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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11화 (11/300)

11화

▶ 기초 수련장

불지옥 난이도를 통과했습니다.

▶ 보상으로 [냉혈(冷血)] 스킬을 얻습니다.

▶ 보상으로 [수련용 목각 인형]을 얻습니다.

“불지옥이라고 하더니 보상도 화끈하네.”

입술이 절로 씰룩인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보상을 확인했다.

[냉혈]

등급: ★★★

분류: 패시브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다.

감정의 동요나 정신을 흩트리는 상태 이상에 대해 저항력이 올라간다.

*냉정한 마음 유지.

*정신 내성 +20.

*스킬 집중 시간 15% 감소.

설마하니 [냉혈] 스킬을 튜토리얼에서 얻을 줄이야.

냉혈은 기초 수련장에서 얻을 수 있는 스킬, [인내심]의 상위 호환이다.

‘전투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조바심.

흥분.

두려움.

초조.

사람의 감정은 전투에서 시너지를 내기도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냉혈 스킬이 있으면 감정에 휘둘리는 일이 없어진다는 뜻!

그뿐이랴.

얻기 어려운 정신 내성 옵션도 붙어 있다.

정신 내성은 탑을 오를수록 귀한 취급을 받는다.

물리적인 공격이야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막을 수 있지만, 정신을 파고드는 건 도망치지도 못하거든.

지금보다는 나중을 위해 좋은 옵션이다.

‘원래대로라면 30층 이상에서 얻을 수 있는 스킬.’

나는 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회귀 전, 탑의 숨겨진 요소가 대부분 알려진 미래에서도 ‘불지옥 난이도’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이 또한 회귀를 하면서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다.

냉혈 스킬이라면 고생(?)한 보람은 있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사용자의 감정이 크게 요동칩니다.]

[냉혈 스킬이 발동됩니다. 냉정한 마음이 유지됩니다.]

흥분으로 두근거렸던 심장이 평소의 심박으로 돌아왔다.

“…….”

빌어먹을, 잊고 있었다.

냉혈이 적용되는 건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희로애락 중 어느 감정이든 일정 이상으로 올라오면 냉혈이 발동되었다.

당분간 연애하기는 틀렸구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두 번째 보상도 확인했다.

[수련용 목각 인형]

등급: 유니크

분류: 잡화

내구력: 100/100

기초 수련장에 비치된 목각 인형입니다.

작동하면 플레이어의 능력치와 보유 스킬 중 하나를 복제합니다.

목각 인형은 사용자를 적으로 인식하며, 쓰러트리면 인형이 복제한 스킬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이해도 - 0

*12시간마다 한 번 재사용 가능.

한 손에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인형.

나는 목각 인형을 보면서 연신 눈꺼풀을 껌뻑였다.

혹시라도 잘못 본 건 아닐까, 손등으로 눈을 비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별짓을 해 봐도 아이템 정보는 바뀌지 않았다.

“미친.”

[불지옥 난이도]의 진짜 보상은 따로 있었네.

앞서 얻은 냉혈 스킬도 대단하지만, 이 아이템만큼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한테는 말이야.

‘목각 인형을 언제든지 부를 수 있다고?’

시험 삼아 인형의 목덜미에 달린 버튼을 꾹 눌렀다.

[수련용 목각 인형을 작동합니다.]

촤아악!

사람 크기로 커진 목각 인형.

점액질이 인형 머리를 뒤덮더니, 금세 내 얼굴로 변했다.

“반갑다.”

목각 인형이 살기를 내뿜는 순간, 망설임 없이 놈의 목을 쳐 냈다.

나는 바닥에 나뒹구는 인형의 목을 쥐었다.

[포식을 사용합니다.]

[이미 정수 수집을 100% 완료한 대상입니다.]

[대상은 생물체가 아닙니다. 포식으로 체력이나 마나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여태 부쉈던 목각 인형과 동일한 반응이다.

“대박이잖아.”

플레이어의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하는 목각 인형.

운이 좋으면 미완성인 원시종의 정수를 얻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스킬 숙련도 훈련 외에 쓸모를 찾기 어렵겠지만.

나한테는 그 어떤 보상보다도 값진 아이템이었다.

수련장 보상을 챙긴 후, 닫힌 문을 쭉 밀었다.

열린 문 사이로 스며드는 은은한 달빛.

수련장의 테스트를 치르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다.

