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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53화 (53/300)

53화

▶ 메인 미션 - 죽음의 통로를 통과했습니다.

▶ 클리어 시간: 1시간 01분 47초.

▶ 3층 글로벌 서버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통로 끝을 찍자, 반가운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후후훗, 과연 여의 계약자답도다.

“구경만 해 놓고 생색은.”

-여가 축복도 사용해 주지 않았더냐!

“그거야 내가 오리하르콘을 준 덕분이잖아.”

-허어, 그 발언은 여에게 생색을 내는 것처럼 들린다만…….

“응.”

-참으로 고얀지고!

삐진 척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닉스.

오리하르콘으로 생색은 냈지만, [밤의 축복] 버프가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었다.

버프가 없었으면 저 기록에서 20분 정도는 추가되었을 거다.

참, 그러고 보니 여신님이랑 솜사탕 약속을 했었지?

4층 미션까지 끝나면 솜사탕 기계라도 주문해 놔야겠다.

[보상으로 케이딕 수정이 주어집니다.]

케이딘 수정

등급: 유니크

분류: 잡화

신비한 힘이 깃든 수정입니다. 정신을 고양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최고 기록 보상이 이거야?”

-그대여, 실망한 기색이 가득해 보이는구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을 삼켰다.

“나쁘지는 않아. 정신력 관련 보석을 가공하면 효과가 좋거든.”

전설이나 초월 등급 아티팩트의 재료.

-한데, 왜 이리 인상을 찌푸리느냐?

“나한테는 쓸모가 없거든.”

케이딘 수정은 주로 지팡이나 보주의 촉매로 사용된다.

탑 67층이 공략된 후로는 정기적으로 공급되어서 마법 계열 플레이어들의 사랑을 받은 광물.

근데 내가 지팡이나 보주를 쓸 일은 없잖아?

-쓸모가 없다면 판매를 하려무나. 성능이 꽤 뛰어난 광물 같으니.

“그게 좀 싸서…….”

나는 뒷말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2025년이었지?

케이딘 수정의 가치가 하락하는 건 67층이 공략된 이후다.

-무슨 일이더냐?

“아,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

공략 현황판을 켠 후, 탑 공략 진척도를 확인했다.

[바벨탑 - 57층(현재 기록 없음)]

“오, 오오오!”

-계약자여, 괜찮으냐?

“멀쩡해.”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케이딘 수정의 가치가 폭락하는 건 67층 공략 이후 안정적인 공급원이 확보되어서다.

그 전에는 보상이나 미드론 상회에서 간간이 풀린 탓에 엄청난 값어치를 지녔던 걸로 기억한다.

2025년에 얼마인지까지는 안 떠오르지만 말이야.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4층 도전 버튼을 눌렀다.

[4층 미션을 매칭 중입니다.]

[매칭 범위 - 한국 서버]

[2/10]

[3/10]

…….

5분이 지나도 미션 시작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한국 서버에서만 팀원들을 찾아서 그런 건지, 매칭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4층 미션도 인기가 꽤 되는 걸로 아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나 보군.

케이딘 수정의 가격도 확인해 볼 겸 나가 볼까.

나는 휴대전화를 조작해서 탑과의 접속을 끊었다.

주변의 풍경이 암전되더니, 순식간에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 * *

휴대전화 바탕 화면에서 모래시계가 쉼 없이 돌아가는 동안, PC 앞에 앉았다.

-저건 가만히 두어도 되느냐?

“응. 매칭이 완료되면 소리로 알려 줄 거야.”

무려 세계의 법칙까지도 비트는 바벨탑의 시스템이다.

매칭이 완료되면 자동적으로 눈앞에 나타나니, 언제 10인이 찰까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

인터넷으로 케이딘 수정을 검색해 보니 최소 거래가가 100억이었다.

“미친.”

새삼스럽게 회귀를 한 게 실감이 났다.

멸망의 시대 직전만 해도 10억을 넘기기 힘든 촉매였는데.

