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핏빛 악귀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정수 등급: 고대]
[포식한 정수: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근력 + 16]
[맷집 + 9]
[스킬 - 악귀의 분노가 추가됩니다.]
[악귀의 분노]
등급: ★★★
분류: 액티브
1분 동안 근력과 민첩이 200% 늘어나며, 어떤 충격에도 몸이 굳지 않는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1시간 후에 재사용 가능.
“캬.”
입가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악귀의 분노]는 핏빛 악귀한테서 얻을 수 있구나.
평범하게 7층을 클리어했을 때는 저 스킬을 얻지 못했다.
-저 요괴의 정수를 먹고 만족했느냐?
“흐흐. 말해서 뭐 해.”
근력과 민첩을 200%나 늘려 주는 스킬.
내 육체에 부하가 걸리거나 충격이 가해져도, 굳은 의지만 있으면 움직일 수 있다.
-한데, 충격 무시는 조금 생소하구나.
“아, 그러니까…… 내가 괴력을 쓰면 2초 정도 떨잖아.”
-과한 힘을 쥐어짠 후유증이지 않느냐.
“악귀의 분노를 쓰면 그 떨림도 없어져.”
-그렇다면 괴력을 연속으로 펼치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뭐, 악귀의 분노가 끝나면 뼈나 근육이 박살 나겠지만 말이야.”
재사용시간이 긴 대신, 1분이 지나도 페널티가 없다.
버서크야 재사용 페널티가 없지만, 3분 동안 능력치가 감소해서 전투 지속력이 떨어지거든.
핏빛 악귀를 사냥한다고 고생한 보람이 있다.
[‘흡혈’이 ‘악귀의 분노’에 공명합니다.]
[악귀의 분노 상태에서 공격이 명중할 경우, 타격의 10%를 생명력으로 회복합니다.]
호오, 버서크랑 공명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엉뚱한 정수가 반응하네.
생명력 흡수 옵션은 언제나 환영이지.
핏빛 악귀의 정수도 포식했겠다, 다음으로 아이템을 확인했다.
[낡아빠진 야마오카의 이빨]
등급: 레어[R] / 분류: 칼
내구도: 73/400
살아있는 생물의 피를 갈구하는 검입니다.
갓 벼려 냈을 때의 날카로움은 잃었지만 피 냄새를 잘 맡아서 빈틈을 보여 줍니다.
흡수한 피는 사용자의 생명력과 체력으로 치환됩니다.
*근력 + 3
*민첩 + 3
*피 흡수 스택: 0
[원혼의 구슬]
등급: 레어[R] / 분류: 보주
내구도: 100/100
원령을 보관하는 구슬입니다.
흑마법의 효력 및 저주를 강화해줍니다.
*마력 + 20
*영혼 보관: 0
한발 늦게 따라온 서정민은 아이템을 훑어보더니.
“레어 아이템이 둘이나 나왔군요.”
쩝쩝거리면서 입맛을 다셨다.
악귀 사냥 시 확률적으로 보주 / 칼 / 갑주가 나오는데, 그중에서 가치가 가장 높은 게 원혼의 구슬이다.
반대로 가장 싼 게 악귀가 쓰던 낡아빠진 칼이고.
“선택권을 드릴까?”
“하, 하하. 아닙니다. 유진호 플레이어 아니었으면 전멸했을 건데요. 먼저 고르십쇼.”
“에이, 흑호 팀이 넷이나 되니까 먼저 골라요.”
난 짐짓 인심 쓰는 척 말했다.
서정민이 뭘 원하는지는 굳이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녀석의 시선이 줄곧 검은 보주에 꽂혀 있었거든.
“그럼 원혼의 구슬로 선택하겠습니다.”
“저 칼은 내가 가지죠.”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낡아빠진 칼을 들었다.
무게중심은 엉망.
칼날은 이가 다 나갔고, 군데군데가 녹슬어서 제 기능도 못 했다.
추가 능력치도 형편없고.
아래 단계인 매직 등급도 이것보다는 더 쓸 만할 거다.
-딱 봐도 낡아 보이는데. 괜찮으냐?
나는 가볍게 웃었다.
지금은 낡아서 쓸데없어 보이는 칼이지만.