“벌써 밤인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은색을 띤 달빛이 레인보우 아일랜드를 희미하게 밝혀 주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른쪽을 기준으로 4/5 정도 차오른 달.

하루에서 이틀 후에는 어둠 없이 가득 찬 보름달을 볼 수 있겠다.

잘됐군.

희미한 미소가 입가를 물들였다.

<보름달이 뜨는 날, 에미리트산 정상으로 가면 비밀 장소가 열립니다.>

탐험가 로렌트가 발견한 숨겨진 공간.

일명 ‘달맞이 동굴’의 히든 피스를 얻으려면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하루면 충분하지.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 후, 발걸음을 옮겼다.

에미리트산에 가기 전.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다.

‘호숫가에 가면 그 녀석을 만날 수 있을 거다.’

나는 발걸음에 힘을 실었다.

* * *

스네인호(湖).

레인보우 아일랜드 중심부에 위치한 호수다.

호수 근처로 가자, 1일 차 플레이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가 제일 안전하니까.’

레인보우 아일랜드 정석 공략 중 하나다.

이 섬은 낮보다 밤이 위험하거든.

평원만 해도 남부에만 머무르던 실버 팽이 활동 영역을 북부까지 늘린다.

1일 차 플레이어는 절대로 당해낼 수 없는 강적!

그뿐이랴.

황무지에서는 앤트 라이온들이 모래 함정을 더 크게 넓힌다.

그 외에도 각 지역의 상위 포식자들은 해가 떨어졌을 때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초심자들한테는 버거운 환경.

물론 상위권 플레이어들한테는 해당되지 않았다.

밤에 괴물을 사냥하면 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기에, 더 높은 점수를 내기 위해 움직이곤 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튜토리얼 1위야, 이대로만 가면 무난하게 차지할 수 있으니.

중요한 건 레인보우 아일랜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수와 숨겨진 요소들이다.

다시 방문할 수 없는 공간.

얻어야 할 건 하나도 안 놓치고 모조리 포식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인을 만나는 게 우선이다.’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호수 주변을 걸었다.

목적지는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섬.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상인을 보려면 맨몸으로 호수를 가로질러야 한다.

호수 주위를 걷던 중, 물이 얕은 곳을 발견했다.

나는 호수에 몸을 담갔다.

차갑구먼.

팔과 다리를 움직이자, 물이 조금씩 밀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회귀하기 전에는 온갖 환경을 다 겪어 봤다.

물장구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건…….

‘이 녀석들이지.’

나는 호수 아래쪽을 흘겨보았다.

언뜻 보이는 시커먼 물체.

5미터는 되어 보이는 검은 것들이 여럿 있다.

호수의 괴물들.

저 녀석들은 앤트 라이온에 버금가는 튜토리얼의 포식자들이다.

현재의 내 스펙이면 1분도 안 돼서 갈기갈기 찢겨 버릴걸?

그럼에도, 호수를 헤엄칠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놈들의 습성 때문이다.

‘물고기 주제에 주행성이라니.’

호수에 머무는 괴물들은 다른 지역과 달리, 낮에만 활동한다.

내가 밤에 호수를 방문한 것도 그 이유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

혹시 모를 변수를 대비하면서 헤엄을 쳤다.

다행히 섬에 도달할 때까지 잠에서 깨는 물고기 같은 건 없었다.

“뭐야, 플레이어가 벌써 여기에 도착했다고?”

걸걸한 목소리가 귀에 아른거렸다.

땅딸막한 사내.

드워프 상인이 한껏 미간을 찌푸린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는 초록색 글자로 [조이크]라는 이름이 둥둥 떠다녔다.

“그렇습니다만.”

[미드론 상회를 발견했습니다.]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최초로 상회 인원과 접촉했습니다. 1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알아서 보상을 챙겨 주겠다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지.

나는 시스템의 음성을 한 귀로 흘리면서 드워프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이봐, 플레이어. 지금 튜토리얼 1일 차 아닌가?”

“맞습니다.”

“간도 큰 녀석이군. 첫날에 호수를 횡단할 줄이야.”

헛웃음을 터트리는 드워프.

스네인 호수 아래에 사는 괴물들을 떠올려 보면, 무모한 짓이긴 했다.

“당신뿐입니까?”

“뭐가.”

“상회 사람요.”

“허허허, 다 알고 왔으니 이야기하기 편하겠군. 이쪽으로 와.”

드워프는 짧은 다리를 부지런히 놀리면서 앞서갔다.

