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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87화 (87/300)

87화

“끄르르…….”

중국 측 하수인과 플레이어 무리가 전멸하기까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군의 힘을 빌릴 것도 없었다.

“저게 유진호 플레이어.”

“무지막지한 킬 카운트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이번 승급전. 저 정도면 혼자서 클리어 가능한 거 아니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국 측 플레이어들.

그들의 망막 위로 선망이라는 감정이 피어오른다.

“당신들, 나를 좀 도와줘야겠어.”

“예! 말씀만 하십쇼!”

“하수인들 최대한 길 좀 막아 둬.”

“……예?”

한국 측 플레이어들은 한 템포 늦게 대답했다.

“말했잖아. 하수인들 체력 보존해 둔다고.”

스컬 핸드와 머드 트랩만으로는 하수인들을 완전히 묶어 둘 수 없다.

안 되면 길을 막아서라도 못 움직이게 해야지.

“몸으로라도 막으란 말씀이군요.”

“이야기가 통해서 좋네.”

“다들 유진호 님의 말씀대로 합시다!”

한국 측 플레이어들은 의욕적으로 길을 막아섰다.

“…….”

“…….”

움찔대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하수인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느긋한 마음으로 중국 측 하수인들의 사체에 손을 뻗었다.

과연, [프레데터]의 능력으로 하수인들에게서 정수를 추출할 수 있을까?

[언랭크 하수인(근접)의 정수를 추출합니다.]

[정수 등급: 일반]

[언랭크 하수인(마법)의 정수를 추출합니다.]

[정수 등급: 일반]

“이게 되네.”

난 웃음을 꾹 참았다.

골렘과 같은 취급인 하수인들.

스캐빈저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구먼.

역시, 올마이티와 동급의 전직 조건을 지닌 최상위 직업답다.

두 번째로 몰려온 웨이브를 처리한 후.

“이제 가지.”

한국 측 플레이어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댐이 수문을 개방했을 때 세찬 기세로 물이 흐르듯.

60기로 불어난 하수인들이 협곡을 따라 중국 팀 1차 요새로 전진했다.

협곡 너머에 우뚝 서 있는 요새.

[천안]으로 살펴봤지만, 플레이어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리 탐탁찮은 표정을 짓느냐?

“중국 놈들이 2위 전략을 썼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 말이야.”

난 턱을 만지작거렸다.

특히 중국 팀의 핵심인 핑 레이의 입장이라면 2위라는 성적표에 만족할 수 없을 텐데.

그 순간, 다급한 발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저 방향은 아군이로구나.

협곡 뒤에서 달려오는 플레이어.

“큰일입니다, 큰일!”

한국 팀 마크를 머리 위에 단 사내가 턱 끝까지 찬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아무래도 라오스 쪽 전장에서 변수가 생긴 모양이다.

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내의 어깨를 가볍게 붙들었다.

“무슨 일이지?”

“헉, 허억. 중국과 라오스가 손을 잡았습니다.”

-계약자여, 그대의 제자가……!

닉스의 목소리가 확 올라갔다.

서로 으르렁대기는 해도, 막상 지영이 쪽이 위험해지니 걱정되나 보다.

참 자비로운 여신님이라니까.

“오히려 좋아.”

중국 놈들.

이 상황을 타파할 계책이라는 게, 고작 협공이야?

-그대가 있다면 모를까, 제자만으로는 전력이 부족할 것 같거늘.

“흐흐, 단순히 버티는 거라면 지영이만 한 인재가 없을 거다.”

진동 결계의 최대 장점은 가성비다.

좌표를 모두 연산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력 소모가 크지만.

그에 대비해서 마나 소모는 내구력이나 파괴력에 비해서 적었다.

“모르스, 나와라.”

“부르셨습니까요. 호, 아니 고객님.”

“마나 포션, 얼마지?”

“1,000cp입니다요.”

“더럽게 비싸군. 3개만 줘.”

모르스는 아공간에서 푸른 액체가 담긴 포션을 꺼냈다.

곧바로 차감되는 cp.

바벨탑의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어서 먹튀가 불가능했다.

“당신, 이거 받고 돌아가서 전해.”

“뭐라고 전해 드리면 될까요?”

“두 연합 밀어낼 생각 말고 버티라고.”