특정 조건만 충족시키면 유니크 등급의 명검으로 재탄생한다.
▶ 메인 미션 - 강적과 싸워라(1)를 통과했습니다.
▶ 클리어 시간: 01:14:09
▶ 숨겨진 조건을 충족하여 나타난 보스 몬스터, ‘핏빛 악귀’를 쓰러트렸습니다.
▶ 한국 팀(11)이 7층의 숨겨진 보스를 최초 및 최단시간으로 공략했습니다.
▶ 공헌도
1. 유진호 - 9846
2. 이재훈 - 217
3. 서정민 - 150
…….
[한국 팀(11) 전원에게 2,000cp가 주어집니다.]
[한국 팀(11) 전원에게 활력의 축복이 깃듭니다.]
[활력의 축복]
-체력 소모 20% 감소.
-고통 둔화.
-언랭크 계급에서만 적용.
7층의 숨겨진 요소.
핏빛 악귀는 기록이 다르게 적용된다.
그러니까.
아무리 늦게 공략했어도 최초이기 때문에 최고 기록인 셈.
서정민은 미션 현황을 보고는.
“무슨 이유로 악귀가 폭주를 한 건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저치는 왜 저리 숨을 쉬느냐?
“일반적인 악귀였으면 내 도움 없이도 충분히 쓰러트렸을 테니까.”
혼자 사냥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압도적인 공헌도!
바벨탑 랭킹은 매일 자정마다 업데이트가 되니 여론전으로 속일 수도 없다.
내 유명세를 꿀꺽하려던 속셈이 원천 봉쇄가 되었으니.
숨겨진 보스를 쓰러트려서 기쁜 것보다 계획이 어그러진 것 때문에 속이 쓰릴 거다.
하다못해 보조 마법을 걸어 준 게 공헌도로 포함, 서포터가 팀 리더인 서정민보다도 등수가 높았다.
이야, 걸작이네. 걸작이야.
[공략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산정됩니다.]
[핏빛 악귀 레이드에서 최고 기여도를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갈취의 반지가 주어집니다.]
[갈취의 반지]
등급: 레어[R] / 분류: 반지
내구도: 50/50
타인의 생명력을 강탈하는 반지입니다.
*마력 + 8
*라이프 드레인 사용 가능.
*24시간 후에 재사용 가능.
라이프 드레인
등급: ★★
분류: 액티브
접촉한 대상의 생명력을 빼앗는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악귀의 분노를 쓰면 피흡 옵션이 붙고, 보상으로 얻은 반지는 근접전에서 붙잡은 적의 생명력을 빼앗는다.
전투 중에 [재생]이나 [대지모신의 가호]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을 때 유용하겠어.
탑 저층의 보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후하다.
그만큼 내 활약이 대단했다는 거겠지.
-흐으응.
“뭐냐, 그 이상한 콧소리는.”
-굉장히 우쭐해 있구나. 여의 계약자라면 이 정도쯤이야 당연한 일이거늘.
“독심술도 있었어?”
-그대의 표정을 보면 아느니라.
최근 들어서 내 얼굴을 보면서 생각을 잘 읽는단 말이지.
아무래도 표정 관리를 해야겠어.
7층 공략 후, 접속 해제 하자 백호 팀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면서 안면 근육을 움찔거리는 서정민.
머릿속으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지 엄청 고민하고 있을 거다.
“예예. 수고요.”
오른손을 휘휘 저어 주고는 백호 길드 훈련장에서 나왔다.
“저…….”
눈치를 보던 기자들 중 몇 명이 나한테 다가왔지만.
“7층 공략 인터뷰는 흑호 팀장님이랑 하세요.”
말 한마디도 못 붙이게 칼같이 쳐 냈다.
고개를 돌려서 기자들을 흘겨보는 닉스.
-저치들이 뜨거운 눈빛으로 그대를 바라보는구나.
내가 대놓고 무시했으니, 좋은 표정으로 보는 게 더 이상할 거다.
“서정민한테 따지겠지.”
흥,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디 한번 제 발에 걸려서 넘어져 봐라.
* * *
흑호 팀과의 대련 및 팀워크 훈련.
