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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45화 (45/300)

45화

[버서크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360초 동안 감소합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기력감.

나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피로감을 떨쳐 냈다.

이래서 눈 돌아가는 스킬은 싫단 말이야.

일장일단.

버서크 같은 스킬들은 등급에 비해 엄청난 능력치를 상승시켜 준다.

대신 지속 시간이 지난 후, 페널티도 엄청났다.

-후후훗, 그대가 힘들 땐 여가 지켜 주겠노라.

“아까 그 기술은 10일에 한 번 쓸 수 있다고 했잖아.”

-아! 그렇구나!! 이를 어쩐담.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고민하는 여신님.

나는 웃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저, 유진호 님.”

뒤쪽에 있던 플레이어 하나가 다가왔다.

해리라고 했던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뭔데.”

“아, 그게 방금 괴물들…….”

“다 내 소유야. 손댈 생각 하지 말고.”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하려고 하나.

“예? 그게 아니라 괴물들을 해치우신 솜씨가 대단하시다고요.”

“…….”

기본은 되어 있는 사람들이군.

“괜찮으시면 저희가 따라다니기만 해도 될까 해서요.”

뭐야.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긴장하면서 하고 있네.

하긴, 무임승차 욕심이 나겠지.

이대로 가면 미션 성공은 확정적이다.

내가 레드 고블린들을 휩쓸어 버리면 기여도를 쌓을 수 없겠지만.

플레이어들의 힘만으로 미션을 클리어한 것만으로도 보상을 꽤 받을 수 있을 거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마.”

“예?”

“레드 고블린은 내 몫이니까, 다들 숨만 쉬라고.”

무임승차?

하라고 해, 내 몫만 손 안 대면 말이야.

“알겠습니다!”

화색을 띤 채로 돌아가는 해리.

팀원들한테 내 의사를 전하는 듯했다.

레드 고블린 군락을 쓸어버릴 때 방해되지는 않겠어.

난 고블린의 사체에 손을 얹었다.

고유 능력, 포식이 발동되자 사체에 남은 정수가 접촉면을 타고 흡수되었다.

[레드 고블린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일반]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근력 + 3]

[민첩 + 3]

[스킬 - 재빠른 도주가 추가됩니다.]

[재빠른 도주]

등급: ★

분류: 액티브

이동속도가 30% 상승한다. 적이 등 뒤에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지속 시간: 15초

*재사용 시간: 60초

“…….”

뭐, 원래 이런 스킬을 내뱉었지.

레드 고블린의 정수는 회귀 전에도 얻었다.

도주 전용 기술이라 쓸모가 없어 보이는 정수이지만.

말했잖아?

쓸모가 없는 정수는 없다고!

[재빠른 도주가 민첩한 뒷발과 공명합니다.]

[두 정수를 융합하여 새로운 스킬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력 질주 스킬이 생성됩니다.]

[전력 질주]

등급: ★★

분류: 액티브

이동속도가 40% 빨라진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지속 시간: 20초

*재사용 시간: 60초

전력 질주.

회귀 전, 시너지 효과를 알게 해준 첫 스킬이다.

[재빠른 도주] 같은 페널티도 없고, 속도 증가 폭도 10%나 올라갔다.

-전에 익힌 무공이라는 것에 비해서는 효율이 떨어지는구나.

“그렇지 않아. 전력 질주는 마나를 소모하잖아.”

내 마력 수치는 130대에 도달했다.

마력에만 올 인 한 플레이어가 35레벨은 되어야 도달 가능한 수치.

[용의 심장]에 붙은 효과로 포식을 할 때마다 마력을 획득해서다.

넘치는 마나로 스킬을 쓰는 건 전혀 부담이 없었다.

“운류보는 내공 소모가 심하기도 하고.”

-과연, 그렇구나.

“그리고 전력 질주는 운류보랑 중복 사용이 가능하거든.”

전력 질주는 ‘달리는 행위’ 모두 적용할 수 있다.

[민첩한 뒷발]과 운류보는 발을 움직이는 방식이 다르기에 중복으로 전개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전력 질주는 운류보의 족적에 어떤 개입도 하지 않기에, 둘 다 동시에 전개할 수 있다.