수정 공급이 불안정하다 보니 가격도 그만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아니지.

치솟았다는 표현보다는 머지않은 미래에 폭락했다고 해야겠구나.

“운이 좋군.”

케이딘 수정을 처분하면 원시종 화석 하나 정도는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설’ 등급에 속하는 원시종의 정수.

내가 원하는 건 그중에서도 으뜸가는 종,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다.

회귀를 하고 처음으로 포식한 정수이기도 하고.

발굴 형태가 온전할수록, 그 안에 담긴 정수의 밀도가 더 진하다.

목각 인형으로 모으는 건 운 요소가 너무 크단 말이지.

[수련용 목각 인형]

등급: 유니크

분류: 잡화

내구력: 100/100

기초 수련장에 비치된 목각 인형입니다.

작동하면 플레이어의 능력치와 보유 스킬 중 하나를 복제합니다.

목각 인형은 사용자를 적으로 인식하며, 쓰러트리면 인형이 복제한 스킬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이해도 - 33

*12시간마다 한 번 재사용 가능.

수련용 목각 인형.

기초 수련장 불지옥 난이도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이다.

사용 시, 내 보유 스킬 중 하나를 무작위로 복제한 인형과 싸울 수 있다.

쓰러트린 놈이 베낀 정수는 추출이 가능하지만.

내 스킬 개수가 꽤 늘어난 탓에 티라노의 정수 획득 확률은 3%대였다.

더 많은 정수를 습득하다 보면 저 확률도 떨어지겠지.

12시간마다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목각 인형.

낮은 확률에 제한 시간도 있어서, 원시종의 정수를 모으는 걸 목각 인형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끙, 나는 짧게 신음을 흘렸다.

-젊은이여, 어이하여 세상 다 산 노인처럼 한숨을 쉬느냐?

“목각 인형으로 모으는 정수에 한계가 있어서.”

-하면 정수를 덜 포식해서 확률을 올리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

“소탐대실이지, 그건.”

나는 여신님의 말을 곧바로 부정했다.

[포식]이야말로 내 능력의 근본.

목각 인형을 사용해서 원시종의 정수 좀 얻자고 포식을 안 쓰는 건 엄청난 손해다.

“돈을 좀 벌어서 화석을 사는 게 나아.”

조금이 아니라 아주~ 아주 많이 벌어야겠지만.

발굴 형태가 온전한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은 거래 단위가 백억이다.

원시종의 정수를 100% 채우려면 얼마나 돈을 써야 할까.

뭐, 그래도 회귀 전보다는 빠르니까.

조바심이 들지는 않았다.

두 번째 삶에선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홀로 고신족들을 쓰러트리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목각 인형 이해도가 꾸준히 올라가네.

훌륭한 정수 셔틀(?)인 수련용 목각 인형.

나한테는 안성맞춤인 아이템이지만, 원래는 스킬 숙련도를 쌓는 용도다.

유니크 아이템치고는 아쉬운 성능이란 말이야.

혹시 목각 인형의 진가를 알려면 이해도를 100%까지 올려야 하는 건 아닐까?

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나는 편하게 마음먹었다.

원시종 정수를 노리면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언젠가 이해도가 100에 도달할 것이다.

-계약자여.

“응?”

-여의 눈에는 그대에게 금전을 쥐여 줄 이들이 많아 보인다만.

닉스는 손가락으로 인터넷 기사들을 가리켰다.

『한국의 슈퍼 루키, 유진호 플레이어의 현실적인 몸값은?』

『튜토리얼부터 최고 기록 경신 중인 희대의 유망주. 그 가치를 매겨 보자.』

『천억. 새로운 기록을 쓰는 플레이어의 등장인가?』

나는 시큰둥한 눈빛으로 기사들을 바라봤다.

1천억이라는 금액이 현실성이 있다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날 깎아내리려고 이 악물고 쓴 이야기도 많았다.

