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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92화 (92/300)

92화

[바벨탑 - 12층]

[시가지에 입장했습니다.]

[미션 - 서바이벌(2)]

플레이어 100인은 무작위로 정해지는 필드에서 생존해야 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힘을 모으거나 경쟁자를 사냥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를 쓰러트릴수록 보상도 커집니다.

▶ 목표: 60분 동안 생존.

혹은 최후의 1인이 되는 것.

▶ 필드: 현대 도시

12층은 이전에 경험해 본 2층과 동일한 ‘서바이벌’이다.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장소가 다르구나.

닉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회색 콘크리트로 물든 배경.

나한테 익숙한 현대풍 도시가 전장이었다.

-꼭 그대가 사는 도시만 나오는 것이더냐?

“아니. 고대나 중세, 혹은 다른 세계의 도시들도 나와.”

현대 도시면 무난한 편이다.

아틀란티스 같은 맵이 나오면 이동부터가 번거롭거든.

-이번에는 운이 없구나. 근처에 아무도 없다니.

“글쎄.”

난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천개의 색을 본다는 마안으로 보는 세계.

회색 콘크리트 사이로 플레이어의 마력 파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첩한 뒷발을 사용합니다.]

45도 각도로 쏘아지는 몸.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까지 멀리 도약하진 못해도.

“여길 알아챘다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빌딩에 몸을 은닉한 채로 날 살펴보던 플레이어.

이 녀석 말고도 숨어 있는 사람만 이 근처에 3명이나 더 있다.

-과연. 은닉하기에 좋은 전장이구나.

“평범한 플레이어한테는.”

기척 감지 스킬이 없으면 꽤 골치 아프겠지.

나한테는 [천안(千眼)]이 있기에, 건물에 몸을 숨기는 것 정도로는 부족했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거리.

들킨 플레이어가 울상을 지었다.

“왜 하필 유진호랑 같은 미션에 매칭이 된 건데!”

말과는 달리 병장기를 쥐며 반격을 준비하는 사내.

창날 끝이 나를 향한다.

언랭크였으면 어? 하다가 당했을 텐데.

나름 아이언이라고 조금은 낫군.

이전이었으면 혈조공이나 괴력을 펼쳤겠지만.

지금은 새 무공이 있단 말씀!

[백수제왕무 - 5초식]

[광서지(狂犀指)를 사용합니다.]

검은색으로 물든 다섯 손가락.

수라마령심공의 여파다.

나는 손가락을 곧게 모은 채, 앞으로 쭉 뻗었다.

쩌어엉!

창과 부딪친 손가락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도 나지 않았다.

반면에 손가락과 부딪친 상대의 창은…….

“이, 이게 말이 돼?!”

드드드드- 창날이 뭉개지더니 곧이어 들고 있던 창대까지도 산산조각 났다.

방금 전까지 창이었던 것을 들고 있던 플레이어는 그대로 사망.

압도적인 스펙.

그리고 4성급 무공의 힘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아직 갈 길이 멀군.”

난 광서지를 펼친 손을 털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끝.

[포식]으로 강화한 육체이지만, 절정 무공을 온전하게 펼치기는 아직 부족했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백수제왕무를 제대로 다루려면 멀었는데, 뭐가?”

-기(氣)라고 하였지? 그 기운을 운용함에 있어서 어색함이 전혀 없었느니라.

역시라고 해야 하나.

닉스가 ‘개념’의 영역에 다다른 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내 육체는 새로운 무공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정신은 회귀 전의 경험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에 내공 운용만 놓고 보면 완벽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 내 육체와 정신의 불일치를 읽어 내다니.

한편, 닉스의 칭찬을 듣자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별거 아닌 것 가지고 사람 띄워 주긴.”

-띄워 주는 게 아니라…….

닉스의 뒷말을 듣기도 전에 재차 [민첩한 뒷발]을 사용.

옆 건물에서 눈치를 보던 플레이어에게 도약했다.

“누가 그냥 당해 줄 줄 알아?”

이번에는 쌍검을 다루는 플레이어다.

겉멋만 들어 가지고.

고작 아이언 등급 주제에 쌍검을 다룬단 말이지.

-승급전에서 만난 핑 레이인가 하는 자도 검을 둘 쓰지 않았더냐?

