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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78화 (78/300)

78화

[바벨탑 - 9층]

[카르온 늪지대에 입장했습니다.]

[미션 - 진창에 빠진 먹잇감]

늪의 주인인 리자드맨은 사냥을 즐깁니다.

이번에는 그 사냥의 대상이 플레이어 여러분이 되었군요.

정해진 시간 동안 리자드맨들의 시선을 피해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같은 입장에 처한 플레이어들과 협력하십시오.

▶ 목표: 6시간 동안 생존.

2층과 비슷한 생존 테마.

차이점이 있다면 협력이 강제되는 미션이라는 거다.

-또 늪지로구나.

“여신님이 발을 대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 질색하는 거 아니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안 좋으니라.

질척거리는 늪.

튜토리얼 때처럼 이동에 제약을 주는 필드다.

“쉿, 쉬쉿. 사냥감이다.”

혀를 날름거리는 리자드맨.

갈라진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살의가 느껴진다.

리자드맨은 늪지의 이동 페널티를 받지 않아서 플레이어보다 움직임이 자유롭다.

“쉬쉿. 둔한 사냥감은 쓰러트리기 쉽다.”

리자드맨의 숫자는 모두 다섯.

놈들은 기다란 혓바닥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근데 말이야.

“너희들,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탐욕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늪 일부를 침식한 검붉은 마력.

진흙의 점성을 억제하면서 흙 본연의 기운을 강화했다.

이 정도 조치면 평소처럼 움직이는 게 가능하지.

단단해진 진흙을 세게 박차면서 리자드맨 무리에게 돌진.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허겁지겁 휘두른 곡도(曲刀)를 갑피로 튕겨내곤 급소를 찔렀다.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그 꺼림칙한 기운을 잘도 활용하는구나.

“이런 쪽으로 재주가 좋아서.”

허물어지는 리자드맨의 몸뚱이.

“쉬, 쉬잇?”

“당황하기는.”

혈조공의 첫 초식으로 옆에 선 리자드맨의 목덜미를 훑었다.

한발 늦게 솟구치는 핏줄기.

남은 리자드맨들이 곡도를 휘둘렀지만, 갑피에 부딪치는 순간 불똥과 함께 튕겨났다.

[혈조공을 사용합니다.]

[3초식 - 혈호폭풍조]

쭉 늘어난 손톱이 호선을 그리면서 리자드맨들의 몸뚱이를 스치고 지나간다.

서걱! 리자드맨 세 마리의 몸뚱이에 기다란 고랑이 파이면서 지면에 고꾸라졌다.

-참으로 시시하구나.

“내가 강한 거야.”

-여의 계약자라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난 코웃음을 치고는 리자드맨의 사체를 어루만졌다.

[리자드맨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이번 미션은 어떻게 해야 고득점을 할 수 있느냐?

“최대한 많이 살려야 해.”

-그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목표로구나.

“부정은 못 하겠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늪지대에서 이동의 제약을 덜 받는 건 큰 장점이다.

특히, 각지에 흩어진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8층의 보상으로 얻은 [길잡이 부츠]도 소소하게 도움이 되었다.

[전력 질주를 사용합니다.]

[운류보를 사용합니다.]

마나와 내공을 동시 운용.

발을 디딜 때마다 [탐욕의 가호]까지 사용하려니 뇌가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

신력으로 마력 반응 속도를 올려놔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감당이 안 됐겠다.

얼마쯤 뛰었을까.

챙! 채앵!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고막을 자극한다.

소음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찾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는 순간.

지잉, 이명이 귀에 아른거렸다.

난 신음을 삼켰다.

마나와 내공, 그리고 가호까지 동시에 운용하는 상황.

귀에 감각을 집중하려니, 그 모든 감각을 통제하는 뇌가 과부하에 걸린 것이다.

운류보를 멈추고는 심호흡했다.

-괜찮으냐? 안색이 새파래졌느니라.

“좀 무리해서 그래.”

여러 능력과 감각을 동시에 다루는 건 꽤 버겁군.

호흡을 가다듬자, 이명이 잦아든다.

채앵! 이명과 뒤섞인 충돌음.

난 고개를 돌리면서 전투가 어디서 일어나는지를 찾았다.

