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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화 (2/300)

2화

나는 빠른 속도로 인터넷 자료를 훑어보았다.

주 검색 대상은 유물, 혹은 오래된 생물의 유체나 화석이었다.

[완벽한 형태의 매머드 화석, 154억에 낙찰되어…….]

[인도 역사상에서 가장 오래된 비슈누 신상이 모헨조다로에서 발견…….]

[그리스 정부. 영국에 유물 반환을 요청했으나 기각…….]

회귀 전.

[포식]의 비밀을 완전히 깨우친 뒤에는 유물이나 생물체의 유해를 광적으로 수집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해야겠지?

나는 통장 어플을 켰다.

[NG 은행 - 잔액 11,956,450]

회귀 전의 기억과 대조했을 때, 괴리감이 느껴지는 금액이다.

정신이 멍해졌다.

나, 이렇게나 거지였나?

23살 시절의 내가 어떤 상황인지 뒤늦게 떠올랐다.

복무 기간 동안 돈을 열심히 모았고, 할아버지께 학비까지 받아 놓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유물은커녕 냄새도 못 맡게 생겼다.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회귀 전의 지식을 떠올렸다.

수중에 돈이 없어도 구할 수 있는 유물이 있지 않을까?

회귀 전의 기억을 되짚어 보던 중.

“아, 맞아!”

회귀 전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2030년.

한국에서는 여태 한 번도 발굴된 적 없던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 나타났다.

가장 완벽한 화석.

고고학의 역사를 뒤바꾼 엄청난 발견이었다.

그때 낙찰가가 620억이었던가.

미국의 한 자산가가 낙찰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2025년이라면 단돈 100만 원으로 그 화석을 얻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하냐고?

직접 발굴하면 되지!

당시의 나는 그 화석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유물이나 화석보다 유독 자세하게 기억났다.

삽질은 군대가 끝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자조 섞인 웃음을 짓고는 옷을 걸쳐 입었다.

이제부터는 행동할 시간이다.

* * *

덜컹- 덜컹-.

기차가 쭉 뻗은 철로를 타고 빠르게 나아간다.

나는 창 너머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회귀 전에는 참 멀리도 돌아갔지.’

[포식]의 잠재 능력은 엄청나다.

괴물이나 유물, 혹은 유적에서 정수를 포식하면 능력치 및 고유 능력을 추출할 수 있다.

한데, 내가 플레이어로 두각을 드러내기까지는 3년 정도가 걸렸다.

부족한 기본 능력 탓이다.

처음에는 능력 페널티 때문에 파티에서 배척을 당했으니.

입가에 쓴웃음이 감돌았다.

괴물 사체의 가치를 0으로 만드는 것.

[포식] 능력의 부작용이다.

포션.

아티팩트.

마도 엔진.

그 외에도 사체에서 나온 부산물은 온갖 분야에서 사용된다.

괴물의 사체는 21세기의 새로운 보물로 취급받았다.

-황금을 똥으로 만드는 능력.

다른 플레이어들이 [포식]을 보고 붙인 멸칭.

탑 진입 초기에는 팀 단위로 움직여야 했기에, 포식을 사용하지 못한 때도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그 망설임이 내 성장을 늦추는 족쇄가 되었지만.

‘이젠 아니야.’

내 생각대로 일이 풀리기만 하면, 탑 초반부에서 팀 단위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다.

원시종.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생물체의 정수다.

‘흔히 공룡이라고 하지.’

중학교 과학에서는 공룡이 멸망한 이유가 운석 때문이라고 가르치는데.

실은 틀린 말이다.

공룡은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아니라, 바벨탑의 고신족들에게 패배한 것이다.

[포식]으로 흡수 가능한 정수에는 나름의 등급이 있다.

≪신화 > 전설 > 고대 > 희귀 > 일반≫

총 다섯 등급.

급이 높은 정수일수록 더 강력한 능력치와 고유 능력을 지녔다.

