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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8화 (8/300)

8화

뿔토끼는 철갑 아르마딜로처럼 무리를 지어 다닌다.

더욱이, 메마른 황무지보다 먹을 게 많아서 그런지 숫자도 많았다.

그 덕에 뿔토끼의 정수를 100% 완성시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안 걸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일반]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민첩한 뒷발이 추가됩니다.]

[민첩한 뒷발]

등급: ★

분류: 액티브

다리에 힘을 집중해서 빠르게 도약한다.

순간적으로 도약 길이와 속도를 늘려 주는 정수.

내 질량이 있어서 원주인인 뿔토끼처럼 총알 같은 속도는 못 내지만, 적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쓸 만했다.

제대로 된 돌진기는 아니다만.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스킬]은 더 강력하다.

돌진만으로 적을 강제로 밀쳐 내거나 자세를 무너트리는 기예.

혹은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루기도 한다.

[갑피]도 방어력이 뛰어나지만 마나 소모량이 높아서 가성비가 좋은 스킬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 [포식]이 위에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스킬을 한데 엮어 낸다.’

예를 들어서 뿔토끼의 [민첩한 뒷발]과 탑 1층에 서식하는 고블린의 정수, [재빠른 도주]를 엮으면 [전력 질주]라는 스킬을 얻을 수 있다.

시너지의 일종.

두 정수를 엮어 낸다고 해서 한 특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민첩한 뒷발]과 [재빠른 도주]를 각자 전개할 수도 있고, 둘을 합친 [전력 질주]도 펼치는 게 가능했다.

요는 어떻게 각 정수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여러 스킬을 빚어낼 수 있다는 뜻.

그렇기에 최대한 많은 정수를 얻는 게 중요했다.

튜토리얼 스테이지에 진입한 후의 성과를 정리해 볼까.

[플레이어 - 유진호]

나이: 23

레벨: 4 / 종족: 인간

등급: 언랭크 / 직업: 없음

능력: 포식

*능력치

근력: 46.6(+15)

민첩: 38.2 → 40.7(+12)

체력: 38.3 → 59.7

맷집: 33.9 → 60.2

마력: 53.7 → 94.5

*보너스 스텟: 5

체력과 맷집, 그리고 마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용아병과 철갑 아르마딜로, 그리고 슬라임.

모두 내구성이나 지구력에서 강점을 지닌 괴물들이다.

마력은 [용의 심장] 덕에 추가 능력치가 순조롭게 쌓이는 중이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미쳤네.”

1일 차 플레이어의 능력치가 이 정도라고?

튜토리얼 평균 졸업 레벨은 30대 중반.

여기서 2주 동안 머물러도 이만한 스펙을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

미래 지식을 알고 있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하잖아.”

나는 히죽거리면서 손을 꽉 말아 쥐었다.

튜토리얼에서 얻어야 할 건 아직도 많이 남았다.

1달 후에 얼마나 더 강해져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이 정도면 계획을 조금 앞당겨야겠어.

다음 목표는 정해졌다.

평원의 지배자, 실버 팽의 정수다.

* * *

나는 평원 남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확 줄어든 뿔토끼 개체 수.

그럴 만도 하다.

여기서 더 아래로 내려가면 평원과 삼림 지역의 포식자인 실버 팽의 영역이다.

-실버 팽은 최소 7인 이상 팀을 꾸려야 도전할 수 있다.

-탱커 계열 플레이어는 호숫가에서 [도발의 함성] 스킬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

-마법 계열 플레이어는 최소 2성 급 스킬을 익힌 상태여야 한다.

…….

이외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버 팽은 그만큼 강적이거든.

“저기 있군.”

난 근처에 있는 나무에 몸을 숨겼다.

“크르릉. 컹!”

“컹컹?”

하얀 털로 뒤덮인 늑대 세 마리가 주위를 배회했다.

평원의 포식자, 실버 팽이다.

첫 상대로 적당한 숫자군.

사박- 사박- 길게 자란 풀을 밟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컹!”

“크르릉!”

실버 팽 무리는 날 인식하자마자 적의를 드러내며 돌진했다.

[맹렬한 돌진]

눈에 훤히 들어오는 직선 코스.

