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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62화 (62/300)

62화

[독수리의 눈을 사용합니다.]

[상대가 당신보다 조금 강합니다.]

가짜의 머리 위로 붉은 아우라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프레데터로 전직 시 얻을 수 있는 능력, [천재].

가짜 녀석은 [천재]의 보정으로 나보다 모든 능력치가 20% 높았다.

동일한 스킬 구성.

근데 능력치는 나보다 높다, 라.

“대놓고 불리한 싸움이네.”

나는 히죽 웃었다.

“갑, 니, 다.”

가짜는 친절하게 경고를 내뱉더니 오른발을 뒤로 쭉 밀었다.

아울비스트의 정수에서 얻은 스킬, [맹렬한 돌진]을 쓰려는 거다.

[육감이 위험을 감지합니다.]

인지하는 순간, 이미 가짜의 신형이 내 지근거리에 도달했다.

근데 말이에요.

스킬 구성이 동일하다는 건…….

‘무슨 행동을 할지 뻔히 보인다는 거다.’

제자리에서 백 스텝을 사용, 10미터 뒤로 물러났다.

“안, 놓, 칩, 니, 다.”

집요하게 쫓아오는 가짜.

맹렬한 돌진의 사거리는 40미터다.

백 스텝만으로는 떨쳐 낼 수 없다는 거지.

근데 내 수는 하나가 아니다.

[운류보를 사용합니다.]

백 스텝으로 얻은 추진력을 그대로 살리면서 운류보의 발자국을 밟았다.

어느 상황, 각도에서도 속도를 유지해주는 신묘한 경신법.

단전에 깃든 내공이 두 다리로 흘러든다.

나는 백 스텝의 기세를 죽이지 않고 우측으로 달렸다.

“어, 딜, 도, 망, 가.”

가짜도 내 움직임을 따라 운류보를 펼쳤다.

운류보와 맹렬한 돌진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내공과 마나 기반 스킬.

소모값과 작동 원리가 다르기에 가능했다.

“다행이군.”

나는 히죽 웃었다.

“뭐, 가.”

“생각대로 움직여 줘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힘차게 내달리던 가짜의 다리가 꼬였다.

우당탕-.

달리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구는 가짜 녀석.

맷집 스텟이 높아서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페널티는 받아야지.”

가짜 녀석은 머리를 바닥에 처박은 채로 벌벌 떨었다.

맹렬한 돌진에는 아무것도 못 맞출 경우, 5초간 혼란 상태에 빠지는 스킬 페널티가 있다.

이런 식으로 자빠져 버리면 스킬 발동은 당연히 실패.

오감이 꼬여서 손가락 하나 까딱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다.

『하늘의 악이 마나와 내공을 절묘하게 엮어 내는 운용 솜씨에 감탄사를 보냅니다.』

하늘의 악.

싸움 볼 줄 아는 양반이네.

마나와 내공을 동시에 운용하는 건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기예다.

바벨탑에서 얻는 [스킬]은 게임처럼 시동어나 버튼을 누른다고 해서 바로 써지는 게 아니다.

스킬의 이해도.

그리고 마력 운용.

아이템에 내장된 스킬을 사용하는 거면 모를까.

스킬을 익히고 펼치는 건 사용자의 육신이다.

‘돌진 상태에서 경신법을 펼치는 게 쉬울 줄 알았나?’

혼란에 빠진 가짜의 몸 위에 올라타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괴력을 사용합니다.]

콰아앙!

가짜의 몸을 뒤덮은 갑피가 산산조각 났다.

갑피 위로 돋아난 가시 때문에 내 몸에도 상처가 났지만, 순수 근력에서 330%나 붙은 주먹을 정면으로 맞은 가짜에 비해서는 경미한 피해다.

“커, 흑.”

가짜는 신음을 한번 토하고는 오른팔을 휘둘렀다.

[투지]와 [냉혈], 거기에다 나한테 받은 충격 덕에 혼란에서 조금 빨리 벗어난 모양이다.

막 괴력을 펼친 직후라서 떨리는 오른팔.

반격하는 대신 뒤로 물러났다.

“흐, 흐, 으.”

가짜가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누가 시간을 준대?”

손가락에 맺힌 화염 구체.

파이어볼을 정면으로 쏘아 보냈다.

“마, 나, 업, 소, 브.”

검붉은 마력이 복사된 [탐식의 입]에서 솟구치더니 화염구를 꿀꺽 삼켰다.

비틀어진 미소가 가짜 녀석의 입가를 검게 물들인다.

