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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61화 (61/300)

61화

[바벨탑 5층]

[1차 전직 시험장에 입장했습니다.]

승천의 구슬은 플레이어의 적성과 능력치, 스킬, 그리고 현재까지 탑에 기록된 성향을 분석하여 직업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승급 시험을 통과하면 해당 직업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목표: 전직

▶ 조건: 레벨 30 이상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시키는 대리석 건물.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장소.

5층은 홀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매칭 없이 바로 시작되었다.

-성좌들의 존재감이 느껴지는구나.

“모르는 척해.”

건물 위에 드리운 어둠.

그 사이로,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하늘의 뭇 별 위에 업적을 새겨놓은 위대한 존재들, 성좌다.

5층은 성좌들이 본격적으로 플레이어에게 관심을 표하는 구간이다.

『올림포스의 전쟁신이 글라디우스를 휘두릅니다.』

『올림포스의 전쟁신은 당신을 점찍어 둔 건 자신이라고 주장합니다.』

『C급 성좌 다수(57인)가 올림포스의 전쟁신에게 항의합니다.』

벌써부터 시끌벅적하구먼.

손을 툭툭 털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중심부에 덩그러니 있는 수박만 한 크기의 구슬.

플레이어 적성을 분석하는 아이템, 승천의 구슬이다.

닉스는 호오, 하고는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저 작은 구슬 안에 여러 운명의 갈림길이 담겨 있구나.

“여신님보다는 더 큰데?”

-무엄하구나.

“부디 좋은 직업 나오라고 빌어 주십쇼.”

난 손을 비비고는 신중하게 구슬 표면에 갖다 대었다.

[승천의 구슬이 플레이어를 인식합니다.]

[플레이어의 능력치가 바벨탑에 기록됩니다.]

[플레이어 - 유진호]

나이: 23

능력: 포식

레벨: 27 → 40

종족: 인간

*능력치

근력: 114.5(+15) → 133.7

민첩: 107.8(+12) → 128.5

체력: 90.4 → 101.1

맷집: 95.6(+30) → 103.4

마력: 120.1(+20) → 184.2

내공: 37.1

신력: 1

극야: 25 → 70

[능력 - 포식]

생명이나 사물에 깃든 정수를 포식합니다.

*스킬

5성[★★★★★](2)

용의 심장 / 어둠 지배

4성[★★★★](1)

여의주

3성[★★★](5)

괴력 / 육감 / 냉혈 / 운류보 / 맹렬한 돌진

2성[★★](11)

1성[★](15)

-스킬 개수가 많습니다. 2성 이하는 스킬 창을 접어서 간략화합니다.

*성좌

대지모신의 가호 - 랭크 1

탐욕의 가호 - 랭크 1

밤의 여신의 가호 - 랭크 1

포식으로 늘어난 스텟이 약 100.

내공은 달맞이 돌을 흡수하고 운기조식을 더 했지만, 큰 성취가 없었다.

3류 기공이 그렇지, 뭐.

극야는 레벨을 올릴 때마다 받는 보너스 스텟을 모두 투자했다.

내가 봐도 엄청나구먼.

[플레이어의 적성을 확인했습니다.]

[선택 가능 직업 리스트입니다.]

*근접 딜러: 23

-근력 · 민첩에 10% 추가 계수

*탱커: 18

-근력 · 맷집에 10% 추가 계수

*원거리 딜러: 17

-민첩 · 마력에 10% 추가 계수

*서포터: 5

-마력에 10% 추가 계수

-버프 · 디버프 효과 10% 증가

*엑스트라: 3

근접 / 탱커 / 원딜 / 서포터.

탑에서 구분하는 플레이어 전투 스타일이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선택 가능한 직업이 많아 봐야 5개인데.

나는 선택지가 66개나 되었다.

-많으면 좋은 것이더냐?

“꼭 그렇지도 않아.”

5층에서 고를 수 있는 직업은 하나뿐.

선택 가능한 ‘길’이 많다고 한들, 그중에서 뛰어난 직업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난 익힌 스킬 개수가 많잖아. 그만큼 길의 종류도 많은 거다.”

근거리 공격 기술.

무공, 탱킹 능력, 원거리 마법. 마지막으로 버프와 디버프 기술까지.

그야말로 모든 분야의 스킬들을 몽땅 익힌 게 나다.