-기동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가 있겠구나.

닉스는 호오, 라는 감탄사를 흘렸다.

나를 추격해 온 고블린의 숫자가 상당했는지, 포식으로 갈아 버렸는데도 사체 숫자가 열이나 남았다.

-그대로 놓고 갈 셈이더냐?

“설마.”

욕망의 주머니에서 부산물 채집 키트를 꺼냈다.

스스스슷!

극야의 힘을 [어둠 지배]로 구현.

아까 닉스가 했던 걸 흉내 내서 쭉 늘어뜨린 촉수로 키트에 수납된 칼을 집었다.

-그대의 손으로 하는 게 편하지 않더냐?

“이렇게 하면 극야의 힘을 수련할 수 있겠더라고.”

괴물 사체에서 부산물을 채집하려면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닉스는 5에 해당하는 극야의 힘을 수십으로 쪼갠 후, 가닥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움직였다.

내 컨트롤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

“난 여신님보다 모자라니까. 도구의 힘을 빌려서라도 해 봐야지.”

촉수 하나가 칼을 휘어잡더니 고블린의 목덜미 가까이에 댔다.

펑.

칼날이 독주머니를 건드리는 순간 담겨 있던 보라색 액체가 지면으로 쏟아졌다.

-소, 솜사탕 100개가!!!!

오열하는 닉스.

“내가 수련하는 걸 응원해야지, 이 여신님아!”

-그렇지만 솜사탕이 사라지지 않았느냐! 계약자여!!

“잠깐 있어 봐. 이번에는 잘할 수 있어.”

심기일전해서 극야의 힘을 조종.

도축 칼로 독주머니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촉수로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독주머니를 잡…….

퍼어억!

지는 못했다.

촉수에 힘을 너무 줘서 그런지, 붙잡자마자 주머니가 터져 버렸다.

-…….

닉스는 억장이 무너진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번 더 하면 잘할 거야.”

-그만두어라! 차라리 여가 그대를 돕겠노라!

내 그림자로 뛰어드는 닉스.

하지만 달려든 기세 그대로 튕겨 나 버렸다.

이거 오기가 생기네?

난 가늘게 눈을 뜨고는 극야의 힘을 움직였다.

* * *

13개 중 7개.

극야의 힘으로 건져 낸 독주머니다.

“요령을 좀 알겠네.”

나는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허공으로 날아간 솜사탕 600개의 원한을 잊지 말거라.

“그만큼 여신님의 힘을 다루는 데 익숙해졌잖아.”

-흥, 여의 계약자라면 당연한 일이니라!

고개를 홱 돌리는 닉스.

작은 몸으로 저러니까 귀엽단 말이야.

극야의 힘으로 부산물 채집이라. 꽤 유용하겠어.

괴물 사체를 일일이 붙드는 건 시간 소모가 너무 컸다.

부산물 채집 키트를 구매했지만, 원래는 금전적 가치가 높은 괴물들의 사체만 건들려고 했었다.

한데.

쓸 수 있는 손이 늘어 버렸네?

돈도 벌고.

극야의 힘도 수련하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거지.

늙은 트롤의 정수를 흡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늙은 트롤의 정수를 흡수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일반]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체력 + 2]

[맷집 + 4]

[스킬 - 투지가 추가됩니다.]

[투지]

등급: ★★

분류: 패시브

상처를 입어도 의지력으로 몸을 움직인다.

이름이 부여된 괴물.

혹은 보스 몬스터는 특수 개체로 취급받는다.

블루 고블린 주술사의 정수가 따로 흡수된 것도 그 까닭.

이 녀석도 특수 개체로 인정되어서 일반적인 트롤과 다른 정수를 뱉었다.

괜찮은 걸 얻었군.

투지 스킬의 효과는 단순했다.

부상 상태에서도 고통을 참고 움직일 수 있는 것.

강적을 조우했을 때 유용한 패시브다.

“저희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선 팀.

해리가 그들을 대표해서 보고했다.

“내 등 뒤에 붙어 다녀. 아니면 죽는다.”

괴물들한테 죽든, 아니면 내 손에 죽든 기여도를 가로채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네, 네!”