쯧.

학습능력이 없는 녀석이군.

“어스 스파이크.”

땅바닥이 반으로 갈라지고, 날선 바위가 여럿 솟구쳤다.

위력만 놓고 보면 파이어볼보다 강한 마법.

마나 업소브는 연속 전개가 불가능했다.

“비, 겁, 한.”

가짜가 운류보를 전개해서 자리를 이탈했다.

좋아.

적당한 거리야.

[맹렬한 돌진을 사용합니다.]

백 스텝의 거리는 10미터.

맹렬한 돌진의 최소 거리와 동일했다.

놈의 스킬 구성이 나와 100% 같다면, 그 요소를 역이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스스스슷!

시커먼 어둠이 둘 사이를 가로막는다.

극야까지 다룬다, 이 말이지?

나도 가짜에 대응해서 [어둠 지배]를 전개했다.

암흑으로 된 칼날을 정면으로 투척.

넓게 퍼트린 극야의 힘을 몇 조각으로 찢어발겼다.

“어, 째, 서.”

“힘을 분산시켰으니까 그렇지.”

5.5에 해당되는 스텟.

내가 구현 가능한 극야의 최대 수치다.

스텟이 20% 높든 말든, 서로가 구현할 수 있는 극야의 총량은 동일하다는 뜻.

같은 힘이라면 분산시킨 쪽이 불리한 게 당연했다.

몇 갈래로 찢겨진 어둠의 벽.

나는 그를 넘어서 가짜의 몸을 들이받았다.

“크, 아, 아.”

“몸도 잘 안 움직일 텐데 비명 하나는 잘 지르네.”

[혈조공을 사용합니다.]

탐욕의 가호로 업그레이드 된 손톱이 회색 갑피를 부순다.

팔과 손톱에 스며든 내공이 더해지면서 가슴팍을 두른 갑피조차 산산이 부서졌다.

촤아아악!

벌어진 상흔에서 튀어나오는 피.

출혈 양이 상처의 크기보다 훨씬 많았다.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치이익- 이라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솟구친다.

“혹시나 했는데 말이야.”

산성 피.

딥 슬라임의 정수를 포식하면서 얻은 능력이다.

설마 했는데 저 스킬을 펼치려고 출혈을 더 크게 일으키다니.

가짜의 상처에서 기포가 하나 둘 솟아난다.

늪 도마뱀의 정수, [재생]이다.

“죽, 입, 니, 다.”

경직이 풀린 가짜가 살기를 흩뿌렸다.

“말이나 똑바로 해. 내 얼굴로 더듬지나 말고.”

나는 손을 까딱였다.

* * *

채챙! 챙!

허공에서 불똥이 튀었다.

강화된 손톱이 부딪치면서 낸 흔적이다.

내 모든 스킬을 보유한 가짜와의 싸움.

정면 싸움에서는 [천재]의 보정 때문에 내가 한 수 뒤처졌다.

“여태 정수를 엄청나게 퍼먹기는 했구나.”

쳇.

나는 혀를 찼다.

가짜가 내 능력을 활용하는 걸 겪어 보니까 더럽게 까다로웠다.

여러 생물들의 장점을 하나씩 취한 형태.

끔찍한 혼종을 마주한 기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못 이길 상대는 아니고.

“죽, 어, 주, 십, 시, 오.”

가짜의 육신이 빙글빙글 돌았다.

혈호폭풍조.

혈조공 네 초식 중 가장 위력이 센 기술이다.

오른 다리를 축 삼아 360도로 회전해서 상대를 타격하는 초식.

그렇다는 건.

다 돌기 전에 방해하면 그만이다.

나는 혈조공 4초식, 사두조를 펼쳤다.

꼬리가 뱀처럼 민활하게 움직인다는 초식처럼, 왼손 끝이 기민한 움직임으로 놈의 다리를 찔렀다.

휘청거리는 가짜 녀석.

이번에는 내가 혈호폭풍조를 펼쳤다.

다시 돋아난 회색 갑피가 손톱에 찢겨나간다.

“하, 루, 종, 일, 할, 수, 있, 습, 니, 다.”

“아니까 떠들지 마.”

가짜는 비틀거리면서도 용케 중심을 잡았다.

회색 갑피가 여기저기 깨지고 상처에서 난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는데도 놈이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는 건 대지모신의 가호 덕분이다.

체력과 생명력 회복 속도 50% 증가.

