하지만.
묘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여는 그대가 메고 있는 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
멸망의 시대.
고신족들에게 짓밟힌 인류.
초목이 불살라지고 바다가 말라버렸으며, 온 산이 무너지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미래의 모습.
그저 묵묵히, 닉스의 따스한 말을 듣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그대는 여의 계약자이니. 언제든지 기대도 좋으니라.”
내 고민이 무엇인지.
어떤 짐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지.
닉스는 묻지 않았다.
“정말 지쳤을 땐 기댈게.”
“후후훗, 그 말이면 되었느니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에 몰아친다.
나는 끓어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힌 채, 물류 창고를 나왔다.
* * *
[지구 차원]
[동기화 - 19.995%]
바벨탑 지하.
이름, 그리고 신화를 빼앗긴 고신족들이 머무르는 곳이다.
평소에는 적막감으로 물든 곳이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달랐다.
“크하하하! 드디어 지구에도 1차 대침식이 시작되는구나.”
화려한 금발이 인상적인 사내가 호쾌하게 웃었다.
히페리온.
최초의 태양신이었으나, 티탄의 몰락과 함께 저물어 버린 존재.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꿀물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신들의 음료, 넥타르를 흉내 내어 빚어낸 조잡한 모조품.
격을 잃어버린 고신족들에게는 빛이 바랜 황금사과나 꿀물주가 최선이었다.
쿵! 쿵!
피부가 새파란 거인이 히페리온에게 다가왔다.
“이로써 또 하나의 차원이 탑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군.”
우트가르트 로키.
애시르 신족 중 하나인 ‘로키’와 동명이인인 서리거인이다.
째앵!
티탄과 서리거인.
두 거신(巨神)은 황동으로 만든 잔을 부딪쳤다.
공중으로 튀어 오른 꿀물주.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흘러나온 술이 옷과 바닥을 적시지만, 두 고신은 기분 좋게 웃었다.
“흐하하하!!”
“하하핫!”
두 신이 유별난 걸까?
아니었다.
탑 지하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화려한 조명이 지하에 감도는 어둠을 몰아내고.
쇠락해 버린 신들은 장차 필멸자들이 맞이할 파멸적인 미래를 기대하며 서로에게 축하를 나누었다.
현세대의 신들에게 허락된 만찬을 흉내 내면서까지.
하지만 극소수의 고신은 축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마법의 신으로 추앙받았던 존재, 루레인도 마찬가지였다.
히페리온은 꿀물주를 들고 루레인에게 다가갔다.
“우리 마법의 신님. 일만 하지 말고 꿀물주 한잔하지?”
“옛 성좌명은 부르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래도 여기서 일하는 건 분위기에 안 좋잖아.”
루레인은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평소였으면 한 잔 정도는 괜찮았을 터인데.
그녀는 묘한 불안감 때문에 일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뭐, 열심히 하라고.”
히페리온은 가볍게 웃은 후, 다른 고신과 잔을 마주했다.
잠시 후.
[지구 차원]
[동기화 - 20.001%]
[1차 대침식이 시작됩니다.]
바벨탑과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 * *
우당탕-!
핑 레이는 공중에서 540도를 돌더니 훈련장 바닥에 고꾸라졌다.
“끄으으.”
얼굴을 바닥에 밀착한 채로 신음을 흘리는 녀석.
“침 묻으니까 일어나.”
“으으, 입 돌아간 거 같으니까 조금만.”
“조금만은 반말이고.”
“좀만요.”
핑 레이가 주춤거리면서 일어날 때.
반투명한 메시지가 나를 포함, 팀원 전부에게 나타났다.
[탑과 차원의 동기화가 20%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부터 각 나라 곳곳에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게이트는 여러 차원의 그림자가 비추어진 곳으로, 기회와 동시에 위기를 부르는 장소입니다.]
[임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게이트를 방치하면, 브레이크 사태가 일어납니다.]
[게이트가 출현하는 위치는 ‘게이트 레이더’로 알 수 있으며, 해당 장비는 각국의 수장에게 전달됩니다.]
[동기화가 20%를 넘어섰으므로, 다이아몬드 승급전이 활성화됩니다.]