참 정직한 놈들이다.

실버 팽 무리와 충돌하기 일보 직전.

난 제자리에서 뛰었다.

“크르릉?”

한 치 차이로 스쳐 지나가는 실버 팽.

나는 뛰어오른 자세 그대로 발아래에 있는 실버 팽을 짓밟았다.

콰드득!

한껏 벌어진 주둥이가 강제로 콱 닫혔다.

내 발에 눌린 실버 팽은 네 발을 바동거리면서 벗어나려 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빠각! 목덜미를 걷어차자 몸을 간헐적으로 꿈틀거릴 뿐,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크르릉!”

이미 지나친 놈 대신, 한발 늦게 달려오던 실버 팽이 앞발을 휘둘렀다.

“느려.”

허리를 숙이자, 발톱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압축 탄소강조차도 찢어 버리는 공격이다.

그러면 뭐 하냐.

“안 맞으면 그만인데.”

나는 허리를 젖힌 기세 그대로 제비돌기를 했다.

빠아악! 회전하는 다리에 걸린 실버 팽의 턱주가리가 박살 났다.

혀를 쭉 내민 걸 보니 상태가 꽤 좋진 않은 것 같다.

“이러면 1 대 1이군. 안 그래?”

남은 한 마리를 보면서 히죽거렸다.

실버 팽이 튜토리얼 필드의 괴물 중에 꽤 강한 축이긴 해도.

뛰어난 공격력에 비해 맷집이 약하고, 패턴이 단조로워서 싸울 만했다.

한데 이 녀석이 플레이어들에게 위험대상으로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커엉! 컹!”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녀석.

저게 바로 실버 팽이 위험한 이유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치거든.’

평원 인근을 배회하는 놈들은 정찰대다.

불리해지면 재빨리 후퇴해서 지원군을 불러온다.

최소 30마리.

내 스텟이 높긴 해도, 실버 팽 30마리를 한 번에 상대하기는 버겁다.

그러니까.

“도망치기 전에 죽인다.”

나는 전신을 둥글게 말듯이 지면에 웅크렸다.

[민첩한 뒷발을 사용합니다.]

[세게 도약합니다.]

2배가량으로 팽창한 허벅지.

뿔토끼의 도약 능력이다.

한계를 넘어서 팽창한 근육은 평소의 몇 배나 되는 힘을 뿜어냈다.

터어엉-!

그 힘을 발에 실어서 지면을 박찼다.

실버 팽의 동공이 한발 늦게 내 움직임을 쫓았다.

“크르릉?!”

“왜, 깜짝 놀랐나 봐.”

물론 지원 요청을 하기 전에 모두 죽이면 다수를 상대할 일도 없지.

“어쨌든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잖아?”

“크릉! 컹!”

다급하게 이를 드러내는 실버 팽.

내가 한 수 더 빨랐다.

정면으로 내지른 주먹이 놈의 콧등을 짓눌렀다.

케엥! 바닥에 나뒹구는 실버 팽.

충격이 큰지, 몸을 부르르 떨기만 할 뿐 움직이지를 못했다.

이럴 땐 빨리 숨통을 끊어 주는 게 자비겠지?

쓰러진 채로 바들거리는 셋을 마무리한 후, 정수를 포식했다.

[실버 팽의 정수를 흡수합니다.]

[정수 등급: 일반]

[포식한 정수: 2.7% → 5.3% → 7.1%]

좋아.

뿔토끼의 정수를 흡수한 보람이 있다.

정석적인 공략은 실버 팽이 도망갈 때 [도발의 함성]으로 어그로를 끄는 거지만.

놈이 도망치는 속도보다 빨리 달려가서 제압하면 되잖아.

“할 만하겠어.”

바스러진 실버 팽의 사체를 흘겨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 * *

무리지어 다니는 실버 팽.

정찰대 규모는 최소 3마리부터 많게는 7마리까지다.

“크릉!”

이번에 마주친 무리 규모는 7마리.

평원 주위를 배회하는 놈들 중 최대 숫자다.

무리 사냥에 익숙한 놈들.

하나가 내 빈틈을 놓치지 않고 옆구리 쪽으로 파고들었다.

[갑피를 사용합니다.]