7층의 히든 보스인 핏빛 악귀를 공략했는데도, 막상 나와 보니 오후 3시를 조금 넘었다.
-트레이닝을 하러 갈 것이더냐?
“아니, 7층 더 돌 거야.”
바벨탑에 도전할 수 있는 횟수는 하루 두 번.
시간도 남았겠다, 애매하게 트레이닝 센터를 갈 바에는 미션을 한 번 더 수행하는 게 낫지.
-한데 7층은 이미 클리어한 것이 아니더냐?
“악귀도 사냥할 거야.”
바벨탑의 시스템상, 악귀와 핏빛 악귀는 엄연히 다른 종이다.
1층만 해도 레드 / 블루 고블린의 정수도 각각 흡수가 가능하잖아?
몸에 두른 천 쪼가리의 색깔 가지고도 정수가 달라진다.
-시스템의 허점인 것이더냐?
“나도 몰라. 그걸 짠 건 고신족들이니까.”
-참으로 황당한지고.
“그 덕에 스킬이랑 스텟도 얻으니 감사하지.”
-그대가 하루라도 빨리 강해지는 것이야, 여의 바람이기도 하다만.
“바로 그거야.”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사용한다.
탑의 운영자, 고신족들은 막강했다.
이전보다 훨씬 빨리 강해지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들을 이길 수 있다고 장담은 못 한다.
그러니, 멈춰 있을 시간이 없다.
돌아가는 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의전 차량은 없느냐?
“졸렬해서 그런 거 안 챙겨 줄걸.”
이번 일은 서정민의 독단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사자가 정신이 없는데 뭘 기대하랴.
집에서 가볍게 몸을 씻고 7층 매칭을 눌렀다.
무작위로 매칭이 된 플레이어들.
붉은 선을 넘기 전에 팀원들끼리 서열 정리(?)를 한 뒤, 악귀 레이드를 시작했다.
“Uoooo!”
우렁찬 귀곡성을 터트리는 악귀.
저 고함도 이제 듣기가 지겨운데 빨리 끝내야겠어.
“당신들, 어설프게 끼어들지 말고 사거리 밖에서 지원이나 해.”
잘못 끼어들었다가 한 명이라도 즉사 판정을 받으면 미션 실패.
탑 도전 횟수를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다.
악귀 레이드를 시작하고 정확히 45분이 되었을 때.
녀석은 특유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핏빛 악귀에 비하면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악귀에게 포식을 사용합니다.]
[정수 등급: 희귀]
[포식한 정수: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핏빛 도취가 추가됩니다.]
[핏빛 도취]
등급: ★★
분류: 액티브
반경 3미터 안에 있는 생명체를 끌어온다.
스킬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팔 하나를 쓸 수 없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범위 안의 적들을 강제로 끌어들이는 스킬.
무게중심을 흩트리거나 도주로를 차단하는 등, 꽤 유용한 스킬이다.
다만 스킬을 유지하려면 팔 하나를 쓸 수가 없으니 전투 중에 상시 유지하긴 어려웠다.
숨겨진 보스인 핏빛 악귀와 달리, 이번 녀석은 아이템 하나 안 주고 잿빛 가루가 되어 버렸다.
-저 요괴의 장비는 어찌 된 것인가?
“탑에서 장비 드롭은 확률적이거든. 이번 경우는 운이 없는 거야.”
-아까 쓰러트린 악귀는 아이템을 두 개나 주지 않았더냐.
“숨겨진 보스잖아. 난이도가 상향된 만큼 후하게 주는 거지.”
막 쓰러트린 괴물의 장비가 내구도 0이 되면서 파괴되는 장면은 꽤 현실감이 없었다.
한때는 실제가 아닌,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
두 번째 악귀 공략을 마치고는 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삼재기공을 운용합니다.]
후으읍-!
숨을 길게 들이마신다.
폐부를 가득 채우는 신선한 공기.
대기 중에 섞여 있는 마나를 혈도로 인도해서 삼재기공의 구결에 맞춰서 운용한다.
혈도를 돌수록 단전으로 스며드는 마나.
단전 안에 자리를 잡은 여의주가 운기행공을 도왔다.
난 시간이 가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삼재기공의 구결을 쉼 없이 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