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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77화 (77/300)

77화

악마의 눈은 원거리 딜러 및 서포터를 겸하는 괴물이다.

몸통 중심부에 박힌 커다란 동공은 공격용이고, 촉수에 달린 작은 눈들은 각종 저주를 사용한다.

악마의 눈과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놈의 망막에서 보라색 안광이 아른거렸다.

[육감이 살기를 감지합니다.]

경고음이 울린 직후, 괴물의 눈가에 감돌던 빛이 정면으로 솟구쳤다.

육감으로도 반응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

몸을 숙이자, 보랏빛 광선이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만히 있었으면 심장이 꿰뚫렸을 위치.

호오, 하고는 닉스가 짧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조악하게 생긴 주제에 마안이라도 다루는 것이더냐?

“마안의 하위 호환. 그걸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발동 속도가 빠른데, 용케도 저 눈 공격에 반응했구나.

“공격 직전에 잠깐 동안 마력을 집중시켜야 해.”

악마의 눈은 오로지 저 흉측한 ‘안구'로만 공격을 퍼붓는다.

아이 컨택만 잘해도 공격 타이밍과 방향을 읽을 수 있다는 뜻!

공격 속도가 빠르면 뭐 하나, 어디를 노리는지 뻔히 보이는데.

“콰이오우.”

눈 아래에 달린 촉수들이 흐느적거린다.

오색으로 빛나는 작은 눈들이 마력 파장을 쏘아 보내고.

[무기력감이 육신을 짓누릅니다.]

[분노가 차오릅니다. 이성의 끈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흥분이…….]

화려한 조명이 전신을 휘감는다.

“무슨 클럽도 아니고.”

-괜찮으냐?

“멀쩡해.”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악마의 눈이 전개한 디버프 스킬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정신 계열이라는 것.

수련장에서 얻은 스킬, 냉혈은 정신에 간섭하는 저주의 천적이다.

[사용자의 감정이 크게 요동칩니다.]

[냉혈 스킬이 발동됩니다. 냉정한 마음이 유지됩니다.]

차가운 얼음이 몸에 닿은 것 마냥 확 깨는 느낌과 함께 디버프 스킬들이 모두 걷혀졌다.

놈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번쩍인다.

-이번에는 푸른색이구나.

두두두두!

동공 크기의 파란 에너지 탄이 0.3초 간격으로 방출되었다.

보라색 광선보다 느린 속도.

대신 탄막을 넓게 펼쳐서 회피의 폭을 좁히는 공격이다.

이 패턴은 회피가 불가능했다.

-하늘이 비지 않았느냐?

“그게 노림수야.”

[전력 질주를 사용합니다.]

난 탄막이 가장 옅은 곳으로 달렸다.

구체의 크기가 원체 커서 100% 회피는 불가.

탄 하나가 팔뚝에 닿았다.

콰득! 갑피에 커다란 금이 갔다.

마탄의 에너지 대부분은 가시 갑피가 받아들여서 팔이 조금 저리는 게 전부.

같은 부위를 연속으로 두들겨 맞으면 위험했겠어.

-파란색 패턴은 위험해 보이는구나.

“저 녀석, 같은 색은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어.”

악마의 눈의 공격 패턴은 5가지.

한번 사용한 눈깔빔(?)은 나머지 공격 패턴을 모두 펼칠 때까지 재사용 불가 페널티가 붙는다.

경계해야 할 것은 파란색과 보라색.

나머지 패턴으로 공격할 때를 노리면 된다.

[운류보를 사용합니다.]

파파팟!

정면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그 순간, 악마의 눈의 망막 위로 붉은 빛이 아른거렸다.

운류보의 걸음을 밟으면서 좌측으로 회전.

악마의 눈의 동공에 응축된 붉은 에너지가 부채꼴 형태로 방사되었다.

사거리는 앞선 두 패턴보다 좁아도 범위가 넓은 공격.

눈빛을 보고 미리 움직인 덕에 붉은 에너지의 파동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공격도 읽어 낸 것이더냐?

“당연히 계산했지.”

붉은 안광을 뿜어낸 직후 동공을 잘게 떠는 악마의 눈.

좁혀진 거리를 놓치지 않고 [맹렬한 돌진]을 전개, 몸을 떠받치는 동공을 가격했다.

쾅- 악마의 눈이 경직 상태에 빠졌다.

이어서 왼손으로 괴력을 사용, 동공을 후려치고는 오른다리를 축 삼아 270도로 회전했다.

혈조공 3초식, 폭풍.

날카로운 손톱에 내공을 더한 채로 놈의 동공에 길쭉한 상처를 남겼다.

-더 밀어붙이거라!

그때.

악마의 눈이 다시 한번 안광을 번뜩였다.

[하얀 빛 – 거부]

쩌어엉!

