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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6화 (26/300)

26화

[스킬 - 머드 트랩이 추가됩니다.]

[머드 트랩]

등급: ★★

분류: 액티브

지정한 곳을 기준으로 반경 10미터에 늪을 만든다.

늪 안에 들어온 대상은 속도가 느려진다.

일정 범위에 속도 저하 디버프를 유발하는 스킬.

대상을 지정하는 즉시 발동형 스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작동 방식이다.

오히려 좋아.

나는 마나를 재배열했다.

[머드 트랩 스킬을 사용합니다.]

[반경 10미터가 늪으로 변합니다.]

질퍽! 지정한 포인트를 중심으로 진득한 늪지대가 형성되었다.

마법으로 만든 늪은 원래 지형보다 더 끈적였다.

“역시. 이런 식이군.”

질척이는 땅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은 보통 팀 단위로 움직이기에, 피아 식별이 되지 않는 범위 기술의 평가가 낮은 편이다.

“쓸 만하겠어.”

-땅을 더럽히는 스킬이 그렇게나 유용하더냐?

“난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하거든.”

-그래도 즉시 발동되는 저주나 속박기가 더 유용해 보여서 하는 말이니라.

“오. 여신님도 제법인데.”

-여의 직관력이 이 정도는 되느니라.

“근데 장판기도 쓰기 나름이야.”

무리 지어 오는 적 일부의 발을 묶어서 분단시키기도 좋고.

[머드 트랩]을 미리 깔아 둬서 상대가 돌아오게끔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범위기라는 게 활용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거든.

상대의 이동 경로를 내 생각대로 유도할 수 있게 하는 장판기가 훨씬 유용했다.

-계약자가 그리 말한다면야.

“어쨌든 늪에서 얻을 것도 다 얻었으니. 다음 장소로 넘어가자.”

-이제 호수로 가는 것이더냐?

“한 곳이 더 남았어.”

화산.

호수와 더불어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난이도 상(上)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이야, 2주 동안 쉬지 않고 돌아다녀야 정수를 다 포식할 줄 알았는데 고작 튜토리얼 3일 차 저녁에 일곱 지역 중 다섯 군데를 섭렵해 버렸다.

황무지에 사는 앤트 라이온은 나중에 다시 노려야겠지만, 어쨌든 원래 계획보다 진행 속도가 몇 배나 빨랐다.

“호수 공략은 가장 마지막이야.”

물에 서식하는 괴물들이 강할뿐더러, 운신도 불편하거든.

그러니 다음 행선지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알겠도다. 여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노라.

콰아아앙-!

마침 커다란 폭음과 함께 불꽃이 하늘로 비산했다.

시커먼 연기로 가득한 곳.

화산 지대다.

* * *

늪에서 발을 떼는 순간, 몸을 휘감았던 디버프가 해제되었다.

난 쓴웃음을 지었다.

“답답한 게 열탕보다 나으려나?”

늪지대에서 동남쪽으로 가다 보면 화산의 열기로 가득한 벌판이 나온다.

[현재 당신의 위치는 화산 지대입니다.]

[화산 - 고열]

[화염 스킬의 위력 10% 증가]

“읏뜨뜨.”

한껏 달아오른 공기가 피부에 닿자, 솜털이 섰다.

화산의 열기를 담은 건조한 바람.

입안이 벌써부터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다.

-맷집 스텟 20 이하인 플레이어가 화산 지대를 돌아다니면 한 시간도 안 돼서 화상을 입는다.

-화산에서 활동을 하려면 최소 맷집 30을 넘기거나 화염 저항 스킬, 혹은 장비를 지녀야 가능하다.

튜토리얼 공략에서도 화산 지대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앞에서 명시한 30이라는 수치도 활동이 가능한 커트라인이거든.

평소처럼 움직이다가는 탈수 증세에 시달리기 딱 좋다.

‘건식 사우나에 온 기분이네.’

나야 포식으로 맷집 스텟을 많이 올려둔 덕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난 건식 사우나를 그다지 안 좋아한다.

-여긴 썩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그러게. 얻을 것만 빨리 취하고 호수로 가야지.”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고는 화산 지대로 진입했다.

치익! 새하얀 증기가 갈라진 대지에서 뿜어져 나왔다.

피부에 닿으면 화상 확정.

발을 떼는 것조차 신중해야 하는 지역이다.

“뀨잉?”

괴물 하나가 바위 너머로 얼굴을 드러냈다.

파이어 웜.

몸길이가 2미터쯤 되는 지렁이 괴물이다.

움직이면서 불꽃 궤적을 땅에 남기고 가까이에 다가가면 불을 내뿜는 게 주요 패턴이다.

근접 계열 플레이어한테는 천적!

그 대신 속도가 느리기에, 원거리 특성을 지닌 플레이어들이 주로 사냥했다.

마법 저항력이 높아서 숨통을 끊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만.