“걔야 쌍수호박이라는 스킬을 익힌 거고.”

어쭙잖은 솜씨로 무기를 둘이나 사용하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한 짓이다.

나는 도약하는 중에 허공에서 자세를 잡았다.

[백수제왕무 - 2초식]

[산군파랑조(山君波浪爪)를 사용합니다.]

촤아아악!

반월 형태로 퍼지는 기파.

막 쌍검을 휘두르려던 플레이어의 양팔이 기파에 밀려서 위로 젖혀지고.

훤히 드러난 가슴팍에서 핏방울이 솟구쳤다.

“끄으으…….”

“폼 잡기 좋아하는 놈은 이래서 안 돼.”

순식간에 둘을 처치.

[천안]을 활성화했지만, 인근에는 마력 파장이 더 이상 감지되지 않았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려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야겠군.

-힘을 내거라.

예예. 참으로 힘이 나네요.

* * *

나는 전력 질주를 사용, 텅 빈 도시를 누볐다.

-경신법은 왜 운용하지 않는 게냐?

“내공 아껴야 해.”

백수제왕무는 절정의 무공이다.

의념으로 그림자를 실체화하는 암영추혼검에 비해 내공 소모가 적긴 해도.

이전에 사용했던 혈조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내공을 소모했다.

무공 성취가 올라가면 낫겠지만.

현 수준에서는 내공을 펑펑 쓸 수가 없단 말이지.

“유진호가 이번 미션에 참여했다.”

“그 핑 레이를 꺾은?”

“재수도 없지. 하필이면 서바이벌 미션에서…….”

같은 서바이벌 테마지만.

2층 때와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전투를 벌이기보다 숨는 것을 선택한 플레이어들.

12층은 매칭 대상이 전 세계인데도, 내 이름을 보고 피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핑 레이와의 승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이슈가 된 듯한데.

그럼에도.

“여기 있었네?”

“어떻게…….”

“머리카락 보이잖아.”

내 눈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독수리의 눈]과 [관찰안]이 합쳐지면서 생긴 마안.

천안(千眼)으로 마력의 파장을 읽어서 숨어있는 플레이어를 하나씩 쓰러트렸다.

일격에 하나씩.

백수제왕무를 펼칠 때마다 플레이어 하나가 미션에서 탈락했다.

-나약한 자들이로고. 어이하여 일합도 받아 내지 못하는지.

“내가 그만큼 센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봤어?”

-자만심은 마음의 칼을 무디게 만드는 생각이니라.

“예이.”

난 대충 대꾸했다.

[킬 카운트]

유진호 - 41

리마리오 - 4

위도도 - 2

······.

[남은 플레이어: 49]

[남은 시간: 00:48:13]

10분 만에 절반 아래로 줄어든 플레이어.

그중 대부분은 내 솜씨다.

플레이어 대부분이 전투보다 숨는 것을 선택해서 그런지, 킬 카운트가 느리게 올라갔다.

숨은 플레이어를 찾아내느라 번거로웠지만.

서로가 전투를 회피한 탓에 날 제외한 이들의 킬 카운트가 고만고만해진 부가 효과(?)도 있었다.

“이렇게 숨어 있어 봐야 놈의 먹이가 될 뿐이다.”

“힘을 합쳐서 유진호부터 쓰러트리자.”

삼삼오오 연합하는 플레이어들.

이제는 지형지물에 숨는 걸 포기하고 정면으로 나섰다.

“무공 수련은 여기까지네.”

쩝.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은신한 플레이어를 쓰러트리는 건 무공만으로 충분했지만.

여러 적을 동시에 상대하려면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상한 레벨이 100으로 늘어난 아이언 등급.

포식 덕에 스펙을 브론즈 티어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여가 힘을 보태 주어야겠구나.

닉스는 오른손으로 내 머리를 어루만졌다.

밤의 축복으로 강해진 신체.

-시간이 길지 않으니 감안하여라.

“5분이면 충분하지.”

건물 안에 은·엄폐한 적을 찾아내는 것보다 뭉쳐 있는 게 편했다.

100명 중 나를 뺀 나머지가 모두 팀을 맺은 것도 아니고.

서바이벌이라는 미션의 특성상 남에게 등을 안심하고 맡기지도 못했다.

