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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46화 (46/300)

46화

레드 고블린 군락.

한발 앞서 무너트렸던 블루 고블린 군락보다 1.5배가량 컸다.

고블린 숫자는 어림잡아 천을 넘어섰고, 투석기나 발리스타 같은 공성병기도 여럿 보인다.

수성전에서 무슨 공성 무기를 사용하는 건지.

-아까 그 고블린처럼 적중 주문을 펼칠지도 모르느니라.

“괜찮아. 알고 있으면 당할 일도 없어.”

-호오, 벌써 대책을 마련했구나.

대책이라…….

이런 상황은 회귀 전에 지겹도록 겪어 봤다.

[운류보를 사용합니다.]

[전력 질주를 사용합니다.]

나는 지그재그로 달리면서 군락으로 접근했다.

경신법과 속도 증가 스킬이 동시에 적용되니,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끼잇, 발사!”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오는 바위 다발.

“느려.”

[정확한 사격]을 전개해도 맞힐 수 없을 만큼 안으로 파고들었다.

투석기에는 ‘최소’ 사거리라는 게 존재한다.

직사가 아니라 곡사이기 때문.

그 최소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맞을 수가 없다.

피융!

이번에는 석궁, 아니 발리스타가 화살을 발사했다.

잠깐.

독주머니를 따면서 예리해진 감각이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어둠 지배]를 정면으로 전개했다.

허공에 생성된 검은 판.

태앵! 화살이 판에 닿는 순간, 충격음과 함께 옆으로 비껴 나갔다.

-이상하구나.

“뭐가?”

-극야가 흐트러질 만한 충격이었거늘.

“아, 자세히 봐 봐.”

닉스는 허공에 뜬 판을 관찰했다.

-호오, 판에 경사가 있구나.

비스듬히 기울어진 판.

나는 화살이 날아오는 각도를 계산해서 기울기를 부여, 충격 일부를 흘려보내면서 비껴 냈다.

“괜찮은데?”

역시.

극야의 힘은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군.

팅! 티팅! 검은 판을 뚫지 못한 채 연달아 튕겨 나는 화살들.

“키이잇!”

다른 고블린보다 두 배 가까이 큰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홉 고블린.

레드 고블린 군락의 지배자다.

“끼이잇!”

홉 고블린이 주먹을 뻗자.

손가락에 끼어 있는 반지가 붉게 빛났다.

[파이어볼]

이글거리는 화염구가 날아든다.

“운이 좋군.”

-무엇이 말이더냐?

“저 반지가 가장 비싸거든.”

홉 고블린은 전사 계열.

마법의 주체는 놈이 끼고 있는 반지다.

1층 미션을 진행할 때마다 무작위로 정해지는 마법 반지.

그중에서도 ‘파이어볼’이 내장된 반지는 값어치가 가장 높았다.

-가치가 있다는 건 그만큼 강하다는 것 아니더냐.

“정답. 우리 여신님 갈수록 발전하네.”

-여가 보기에는 편하게 말할 때가 아닌 듯하다만…….

화살보다 조금 느리긴 해도, 화염구는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쪽이 템발을 믿는다면.

나도 똑같이 대응해 줘야지.

[마나 업소브를 사용합니다.]

탐식의 입이 번쩍인다.

반지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빛은 화염구를 감싸더니 그대로 삼켜 버렸다.

파이어볼에 실린 마나 중 일부가 심장으로 흡수된다.

마력 수치에 비례해서 마법을 흡수하는 [마나 업소브] 스킬.

파이어볼 정도는 가뿐했다.

“끼잇! 낏!”

비명을 지르는 홉 고블린.

왜, 믿고 있던 게 고작 파이어볼 하나였어?

고블린들이 허겁지겁 대롱을 입에 물고는 세게 불었다.

티팅, 독침이 아무리 쏟아져도 [가시 갑피]를 뚫어 내지는 못했다.

목책과의 거리가 10미터까지 좁혀졌을 때.

나는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퍼어엉!

45도 높이로 도약.

목책을 훌쩍 뛰어넘고는 레드 고블린 군락 안으로 침입했다.

“낏!”

“반겨 줘서 고맙다.”

돌칼을 휘두르는 레드 고블린의 몸뚱이가 세 갈래로 찢겼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글바글한 고블린들.

놈들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달려들었다.

“그래야지.”

흉흉한 미소가 내 입가를 일그러트렸다.

* * *

레드 고블린 군락은 블루 고블린 부족보다 1.5배나 컸다.

천 마리가 넘는 고블린.