강한 반탄력과 함께 뒤로 쭉 밀려났다.

상대를 50미터 바깥으로 밀어내 버리는 충격파.

-괜찮으냐?

“멀쩡해. 대미지는 없거든.”

하얀 빛은 근접한 적을 밀어내는 용도.

살상력이 없지만 이동 저항 스킬이나 아이템이 없으면 확정적으로 밀려난다.

저 스킬만 없으면 악마의 눈이 그렇게까지 까다로운 보스 몬스터로 불리진 않았을걸?

“이제 남은 공격 패턴은 하나.”

난 마력을 재배열했다.

[초록 빛 – 추적]

[어스 스파이크를 사용합니다.]

땅거죽이 들썩이고, 그 사이로 돌기둥이 솟아난다.

내 상체를 가릴 정도의 크기.

초록색 빛은 다른 투사체보다 느린 속도로 쏘아지더니, 어스 스파이크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콰앙!

폭음과 함께 비산하는 돌조각들.

-보라색 광선도 저리 막으면 되지 않았느냐?

“그건 관통해. 초록색은 유도고.”

속도가 조금 느리고 타깃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드는 초록색 광선.

다만, 이런 식으로 장애물을 돌거나 하지는 못한다.

커다란 눈꺼풀이 녀석의 동공 위를 뒤덮었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더니.

처음 대면했을 때처럼 보라색 안광이 번뜩였다.

“뭐, 이걸 반복하면 되는 거야.”

고개를 오른쪽으로 홱 돌린 직후, 보라색 레이저가 방금 전까지 머리가 있던 곳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 번만 실수해도 탈락이라. 참으로 그대답도다.

“내가 그렇게 위태로워 보이나?”

-아직도 몰랐느냐? 그게 더 충격적이구나.

화들짝 놀라면서 입을 막는 닉스.

저 여신님이.

사람 놀리는 재주가 늘었어.

“농담은 저 녀석을 쓰러트리고 마저 하지.”

놈이 어떤 빛을 쏘는지 보지 못하면 위험하다.

그중에서도 보라색 광선은 심장이나 머리를 맞으면 내 수준으로도 못 버틸 테니.

마음을 놓는 순간 8층 미션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

-농담 아닌데…….

닉스의 푸념을 뒤로하고 악마의 눈을 주시했다.

* * *

악마의 눈은 연신 동공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오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거기에, 촉수에 달린 작은 눈들도 끊임없이 내 정신을 오염시키려 했다.

[욕망의 그림자가 마음을 들끓게 합니다.]

빌어먹을.

이번 저주는 성욕이냐?

저 끔찍하게 생긴 눈깔이 순간이지만, 이상형에 가까운 여인으로 변했다.

입술을 깨물자, 아릿한 피 맛이 입가에 감돈다.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야.

[냉혈] 덕에 그나마 저 형상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챈 거지.

아니었으면 꿈을 꾸는 것처럼 현 상황의 모순점을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왜 그리 인상을 찌푸리느냐?

“……그런 게 있어.”

-호오, 저 흉물이 무슨 수작을 부렸나 보구나.

닉스의 눈가가 호선을 그렸다.

더 관심 가지기 전에 악마의 눈을 쓰러트려야겠군.

나는 마법을 제외한 나머지 스킬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했다.

[포효를 사용합니다.]

[반경 20미터 안에 있는 존재는 근력과 민첩이 10% 감소합니다.]

[약화의 문장을 사용합니다.]

[문장을 새긴 부위는 방어력이 20% 감소합니다.]

[유인을 사용…….]

방어력이나 신체 능력을 떨어트리는 디버프.

미믹의 정수에서 추출한 스킬인 유인까지 사용하니, 놈의 동공이 초점을 맞추지 못한 채, 좌우로 흔들렸다.

여러 디버프 스킬로 번 시간은 약 2초 정도.

악마의 눈이 겨우 초점을 맞추고는 안광을 번뜩이는 순간.

[백 스텝을 사용합니다.]

[맹렬한 돌진을 사용합니다.]

뒤로 쭉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리고는 광선을 회피, 약간의 틈을 두고 맹렬한 돌진으로 거리를 좁혔다.

2초간의 경직.

괴력으로 놈의 촉수 다발을 뜯어냈다.

체술의 연계도 완벽했다.

“콰이오오!!”

악마의 눈이 흐느적거리던 촉수 다발을 넓게 펼쳤다.

2페이즈.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전신의 마력을 움직이는 발광 패턴이다.

촉수 다발을 휘감은 뇌전.

일반적인 체술 가지고는 저 번개를 뚫을 수 없다.

[혈조공을 사용합니다.]

[1초식 - 맹호혈조]

총 네 초식으로 구성된 혈조공.

날카로운 손톱으로 강화하고, 그 위에 탐욕의 가호를 덧씌운 채로 무공을 펼쳤다.

