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81화 (81/300)

81화

[바벨탑 - 10층]

[고대의 협곡에 입장했습니다.]

[미션 - 승급전]

승급전에 참여한 세 국가는 고대의 협곡 기준으로 1시 / 4시 / 7시 기준에 위치한 성에 소속됩니다.

적대 세력의 성을 파괴하고 마지막 승리자가 되십시오.

성에 피해를 입히려면 각 진형의 길목에 설치되어 있는 요새를 파괴해야 합니다.

협곡에는 여러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그 생물들을 사냥하면 공성전에서 유리한 보너스를 획득합니다.

▶목표: 경쟁 국가의 지배 수정 파괴.

▶특이 사항

-사망 시 60분 후에 전장으로 다시 소환됩니다.

▶한국 팀의 진형은 7시입니다.

1위 - 참여 인원 100% 승급

2위 - 참여 인원 66% 승급

3위 - 참여 인원 33% 승급

10미터 높이의 성곽.

성 크기는 초등학교 다섯 개를 이어 붙인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빛이 번쩍이고, 대기실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소환되었다.

총원 100명.

당연하게도, 나한테 시비를 걸었던 녀석들은 저 인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적은 보이지 않는구나.

“아, 바로 싸우는 거 아니야.”

미션 현황판을 활성화하자, 지도 하나가 나타났다.

*푸른색 - 각 국가의 성

*붉은색 - 1차 요새

*초록색 - 괴물 거주 지역

고대의 협곡은 작은 도시에 버금가는 크기다.

각 성의 거리는 약 10킬로미터.

1차 요새를 파괴해야 적대 국가의 성에 진입할 수 있다.

-저 푸른 결정체가 지배 수정이라는 물건이구나.

“그렇지.”

-하면 그대로 1차 요새를 무너트리러 가는 것이더냐?

“마음이야 그러고 싶지만, 불가능해.”

각 국가의 성은 주기적으로 하수인들을 생성, 정해진 루트에 맞춰서 병력을 전진시킨다.

1차 요새 및 성문의 내구도를 소모시킬 수 있는 건 하수인뿐.

-그렇다면 적대 세력의 하수인들을 먼저 정리해야겠구나.

“아니면 괴물들을 쓰러트려서 버프를 쌓든지.”

-어느 쪽이든, 단기간에 승부를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만.

“승급전은 끝나기까지 최소 며칠은 걸려.”

-하면…… 여의 솜사탕은 어찌 되는 것이더냐!

왜 이렇게 시간에 집착하나 했더니.

“포기해라, 여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대를 따라오지 않았을 것을!

“꼭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대는 여의 복지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있도다!

끙. 도대체 복지 같은 단어는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

“승급전이 끝나면 못 먹은 양까지 다 챙겨 줄 테니 좀 기다려.”

-그대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약속하여라.

“예. 원하시면 그리해야죠.”

-후후훗,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믿겠다.

치열(?)한 협상이 마무리될 때 즈음, 지영이 곁으로 다가왔다.

“그럼 가자.”

“스승님, 보자마자 대뜸 가자고 하시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어디기는. 중국 팀 털러 가야지.”

내가 노리는 건 핑 레이.

미션도 시작됐겠다, 녀석이 움직일 곳은 뻔했다.

하수인을 강화시키는 버프.

지도를 기준으로 10시나 12시 인근에 있는 괴물들을 사냥하러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2시 쪽으로 갔으면 허탕이지만.

“핑 레이를 발견하지 못해도 중국 팀의 버프를 뺏어 오면 이득이니까.”

“그러니까 중국 팀 진형으로 침투하자는 말씀이죠?”

“맞아.”

“스승님이랑 저 둘만?”

고개를 끄덕이자, 눈가를 파르르 떠는 지영.

“그건 너무 과격하잖아요.”

“효과적이기도 하고.”

“정말이지, 스승님답네요.”

그녀는 나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보더니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 * *

10차선 도로만 한 길을 두고 좌우에 솟아오른 산자락.

이 전장이 ‘고대의 협곡’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엄청나게 높네요.”

-그대의 능력이라면 굳이 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 듯하다만.

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여 주는 게 떠드는 것보다 빠르겠지.

난 벽처럼 우뚝 서 있는 산자락에 손을 뻗었다.

패애앵!