스텟 분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포식으로 능력치를 늘려온 덕에 대부분의 스텟이 고르게 올랐다.

-마냥 많다고 해서 기뻐할 일이 아니로구나.

심각한 표정을 짓는 닉스.

크크.

난 웃음을 삼켰다.

당연히 좋은 게 나오겠지.

바벨탑에서 직업을 선정하는 기준 중에는, 지난 미션에서 보여 준 활약상도 포함되어 있다.

1층에서 4층까지.

첫 도전에서 각 층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렇게 파격적인 활약을 한 플레이어는 회귀 전후를 통틀어 보아도 나밖에 없으니까!

그 사실을 모른 채, 닉스는 긴장 섞인 눈빛으로 구슬을 바라보았다.

약 올리는 재미가 있는 양반이야.

“그럼 확인한다.”

-알겠노라.

승천의 구슬을 다시 한번 어루만지자, 선택 가능한 직업군이 자세히 나열되었다.

불굴의 투사 / 광전사 / 마투사 / 전사 / 후기지수 / 무투가 / 마법전사 / 괴물 사냥꾼 / 귀검사…….

오호.

예상은 했지만, 쓸 만한 직업이 꽤 많이 나왔다.

-계약자여, 저 많은 직업 중에 괜찮은 것이 있느냐?

“어. 내 생각보다 잘 나왔네.”

-후, 후후훗. 여의 계약자라면 당연한 일이니라.

“앞에 있는 불굴의 투사만 해도 근접 딜러 중 최고 등급이거든.”

전직 시 [전투 속행] 능력이 추가되는 불굴의 투사.

연이어 나온 광전사도 불굴의 투사보다 조금 밀리지만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높게 쳐주는 직업이다.

그뿐이랴, 후기지수는 무공을 익힐 때 어드밴티지가 붙는다.

그러고 보니 중국에서 유명한 무공 사용자인 장 우페이의 1차 직업도 후기지수였지?

무공을 제대로 익힐 거면 후기지수가 최고이긴 하다만.

나는 후기지수에서 금세 시선을 떼었다.

무공을 익힌 건 [포식]으로 강해진 신체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서다.

아직 내가 생각하는 ‘그 직업’이 나오지 않았으니, 천천히 고민해 봐야지.

그 외에도 철벽 전사(탱커)나 원소술사(원거리) 같은 최고 등급 직업이 연달아 나왔다.

다만 서포터 계열에서 나온 직업은 변변찮았다.

하기야, 제대로 된 디버프 계열 스킬은 약화의 문장뿐이니까.

-모두 그대의 눈에는 차지 않는 듯하구나.

“어떻게 알았어?”

-여는 그대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을 말한 것뿐이니라.

눈치가 한없이 둔한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때는 내 감정을 잘만 읽는단 말이지.

-남은 건 엑스트라 직업군뿐이로구나.

“응.”

-그대의 마음을 충족시킬 만한 직업이 있기를 바라겠노라.

나는 닉스의 축복을 들으며 엑스트라 직업군을 확인했다.

스캐빈저 / 올마이티 / …….

역시 빠지지 않는군.

스캐빈저는 회귀 전의 내가 골랐던 직업이다.

[포식]의 효율을 5% 늘려 주는 효과.

청소부 동물(스캐빈저)이라는 직업명답게, 얻는 조건은 남이 사냥하고 방치한 시체를 포식하는 거였다.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근데 말이지.

“올마이티가 나올 줄은 몰랐군.”

-그대가 이렇게나 놀란 건 처음이로구나.

“꽤나 대단한 직업이라서.”

나는 짧게 신음을 흘리면서 직업 정보를 확인했다.

*직업명: 올마이티

*조건

-스킬 30개 이상 보유.

-스킬 25개 이상은 숙련도 최대치로 보유.

-주요 능력치 100 이상.

-능력치 총합 600 이상.

*[천재] 능력 추가.

*[융합기공] 스킬 추가.

*레벨 업 요구 경험치 10% 추가

천재는 모든 능력치를 20% 늘려주는 능력이다.

융합기공은 스킬을 둘 이상 섞어서 운용하는 기술.

둘 다 1차 직업에서는 보기 힘든 강력한 옵션이다.

르네, 그 녀석의 직업이 올마이티였지.