원시종의 정수는 전설 등급.

신화급보다 바로 한 단계 아래다.

원시종보다 더 높은 등급이면 뭐가 있냐고?

머리 열 달린 용, 히드라.

바다의 재신, 레비아탄.

악룡 파프니르 등.

드높은 격과 힘을 지닌 존재, 이른바 신화급 정수다.

지금의 내 수준이라면 콧바람 한 번에 나가떨어질 정도라서 그렇지.

‘미리 전설급 정수를 얻을 수 있으면 훨씬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게 가능하다.’

부디 내 기억이 틀리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전주, 전주역에 도착합니다. 놓고 가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후한 음색이 귓가에 감돈다.

기지개를 쭉 펴면서 화물칸으로 갔다.

철컹, 묵직한 손맛에 절로 눈가가 찌푸려졌다.

“겁나게 무겁네.”

혼잣말로 투덜거리면서 짐을 챙겼다.

묵직한 가방을 꽉 쥔 채, 기왓장으로 꾸며진 전주역을 벗어났다.

마침 역 앞에는 택시가 줄줄이 서서 관광객을 기다렸다.

“트렁크 좀 열어 주시겠어요?”

덜컹- 열린 문 사이로 가방을 밀어 넣자 택시가 휘청거렸다.

“아이고, 손님. 여행 짐이 좀 많으신가 봅니다.”

“뭐, 그렇죠.”

나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여행용 짐이면 좋을 텐데.

정말 안타깝게도 관광이 아니라 일하러 가고 있거든요.

“어디로 모실까요?”

“콩쥐팥쥐로 48-7로 가 주세요.”

“콩쥐…… 뭐시기요?”

“아, 관광지는 아니고 그냥 산이에요.”

나는 미리 찍어 놓은 내비게이션 좌표를 보여 주었다.

택시 기사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 * *

한참 동안 산길을 타고 올라가던 택시가 멈춰 섰다.

“여기가 맞나요, 손님?”

택시 기사는 의혹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예. 감사합니다.”

짐을 내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비포장도로.

옆으로는 이름 모를 잡초로 뒤덮인 언덕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래. 확실히 이쯤이라고 했어.’

지금으로부터 5년 뒤.

시 외곽의 교통 확보를 위해 도로공사를 하던 중, 공룡 화석이 발견된다.

600억이 넘는 금액에 낙찰된 그 화석!

그 발견지가 바로 여기다.

택시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태연하게 가방 지퍼를 쭉 내렸다.

“우선 짐부터 풀어 볼까.”

곡괭이 둘, 삽 세 자루, 1인용 텐트. 그리고 빵과 음료수 같은 여분의 식량까지.

며칠 동안 외박할 각오로 짐을 쌌다.

능숙하게 텐트를 설치하고 곧장 곡괭이를 집었다.

퍽! 퍽! 곡괭이 날이 굳어 버린 땅을 쪼개고, 삽으로 흙을 퍼 낸다.

막 전역을 했을 때로 회귀해서 그런지, 요령이 몸에 배어 있는 덕에 한결 수월했다.

“이걸 기뻐해야 하는 건지, 원.”

쓰게 웃고는 곡괭이를 반복적으로 휘둘렀다.

퍼내야 할 곳은 아직도 많았다.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온 거다.’

난 묵묵히 삽질을 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최소한으로 쉬면서 일을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가을이라서 모기가 없는 거였다.

산에 있는 모기, 일명 삼디다스 모기는 독하기로 유명하거든.

곡괭이를 휘두르다가 지치면 바닥에 걸터앉고.

배가 고프면 가방에 둔 빵을 먹었다.

태양이 저물면 텐트에 몸을 눕혀서 휴식을 취했다.

‘밤이슬에 몸을 노출시키면 안 돼.’

회귀 전에는 이보다 더한 환경에서도 야영을 했다.

못 씻는 게 찝찝하긴 해도, 성과를 낼 때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거다.