지영이의 방어막을 만진 것처럼 반대로 튕겨나 버리는 팔.

손이 얼얼하다.

-협곡에서 전투를 벌이게끔 종용하는구나.

“이름값 하는 거지.”

중국 팀으로 넘어가려면 둘 사이에 있는 협곡을 통과하거나.

승급전 3일 차부터 활성화되는 중앙 호수를 돌파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상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번 미션의 핵심이다.

쭉 뻗은 협곡을 넘어서자, 중국 팀의 1차 요새가 눈에 들어왔다.

방벽 위에 배치된 포탑 5문.

포구가 이쪽을 향해 기웃거리자, 지영이가 반사적으로 결계를 펼쳤다.

“긴장 풀어.”

“네?”

“포탑의 사거리는 100미터. 아직 여유 있으니까.”

“아…… 죄송해요.”

“괜찮아. 반응 속도를 보니 훈련의 성과가 있어.”

나는 지영이의 어깨를 토닥여 준 후, 산자락을 빙 둘러서 12시 방향으로 향했다.

침엽수가 무성한 숲을 거닌 지 얼마쯤 지났을까.

숲 여기저기에서 땅 아래로 이어지는 구멍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찾아왔군.”

[머드 트랩을 사용합니다.]

[탐욕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초록색 진흙이 순식간에 진흙을 메워 버린다.

늪에 아른거리는 검붉은 마력.

진흙의 점성이 한층 더 진해진다.

-뭘 하는 게냐?

“낚시.”

난 팔짱을 낀 채, 반응이 오기를 기다렸다.

보글보글-.

늪 위로 솟구치는 기포.

잠시 후, 2미터 크기의 두더지가 늪 위로 튀어나왔다.

기다란 손톱과 어깨에 달린 드릴 형태의 견갑.

12시 진형에 서식하는 그랜드 몰이다.

“쥐이잇. 흉악한 인간.”

“쥐잇. 땅속에서 질식사할 뻔했다.”

늪에서 솟구친 그랜드 몰은 다섯 마리.

“미끼 성능 확실하고.”

“쥐이잇. 죽어라!”

그랜드 몰 무리가 일제히 팔을 휘둘렀다.

허공을 뿌옇게 물들이는 흙먼지.

[진흙 뿌리기], 물리적인 타격과 시야 교란을 겸하는 그랜드 몰의 스킬이다.

지영이 결계를 펼치자, 티티팅- 하는 소리와 함께 흙이 튕겨 나갔다.

“스승님, 이 두더지들은 저한테 맡겨 주세요.”

“앞만 보면 곤란할걸.”

“무슨 말씀인지…… 아?!”

지영이 감탄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흙먼지가 걷히는 순간.

그랜드 몰들은 다시 지면 아래로 파고들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일격이탈, 두더지들의 전투 스타일이다.

“스승님, 이러면 결계로 쓰러트릴 수가 없겠는데요?”

“저놈들이 머리를 내밀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두껍아, 두껍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지영이는 사뭇 진지하게 노래를 불렀다.

닉스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 주문은 무엇이더냐?

“구지가라고, 숨은 것을 불러내는 옛 글귀야.”

-호오, 어쩐지 말에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하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닉스.

말로 그랜드 몰들을 끄집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블레이즈]

발에서 솟구친 화염.

나는 [전력 질주]로 달리면서 인근에 불을 질렀다.

그러자.

“쥐이잇!!”

그랜드 몰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튀어나오더니 발톱을 휘둘렀다.

-오오, 옛 문헌의 효과가 있도다!

“뜨거워서 올라오는 거야.”

그랜드 몰의 발톱이 가시 갑피에 가로막혀서 튕겨 났다.

블레이즈의 열기에 조급한 나머지 급히 올라왔으니, 힘이 제대로 실릴 리가 없지.

“쥐이잇.”

“어딜 도망가?”

땅굴로 도망치려는 그랜드 몰들을 어둠 지배로 포박.

쭉 늘어난 손톱으로 목덜미를 훑었다.

“끄르륵.”

“이 녀석들, 맷집이 약하네요.”

“움직임이 성가신데 맷집도 좋으면 불공평하잖아.”

네 마리째 쓰러트리자, 마지막 그랜드 몰이 어둠 지배의 속박을 풀어냈다.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진동 결계 x 2]

육각형 타일이 구멍을 틀어막았다.