섬 안에 덩그러니 있는 집.

앞서 걸어간 드워프가 정문을 열어젖혔다.

[리론]

[하이린]

집에 있던 엘프와 노움은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랐다.

“플레이어?”

“인간?”

앞서 본 드워프와 비슷한 반응이다.

“보다시피.”

나는 여유롭게 웃었다.

저 셋은 NPC.

바벨탑의 운영을 돕는 다른 차원의 주민들이다.

NPC 역할을 하는 건 우리나라로 치면 고액의 알바를 하는 셈.

난 회귀 전의 정보를 머릿속으로 욱여넣고는 세 상인에게 시선을 옮겼다.

“조이크라고 하네. 이름이 머리 위에 있으니 알겠지만.”

“플레이어 유진호라고 합니다.”

“껄껄. 나는 무기 담당. 옆에 있는 귀쟁이는 마법, 그리고 난쟁이 녀석은 잡화를 다루지.”

“나, 난쟁이, 라고요? 드, 드워프보다는 더 크, 크거든요?!”

“역시 땅의 종족은 천박하군요.”

셋은 날 앞에 두고 으르렁거렸다.

[미드론 상회]라는 이름 아래에 있지만 실은 다른 차원의 주민들이다.

같은 상회 출신이어도, 판매에 따라 각 종족이 얻는 포인트가 다르기에 손님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거다.

“오, 오늘. 첫째, 날이잖아요. 고, 고객님이 포, 포인트가 마, 많지는, 않을 텐데.”

말을 더듬으면서도 할 이야기를 다 하는 노움.

엘프와 드워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고 보니…….”

“좋다 말았네.”

탑의 상인들은 CP와 미션 포인트, 두 가지로 거래를 한다.

CP라는 건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얻는 화폐 단위.

미션 포인트는 클리어 시의 성적을 말한다.

막 튜토리얼에 진입한 플레이어가 CP를 보유하고 있을 리는 없고, 저들이 원하는 건 미션 포인트다.

문제가 있다면 튜토리얼 첫날이라서 미션 포인트도 얼마 쌓지 못했을 거라는 점?

세 상인이 낙담하는 것도 당연했다.

“노움 아저씨.”

“예, 예?”

“월석 32개 주세요.”

“그, 그게 말입니다. 고객님. 워, 월석은 개당 20포인, 트인데요.”

아따, 말 겁나게 더듬는구먼.

“내가 지금 600포인트가 조금 넘거든요?”

“자, 잠시만요.”

노움 상인은 말을 더듬으면서 내 포인트를 확인했다.

“유, 진호 플레이어님, 포인트가…… 히익?!”

[유진호: 667점]

딸꾹질을 하는 노움 상인.

놀랄 만하다.

튜토리얼 첫날에 600포인트를 모으는 건 불가능하거든.

히든 보스와 딥 슬라임을 쓰러트렸을 때 이미 400점을 돌파했고, 거기에 늑대왕 서린도 사냥했다.

포인트는 넘쳐났다.

엘프와 드워프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봐, 난쟁이.”

“뭘 그렇게 놀라는 거죠?”

“아니, 이, 이분. 첫날인데 600포인트, 가 넘어요.”

엘프와 드워프의 입이 쩍 벌어졌다.

“600이라고?!”

“그게 첫날에 가능한 수치야?”

“구, 궁금하면 지, 직접 화, 확인해 보세요!”

세 상인은 호들갑을 떨었다.

회귀 전의 지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수치.

놀라는 게 당연했다.

난 최대한 평온함을 유지하며 입을 떼었다.

“거래하기 싫으면 됐고.”

“하고말고요!”

화들짝 놀란 노움은 말 더듬는 것도 잊고 월석을 내밀었다.

[월석]

등급: 노멀

분류: 소모품

달의 기운으로 괴물을 쫓아냅니다.

사용 시 10미터 범위 안에 괴물들을 10초 동안 몰아냅니다.

공격을 받으면 월석의 효과가 취소됩니다.

*레인보우 아일랜드에서만 괴물 회피 효과 적용.

위기 탈출용 소모 아이템.

거기에 튜토리얼 사용 제약이라는, 쓸데없는 옵션으로 가득했다.

나한테는 크게 필요가 없는 물건.

근데 말이야, 이 월석을 에미리트산으로 가져가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거든.

‘보름달이 뜰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나는 웃음을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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