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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75화 (75/300)

75화

플레이어 - 김영수

나이: 41

레벨: 100 / 종족: 인간

등급: 아이언 / 직업: 백인장

능력: 군단 지휘

힘: 91

민첩: 87

체력: 70

맷집: 85

마력: 60

카리스마: 100

[능력 - 군단 지휘]

타인을 통솔하는 데 특화된 능력입니다. 지휘 인원의 숫자가 많을수록, 능력의 효과도 증폭됩니다.

레벨 업 시 보너스 스텟 일부가 카리스마로 투자됩니다.

*5인: 투지 상승

*10인: 고통 내성

*50인: 선택 능력치 10% 상승.

*100인: 선택 능력치 20% 상승.

*(미확인)

…….

“카리스마가 뭐예요?”

지영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김영수는 커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지휘 계통 능력과 관련된 스텟입니다만. 전투에는 쓸모가 없죠.”

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카리스마가 가장 높이 책정된 건 고유 능력의 페널티(?) 때문이겠군.

저러니 만년 아이언에서 못 벗어나지.

101레벨 이상 올리려면 승급전에서 승리하여 브론즈 계급으로 넘어가야 하니까.

“그럼 묻죠. 형님한테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부족환 스텟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반대입니다.”

손가락 끝이 카리스마 스텟으로 향했다.

“가장 높은 스텟을 전투에서 활용하는 거죠.”

“백인장 직업 특수 스킬은 모두 팀플레이에 특화되어 있는데요?”

“직업에서만 답을 찾을 필요는 없죠.”

나는 휴대전화를 켰다.

바벨탑 앱에 접속, 미션 매칭 아래에 있는 [상회] 메뉴를 눌렀다.

[미드론 상회 이용 안내입니다.]

[외부에서 접속하려면 상회 이용권, 혹은 전속 상인을 호출하셔야 합니다.]

[전속 상인: 모르스]

[연결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움 상인이 화면에 얼굴을 비추었다.

『고객님! 부르셨습니까요!』

“오냐. 스킬 북 하나 사려고.”

『말씀만 하시죠.』

“인형 조종술.”

『꽤 특이한 걸 찾으시는군요.』

“구할 수는 있어?”

『물론입니다. 가격은 10,000cp군요.』

더럽게 비싸군.

뭐, 이것도 미래를 내다본 투자니까.

“구매할게.”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화면 밖으로 사라진 모르스.

지영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상회 메뉴를 훑었다.

“스승님은 역시 다르시네요.”

“뭐가?”

“언랭크인데도 전속 상인이라니!”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어깨에 앉아 있던 닉스가 한숨을 쉬었다.

-그대에게는 침묵의 미덕이 좀 필요하니라.

“잘난 걸 잘났다고 하는 게 잘못된 건가?”

-참으로 한결같구나.

“원래 사람이 확 바뀌면 더 안 좋다고 했어.”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중.

지이잉- 푸른빛이 휴대전화 화면 너머로 번쩍였다.

3D 프린터로 무언가를 인쇄하듯, 허공에서 물건의 형태로 변해 가는 푸른 빛.

잠시 후, 스킬 북 하나가 바닥에 나타났다.

『고객님, 구매 감사드립니다. 스킬 북은 습득 후 환불이 안 되시니 이용에 참고해 주십쇼.』

“오냐. 다음에 또 부탁하지.”

바벨탑 앱을 종료하고는 김영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게 뭡니까?”

“카리스마를 빛나게 해 줄 스킬입니다.”

[인형 조종술]

등급: ★

분류: 액티브

사용자의 마력을 실 형태로 만들어서 인형을 조종한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인형이라니.”

“통솔 대상이 꼭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거야 맞는 말씀입니다만.”

김영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둥절하겠지.

근데, 이거 효과 확실해.

왜냐면 1회차의 당신이 써먹었던 방법이거든.

-계약자여, 궁금한 것이 있느니라.

“뭔데?”

-구태여 인형일 필요가 있느냐. 정령이나 소환수, 혹은 부정한 자들을 다루어도 될 것 같거늘.

“스승님의 말씀대로라면 그렇겠죠?”

지영도 거들었다.

“그 스킬들은 직업 제한이 붙잖아.”

언데드 제작은 네크로맨서.

정령 소환도 관련 직업군이어야 익힐 수 있다.

[화염의 탄생석] 같은 아이템을 사용하면 정령사가 아니어도 정령을 부리는 건 가능하지.