내가 쓸 때는 참 유용하구나, 생각하고 말았는데, 대지모신의 가호를 지닌 녀석을 상대해 보니 엄청나게 까다로웠다.

‘무슨 지구력이 이렇게나 대단하냐.’

바토리의 계약자인 정신호는 가짜보다 2배가량 진한 붉은 아우라를 내뿜었다.

한데, 버티는 것만 놓고 보면 정신호보다 더 잘 한단 말이지.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가짜 녀석은 온갖 스킬들을 전개하면서 발악했다.

대지모신의 가호에 [재생]이 더해지니 상처가 조금씩 아물었고, 갑피가 산산조각 나도 1분 뒤에 해당 부위를 다시 감쌌다.

[용의 심장] 덕에 마나를 소모해도 금세 회복.

체력과 마나가 도무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안, 쓰, 러, 진, 다.”

“내가 그런 걸로 질릴 것 같냐?”

가짜야, 사람 잘못 봤어.

바지끄댕이를 잡고 늘어지는 건 내 특기다.

누가 먼저 지치는지 내기를 해도 좋다.

치열한 접전.

아니, 일방적인 구타가 30분 정도 이어졌다.

가짜의 능력치가 20% 높아도 움직임을 모두 읽히는 이상, 나한테 닿지 않았다.

그뿐이랴.

대지모신의 가호 덕에 덜 지치는 것뿐이지, 꾸준하게 두들겨 맞은 터라 체력도 조금씩 소모되었다.

“허, 억.”

조금씩 가빠지는 숨.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나 반응 속도도 전보다 느려졌다.

전투 개시 후 30분이 지났을 때.

가짜가 무릎을 꿇었다.

“졌, 다.”

“처음에는 존댓말 하더니, 이제는 말 놓는다?”

“더, 럽, 다, 당, 신.”

“그 더러운 인간의 복제면서 할 말은 아니잖아.”

나는 기력이 빠진 가짜의 목을 베었다.

푸아악!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혹시나 해서 거리를 두었는데, 이번에는 산성 피가 아니었다.

▶ 메인 미션 - 1차 승급을 통과했습니다.

▶ 플레이어가 선택한 직업으로 승급을 진행합니다.

프레데터.

직업을 선택한 효과는 바로 적용되었다.

두둑, 두두둑.

[천재]의 효과로 뼈와 근육, 세포 하나하나가 강화되었다.

한 번에 능력치가 확 올라가면서 생긴 부작용.

전신이 재조립되는 느낌이다.

시험 삼아서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봤다.

‘반응 속도도 빨라졌어.’

민첩이 늘어난 것 이상으로 빨라진 신체 반응.

천재 능력이 추가되어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프레데터는 특별한 기술이 없구나.’

10%의 페널티가 붙지만, 올마이티와 달리 전용 스킬이 존재하지 않았다.

올마이티 전용 스킬, [융합기공].

군주의 위치까지 오른 르네를 상징하는 기술인 만큼, 엄청나게 강력하다.

보유 스킬 중 둘 이상을 융합.

자신의 능력보다 더 강력한 기예를 펼치거나 성질 자체를 바꾸어 버리는 밸런스 파괴 급 스킬이다.

‘뭐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

난 고개를 한 번 젓는 걸로 아쉬움을 털어 냈다.

포식은 내 근본.

회귀 전에도 ‘포식’ 능력 하나만 가지고 여섯 군주 중 하나가 되었다.

포식한 정수의 시너지 효과는 올마이티의 융합기공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계약자여!!! 다친 곳은 없느냐!

닉스가 소리를 지르면서 내 곁으로 날아왔다.

“보다시피 멀쩡해.”

-그대와 동일한 모습을 한 적이라니. 정말로 놀랐느니라.

“싸움이라는 건 능력치를 비교하는 게 아니니까.”

힘 분배, 스킬 사용 타이밍, 다음을 내다보는 수 싸움.

그 외에도 전투의 향방을 결정하는 건 여러 요소가 있다.

-후훗, 과연 여의 계약자니라.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고전할 때마다 매번 걱정하는 기색을 못 감추던데요.

나는 웃음을 삼켰다.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때, 욕망의 주머니가 자동으로 열리더니 보관 중이던 물건 하나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집중의 돌이 1차 승급 시험장의 기운에 반응합니다.]

[시험장이 집중이 돌에 숨겨진 힘을 일깨웁니다.]

[데모닉 파워 스킬이 생성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지?!

파괴 군주 세르게이가 알려 준 탑의 숨겨진 요소.

난 데모닉 파워의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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