“저, 마력은 충분해서 포션까지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누가 당신 먹으래? 지영이한테 전해 줘.”

“아, 그 킬 카운트 2위 여성분께…… 알겠습니다!”

숨을 고른 전령은 왔던 길로 돌아갔다.

-제자에게 맡겨 두어도 괜찮으냐?

“한 시간만 버텨 주면 된다.”

아군에는 이미 버프가 10개나 중첩되었다.

지금쯤 한국 측 진형에 나온 괴물 군락들도 다시 공략 중일 테니.

버프가 15개 이상 중첩되면 1차 요새쯤 쉽게 밀어 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나머지 2개를 얻으러 갈 거야.”

-저치들의 영역에서 말이더냐?

“본진을 비워 두었으니 털릴 각오는 해야지.”

내가 라오스 방면으로 달려가면 쉽게 밀리진 않을 거다.

하지만 적 숫자가 원체 많다 보니 전선을 유지하는 게 고작이겠지.

밀어붙이려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는 거다.”

중국과 라오스가 연합하면서 생긴 힘의 공백.

비어 버린 중국 쪽 진형을 손쉽게 초토화시킬 수 있는 기회다.

협곡이라는 지형의 특성상, 한 번에 진입 가능한 숫자가 많지 않기에 수적 우세를 살리기가 어렵다.

압도적인 돌파력을 지닌 소수로 밀어붙이거나.

혹은 수적 우위를 살려서 차륜전으로 나가야 하는데.

첫 번째는 지영이가 있어서 어려울 것이고.

중국&라오스 연합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번째뿐이다.

협곡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동안 중국 팀의 본진까지 털어 버려야지.

-그대의 무모함은 언제 봐도 새롭고 신기하구나.

닉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 * *

[한국 측 플레이어 유진호가 그랜드 몰 군락 A의 수정을 획득했습니다.]

[한국 측 플레이어…….]

괴물 군락을 공략하던 중국 측 플레이어까지 세트로 사냥한 후.

운류보와 경신법을 동시에 전개, 지배 수정으로 돌아왔다.

마침 스켈레톤 군락을 공략했던 한국 플레이어들도 돌아오는 중이었다.

“와, 정말로 그쪽을 털고 온 겁니까?”

“우리는 팀을 맺어도 힘들던데.”

“중국 애들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우리랑 같은 편이라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무슨 꼴을 당했을지…….”

겹겹으로 쌓이는 버프.

하수인 버프가 15중첩이 되는 순간.

지배 수정에 감돌던 푸른 빛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한국 진형의 버프가 15개 중첩되었습니다.]

[하수인이 구조물을 공격할 때 입히는 피해가 2배로 증가합니다.]

중국 놈들의 빈집을 털 준비는 다 끝났다.

“당신들은 라오스 방면으로 가라.”

난 현 상황을 짧게 설명하곤 다시 중국 쪽 협곡으로 달려갔다.

불구덩이에 휩싸인 1차 요새.

푸른 하수인들은 강화된 버프를 두른 채로 요새 벽을 마구 가격했다.

금 가고 무너지는 요새.

반쯤 부서진 포탑들이 묵직한 탄을 발사하지만.

[배리어 필드]

[마그네틱 포스]

탱킹과 방어마법으로 하수인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대신 받아 냈다.

“빵즈 놈들. 우리가 없는 사이에 감히!”

“곧 핑 레이 소협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버텨야 해.”

“하수인들 숫자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처음에 사망했던 중국 플레이어들이 다시 전장으로 달려왔다.

-저치들은 아직도 쓴맛을 덜 본 모양이로구나.

“그러게 말이야.”

-불에 달려들어서 목숨을 태우는 부나방 같도다.

[유인을 사용합니다.]

여신님의 한탄을 배경음 삼아 중국 플레이어들을 몰살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하수인들.

반면 1차 요새의 내구도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구구궁, 누적된 피해를 버티지 못하고 요새의 벽이 폭삭 주저앉았다.

[중국 1차 요새가 무너졌습니다.]

[이제부터 한국 측 플레이어들은 중국 진형의 성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아군 요새가 무너지는 것보다, 중국 진형의 벽이 허물어지는 게 빨랐다.

“저 유진호 플레이어님, 어디까지 가실 생각입니까?”

“병영 하나 정도는 뭉개 줘야지.”