“고생할 필요 뭐 있어?”

[에너지 볼트를 사용합니다.]

[과충전을 완료했습니다.]

4.2초 만에 최대로 충전된 에너지 볼트.

푸른 구체가 파이어 웜의 머리통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뀨이잉!”

머리를 흔드는 파이어 웜.

-계약자여. 방금 전의 공격은 그다지 효과가 없어 보인다만.

“저 녀석, 아픈 거 참고 있을 거야.”

연거푸 에너지 볼트를 최대치로 충전, 파이어 웜에게 방출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

네 발, 그리고 다섯 발을 맞았는데도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늪지대에서 만난 도마뱀보다 맷집이 약할 텐데.

마법 저항력이 높아서 그런 듯했다.

-그대의 머리카락이 땀으로 젖었느니라.

말 안 해도 알고 있거든?

나는 꾸물거리는 파이어 웜을 노려보았다.

화산 지대의 열기에 오랫동안 노출된 상태로 땀을 흘리느냐, 근접전을 벌여서 화끈한 불꽃을 짧고 굵게 맛보느냐.

내 선택은 후자였다.

파팟!

직선거리로 달려들자, 파이어 웜이 입을 벌렸다.

[화염 방사]

정면으로 쏟아지는 불꽃.

범위가 제법 넓어서 피하려고 하면 궤도를 많이 틀어야 했다.

[가시 갑피]로 두르면 넓게 펼쳐진 불꽃쯤, 그냥 돌파해도 상관없지만.

‘이렇게 된 김에 아이템 성능이나 확인해 볼까.’

나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나 업소브를 사용합니다.]

[사용자의 마력 수치보다 낮은 공격입니다.]

[해당 공격을 흡수합니다.]

번쩍!

요사스러운 빛이 [탐식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2미터 정도로 커진 붉은 막은 파이어 웜이 내뿜은 불꽃을 모두 집어삼켰다.

“뀨이잉?!”

“오? 쓸 만하잖아.”

같은 결과를 두고 탄성과 경악이 오갔다.

마나야 이미 최대치라서 회복되진 않았지만, 저 화염 방사를 무효화한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톡톡하게 했다.

[날카로운 손톱을 사용합니다.]

[탐욕의 가호가 손톱을 침식합니다.]

[혈조공을 사용합니다.]

검붉은 색으로 물든 손톱이 파이어 웜의 몸뚱이를 유린했다.

내공까지 소모해서 공격하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푸아악!

녹색 피가 상처에서 솟구쳤다.

[경험치 1.4%를 획득했습니다.]

에너지 볼트 몇 발을 맞춰도 꿈쩍 하나 안 하던 놈이었는데.

근접전을 벌이니 일격에 쓰러졌다.

-진즉에 손을 쓰지 그러더냐.

“다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거야.”

-호오, 그렇구나.

그 말에 낚이는 여신님.

이러니까 더 지는 기분이 드는데?

파이어 웜의 화염 방사를 [매직 업소브]로 흡수해 버리니, 열기 같은 걸 느낄 새도 없이 쓰러트렸다.

이럴 거면 뭣 하러 거리를 두고 에너지 볼트를 쓴 건지.

파이어 웜 공략 권장 레벨이 20이었던가.

내 순수 스펙은 80레벨대 플레이어와 비슷하니, 탐욕의 가호로 강화까지 한 손톱을 버틸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나는 쓴웃음을 짓고는 파이어 웜의 정수를 포식했다.

* * *

화산 지역에서 파이어 웜을 사냥하던 중, 바위가 여기저기에 널린 벌판을 발견했다.

나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 보니 찾았네.”

-말이더냐?

“화염인. 저 돌덩이들 말이야.”

-인간이나 생물체로는 보이지 않는다만.

“조금 있으면 알 거야.”

나는 히죽 웃었다.

저 돌덩이들은 화산 지역에 서식하는 괴물, 화염인(火焰人)이다.

돌덩이를 보고 왜 사람이라고 부르냐면, 가까이 가면 불꽃 인간으로 변해서다.

“저 상태에서는 공격이 안 통한다는 말이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탑 시스템으로 보호를 받는 건지, 아니면 휴면 상태에서는 방어력이 센 건지.

바위 상태에서는 타격이 거의 먹히지 않았다.

화염인을 쓰러트리려면 접근해서 잠을 깨운 후에 숨통을 끊어야 한다.

‘쓸모없는 정수는 없으니까.’

돌 위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보라.

찜통 같은 열기를 뿜어내는 화염인에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어쩌겠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화염인의 정수가 어떤 스킬을 내놓을지 모르니, 마지못한 기색으로 걸어갔다.

20미터.

10미터.

그리고 3미터.

불과 세 걸음 정도로 좁혀졌을 때.

“으어어어.”

맥 빠지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기지개를 켰다.

쪼개진 바위 사이로 흘러나오는 화염.