회귀 전 게이트가 나타난 건 2026년 3월경이다.
석 달 정도 빨라진 건가.
달라진 미래의 변수는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됐다.
내 존재로 인해 바뀐 미래.
카를라만 봐도, 내 가르침을 소화한답시고 더 의욕적으로 훈련과 탑 미션에 도전하잖아.
핑 레이도 마찬가지다.
그뿐일까.
내가 탑 저층 최고 기록들을 경신한 탓에 여러 플레이어들이 더 의욕적으로 미션에 참가했다.
뭐,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
어차피 다가올 미래.
그 시간이 나 때문에 앞당겨졌다면.
다른 사건들도 충분히 개입해서 바꿀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스승님, 게이트는 뭔가요?”
“내가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
“죄송합니다.”
딱 잘라서 말하자, 지영이가 풀이 죽은 투로 대꾸했다.
“협회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현시점에서 평범한 플레이어가 게이트 관련 정보를 알 수 없으니.
모르는 척 말하고는 한수창에게 연락했다.
-지, 진호 특무대원님!!!!
“귀청 떨어지겠네. 진정 좀 해요.”
-게이트라뇨.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저도 모릅니다만.”
바벨탑의 메시지는 일반인에게도 전달되었다.
게이트라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정보를 모두가 알게 된 상황.
“협회장님은요?”
-대통령 각하의 호출을 받고 청와대로 가셨습니다.
“그럼 게이트 레이더라는 걸 수령하시겠군요.”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만…… 너무 침착하시군요.
회귀 전에는 이보다 더한 것도 많이 봤거든요.
이 정도로 당황해서는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보다 청와대에서 빠르게 움직인 건 회귀 전과 동일하군.
역시 협회와 끈을 만들어 두기를 잘했다.
“만약에 대비해서 협회로 넘어가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협회에서도 급히 요원들을 소집하는 중입니다.
“길드들은요?”
-아직 협회장님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아서…….
협회는 길드의 운영을 강제할 수 없다.
직·간접적으로 기업들의 후원을 받다 보니, 공문 하나를 내릴 때도 신중해야 한다.
반면에 협회 소속 플레이어, 즉 요원은 워낙 대우가 좋지 않다 보니 지원자가 적은 편이고.
회귀 전, 한수창이 특무대를 괜히 신설한 게 아니다.
“그러면 이따 뵙죠.”
한수창과 통화를 마친 후, 팀원들을 모아서 대략적으로 브리핑했다.
게이트 출현.
여태까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미지의 사태에, 팀원들도 놀란 기색을…….
“크읏. 그러면 오늘 훈련은 끝인 겁니까?”
“팀장님 뜻대로 하세요.”
“그럼 스승님, 같이 협회로 넘어가나요?”
“인형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보이지는 않았다.
핑 레이는 샌드백 신세, 아니 훈련이 끝났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했고.
나머지 세 사람은 지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아니.
지영이나 영수 형님은 몰라도 카를라, 당신은 골드 문 소속이니까 엘렌의 말을 따라야지!
나는 팀원들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흘겨보았다.
엘렌과 주이션이 눈을 마주치더니.
“아직 본사에서도 확인하는 중이라서요. 카를라 잘 챙겨 주세요.”
“구룡방에서는 이번 변화가 소협에게 더 큰 발전의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들도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팀을 움직이면서 잡음이 날까 조금은 걱정했는데.
이렇게나 순순히 따라 주니 오히려 내가 껄끄러워졌다.
“모두 그대의 인망 덕분이지 않겠느냐.”
닉스의 부드러운 말에 핑 레이가 입술을 비죽였다.
“넌 이따 다녀와서 특별훈련 추가다.”
“아니! 왜…….”
“그러면 협회로 넘어가지.”
2025년으로 돌아오고 나서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다가올 참극을 막아 내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연들을 얻기 위해.
나는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이전까지가 리허설이었다면.
게이트 브레이크 때부터는 실전이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무대 위에 선 것이다.
긴장감.
흥분.
두려움.
온갖 감정이 뒤섞이면서 생긴 커다란 소용돌이가 마음을 자극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감정을 꾹 누른 채,
“역천 팀. 출발.”
덤덤한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