회색 갑각이 허리를 뒤덮었다.

한발 늦게 들이닥치는 실버 팽의 이빨.

콰직! 묵직한 충격이 몸을 흔들었다.

“크르릉?!”

“내가 맛이 좀 없지?”

갑피로도 충격을 모두 완화하지는 못해서 중심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맨살을 드러낸 채로 저 이빨에 물리면 아픈 걸로 안 끝났을 거다.

[갑피의 내구도가 32% 소모되었습니다.]

이야, 한 번 물렸다고 해서 갑피에 금 쫙쫙 간 거 봐라.

갑피도 만능은 아니다.

한번 갑피를 생성한 부위는 1분 후에 다시 만들 수가 있으니 옆구리는 또 안 물리게 조심해야겠어.

[괴력을 사용합니다.]

옆에 달라붙은 실버 팽의 머리를 후려쳤다.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늑대의 머리가 산산조각 났다.

사방으로 튀는 피와 살점.

으으, 나는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크르르!”

시간차로 달려드는 실버 팽.

또 맞아 줄 것 같냐?

나는 지면을 차면서 뒤로 한 발 물러났다.

빈 공간을 스치는 발톱.

훤히 드러난 놈의 복부에 주먹을 내질렀다.

숫자가 많다 보니, 두 번째 놈에게 한 방 먹였을 때 다른 실버 팽들이 후방을 점했다.

등을 쭉 그어 버리는 발톱.

회피할 시간이나 틈은 전혀 나지 않기에, [갑피]로 등을 보호했다.

나는 실버 팽 무리와의 접전에서 [갑피]를 적절하게 활용, 난타전으로 들어갔다.

실버 팽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는 건 3번에서 4번 사이.

부위를 바꿔 가면서 방어하면 꽤 오래 버틸 수 있다.

[민첩한 뒷발을 사용합니다.]

포위 진형을 이탈.

후방에 있는 실버 팽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뿔토끼의 능력, [민첩한 뒷발]은 원래 공격용이란 말이지.

괴력처럼 연속 사용은 불가능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위력적으로 쓸 수 있다.

“깨개갱!”

“케헥!”

하나씩 나자빠지는 실버 팽.

교전 시작 후 2분이 지났을 때, 지면에 서 있는 괴물은 하나도 없었다.

“후, 빡세네.”

짧게 한숨을 쉬었다.

옷가지는 이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갈기갈기 찢어졌다.

전투를 벌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만큼 격렬했다.

몸 곳곳에 생성된 갑피.

대부분 금이 가 있어서, 한 번 건드리기만 해도 무너질 정도다.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면서 몸을 털자, 피부 위로 붙은 갑피가 떨어져 나갔다.

“현 수준에서는 최대 15마리인가.”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갑피]의 재생성 시간을 계산, 내구도를 극한으로 활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능한 숫자다.

제대로 된 공격 스킬만 있으면 더 많은 놈들이 몰려와도 충분한데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실버 팽의 정수는 도움이 되지.”

바닥에 널브러진 실버 팽 무리의 사체를 모조리 포식했다.

[실버 팽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날카로운 손톱이 추가됩니다.]

[날카로운 손톱]

등급: ★

분류: 액티브

손톱의 절삭력과 경도를 강화한다. 마력을 부여하면 추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나는 곧장 스킬을 발동했다.

드드드!

손톱이 20센티 정도 자라났다.

쭉 자라난 손톱 위로 예기가 감돈다.

후일 돈을 더 벌어서 [원시종]의 정수를 100% 수집하게 되면, [날카로운 손톱]을 [포식자의 손톱]으로 융합할 수 있다.

마력을 추가로 불어넣자, 하얀 기운이 은은하게 손톱을 감쌌다.

시험 삼아 근처에 있는 바위를 할퀴어보았다.

카가각! 발톱 자국 바위 표면 위로 선명하게 남았다.

“이 정도면 30마리쯤은 껌이겠어.”

실버 팽의 예리한 발톱이 도리어 놈들에게 적으로 돌아간다.

참 아이러니하구먼.

놈들의 정수를 모두 포식했지만 아직 얻어야 할 게 남아 있다.

우두머리의 정수.

지금부터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 걸 취하러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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