크고 작은 돌조각들이 관절을 대체하면서 인간 형태로 변했다.

한 녀석이 깨어나자, 다른 놈들도 일제히 움직였다.

-오오! 계약자여. 저 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으른 놈들이라 그래. 진즉에 일어나서 달려들면 얼마나 좋아?”

쭉 늘어난 손톱.

검붉은 마력이 그 위를 뒤덮는다.

화염인은 불꽃 속성.

물리 공격만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는 괴물이다.

내가 처음 생각한 공략법은 혈조공으로 내공을 실어서 화염인의 불꽃을 타격하는 거였다만.

바알이 준 선물 덕에 훨씬 쉬워졌다.

[혈조공을 사용합니다.]

검붉은 궤적이 화염인들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1초식, 맹호혈조.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가면서 첫 초식을 펼쳤다.

투툭, 투투툭.

[탐욕의 가호]의 침식 효과로 강화된 손톱으로 혈조공을 펼치니, 불꽃으로 뒤덮인 화염인이 짚단처럼 쓰러졌다.

『하늘의 악이 당신의 무공 운용 실력에 감탄합니다.』

『올림포스의 전쟁신이 하늘에 맞닿은 악을 노려봅니다.』

『오염된 왕좌의 주인이 만족해합니다.』

어럽쇼.

나를 주시하는 성좌가 하나 더 늘었다.

꽤 익숙한 이름.

얼마 전에 한바탕 벌였던 성좌, 바알이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귀하다는 가호도 내려줬잖아.’

본래는 수호성 계약을 맺어야만 주는 가호.

무슨 변덕인지, 바알은 자신의 영성까지 소모해 가면서 나한테 가호를 내려주었다.

『오염된 왕좌의 주인은 당신의 활약상에 만족해합니다.』

『올림포스의 전쟁신이 탐욕의 가호를 알아봅니다.』

『올림포스의 전쟁신이 오염된 왕좌의 주인에게 눈을 부라립니다.』

아레스와 바알.

두 성좌 모두 신들의 사회에서 입김깨나 쓴다는 존재들이다.

‘하늘의 악’이라는 성좌명은 생소하게 느껴진다만, 그 성좌의 정체가 내 생각대로의 존재라면…….

‘무공 때문에 관심을 보이는 거겠지.’

튜토리얼 때부터 거물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계약자여, 다른 성좌들이 뭐라고 하든 그대의 파트너는 여뿐이니라.

닉스도 여러 성좌의 호출에 긴장한 듯, 나를 불렀다.

고신족들에게 복수를 하려면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다.

성좌가 되었든, 다른 존재가 되었든.

이용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사용해야 한다.

따로 수호성 계약을 하지 않아도 성좌들이 종종 관심 가는 플레이어에게 후원하기도 하니까.

바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성좌들의 관심도 나한테는 힘이 될 거다.’

나는 웃음을 삼킨 채, 화산 지역에서 사냥을 이어 갔다.

[파이어 웜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체력 + 3]

[마력 + 3]

[스킬 - 블레이즈가 추가됩니다.]

[블레이즈]

등급: ★

분류: 액티브

걸을 때마다 불꽃을 생성한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화염인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근력 + 3]

[맷집 + 3]

[스킬 - 파이어가 추가됩니다.]

[파이어]

등급: ★

분류: 액티브

작은 화염을 일으킨다.

소량의 마나를 소모한다.

찜통 같은 더위를 이겨내며 정수 수집을 100% 마쳤다.

“블레이즈에 파이어라.”

둘 다 실용성은 거의 없었다.

걸음걸이에 불길을 일으키는 스킬, 블레이즈는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쓸 가능성도 있지만.

화염인의 정수를 포식해서 얻은 [파이어]는 실전 활용도가 1그램도 없었다.

화륵-!

시험 삼아 [파이어]를 사용해 보니 주먹 크기의 불길이 피어올랐다.

마나를 추가로 불어넣자, 화염의 크기가 불어났다.

-공격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구나.

“다른 용도가 있지.”

[화염인의 ‘파이어’ 정수가 ‘블레이즈’에 공명합니다.]

[블레이즈를 포함, 모든 화염 관련 스킬 사용 시 3%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이 맛에 정수 포식합니다.”

나는 빙그레 웃었다.

아까도 말했잖아?

쓸모없는 정수는 하나도 없다고.

[파이어] 스킬 자체는 활용도가 0에 가까웠지만, 모든 화염 계열 정수의 능력을 증대시켜 주는 시너지 효과를 보유했다.

현시점에선 화염 스킬 위력에 3% 추가라는 수치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 관련 정수를 여럿 포식하고 능력치가 늘어날수록, [파이어]의 시너지는 빛을 발할 것이다.

얻을 것도 다 얻었겠다, 이제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위험한 곳으로 갈 때다.

-드디어 여의 힘이 감추어져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더냐?

“응. 준비 끝났어.”

난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섬 중심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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