나는 일행을 동반한 채, 올라왔던 산을 도로 내려갔다.

얼마쯤 걸었을까.

“저, 유진호 님, 전방에 고블린들이 있어요.”

중국 출신 플레이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난 못 봤는데. 시력이 좋네.”

“고유 능력이라서요.”

“각자의 안전 잘 챙기시고.”

나는 그 말을 마친 후, 지면을 박찼다.

[전력 질주를 사용합니다.]

내공을 아낀 채, 마나만 소모해서 달렸다.

레드 고블린들은 나를 보자마자 병기를 추켜세웠다.

2미터가 넘는 기다란 석궁.

고블린의 체구를 생각하면 발리스타에 가까운 무기가 내 쪽을 향했다.

“끼잇, 발사!”

석궁에 매달린 화살이 빠르게 쇄도했다.

목덜미를 스치고 가는 스산한 감각.

이렇게까지 정직한 공격을 못 피하면 되겠나.

화살촉이 노리는 건 심장.

단전의 내공이 다리로 흘러내려 갔다.

[운류보를 사용합니다.]

대각선으로 방향을 급격하게 틀었다.

원래는 속도를 줄이거나 중심이 홱 틀어져야 하지만.

운류보의 효과로 속도 감소 없이 고블린 무리에게 달려들 수 있었다.

끼릭, 툭!

연달아 화살이 날아왔지만 모두 피했다.

레드 고블린들이 네 번째 석궁을 장전했을 땐.

“형 왔는데 뭐 하냐?”

이미 거리를 좁혀서 쏠 타이밍을 놓친 뒤였다.

“낏, 덮쳐라!”

“끼잇. 침입자. 죽어라.”

살기등등한 기세로 달려드는 레드 고블린 무리.

-여가 보기에는 파란 띠를 두른 고블린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구나.

“신체 능력은 비슷해.”

발리스타, 아니 석궁 같은 병기를 보유한 것 빼곤 개인 무장도 비슷했다.

그러니.

“내 상대는 아니지.”

스스스슷!

극야의 힘으로 구현한 칼날들이 레드 고블린 무리를 뒤흔들었고.

날선 손톱이 번뜩일 때마다 초록색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일방적인 전투.

아니, 학살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끼잇! 도망이다!”

“낏! 괴물!”

싸울 의지를 상실한 고블린들이 등을 돌렸다.

[재빠른 도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도망치는 고블린들.

“저 고블린들!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이대로 구경만 할 수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앞으로 나서는 팀원들.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낮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경고했다.

“유진호 님, 저 고블린을 놓치면 군락에서 대비를 할 겁니다.”

“그러라고 놔준 거야.”

“예?”

“산속에 흩어져 있는 놈들 찾아다니려면 귀찮잖아.”

블루 고블린 군락을 노릴 때와 마찬가지였다.

목표는 레드 고블린 군락을 무너트리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레드 고블린을 많이 죽일수록 기여도가 올라갔다.

한 놈도 놓칠 수 없지.

“아아, 아.”

입을 뻐끔거리는 해리.

내 진심을 알고 감동해서 말도 안 나오나 보다.

-여가 보기에는 감동보다는 어이가 없어서 그러는 것 같다만.

“여신님이 사람 마음을 잘 몰라서 그래.”

누가 봐도 감동받은 표정이고만.

-필멸자의 생각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구나.

닉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고블린들이 모일 시간도 줄 겸, 수련이나 해야겠네.”

-또 솜사탕을 땅에 버릴 셈이더냐!

“저건 독주머니다. 못 먹어.”

-필멸자들이 잘하는 거 있지 않더냐, 물물교환! 그러니 저건 솜사탕이 맞느니라!

우리 여신님.

빠르게 세상 물정에 적응하는 느낌인데.

이런 속도면 나중에는 속여먹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다.

긴장해야겠어.

나는 한숨을 삼키곤, 극야의 힘을 일으키는 데 집중했다.

발아래에서 솟구치는 검은 촉수.

도축칼을 휘감은 촉수가 고블린의 사체에 접근했다.

잠시 후.

-아아아아!

닉스의 비명이 산자락을 요란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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