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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공검제-344화 (343/508)

344. 대가리 박으시죠

패앵! 패애앵! 패애앵!

연이어 기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남궁천은 춤을 추다시피 몸을 회전하며 예리하게 날아드는 기운을 피해냈다.

콰콰콰아앙!

기의 화살이 관중석 벽면에 부딪치면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우와아아!”

“두 사람 다 대단하다!”

“멋지다! 강호신룡! 대단하다! 패력궁!”

이쯤 되자 사람들은 누가 이기는지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저 이 비무를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화려한 동작으로 기의 화살을 피한 남궁천이 자세를 바로잡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후우.”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확실히 패력궁은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패력궁이 자신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만큼 버티는 것은 역시 초견파공안 덕분이었다.

문제는 초절정의 경지를 넘어선 패력궁이었기에 초견파공안으로도 어떤 종류의 기운을 운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

“제법이구나.”

“헤헤. 제가 좀 제법이죠.”

남궁천이 해맑게 웃으며 답하자, 패력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낭창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노부가 속을 것 같으냐?”

“어휴, 앞뒤 꽉 막히신 분. 이 정도 손을 섞었으면 아셔야 하지 않아요? 제가 진짜 천살성인지 아닌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속단이다.”

“신중도 지나치면 우유부단이라고요.”

“말이 많은 걸 보니 아직도 버틸 만한 모양이군. 그럼 어디 더 버텨 보아라. 자네가 한계까지 다다르면 진면목이 드러날 테지!”

패패애앵!

순간 천무류가 시위를 당기며 패기이시를 시전했다.

두 자루의 화살이 남궁천을 향해 곧게 날아든다.

물론 진짜 화살은 없다.

오로지 날카롭게 다듬어진 기운일 뿐이다.

‘제길, 나나 되니까 저 기운도 보이지! 이래서야 보통 사람이라면 패력궁을 무림칠성으로 부를 만하네!’

파밧!

남궁천이 바닥을 차면서 다시 한번 날아오르자, 허공을 할퀴며 지나간 기의 화살이 그의 옷깃을 찢었다.

펄럭!

앞섬이 풀어헤쳐지자 남궁천의 탄탄한 상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더 격렬해졌다.

타다다닷!

남궁천이 그대로 달려가면서 소매에서 암기를 꺼내 던졌다.

파라라라!

다섯 자루의 암기가 나풀거리며 날아간다.

공력의 운용에 따라 암기는 빠르게도 날아가다가 느리게도 날아가고 제멋대로 변한다.

이 역시 당가의 비전절기인 추혼비접이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천무류가 호통을 치면서 다시 한번 활시위를 당겼다.

파아아앙!

광폭공시를 시전하자 날아들던 추혼비접이 맥을 추지 못하고 제멋대로 나풀거리다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하나 남궁천의 공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쒸쒸에에엑!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장 기본에 가까운 암기술로 비도를 날렸다.

쉬쉬쉬쉬쉭!

열두 자루의 비도가 어지럽게 회전하면서 각기 다른 방향에서 천무류를 향해 날아든다.

동시에 남궁천은 바닥을 차면서 곧장 벽라검을 내질러 갔다.

역시나 남궁세가 검법 중에서도 기분 중의 기본인 창천일시 초식이었다.

쒸에에에엑!

남궁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번 일격은 막을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상대가 검사라면 날아드는 비도를 빠르게 튕겨내고 벽라검을 상대하면 된다.

창이나 도도 마찬가지다.

하나 상대의 주무기는 활이다.

과연 각기 다른 방향에서 날아드는 비도를 활로 어찌 막을까?

수많은 싸움터를 전전했던 남궁천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림칠성의 별 하나를 차지한다는 소문은 좀 과한 것이었나?’

확실히 패력궁은 자신보다 한 수 위였다.

하나 초견파공안이라는 재능을 가진 덕에 이 싸움은 자신의 승리가 되리라.

‘좋은 비무였소, 영감!’

그런데 남궁천과 천무류의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웃어?’

분명 천무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리지 않았나? 그것도 마치 가소롭다는 듯.

곧이어 천무류가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서 시위로 가져갔다. 그 순간 남궁천은 천무류의 단전에서 솟구친 공력이 손가락까지 전해지는 것을 보았다.