챙겨온 식량은 10일분.

힘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이 자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1일.

3일.

그리고 7일.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지만, 뼈 한 조각 찾을 수 없었다.

‘의심하지 마.’

나는 스스로를 믿었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는 순간, 그대로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았다.

여느 때처럼 기계적으로 곡괭이를 휘두르던 중.

카앙- 하는 소리가 귓가를 강타했다.

“또 바위인가?”

아니, 손맛이 조금 달랐다.

단단하면서도 돌과 달리 무언가가 쪼개지는 느낌.

나는 곡괭이를 던지고 막 찍었던 부위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킁- 킁킁- 진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포식] 능력이 먹음직스러운 정수를 감지했다.

“찾았다.”

나는 히죽 웃으면서 포식을 사용했다.

[원시종 - 티라노사우루스의 정수를 포식했습니다.]

[정수 등급: 전설]

[포식한 정수: 0.2%]

[근력 + 0.5]

[체력 + 0.4]

물집이 터지도록 곡괭이질을 한 보람이 있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뼈.

극히 일부이긴 하나, 화석 안에 깃든 정수는 진짜였다.

“이 맛이야!”

나는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과거, 아니 먼 미래가 되어 버린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곡괭이를 휘두를 때마다 생기는 의구심을 떨쳐 내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인내의 끝에 얻은 달콤한 과실.

그나저나.

‘포식 스킬 페널티는 회귀를 해도 여전하군.’

온전한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은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한데, 정수를 흡수한 뼈는 뭔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산산조각 나 버렸다.

부스러진 화석은 바닥에 널브러진 돌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몰랐던 것도 아니잖아.’

아쉬움은 없다.

나는 힘을 내서 곡괭이를 들었다.

원시종의 정수를 [포식]한 효과는 곧바로 적용되었다.

푹!

곡괭이 날이 한층 깊숙이 박혔다.

[포식]으로 늘어난 근력 덕분에 작업이 수월해졌다.

얼마 정도 더 땅을 헤집었을까.

마침내, 폭군이라는 이명으로 불린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잘 먹겠습니다.”

해냈다는 쾌감을 꾹 억누르면서 떨리는 손으로 화석을 어루만졌다.

[포식한 정수: 1.3 → 2.1 → 2.8 → 3.3]

[…….]

[포식한 정수: 10.2%]

후- 나는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엄청나군.”

완벽한 형태로 보존된 화석이라는 말.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포식]으로 흡수한 정수가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미증유의 힘이 용솟음친다.

당장이라도 휘두르고 싶을 만큼!

플레이어 - 유진호

나이: 23 / 종족: 인간

등급: 언랭크 / 직업: 없음

능력: 포식

레벨: 1

종족: 인간

힘: 7 → 35.1

민첩: 6 → 32.2

체력: 7 → 38.3

맷집: 6 → 33.9

마력: 1 → 3.7

레벨 하나 안 올렸는데도 능력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스킬은 못 얻었지만. 이게 어디야?’

나는 히죽거렸다.

레벨을 하나 올리면 보너스 스텟을 5개 얻는다.

화석 하나에 깃든 정수를 포식해서 얻은 스텟이 약 110개이니.

바벨탑에 들어가기 전에 레벨 22개를 올린 것과 같았다.

“흐흐흐.”

나는 전신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만끽했다.

이 정도면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맞고 다니지는 않겠어.

‘역시 화석 하나로는 정수를 완성시키지 못하네.’

해당 정수를 100% 흡수하면, [포식]의 진정한 능력이 발동된다.

뭐, 원시종의 정수를 얻을 기회는 언제든지 있으니까.

지금은 튜토리얼에서 자립 가능한 힘을 얻었다는 게 중요했다.

나는 다음 행선지를 떠올렸다.

그리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신화’가 깃든 나라다.

“근데 이 꼴로 어떻게 내려간다?”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옷.

외국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는 걸 염려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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