[로제스 비트]

[라이트닝 볼트]

[퀵 차징]

장미를 닮은 작은 마탄들이 날아들고.

정면에서는 번개가 쇄도.

근거리 딜러가 돌진기로 측면을 노린다.

언뜻 보기에는 위협적인 공격.

“빈틈이 이렇게 많아서야.”

각자 익힌 스킬을 난사할 뿐, 연계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등 뒤에서 솟구친 극야가 마탄들을 가볍게 쳐 내고.

번개는 [마나 업소브]로 빨아들였다.

제 발로 달려온 녀석에게는.

[백수제왕무 - 5초식]

[광서지를 사용합니다.]

소가 적을 들이받는 기세에서 딴 지법, 광서지를 쭉 뻗어서 일격에 쓰러트렸다.

격전을 거듭하다 보니 금세 바닥을 보이는 내공.

[여의주에 보관 중인 기를 단전으로 이동시킵니다.]

[내공이 회복됩니다.]

수라마령심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한층 더 성장한 여의주가 담아 둔 내공을 사용했다.

이야. 절정무공 위주로 전투를 벌였는데도 이만큼이나 싸울 수가 있네.

“나름 긴장했는데.”

-입술에 침은 바르고 거짓을 고하거라.

“티 났어?”

아이언 등급 플레이어라고 해서 마냥 실력이 균등하진 않다.

12층 미션만 해도 100레벨을 찍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승급전을 치른 지 얼마 안 된 플레이어도 존재하니까.

“같은 아이언끼리도 차이가 있는 법이다!”

삼단 봉을 분리하더니 길게 휘두르는 무공 사용자.

그나마 한계 레벨에 도달한 플레이어는 나름대로 저항했지만.

콰직!

시커먼 기가 삼단으로 된 봉을 반으로 쪼갰다.

“이건 말도 안…….”

“돼.”

산군파랑조는 그 뒤에 있던 플레이어의 목숨까지 앗아 갔다.

50레벨이든 100레벨이든 간에, 내 상대는 아니었다.

제한 시간이 막 30분을 넘어가는 순간.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가 사망했습니다.]

[남은 시간에 관계없이, 마지막 생존자는 미션 성공 판정을 받습니다.]

▶ 메인 미션 - 서바이벌(2)를 통과했습니다.

▶ 남은 플레이어 - 1

▶ 킬 카운트 순위

1. 유진호 - 81

▶ 유진호 플레이어가 킬 카운트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 보상: 아다만티움 500g, 7,000cp

2층보다는 줄어든 킬 카운트.

필드도 더 넓어졌고 시가지라는 지형의 특성도 한몫 했다.

그럼에도.

워낙 스코어가 압도적이라서 12층 세계 기록을 가뿐하게 경신했다.

-이번에는 카오스의 파편이 아니로구나.

“그래도 쓸 만한 게 나왔네.”

아다만티움.

오리하르콘과 동급으로 취급되는 희귀 금속이다.

주요 사용처는 마력 분야.

보주의 중추 핵이나 마법진 촉매, 그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광물이다.

현시점에서는 오리하르콘처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없어서 그렇지.

-한데 이상하구나.

“2층보다 왜 양이 적냐고?”

-그러하니라.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은 동일하지 않느냐.

“히든 미션을 치렀잖아.”

12층은 안타깝게도 숨겨진 요소가 없다.

아울비스트 같은 괴물이 튀어나오면 정수라도 포식할 텐데.

“그래도 괜찮은 걸 얻었으니까.”

-아다만티움을 다룰 수 있는 장인이 있느냐?

“없긴 한데, 따로 쓸 곳이 있어.”

아이언 등급에서는 ‘그 생물’의 정수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가공을 거치지 않고 내 힘을 강화하는 데 쓸 수 있거든.

“왜, 이것도 공물로 드릴까?”

-아니니라. 아다만티움은 신격과 관련이 없는 광물이라 무용하느니라.

“그럼 앞으로는 아다만티움 위주로 구해야겠네.”

-참으로 발칙한지고!

닉스가 짐짓 화난 척 볼을 부풀렸다.

여신님은 모르겠지.

저 액션을 보려고 내가 일부러 약 올린다는 것을.

나는 웃음을 삼킨 채, 아다만티움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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