“어딜 가려고!!”

양손을 깍지 끼는 지영.

진동 결계가 포개어지면서 그랜드 몰의 육신을 마구 짓눌렀다.

쿠드드득!

그랜드 몰은 압축기에 눌린 것처럼 쥐포가 되어 버렸다.

-결계라는 게 이렇게나 과격한 기술이었느냐?

“쟤 고유 능력은 좀 달라.”

-참으로 흉측하구나.

하긴, 진동 결계에 눌려서 산산조각 나는 건 처음 보겠네.

승급전 대기실 때야 사망 판정을 받은 플레이어의 육신이 가루로 변했지만, 괴물의 사체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형태 정도는 남겨 줘.”

“아, 맞다. 스승님의 고유 능력은 사체 포식이었죠.”

“일찍도 알아챈다.”

쯔쯧, 혀를 차고는 포식을 사용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랜드 몰의 출몰 빈도가 늘어났다.

“두더지 잡기는 지긋지긋해!”

[진동 결계 x 3]

육각형으로 된 타일이 그랜드 몰의 퇴로를 막았다.

그랜드 몰 무리가 다른 곳에 구멍을 파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혈조공의 초식이 놈들의 몸뚱이에 파고들었다.

결계로 막아 내지 못한 놈들은 극야의 힘으로 붙들어 놓았다.

서걱!

칼날 형태로 구현해 낸 어둠이 그랜드 몰들의 다리에 파고든다.

“쥐이이잇!”

신체 내부에서 뿌리를 뻗는 극야의 힘.

치명상은 아니지만, 그랜드 몰의 다리를 묶는 데는 충분했다.

“스승님, 마을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좀만 더 가면 되는군.”

마을에 진입하니 수십이나 되는 그랜드 몰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이 정도는 상대할 수 있지?”

“맡겨 주세요, 스승님.”

지영이는 결계를 자유자재로 전개, 공격과 방어 양쪽으로 활용했다.

그랜드 몰의 공격 패턴은 반드시 지하를 경유한다.

땅바닥만 조심하면 된다는 뜻.

지영은 결계 하나를 바닥 쪽으로 넓게 전개했다.

반경 5미터를 감싸는 결계.

나머지 둘은 그랜드 몰들의 육신을 뭉개는 용도로 사용했다.

-뒤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나.

“제자를 잘 키운 덕이지.”

뭐, 따지고 보면 내 도움보다 지영이의 재능이 뛰어난 것이지만.

구태여 진실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랜드 몰 집단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그랜드 몰의 발톱은 가시 갑피를 뚫을 만큼 날카롭지 않았으니.

말 그대로 일방적인 학살극이었다.

[그랜드 몰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일반]

[근력 + 3]

[맷집 + 2]

[스킬 - 땅 파기가 추가됩니다.]

[땅 파기]

등급: ★

분류: 액티브

손으로 빠르게 지면을 판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회귀 전과 동일한 스킬이다.

단독으로는 쓸 상황이 많지 않지만 땅 관련 정수에 시너지 효과를 주니 얻어서 손해 볼 건 없었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늪지의 마왕의 정수가 그랜드 몰의 정수에 공명합니다.]

[머드 트랩의 넓이와 깊이가 늘어납니다. 또한 능력치 감소 효과가 10% 추가됩니다.]

어럽쇼.

회귀 전에는 얻지 못한 정수라서 그런가,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이번 시너지 효과는 그대도 몰랐나 보구나.

“그러게. 아직도 모르는 게 더 있다니.”

-스스로가 무지몽매하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는 건 그대밖에 없을 것이다.

어찌 안 기쁘겠습니까.

앞으로도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건데.

닉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우물가에 매달아 놓은 푸른 수정.

아군의 하수인을 강화시키는 미션 아이템이다.

[한국 팀 - 유진호 플레이어가 그랜드 몰 A 군락의 수정을 획득했습니다.]

[지배의 수정으로 복귀하면 하수인의 공격력이 영구적으로 10% 상승합니다.]

“이제 무사 귀환만 하면 되겠군.”

“스승님, 그게 쉽지가 않을 것 같은데요?”

지영이가 굳은 표정으로 숲을 가리켰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흔들리는 수풀 사이로, 핑 레이를 포함한 중국의 플레이어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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