그래도 여태까지 탑의 기록을 경신해 온 게 의미가 있는지, 내 몸값이 최소 100억은 넘을 거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저 돈을 받으면 그 이상으로 일을 해 줘야 해.”

-그래도 계약자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 아니더냐?

“늑대 새끼가 어떻게 개 밑에 들어가.”

난 짧게 웃음을 흘렸다.

이래 봬도 회귀 전에 군주까지 올랐던 몸이다.

나중에 군주의 위(位)에 도전하려면 길드에 속하는 것보다 직접 세우는 편이 훨씬 나았다.

좀 귀찮은 일이 많긴 해도 말이야.

동기화가 20%가 되면 몸값 거품 이야기도 사라질 거고.

전 세계 곳곳에서 게이트가 나타나는 순간부터, 플레이어는 단순히 금은보화를 가져오는 존재가 아닌 국민의 안전을 지켜 주는 방위력이 된다.

-다른 이야기도 좀 보여 주어라.

닉스는 내 머리 위에 올라타더니 성화를 부렸다.

마지못해 인터넷 기사를 뒤적거리던 중.

-호오, 그대를 언급한 플레이어가 있느니라.

닉스의 시선이 기사 하나에 꽂혔다.

『게 섰거라, 한국의 유망주! 중국의 핑 레이가 간다.』

『최근 중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 핑 레이가 유진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핑 레이는 1억 달러라는 금액이 허풍일 뿐이며, 자신이야말로 1억 달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승급전을 앞둔 핑 레이는 유진호 플레이어와 맞붙기를 희망하였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이건 너무 노골적이잖아.”

난 한숨을 꾹 참았다.

보아하니 내 유명세에 숟가락을 얹어 볼 요량인 듯한데…….

잠깐, 핑 레이라고?

죽음의 손, 핑 레이.

악 계열 성좌인 세트를 수호성으로 둔 플레이어.

놈은 중국의 암흑가를 장악,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이들 중 플레이어로 각성한 사람들을 선출하여 거대 길드를 만든다.

플레이어의 숫자 = 힘.

핑 레이는 세트한테 부여받은 능력과 탁월한 수단을 동원, 전 세계 암흑가를 좌지우지하는 거물로 성장한다.

숨을 쉬는 것 자체가 산소 낭비에 지구의 해악인 녀석!

아니지.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핑 레이 녀석, 9층까지 올라갔다고 했지?

9층이라면 아직 세트와 수호성 계약을 맺기 전일 거다.

핑 레이의 도발.

잘만 써먹으면 미래의 악을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승급전에서 다시 못 일어날 정도로 박살 내는 거야.

핑 레이의 자질은 S급 성좌인 악신 세트와 계약을 할 정도로 뛰어났다.

지금쯤이면 세트가 녀석을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랑 붙었을 때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박살 나면 어떻게 될까?

세트가 관심을 거둘지도 모르지.

핑 레이가 뛰어난 플레이어긴 해도, 녀석이 암흑가를 손쉽게 장악한 것은 세트의 가호 덕분이다.

놈한테서 수호성 계약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면, 다가올 고신족과의 전투에서 인류의 힘을 더 집결시킬 수 있을 거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더냐?

“아무것도 아닌데.”

-그대의 입가 위로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느니라.

“…….”

거울을 보니, 꽤 스산한 웃음이 입에 걸려 있었다.

[9/10]

[10/10]

[한국 서버 팀(13)으로 매칭이 완료되었습니다.]

[60초 후에 4층 미션을 시작합니다.]

“드디어 끝났군.”

짐짓 닉스의 말을 못 들은 척,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만약 매칭이 안 되면 진행을 못하는 것이더냐?

“아, 1시간이 지나도 안 되면 남은 사람들의 의사를 물어보고 진행해.”

모자라는 인원으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건지.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해당 미션을 포기하고 다른 층계의 매칭을 잡으려고 한다.

탑에서 정원 제한을 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대기 시간이 모두 지나자, 강렬한 빛이 휴대전화에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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