-적은 4시 방향에 있느니라.

“여신님도 그걸 들었어?”

-후훗, 여의 귀를 너무 무시하는 듯하구나.

잠깐, 닉스가 소리의 진원지를 들을 수 있으면 굳이 멈춰 설 필요가 없는 거잖아?

“앞으로도 방향을 알려 줘.”

-그대의 귀가 되어 달라는 말이로구나.

묘한 웃음을 짓는 닉스.

-그에 합당한 정성을 보여 주어라.

“……솜사탕 하나 더.”

-여를 향한 공경심이 절절하게 느껴지는구나.

그렇게 단것만 먹다가는 이 썩을 거다.

구실 하나를 잡아서 솜사탕 개수를 깎아 내든 해야지 원.

소음이 들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니, 장검을 든 플레이어 하나가 힘겹게 버티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큭. 이대로는…….”

신음을 흘리는 플레이어.

1 대 5.

수적 열세에 늪지라는 페널티까지 있으니, 대검을 휘둘러서 리자드맨 무리가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게 고작이다.

“쉬이이잇!”

리자드맨 하나가 칼을 휘둘렀다.

칼날을 휘감은 하얀 기류.

급소 가격 시, 상처를 크게 벌어지게 하는 [비열한 일격]이다.

-저 공격이 통하면 위험하지 않겠느냐?

그러겠죠.

한 명이라도 탈락하면 최고 기록을 달성할 수 없다.

이럴 때에는…….

미믹한테서 얻은 스킬이 빛을 발휘할 때다.

[유인을 사용합니다.]

증폭되는 내 존재감.

리자드맨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어서 유인 효과가 길지는 않았지만.

잠깐 동안 시간을 번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파이어볼을 사용합니다.]

정면으로 쏘아진 화염구가 리자드맨 무리 한가운데서 폭발을 일으켰다.

“쉬이잇! 위험한 적이다!”

검은 연기를 뚫고 나오는 리자드맨 무리.

파이어볼 한 방으로 누가 더 위협적인지를 안 모양이다.

“그래. 덤벼라.”

드드드드!

길게 자라난 손톱을 휘두르자, 푸른 피가 허공에 튀었다.

마지막 리자드맨을 쓰러트린 후, 기진맥진한 플레이어에게 다가갔다.

“다, 당신, 유진호 플레이어 맞습니까?”

“맞으니까 저쪽으로 가요.”

나는 여태까지 달려온 방향을 가리켰다.

중간에 마주친 리자드맨들은 모두 숨통을 끊었으니.

운만 따라 주면 안전할 거다.

“고맙습니다.”

장검을 든 플레이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힘겹게 걸음을 떼었다.

쉴 틈이 없다.

9층의 정원은 30명.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이제부터 달릴 거니까. 방향 잘 알려 줘.”

-후훗, 여를 믿어 보아라.

닉스는 앙증맞은 손으로 가슴팍을 툭툭 쳤다.

* * *

파파팟!

운류보의 보법을 밟으면서 전력 질주를 운용.

발을 뗄 때마다 [탐욕의 가호]로 늪 일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9시 방향이니라.

닉스의 지시에 방향을 홱 돌리니, 플레이어 무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유인을 사용합니다.]

리자드맨의 어그로를 돌리고는 전장에 난입.

혈조공 전 초식을 펼치자, 바람 맞은 갈대마냥 리자드맨들의 몸뚱이가 옆으로 넘어갔다.

“설마, 유진호 플레이어?”

“와, 뉴스로만 봤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늪지대를 질주하던 중에 만나는 플레이어들은 하나같이 나를 알아보았다.

-이제는 제법 유명하지 않느냐!

“흑호 팀 사건이 임팩트가 컸나봐.”

-후후훗, 보아라. 이 사내가 바로 여의 계약자이니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여신님.”

늪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전투.

시간이 지나자, 미션에 참여한 플레이어들도 삼삼오오 모여서 리자드맨의 공격에 대응했다.

[리자드맨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일반]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비열한 일격이 추가됩니다.]

[비열한 일격]

등급: ★

분류: 액티브

공격을 시도할 때 소음을 죽인다. 급소 타격 시 피해량이 30% 추가된다.