‘역시 빠른 대처. 하나 초견파공안을 가진 내겐 영감의 반응이 보이……!’

남궁천이 생각을 마저 잇지 못했다.

뜻밖에도 천무류는 시위를 걸어 당기는 대신, 둥글게 만 손가락으로 시위를 툭 튕기는 게 아닌가?

‘저건 뭔……?’

남궁천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패애애애애앵!

공력을 담은 손가락으로 시위를 튕겨내니 일순 공명음이 터지면서 공기가 뒤흔들린 것이다.

‘이런 미친! 음공(音功)을?’

마치 비파를 튕겨서 음공을 일으키듯 지금 천무류는 활시위를 튕겨서 음공을 일으킨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공명음이 사람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금속 병장기에는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우우우우우웅!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날아들던 비도가 공명음에 사로잡히자 연기라도 마신 나방처럼 비실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툭! 투두둑! 투둑!

그뿐만 아니라 곧게 뻗어가던 남궁천의 벽라검 역시 검첨이 파르르 흔들리는 게 아닌가?

“치잇!”

혀를 찬 남궁천이 더욱 공력을 불어넣으며 검을 뻗어냈다.

하나 천무류가 몸을 회전하면서 다가오더니 그대로 활을 뻗으며 손을 회전했다.

휘리리릭!

“읏!”

남궁천이 신음을 흘리면서 손목에 힘을 주었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이번에도 벽라검이 천무류의 궁에 얽매여서 묶인 상황.

‘이런 멍청한! 같은 수법에 두 번이나 당하다니!’

남궁천은 스스로를 질책하면서 바닥을 툭 찍어 찼다.

파라라라라!

그가 몸을 팽이처럼 회전하며 물러나자 가까스로 활시위로부터 벽라검을 빼낼 수 있었다.

천무류는 그 일련의 과정을 여유 있게 지켜보면서도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참으로 대단하군. 이 지경이 되어서도 살심을 드러내지 않다니. 정녕 저 아이는 천살성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이 아이는 어찌 이리도 뛰어난 재목이란 말인가? 단지 초견파공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노련함이 있지 않은가?’

물론 자신이 비무에서 패배할 만큼 강적은 아니다.

하나 상대는 이제 겨우 약관이 된 청년이 아닌가?

무인으로서 젊은 나이에 이만큼 성장을 이뤘음에도 살성이 없다?

가능한 이야기일까?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살성은 무인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역대 천살성이 대체로 무공이 고강했던 것 역시 그와 같은 이치다.

살성을 지닌 자는 기본적으로 강함을 추구하고, 본능적으로 강해지는 법을 안다.

한데 천살성이 아닌데 이 정도의 경지라는 건 어찌 해석해야 할까?

‘모처럼 즐거웠다. 마음 같아서는 이 비무를 더 이어가고 싶지만, 마무리는 지어야겠지.’

천무류의 눈빛이 일순 무겁게 가라앉았다.

마지막 일격으로 모든 게 명료해지리라.

‘이 방법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천무류가 천천히 활을 들어 올리고는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이번에는 진짜 화살이었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남궁천이 숨을 몰아쉬었다.

“선배, 좀 쉬었다 합시다.”

“곧 푹 쉬게 될 걸세.”

“거, 야박하시네.”

“경고하건대, 목숨을 걸어야 할 걸세.”

“너무 무섭게 그러지 말자고요.”

“가겠네.”

“잠, 잠깐……! 아우씨!”

패애애앵!

순간 화살이 남궁천을 향해 벽력처럼 날아갔다.

‘제기랄! 진짜 죽이려고 작정했잖아!’

남궁천이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어내며 바닥을 찼다.

쒸에에에엑!

순간 그의 손에서 일섬관창(一閃貫蒼) 초식이 펼쳐졌다.

일섬관창은 창벽검의 초식으로 창천일시와 비슷한 유형의 검초지만 강맹하기가 훨씬 대단했다.

“우아아아앗!”

관중들이 비명인지 함성인지 모를 소리를 내질렀다.

천무류의 화살과 남궁천의 벽라검이 그대로 마주치는 순간!

카차차차창!

검봉과 부딪친 화살촉이 부서지면서 화살대가 산산조각 나며 터져 나갔다.