르네 데이비스, 여섯 군주 중 하나이자 멸망의 시대에 인류를 등진 변절자다.

현 시점에서도 꽤 유명한 랭커로 활동 중이고.

녀석을 상징하는 단어가 바로 직업 이름이기도 한 올마이티다.

전지전능이라.

역겹군.

나는 분노를 삼켰다.

-괜찮으냐? 그대의 안색이 심히 좋지 않노라.

“아, 잠깐 다른 생각을 했어.”

-여는 그대가 너무 놀란 나머지 심장마비라도 온 줄 알았느니라.

놀라긴 했지.

직업 중 올마이티를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여태까지 나온 직업 중에서는 가장 좋다.

아니지. 1차 전직에서 고를 수 있는 직업 중에서는 최고일 거다.

경험치를 추가로 획득해야 하는 페널티가 붙지만, [천재]라는 능력이 원체 사기라서.

스킬 융합도 마찬가지다.

-그럼 올마이티라는 직업을 선택하면 되겠구나.

“마지막 직업까지 확인해 보고.”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마지막 직업을 확인했다.

그 순간.

“어어?”

내 입가에서 당혹감과 놀람이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직업명: 프레데터

*조건

-스킬 30개 이상 보유.

-능력치 총합 700 이상.

-포식 능력 보유

*[천재] 능력 추가.

*[포식] 효율 20% 증가.

*레벨 업 요구 경험치 10% 추가

프레데터.

회귀 전에는 청소부였는데 이번에는 포식자라…….

쓴웃음이 입가를 물들였다.

[포식]에 특화된 능력.

올마이티와 동일하게 ‘천재’ 능력이 추가되지만, 융합기공 대신 포식 효율이 20% 추가된다.

경험치 페널티는 올마이티와 동일.

-호오, 이 직업은 그대의 능력과 관련이 있어 보이니라.

“그러게. 이름부터 노골적이잖아.”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지닌 그대조차 이건 예상하지 못한 듯하구나.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걸 다 알겠어?”

회귀 전의 경험과 지식도 만능까진 아니다.

내 기억력도 한계가 있고, 또한 회귀 전의 미래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것까지는 알 수 없다.

올마이티나 프레데터의 전직 조건처럼 말이야.

-포식 능력 향상 대 융합기공. 둘 중 하나를 고르면 되겠구나.

“고민할 것도 없지.”

나는 망설임 없이 프레데터를 선택했다.

내 기원은 [포식].

르네가 1차 전직 때 올마이티를 선택하면서 여섯 군주의 초석을 닦았다면, 나는 스캐빈저를 고르고도 군주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가 되었다.

스캐빈저도 포식에서 기인한 직업. 그보다 더 상위 직업인 프레데터를 고르면…….

올마이티 따위도 씹어 먹을 수 있다.

나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승천의 구슬을 바라보았다.

-흥분을 가라앉히어라. 계악자여.

“응?”

-그대의 손이 떨리고 있느니라.

잘게 흔들리는 손.

주먹을 꽉 말아 쥐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5층 미션은 직업을 고른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라고 봐야지.

“닉스, 고마워.”

-무슨 말이더냐? 여는 계약자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까 봐 말한 것이니라.

콧대를 높이 치켜세우는 닉스.

근데 왜 목덜미가 붉어져 있는 건지 모르겠네.

[플레이어가 선택을 완료했습니다.]

[선택한 직업은 프레데터입니다.]

[지금부터 시험을 개시합니다.]

▶ 목표: 전직을 마친 자기 자신과 싸워서 승리.

▶ 보상: 프레데터로 전직.

검은 진흙이 반대편 지면에서 솟구쳤다.

꿈틀거리던 점액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모습으로 변했다.

-꽤 불쾌한 모습이로구나.

“말씀이 심하시네. 내 얼굴 보고 불쾌하다니.”

-여의 발언은 그 뜻이 아니지 않느냐!

목청을 높이는 닉스.

그 순간.

[이번 미션은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밤의 여신이 추방됩니다.]

닉스의 위치가 건물 바깥으로 이동되었다.

-계약자여!

“너무 걱정하지 마.”

난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우드득, 시원한 소리가 나면서 몸이 쫙 풀렸다.

“금방 끝날 거니까.”

가짜를 상대로 오래 끌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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