지도자인 홉 고블린의 지휘 능력도 블루 고블린 주술사보다 훨씬 뛰어났다.

“끼잇! 눌러!”

고블린들은 공격 대신 몸을 내던졌다.

홉 고블린의 고유 능력, ‘고블린 지배’의 효과다.

스스로 불구덩이에 들어가라고 해도 서슴없이 몸을 던질 정도의 지배력.

-저 숫자는 위험하니라.

알고 있다.

내 힘이 강해도, 고블린 수십 마리에게 깔리면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허무하게 미션을 탈락하는 거지.

“블루 고블린보다는 머리가 잘 돌아간단 말이야?”

[블레이즈를 사용합니다.]

나는 목책 안을 크게 돌면서 고블린들을 떨쳐 냈다.

족적에서 솟구치는 화염.

불씨 일부가 목책으로 옮겨붙었다.

홉 고블린의 지시대로 달려들던 고블린들 중 일부가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운류보로 빨라진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도약해서다.

“어딜 보시는 거죠?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여의 눈에는 잔상 같은 것이 따로 보이진 않구나.

“…….”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레드 고블린 군락에 불을 내질렀다.

달려드는 고블린들은 모조리 [어둠 지배]로 도륙.

홉 고블린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운류보를 전개한 날 잡을 고블린은 하나도 없었다.

가끔 발리스타를 쏘기도 했지만.

팅!

[가시 갑피의 내구도가 12% 감소했습니다.]

극야의 힘을 끌어내지 않아도 충분했다.

“끼잇, 뜨겁다.”

“낏. 저 인간, 괴물이다.”

레드 고블린 중 몇몇이 두려움 섞인 말을 내뱉었다.

홉 고블린의 지배 능력이 흔들리는 징조.

두려움이 강해질수록, 고유 능력으로 지배하기가 어려워진다.

놈의 통솔 능력이 무효화되면 이번 전투에서 어떤 변수도 남지 않는다.

사과 껍질을 깎아 내듯.

군락을 빙빙 돌면서 고블린들의 전력을 조금씩 소모시켰다.

일방적인 공격.

홉 고블린의 지휘 능력이 흔들릴 때, 빙 두르다가 곧장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끼잇! 내가 상대한다!”

고블린들을 양옆으로 밀치면서 나오는 홉 고블린.

덩치는 사람과 비슷했고.

철제 갑주로 전신을 둘러서 생김새만 놓고 보면 중세 기사와 흡사했다.

홉 고블린이 철퇴를 휘둘렀다.

부웅!

육감의 경고음조차 나지 않는 공격.

스펙 차이가 원체 많이 나다 보니 피하지도 않았다.

쿵, 갑피를 두드린 철퇴가 반대로 튕겨 났다.

“키잇?”

너희가 키우던 트롤도 힘으로는 나한테 안 됐거든요.

홉 고블린은 비릿한 웃음을 머금은 채로 왼손을 들었다.

지근거리에서 발동하는 파이어볼.

“키잇! 죽어라!”

가까이에서 터트리면 뭐가 달라질 줄 아나.

나는 [마나 업소브]로 크기를 불려 나가는 파이어볼을 다시 한번 삼켰다.

“킷, 키잇! 왜 폭발을 안 하냐!”

-참으로 어리석구나. 마나 자체를 흡수하는데 폭발할 거라고 기대하다니.

“그러니까 고블린이지.”

날카로운 손톱을 탐욕의 가호로 강화.

혈조공으로 홉 고블린의 목덜미를 홱 그었다.

내공+마나+가호.

세 기예를 엮어 낸 공격은 철제 갑주조차 쉽게 찢어 버렸다.

“끄륵. 끅.”

벌어진 상처 사이로 피를 토해 내는 홉 고블린.

고블린들이 지휘관의 위기를 감지하고 한발 늦게 달려들지만.

[어둠 지배를 사용합니다.]

암흑 칼날 다섯 자루가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고블린들을 갈아버렸다.

난 홉 고블린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반지는 잘 쓰마.”

“끄륵.”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홉 고블린.

재차 손을 뻗어서 숨통을 완전히 끊어 버린 후, [포식]으로 정수를 포식했다.

[홉 고블린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정수 등급: 일반]

[포식한 정수: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근력 + 2]

[민첩 + 2]

[스킬 - 백 스텝이 추가됩니다.]

[백 스텝]

등급: ★

분류: 액티브

10미터 뒤로 이동한다.

문 워크처럼 미끄러지듯 뒤로 이동하는 기술.

위기에 처했을 때, 적의 공격을 흘려보내는 유용한 스킬이다.

