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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49화 (49/300)

49화

[독수리의 눈을 사용합니다.]

[상대의 수준이 당신과 비슷합니다.]

푸른색에 가까운 아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했지만, 예상대로다.

나는 분노한 아울비스트를 1초 동안 노려봤다.

우우웅!

심장에 뭉친 마나가 꿈틀거렸다.

[약화의 문장을 사용합니다.]

[문장을 새긴 부위는 방어력이 20% 감소합니다.]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가슴팍에 새겨진 기묘한 문장.

블루 고블린 주술사한테서 얻은 정수의 힘이다.

동시에 머드 트랩을 정면에 전개.

정면으로 달려들던 아울비스트의 이동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파이어볼.”

화르륵!

반지 끝에 맺힌 화염구를 방출.

막 머드 트랩을 벗어난 아울비스트의 몸뚱이를 가격했다.

폭음과 함께 솟구치는 매캐한 연기.

“부우우웅!”

분노한 아울비스트가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아픈 척하긴.”

마법 저항력이 높은 분노한 아울비스트.

폭발의 중심지에 있었지만, 깃털이 살짝 탄 것 말고는 멀쩡했다.

영악해 가지고.

고통스러운 척하면서 내 방심을 유도하려는 거다.

-미물치고는 똑똑하구나.

“쟤, 마법도 써.”

-호오, 마치 그대를 보는 것 같구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분노한 아울비스트가 양팔을 휘저었다.

[윈드 커터]

쇄애액!

반투명한 초록 칼날이 날아든다.

파이어볼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

나는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팔이 움직이는 순간부터, [탐식의 입]을 미리 내밀어 두었다.

탐식의 입에서 솟구치는 검붉은 기운.

[마나 업소브]가 윈드 커터를 집어삼켰다.

파이어볼을 사용한 직후라서 소모된 마나가 곧바로 회복되었다.

“부우우웅?”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는 분노한 아울비스트.

나는 그 짧은 틈을 파고들었다.

[민첩한 뒷발을 사용합니다.]

[운류보를 사용합니다.]

전력 질주 대신 민첩한 뒷발을 전개.

순간적으로 가속하면서 운류보의 걸음을 밟았다.

아울비스트가 돌진해 온 덕에 한 번 좁혀진 거리.

단걸음에 괴물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었다.

“하아아아!”

목구멍에서 튀어나온 쩌렁쩌렁한 외침.

아울비스트가 몸을 잘게 떨었다.

포효의 페널티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

맹호혈조로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가슴팍을 쭉 찢었다.

[날카로운 손톱]과 [탐욕의 가호]로 강화된 손톱이 괴물의 피부를 찢어발긴다.

원래는 철보다도 단단한 깃털이지만.

이미 약화의 문장으로 방어력이 떨어진 탓에 거듭 강화된 손톱의 절삭력을 버티지 못했다.

스스스슷!

극야의 힘으로 만든 촉수들이 상처 사이로 파고든다.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깃털이 원체 단단해서 칼날 형태로 만들어 봐야 상처를 입히긴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 다르지.”

단단한 깃털도 안쪽까지 보호해주지는 못했다.

상처 안으로 파고든 극야의 힘을 가시 형태로 구현.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내부를 마구 헤집어 놓았다.

동시에 혈조공을 3초식까지 전개.

활짝 열린 아울비스트의 가슴팍을 갈기갈기 찢었다.

“부우우웅!”

분노한 아울비스트는 괴성과 함께 팔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묵직한 공격.

저걸 정면으로 맞으면 갑피의 내구도가 1/3 정도는 날아가 버릴 걸?

[백 스텝을 사용합니다.]

발바닥이 쭉 미끄러지면서 10미터 뒤로 이동했다.

간발의 차이로 헛스윙을 날리는 아울비스트.

나는 보답할 겸 파이어볼을 재차 사용했다.

콰아앙!

솟아오른 연기 사이로, 다시 한번 윈드 커터가 날아들었다.

뭐,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뻔하지.

아까처럼 마나 업소브로 흡수.

소모된 마나를 즉각적으로 회복했다.

“부우우웅!!”

돌진하는 분노한 아울비스트.

놈의 부리에서 기묘한 음파가 흘러나왔다.

[고주파에 노출되었습니다.]

[몸의 중심이 흐트러집니다.]

특수한 음파로 고막을 자극.

신체 감각을 교란하는 아울비스트의 스킬이다.

광역 너프인 만큼 재사용 시간이 길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초음파를 사용합니다.]

나는 초음파로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괴성을 밀어냈다.

괴물의 비명 소리가 훨씬 큰 탓에 내 몸을 지키는 게 고작이지만.

팀플레이도 아니라서 그 정도면 충분했다.

몸의 중심을 회복한 직후, 민첩한 뒷발을 사용해서 대각선으로 뛰었다.

한발 늦게 들이닥친 아울비스트.