늪지 여기저기를 누비다 보니 금세 리자드맨의 정수를 100% 포식했다.

-기척을 줄이는 스킬이라.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옵션이로구나.

“말했잖아. 쓸데없는 정수는 없다니까.”

난 히죽 웃었다.

회귀 전에도 포식했던 리자드맨의 정수.

[비열한 일격]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는지야, 이미 알고 있다.

[실버 팽의 정수가 리자드맨의 정수에 반응합니다.]

[두 정수를 융합하여 새로운 스킬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지.

이미 회귀 전에도 확인한 조합이라서 당황하지 않았다.

“융합한다.”

[관통]

등급: ★★

분류: 액티브

방어력 일부를 무시, 내부에 피해를 입힌다.

피격 부위가 급소일 경우 위력이 30% 상승한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바로 이거야.”

쭉 올라가는 입꼬리.

철갑 아르마딜로처럼 방어력만 믿는 적에게 제격인 스킬이다.

대상의 방어력을 전부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부위를 노리느냐에 따라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미션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을 모두 규합하니,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쉬잇! 사냥감. 모두 모여 있다.”

“쉿! 사냥감. 죽인다.”

리자드맨들은 한자리에 모인 플레이어 집단에게로 몰려들었다.

“적당히들 계십쇼. 아니면 죽을지도 모르니.”

나는 플레이어 집단의 선두에 섰다.

갑피도 뚫어 내지 못하는 곡도 따위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잖아?

“쉬잇. 무서운 건 저 인간 하나다. 진형을 짜서 돌파한다.”

리자드맨 수십이 진형을 짜서 천천히 다가온다.

[파이어볼을 사용합니다.]

[어스 스파이크를 사용합니다.]

화염 폭발.

뒤이어 솟구치는 돌기둥들이 리자드맨들의 진형을 무너트렸다.

혼비백산하는 리자드맨들.

그 사이로 파고들어서 무공을 전개하자, 리자드맨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약속한 6시간이 지나자.

▶ 메인 미션 - 진창에 빠진 먹잇감을 통과했습니다.

▶ 30명 전원이 생존했습니다. 최고 기록입니다.

▶ 보상으로 수호석을 획득했습니다.

[수호석]

등급: 레어[R] / 분류: 소모품

내구도: 10/10

안전지대를 형성하는 결계 도구입니다.

사용 시 10분 동안 방어막을 가동시켜서 위험한 상황을 피해 갈 수 있습니다.

[언랭크] - [아이언] 층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고 기록 안내 문자가 나타났다.

9층 미션은 최고 기록 경신이 불가능했다.

참여 인원이 30명으로 고정이라서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31명을 구할 수는 없었다.

뭐, 그래도 최고 기록으로 인정되는 게 어디야.

-보상이 조금 아쉽구나.

“뭐, 저것도 다 쓸 데가 있어.”

수호석이 있어야 획득 가능한 숨겨진 보상.

19층에 올라가면 요긴하게 쓰일 거다.

-10층도 바로 도전하겠구나.

“아니.”

-겁이라도 먹었느냐?

“여신님, 농담 솜씨가 늘었네.”

낄낄거리면서 웃은 후, 손을 휘휘 저었다.

“오늘은 이미 두 번 도전하기도 했고, 10층은 레벨을 50까지 올려야 도전할 수 있어.”

승급전.

10층 단위 층계는 다음 계급으로 나아가는 길목이다.

언랭크를 졸업하고 다음 단계로 올라가느냐, 혹은 주저앉느냐.

-이상하구나. 다음 층으로 못 올라가는데 무슨 수로 레벨을 올리라는 것인지…….

“1층에서 9층은 반복 수행이 가능하잖아.”

-아, 그렇구나.

닉스는 짧게 감탄사를 흘렸다.

* * *

9층까지 클리어한 뒤로는 훈련과 미션을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님! 이 뉴스 좀 보세요!”

지영이 씩씩거리면서 인터넷 기사를 보여 주었다.

『중국의 떠오르는 유망주 핑 레이, 유진호를 지목하다.』

오호. 난 웃음을 삼켰다.

어떻게 끌어내나 고민했는데, 알아서 판에 앉아 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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