“좋은데?”

어쭙잖은 공격 스킬보다도 훨씬 유용한 회피기.

홉 고블린.

그는 좋은 괴물이었습니다.

땡그랑, 가루로 변해 버린 사체에서 흘러내린 반지가 땅에 떨어졌다.

[화염의 반지]

등급: 레어

분류: 잡화

불의 기운이 내장된 반지입니다.

사용자의 마력을 소모하면 반지의 힘을 증폭시켜서 방출할 수 있습니다.

*마력 + 10

*[파이어볼] 스킬 내장.

[파이어볼]

등급: ★★

분류: 액티브

화염의 마나를 구체 형태로 고착화시킨 후, 투척한다.

화염 구체는 물체와 부딪치는 순간 응축시킨 마나를 일제히 폭발시킨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아낌없이 주는 홉 고블린.

정수에 이어 아이템까지 주고 가다니.

너를 잊지 않으마!

홉 고블린의 손가락 굵기였던 반지.

오른손에 가까이 대자, 크기가 내 손가락 크기로 조정되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반지를 왼손에 끼웠다.

“파이어볼.”

시동어를 외치는 순간, 화염의 반지가 내 마나 일부를 흡수했다.

붉은 보석에서 솟구치는 화염.

후방에 있는 고블린 궁수들 쪽으로 화염구를 던졌다.

콰앙-!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고블린 몇 마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폭발 범위는 약 3미터.

직격타를 맞은 고블린들은 까맣게 타 버렸고, 발리스타도 산산조각 났다.

폭발의 충격에 휘말린 고블린들도 사망.

“쓸 만하군.”

-그대의 말대로 꽤 괜찮은 위력이구나.

“당분간은 유용하게 쓰겠어.”

내 원거리 공격 수단은 에너지 볼트뿐.

최대치로 충전을 하면 파이어볼보다 강한데…… 4.2초나 걸리니 비교하기가 민망했다.

-완전히 상위 호환 스킬이로구나.

“뭐, 단점이 하나 있기는 해.”

-무엇이더냐?

“마나를 꽤 잡아먹어.”

파이어볼은 완충한 에너지 볼트보다도 마나를 3배 이상 잡아먹었다.

아이템을 기반으로 사용하는 스킬이라, [파이어]의 시너지인 위력 증폭 효과를 못 보는 것도 소소한 아쉬움이다.

-후후훗, 여의 힘을 수련하면 그깟 반지 없이도 먼 거리의 적을 유린할 수 있느니라.

“예예. 노오력하겠습니다.”

나는 입술을 비죽였다.

화염의 반지를 얻은 후, 고블린 군집을 무너트리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마나 소모를 단점으로 꼽았지만, 나한테는 용아병한테서 흡수한 [용의 심장]이 있다.

마나 회복량 상승.

소모량 감소.

[포식]으로 꾸준히 늘려놓은 마력 스텟 덕에 마나도 넘쳐났다.

“끼잇! 악마다!”

“낏, 못 이긴다. 도망이다.”

레드 고블린 일부는 군락에서 이탈을 시도했다.

내 그럴 줄 알고 불을 질러 놨지.

[블레이즈]로 일으킨 화염은 목책을 집어삼키면서 더욱 거세졌다.

사용자인 나조차도 진화가 불가능할 정도.

“끼이잇! 뜨겁다!”

“끼잇, 못 나간다. 나 죽는다.”

온몸에 화염을 붙인 채, 불구덩이에서 쓰러진 고블린들.

그 순간에도.

[경험치 0.3%가 올랐습니다.]

[경험치 0.2%가…….]

쓰러진 고블린들한테서 경험치가 들어왔다.

천 마리가 넘는 레드 고블린.

전투 개시 후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발을 땅에 붙이고 선 녀석이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어떻게 혼자서 그 많은 고블린을……!”

“정말 대단하십니다!”

“혀, 형씨, 아까 트롤 새끼라고 한 건 잊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감탄하는 팀원들.

나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팀 대표(?)인 해리가 불의 장막 가까이 왔다.

“부르셨습니까?”

“거기 서서 뭐 하고 있어.”

“예?”

“독주머니 뜯어야지.”

생각해 보니 무임승차는 좀 그렇잖아.

닉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으니, 이 녀석들 손이라도 빌려야겠다.

“가고 싶어도 화염이 가로막고 있지 않습니까.”

“뭘. 문제도 아니네.”

발밑에서 솟구친 암흑이 화염자락 일부를 차단했다.

“됐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나는 오른손으로 고블린 사체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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