어깨를 앞으로 추켜세운 채 돌진했지만 걸리는 게 없어서 제풀에 넘어져 버렸다.

“부우우웅!”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눈가에 일렁이는 감정.

놈의 이름에 걸맞은 ‘분노’가 느껴진다.

난 히죽 웃었다.

“뭐, 그렇게 봐서 어쩔 건데?”

-참으로 얄미운 미소로구나.

한탄 섞인 닉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 * *

아울비스트의 전투 스타일은 하이브리드형이다.

강력한 파워와 맷집.

대신 속도가 느리지만, 먼 거리에 있는 적을 타격하는 [윈드 커터]와 광역 디버프 기술, [고주파]를 보유했다.

민첩한 적에게는 윈드 커터로 견제.

근접전에서는 확실한 한 방으로 적을 사냥한다.

2층의 히든 보스인 [분노한 아울비스트]도 앞에서 언급한 전투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데 여기서 윈드 커터와 고주파를 빼 버리면?

“그냥 느림보라는 거다.”

난 간격을 유지한 채, 아울비스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분노한 아울비스트가 달려들면 한 치 차이로 회피.

날카로운 손톱으로 옆구리를 할퀴어 주었다.

제3자가 볼 때는 아슬아슬하겠지만.

놈의 움직임을 모두 읽어 내는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다.

윈드 커터를 전개하면?

[마나 업소브를 사용합니다.]

탐식의 입으로 흡수.

분노한 아울비스트가 연신 화를 내면서 몸부림쳤지만 내 털끝 하나 건들지 못했다.

-궁금한 게 있느니라.

“뭐가?”

-저 괴물의 숨통을 끊을 기회는 많았던 것 같은데. 어이하여 시간을 끄는 것이더냐.

“분노한 아울비스트한테는 2페이즈가 있거든.”

-2페이즈?

“목숨이 경각에 이르면 폭주를 해.”

폭주한 아울비스트는 체력과 생명력을 쥐어짜 내서 움직인다.

그걸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나도 위험하다.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출현 조건이 알려진 뒤에도 공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건 폭주 패턴 때문.

-그대가 사용했던 버서크처럼 말이더냐?

“에이, 그거랑은 비교가 안 되지.”

나는 혀를 찼다.

탑 중층부에서 출몰하는 아울비스트한테는 없는 스킬.

2층의 히든 보스라서 주어진 고유 기술일 거다.

이왕이면 놈의 정수가 폭주와 관련된 스킬을 줬으면 하는군.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기세가 조금 달라졌다.

핏발 선 둥근 눈동자.

하얗던 깃털도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부오오오오옹!!!!!”

[폭주]

분노한 아울비스트가 한 옥타브 올라간 괴성을 질렀다.

[독수리의 눈]으로 확인해 보니 놈의 아우라가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폭주란 게 저것이로구나.

“어. 저 상태에서는 윈드 커터를 못 쓰지만.”

-의미가 크지는 않을 것 같으니라.

“뭐, 그렇지.”

-참으로 흉한 생물이로다. 이성을 잃고 날뛰다니.

글쎄.

여러 생물의 정수를 흡수한 내 모습도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을 텐데요.

현시점의 나는 끔찍한 혼종이라는 말이 어울릴 테니까.

속내를 꾹 내린 채 분노한 아울비스트를 주시했다.

쿵! 쿵!

전보다 더 거세게 달려드는 아울비스트.

한데, 돌진 방향이 이상했다.

-그대에게 화난 것이 아니더냐?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돌진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자, 사람 하나가 보였다.

멀찍이서 관전하던 플레이어.

분노한 아울비스트가 달려들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멍청한 놈.”

쯔쯧, 나는 혀를 찼다.

-흉한 괴물이 저 치한테 달려드는 이유가 있나 보구나.

“폭주하면 약한 놈한테 먼저 달려들거든.”

분노한 아울비스트를 팀 단위로 사냥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

놈이 폭주 상태로 진입하면 후미에 있는 버프 계열 플레이어를 우선적으로 노린다.

정확히 말하면 전투능력이 낮은 사람을 공격하는 거지만.

“히익!”

도망치던 플레이어가 검을 휘두르지만, 분홍색 털에 튕겨 나갔다.

“부오오오옹!”

퍼억!

일격에 회색으로 물든 플레이어.

[부엉이의 눈]

아울비스트는 은·엄폐를 간파하는 패시브 스킬이 있다.

이 녀석이 괜히 2층의 히든 보스로 선택된 게 아닌 셈.

동그란 눈을 좌우로 돌리더니 인근에 숨은 플레이어를 하나 더 발견했다.

[맹렬한 돌진]

아울비스트가 붉은 기류를 휘감은 채, 통상의 3배로 달려들었다.

연속적으로 터진 폭음.

플레이어 하나가 추가로 아웃되었다.

남은 숫자는 셋.

“귀찮게 됐군.”

-저 흉한 녀석이 힘을 더 빼면 편해지는 것 아니더냐?