“그게 한 100억 정도 하던가?”

“1, 100억!!”

입을 쩍 벌리는 지영.

1달도 안 돼서 40억 가까이 번 사람도 있는걸.

운이 좋았지만 말이야.

“그것보다는 이 스킬이 싸게 먹힌다는 거죠.”

“1만 cp나 쓰시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영수 형님이 1인분 몫 하면 받아 낼 거니까요.”

김영수는 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렴.

내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팀원이라고 해서 다 퍼 줄 생각은 없다.

이들을 키우느라 내 성장이 방해가 되면 오히려 주객전도!

날 보조해 주고, 혹시라도 자리를 비웠을 때 채워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거다.

“그럼 잘 쓰겠습니다.”

김영수는 인형 조종술의 요체가 담긴 책을 읽었다.

푸스스- 가루로 화하는 스킬 북.

“어때요?”

“인형이 있어야 해요.”

“그것도 미리 준비를 해 뒀죠.”

난 욕망의 주머니에서 수련용 목각 인형을 꺼냈다.

이럴 용도는 아니었지만, 시범용으로 쓰기에 딱 맞네.

[인형 조종술]

마나를 꼬아 만든 푸른 선이 김영수의 손에서 뻗어 나온다.

목각 인형의 팔과 다리, 그리고 등에 붙은 실.

김영수가 손을 까딱이자 인형의 팔다리도 덩달아 움직였다.

-인형이 춤을 추는구나.

“꽤 유행이 지난 춤이지만.”

나는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예상보다 인형 조종술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다.

역시, 지휘 관련 분야는 천부적이군.

“영수 형님, 지휘 인원 확인해 보시죠.”

“잠깐만요. 어…… 정말로 통솔 인원이 한 명 더 늘었어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김영수.

이내 인형 조종술을 해제하고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잠깐만.

왜 저렇게 눈물이 글썽거리는데?

“팀장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끓는 목소리.

감격에 목이 메인 듯, 음성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저씨도 스승님 덕에 재능을 찾으셨네요.”

“그럼 지영 양도?”

“네. 덕분에 제 능력을 어떻게 쓸지 알았죠.”

지영은 히죽 웃었다.

* * *

김영수는 인형 조종술이 익숙해질 때까지 미션보다 훈련에 치중하기로 했다.

“인형 제작에 드는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수련용 목각 인형은 전투용이 아니다.

작동시키면 내 스텟을 베끼긴 해도, 그 상태로는 인형 조종술이 들지를 않는다.

인형 조종술을 실전에서 응용하려면 전투용 인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돈이 꽤 들 텐데요?”

“모아 놓은 자금이 있습니다.”

“그러시다면야.”

의욕에 찬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군.

“일단 저 인형이라도 쓰세요.”

“알겠습니다.”

수련용 목각 인형은 12시간에 한 번만 작동시키면 된다.

아직 시간도 남았으니, 훈련하는 동안에는 김영수한테 맡겨 두자.

“제 차례인가요?”

“맞아.”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 드릴게요.”

어디, 못 본 사이에 얼마나 발전했는지 한번 시험해 볼까.

[어둠 지배를 사용합니다.]

기다란 칼날 형태로 변한 극야의 힘이 정면으로 쏘아졌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반응하기 어려운 속도.

-너무 진심으로 하는 것 아니더냐?

뭘 모르는 소리. 이렇게 해야 훈련이 된다.

어둠으로 된 칼이 지영의 목덜미에 닿으려는 순간.

쩌엉! 강한 반탄력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지영의 고유 능력.

[진동 결계]다.

“와, 스승님, 처음부터 세게 나오는 거 아닌가요?”

사색이 된 지영은 목청을 높였다.

“반응 속도도 중요해. 눈 없는 화살은 누구를 가리지 않아.”

“그래도 합격인 거죠?”

“아니. 실력 테스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에는 극야의 힘을 다섯으로 갈랐다.

구현한 극야의 힘은 총 20.

하나당 4에 해당하는 파워를 실었으니, 어설프게 결계를 구현했다가는 뚫릴 거다.

“어디 한번 막아 봐라.”

스스스슷!

다각도로 들이닥치는 어둠의 힘.

지영은 허공에 결계를 구현, 두 가닥을 막았다.

진동 결계에 막혀서 좌우로 흩어지는 극야. 여기서 힘을 주면 결계 자체를 휘감아서 뭉갤 수도 있지만.