요새를 박살 내는 걸로는 성에 안 찬다.

중국 놈들에게 어설프게 잔꾀를 쓴 대가를 알려 줘야지.

버프를 두른 하수인들은 거침없이 전진했다.

앞을 막아서는 플레이어도 없으니, 한발 앞서서 맞은편에서 오는 붉은 하수인들만 정리했다.

[언랭크 하수인(근접)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스킬 – 강타가 추가됩니다.]

[언랭크 하수인(마법)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스킬 – 마력 노심(下)이 추가됩니다.]

[강타]

등급: ★

분류: 액티브

근력 + 30%의 피해를 입힌다. 타격 시 상대를 3미터 밀어낸다.

[마력 노심(下))

등급: ★

분류: 패시브

하급 마나 엔진을 생성한다. 엔진에는 마나를 담아 둘 수 있고, 마나 효율을 증가시켜 준다.

-마력 5포인트 축적 가능.

-마법 사용 시 마나 소모 5% 감소.

강타는 밀어내는 효과에 추가 피해.

마력 노심은 마법 운용에 도움을 주는 패시브 스킬이다.

정수를 흡수하는 순간, 심장 바로 아래에 새로운 마력 기관이 자리를 잡았다.

-나쁘지 않은 효과구나.

“용의 심장보다는 효과가 떨어지지.”

난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용의 심장]은 용아병의 정수를 추출해서 얻은 스킬이다.

말 그대로 용종의 신체기관이자, 마력을 다루는 엔진인 심장으로 내 육신을 개변하는 것이다.

마력 노심도 용의 심장과 비슷한 성질.

하지만.

심장과 인형의 마력 엔진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은 게로구나.

뭐, 이것도 나중에 한번 정리를 해야겠군.

중국 팀의 본진으로 다가가자, 성벽 위에 설치된 2차 포탑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민첩한 뒷발을 사용합니다.]

투콱! 허공으로 도약.

날아드는 포탄을 몸으로 받아 냈다.

갑피 내구도가 소모되었지만 버틸 만했다.

-2파가 날아오느니라.

“누가 위협적인지 알고 있나 보네.”

등 뒤에서 솟구친 진한 어둠.

극야의 힘으로 막을 여러 개 전개, 포탄을 받아 냈다.

유리창처럼 깨어지는 암흑.

나는 그때마다 다시금 막을 펼쳤다.

극야의 총량은 80.

암흑 자락 하나에는 4의 힘을 실을 수 있다.

회복되는 양을 빼도 20번이나 연속으로 펼치는 게 가능하니.

“…….”

“…….”

아군 하수인들은 성벽을 허물고 안으로 진입, 병영까지 무너트렸다.

[중국 진형의 병영이 무너졌습니다.]

[병영이 파괴된 라인에서는 하수인이 생산되지 않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병영이 복구됩니다.]

[한국 측 하수인에게 모든 능력치 10% 상승 버프가 적용됩니다.]

[지속 시간은 12시간입니다.]

병영이 무너졌을 때 즈음, 핑 레이를 선두로 중국 측 인원들이 성에 도달했다.

90명에 근접한 숫자.

두 번 연속으로 사망한 플레이어 무리를 제외한 대부분이 몰려온 듯했다.

아군의 숫자는 10명.

정면 승부로 끌고 가면 나조차도 힘들겠군.

-후퇴할 때로구나.

“아니. 지금은 승부를 걸 때다.”

난 주먹을 말아 쥐었다.

푸른 하수인의 숫자는 웨이브를 거듭하면서 백 단위가 되었다.

지배 수정을 보호하는 건 쌍둥이 수호 탑뿐.

화력은 충분했다.

핑 레이를 위시한 중국 플레이어들의 발만 잘 붙들어 놓으면, 지배 수정까지도 밀어 버릴 수 있다.

“죽어도 60분 뒤에 다시 전장으로 돌아오니까.”

“설마. 건방진 빵즈! 우리 중화민국을 어디까지 무시할 셈이냐!”

“과대 해석 보소. 내가 언제 중국 전체를 무시했냐?”

나는 검지로 중국 플레이어들을 쭉 훑었다.

“여기에 있는 너희만 무시했지.”

“빵즈으으으!!!!”

핑 레이를 선두로 한 중국 플레이어 집단이 나를 향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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