“폭주한 아울비스트의 기력이 빠지기 전에 남은 플레이어들이 전멸해 버릴걸.”

나는 지면을 박찼다.

[전력 질주를 사용합니다.]

[운류보를 사용합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쭉쭉 나아가는 육신.

폭주 상태인 아울비스트가 나를 흘겨보더니,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벌써 다음 목표를 찾은 건가.”

쳇, 이대로 두면 최후의 1인이 되어서 미션을 클리어하게 생겼다.

히든 미션 보상이야 받을 수 있겠지만.

이대로 두면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정수를 흡수할 수가 없다.

“어딜 도망가!”

큰소리를 지르면서 아울비스트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렇게까지 다가왔는데도 무시할 거냐?

“부오오옹!”

아울비스트가 깍지를 낀 채로 양팔을 휘둘렀다.

훨씬 빨라진 속도.

거기에, 내가 아울비스트의 품 안으로 들어온 꼴이라서 피할 수 없다.

[어둠 지배를 사용합니다.]

겹겹이 나타난 암흑의 막.

쾅! 쾅! 깍지 낀 양손과 부딪치는 순간, 유리처럼 깨어졌다.

나는 한 겹이 사라질 때마다 극야를 다시 전개.

0.1초 만에 막을 재생성했다.

물론, 파괴되는 속도가 생성되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연달아 부서진 암흑의 막.

힘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정면 대결은 불리했다.

[백 스텝을 사용합니다.]

뒤로 밀려나는 육신.

아울비스트의 양손이 지면을 내려쳤다.

“부오오옹!”

놈은 공격이 빗나간 것을 인지하자마자 정면으로 돌진했다.

두 배 이상 올라간 아울비스트의 반응속도.

백 스텝의 재사용 시간은 10초이니, 같은 방법으로는 피할 수 없다.

“파이어볼.”

반지 끝에 맺힌 화염이 다시 한번 아울비스트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미간을 찌푸리는 아울비스트.

놈은 오른팔을 뒤로 젖히더니 쭉 내질렀다.

[버서크를 사용합니다.]

[괴력을 사용합니다.]

온몸에서 솟구치는 고양감.

나는 그 기세를 주먹에 실었다.

쩌어엉!

피륙으로 된 주먹끼리 충돌했을 뿐인데, 커다란 충격음이 평원 일대를 울렸다.

탈구된 오른팔.

충격으로 부러진 뼈가 살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대여! 괜찮느냐!

“어. 너무 호들갑 떨지 마.”

아냐.

사실은 안 괜찮다.

눈물 나게 아프지만 초인적인 인내로 꾹 참았다.

탑 시스템이 개입해서 내 고통을 줄여 주려고 하지만, 그것도 거절했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고통에 익숙해져야 한다.

회귀 후의 육신은 머리가 하얘지는 고통을 겪어 본 적이 없기에.

오히려 좋았다.

[냉혈이 발동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게 해 주는 스킬.

고통이 조금 가셨다.

“부오오옹!”

괴성을 지르더니 재차 주먹을 휘두르는 아울비스트.

방금 전에 무리한 보람이 있다.

힘 싸움에서는 졌지만.

아울비스트의 관심이 약자가 아닌, 나한테로 돌렸다는 게 큰 성과다.

폭주 상태의 괴물이 내 뒤꽁무니를 계속 쫓았다.

그 뒤로는 아까하고 동일한 상황.

탈구된 팔이 덜렁거리지만, [재생] 능력으로 천천히 회복시켰다.

팔이 나가기는 했어도 반지의 옵션은 쓸 수 있거든.

거리를 둔 채로 파이어볼을 난사.

아울비스트의 기력이 쇠해지기를 기다렸다.

“부오오옹.”

맹렬한 돌진만 조심하면 맞을 일은 없다.

폭주 상태에 진입한 지 10분째.

“부오오옹…….”

아울비스트의 목소리에서 힘이 쭉 빠졌다.

팽팽했던 근육이 쪼그라들었고, 깃털에 감돌던 윤기도 사라졌다.

폭주의 후유증.

나도 [버서크]의 후유증으로 능력치 감소 페널티를 받았었지만.

전력 질주와 운류보, 그리고 백 스텝으로 아울비스트의 공격을 흘렸다.

회복 중인 오른팔을 둔 채, 왼팔을 움직였다.

“이제 그만 끝내자.”

혈조공 2초식.

호미조로 아울비스트의 목덜미를 쑤셨다.

손톱이 만든 상흔으로 파고드는 암흑 칼날.

푸아아악!

약해진 아울비스트의 목이 잘려나가고,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변수가 있었지만, 분노한 아울비스트를 성공적으로 사냥했다.

나는 머리가 없는 아울비스트의 몸뚱이에 손을 얹었다.

[분노한 아울비스트에게 포식을 사용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고대]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고대 등급이라고?!

아울비스트의 정수 등급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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