‘영감! 나도 이대로 뒈지긴 싫다고!’

남궁천이 기세를 몰아 그대로 천무류에게 돌진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남궁천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 저 괴물 같은 영감 같으니!’

어느새 천무류가 다시 화살을 시위에 건 게 아닌가?

천무류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다.

‘이걸로 모든 게 밝혀질 터! 천살성을 보여라!’

패애애애애앵!

파공성과 함께 빛살이 남궁천을 향해 날아갔다.

남궁천이 이를 악다물었다.

‘몇 번이고 부순다!’

그런데 이번엔 벽라검과 닿기도 전에 화살이 번쩍 빛을 뿜더니 조각나며 터져 나갔다.

콰아아앙!

패력궁 천무류의 독문무공인 섬광폭시(閃光爆矢)였다.

후끈한 기풍과 함께 세침처럼 조각난 화살 파편이 남궁천의 전신을 덮쳤다.

“헛!”

후우우우웅!

뒤늦게 호신강기를 펼쳤지만, 이미 날아든 파편이 남궁천의 전신을 찢어발기듯 난자했다.

촤촤촤촤촤촤아악!

“크읍!”

촤아아악, 쿠웅!

그대로 미끄러지듯 멈춰 선 남궁천은 온몸에 선혈이 새겨진 채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헉, 헉, 헉……!”

턱 끝까지 올라온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남궁천.

그리고 목석처럼 우뚝 서서 눈자위를 가늘게 떠는 천무류.

“어째서…… 어째서 마지막까지…….”

천무류의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남궁천은 끝내 천살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온몸이 난자당하는 와중에도.

천무류가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그가 피투성이가 된 남궁천 앞에 멈춰 섰다.

“네가 졌다.”

“후후…… 선배. 무림칠성 맞네요.”

남궁천이 고개를 들고 씨익 웃는다.

천무류가 눈을 가늘게 여미고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귀빈석을 보니 맹주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마무리를 지으라는 뜻.

천무류의 시선이 다시 남궁천에게 향했다.

“너는 정녕…… 천살성이 아니더냐?”

“그야 당연히…….”

남궁천이 뭐라고 대답을 하려고 할 때였다.

삐이이익! 삐이이익! 삐이이익!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대연무장에 울렸다.

비무의 종지부를 찍을 순간 모든 관중이 침묵하던 터라 피리 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로를 돌아보는 사이, 웬 사내가 괴성을 지르며 관중석 복판에 나타났다.

“크아아아아!”

“우악! 뭐, 뭐야?”

“저 녀석, 왜 저래?”

사람들의 이목을 끈 자는 다름 아닌 악굉이었다.

악굉이 귀빈석을 바라보더니 전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타앙!

장창으로 바닥을 찍은 악굉은 그야말로 날아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빠르게 돌진했다.

마침 악굉이 나타났던 출입구로 헐레벌떡 달려 들어온 견습생들도 보였다.

남궁천이 혀를 차고는 벽라검을 불쑥 뻗었다.

휘리리릭!

“헛, 무슨 짓이냐!”

활시위에 벽라검이 뒤엉키자, 천무류가 노호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남궁천이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며 말했다.

“좀 빌릴게요!”

“뭐, 뭣이?”

“어서요!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제가 여전히 천살성으로 보여요?”

“그건…….”

“시간 없어요!”

남궁천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는 와중에도 악굉은 창으로 바닥을 찍더니 단숨에 귀빈석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물론, 맹주의 무위라면 악굉의 기습을 무리 없이 막아낼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 순간 폭멸고독이 터질 것이다.

천무류가 활을 쥔 손을 놓았다.

“나를 실망시킨다면 그 자리에서 죽이겠다.”

남궁천은 대꾸도 하지 않고 활을 뺏어들 듯 움켜쥐고는 단숨에 천무류의 어깨 위로 올라탔다.

졸지에 남궁천이 천무류의 목마를 탄 상황.

“이게 무슨 짓……!”

그러거나 말거나 남궁천은 천무류가 등에 메고 있던 화살 한 자루를 꺼내 시위에 걸었다.

곧이어 화살촉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악굉을 정확히 조준한 순간!

‘영감, 대가리 박을 준비나 하라고.’

남궁천이 씨익 웃으며 시위를 놓았다.

패애애애애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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