마력 + 가호 + 내공.

세 가지 기운을 한데 엮어 낸 무공은 악마의 눈의 촉수들을 하나씩 찢어발겼다.

발밑에서는 어둠으로 된 칼날이 나선 형태로 꼬인 채로 솟구치더니 악마의 눈의 촉수들을 꿰뚫었다.

번쩍!

커다란 동공에 빛이 감돈다.

놈의 촉수를 상대하면서도 시선을 떼지는 않았다.

눈동자에 아른거리는 색을 보고 대응.

악마의 눈의 몸체에 차근차근 피해를 누적시켰다.

다시 한번 동공 위로 아른거리는 보라색 안광.

촉수 다발과 연계해서 공격하니, 완전 회피는 불가능했다.

물러나진 않는다.

다소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지금은 몰아붙여야 할 때다.

“쾨이오오오!”

보라색 안광이 솟구친다.

푸욱! 어깨를 관통하고 지나간 광선.

레이저에 실린 열에너지가 어찌나 높던지, 뚫린 구멍이 지져진 탓에 피도 나지 않았다.

-계약자여!

괜찮아.

참을 만해!

난 악마의 눈과 거리를 유지한 채로 난타전을 이어 갔다.

“쿠아…….”

검은 피를 흘리면서 고꾸라지는 악마의 눈.

공동에 들어선 지 30분 만에 미궁의 가디언을 쓰러트렸다.

[막대한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어휴, 힘들어라.”

-엄살이 수준급이로구나.

“진심이야. 한 번이라도 마음을 놓았으면 끝이었는걸.”

악마의 눈은 공략 방법을 숙지해도 사냥하기 어려운 보스 몬스터다.

시종일관 큼지막한 눈에 집중해야 하고.

작은 눈들의 정신오염에도 대책을 세워 둬야 한다.

난 튜토리얼에서 챙긴 보상 덕에 정신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지.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저항 관련 아이템들을 몸에 주렁주렁 달아놔야 상대가 가능했다.

0.5초 간격을 두고 쏘아지는 보랏빛 레이저도 굉장히 위험하고.

차라리 7층의 히든 보스인 핏빛 아귀를 상대하는 게 마음이 편했을 거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악마의 눈의 정수를 포식했습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희귀]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관찰안이 추가됩니다.]

[관찰안(觀察眼)]

등급: ★★

분류: 패시브

마나의 속성과 양을 파장의 형태로 시야에 띄운다.

[탈론 플레임의 정수가 악마의 눈의 정수에 반응합니다.]

[두 정수를 융합하여 새로운 스킬을 만들 수 있습니다.]

‘눈’이라는 기관과 연관된 정수가 공명한다.

회귀 전에는 얻지 못했던 탈론 플레임의 정수.

융합을 하면 어떤 스킬이 탄생할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두 정수를 섞었다.

[천안(千眼)]

등급 : ★★★

분류 : 패시브&액티브

마나의 파장을 읽어 내서 상대의 강 · 약이나 공격의 힘을 파악한다.

기척을 숨긴 적도 파악할 수 있다.

천안의 기능을 활성화하면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 낼 수 있다.

마나를 소모한다.

두 눈을 인두로 지진 것 같은 감각.

고통이 꽤 강해서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저 흉물의 사체가 잘못되기라도 한 것이더냐?

“아냐. 그냥 좀 어지러워서 그래.”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뜨자, 눈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가라앉는다.

닉스가 내 눈을 보더니 감탄했다.

-그대의 눈이 신비로운 빛을 품고 있구나.

“여신님한테는 보여?”

-흉물의 정수를 포식한 후에 생긴 변화이니, 그와 관련되었다고 짐작한 것뿐이니라.

“마나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거야.”

-호오, 정말로 마안을 각성한 것이더냐?

“기초적이지만.”

천안(千眼)은 마안이라는 카테고리에 겨우 들어갈까 말까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천안을 기초로 여러 생물의 정수를 쌓다 보면 용안(龍眼)이나 신안(神眼)의 수준에 이르는 것도 가능할 거다.

악마의 눈을 쓰러트리자, 곧바로 8층 미션이 종료되었다.

최고 기록 경신.

당연한 이야기다.

현 시대에는 악마의 눈을 쓰러트린 플레이어가 한 명도 없을 테니.

[길잡이 부츠]

등급: 매직[M] / 분류: 신발

내구도: 100/100

어느 지형에서도 불편함 없이 걷게 해주는 신발입니다.

*민첩 + 5

*이동속도 + 10%.

*무게중심을 잡아 줌.

8층 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이다.

괜찮은 신발이군.

보상으로 받은 신발을 곧장 착용해 보았다.

제법 착용감이 좋군.

-9층으로 바로 도전하느냐?

“물어서 뭐 해.”

나는 가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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