테스트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튕겨 난 두 가닥은 회수.

나머지로 지영의 빈틈을 유도했다.

머리 위, 그리고 양옆.

-세 방향에서 동시 공격이라. 확실히 까다롭겠구나.

[진동 결계 x 3]

양 옆구리와 머리를 감싸는 육각형 결계.

지면을 훑듯이 낮게 날아간 공격들은 모두 결계에 막혔다.

하지만.

“집중력이 무너졌군.”

정수리에 살짝 닿은 어둠의 칼날.

머리를 노리고 쏘아진 칼날이 방향을 살짝 틀자, 결계 생성 위치도 빗나갔다.

“쩝. 마지막에 실수했네요.”

“충분히 잘했다.”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지영의 고유 능력, [진동 결계]는 응용 난이도가 매우 높다.

일반적인 방어 마법은 정해진 대로 마력을 재배열하면 바로 발동되지만.

지영의 진동 결계는 먼저 공간을 ‘인식’해야 한다.

미세한 공기의 흐름까지도 읽어내며 결계를 펼쳐야 효과가 극대화되거든.

“위기 상황에서 냉정하게 좌표를 계산하는 건 어려운 일이야.”

“저. 엄청 노력했어요.”

결계의 진정한 응용 방법을 안 지 1달이 조금 안 됐는데.

이 정도까지 다루어 내는 걸 보면 그녀가 얼마나 결계 전개를 연습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거기에 천부적인 재능까지 있으니.

“적의 공격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것도 좋아.”

“가, 감사합니다! 스승님!”

“마지막만 빼고.”

윽, 하고 신음을 내뱉는 지영.

“탑은 몇 층까지 올라갔나?”

“4층요.”

“속도가 꽤 빠르네.”

튜토리얼이 끝나고 1주가 지난 시점.

나야 회귀 전의 경험이 있으니 7층까지 멈추지 않고 올라갔지만, 보통은 스텟이나 장비 수준이 떨어져서 이미 클리어한 미션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따로 생각해 둔 직업이 있나?”

“아니요. 일단 5층 가면 결계나 방어막 관련 직업으로 승급하려고요.”

“좋은 생각이다.”

난 지영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회귀 전, 그녀는 1차 승급 때 결계 관련 직업을 고르지 않았다.

당시에만 해도 방어 외의 용도를 알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

근데 저 [진동 결계]의 페널티 때문에 방출 계열 마법은 제 위력이 나지 않아서 결국 직업의 어드밴티지를 잘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옳은 선택을 하게 되었군.

“스승님, 이제 결계를 3개까지 겹칠 수 있어요.”

지영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한번 보여 줘.”

“잠깐 기다려 주세요.”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정신을 집중하는 지영.

프리즘처럼 여러 빛을 내포한 육각형 결계가 한 겹, 두 겹, 그리고 세 겹째 겹쳐졌다.

그 순간.

지이이이잉!

엄청난 진동음과 함께 지영의 손끝도 덩달아 떨렸다.

“으, 으으.”

“거기까지.”

지영은 결계를 거두었다.

“벌써 3장을 겹치는 데 성공하다니. 대단하군.”

“헤헤헤, 다 스승님 덕분이죠.”

“실전에서는 쓰지 마. 결계의 파장 제어에 더 신경 써야겠어.”

“넵!”

나는 극야의 힘을 컨트롤, 지영의 결계 훈련을 도왔다.

다각도에서 쏟아지는 공격.

공격 타이밍을 날카롭게 잡으니 꽤 허둥거렸다.

“스, 스승님, 뭐가 이렇게 빨라요!”

“테스트랑 훈련은 달라.”

지영의 훈련을 도우면서 극야의 힘을 사용하다 보니, 나도 덩달아 숙련도가 늘어났다.

-누가 누구를 훈련시키는지 모르겠구나.

“상부상조야.”

닉스의 핀잔을 가볍게 넘기고는 훈련에 매진했다.

밤이 되자, 두 사람이 쉴 장소를 잡아 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고생하였도다.

“고생은 무슨. 이제 시작이지.”

나는 휴대전화를 들었다.

-그렇게 훈련을 하고 또 탑을 오르려는 것이더냐?

“아직 자정까지 좀 남았어. 미션 두 개 진행하기에는 충분해.”

-그대는 참 독종이로다.

나도 알아.

안 그랬으면 멸망의 시대에 못 살아남았을걸?

가볍게 웃고는 바벨탑 앱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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