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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공검제-312화 (311/508)

312. 초대받지 않은 자들

그날 오전, 남궁검은 남궁천과 비무를 펼치면서 정말이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쩌엉! 깡! 쩌어엉!

츠츠츠츳!

수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후 거리를 벌린 남궁검이 단전에서 공력을 끌어 올렸다.

구오오오오오!

어마어마한 공력이 솟구치면서 검신에 푸른빛이 휘감겼다.

천뢰기였다.

그리고 천뢰기로 펼쳐낼 검법은 현 남궁세가에서 궁극의 검법이라 할 수 있는 제왕무적검강(帝王無敵劍罡)!

타닷!

콰아아아아!

마치 강맹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강기가 남궁천을 향해 쇄도한다.

파아아아앙!

남궁검의 강기가 남궁천의 주변으로 퍼진 기막을 뚫어낸다.

콰아아아아!

거센 폭포수 줄기가 거침없이 밀고 들어간다. 마치 소나기가 내린 직후의 폭포수 같다. 웬만큼 깊은 계곡도 이 정도의 물이 방류되면 주변은 초토화되고 말리라.

하나 남궁천은 유유히 보법을 밟으면서 귀신처럼 빠져나갔다. 분명 간발의 차이로 강기를 피하고 있는데, 마치 먼발치에서 폭포수를 지켜보는 것만 같다.

이젠 놀라기도 지친다.

이건 도대체 뭔가?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 곳은 깊은 계곡 따위가 아니다.

그래, 이건 바다다.

남궁검이 펼치는 모든 기운을 품어 버린다.

마치 남궁검의 강기가 남궁검의 검기에 푹 담겨 허우적거리는 기분이다.

강기를 담는 검기라니?

‘이 아이는…… 이미 나를 뛰어넘었구나!’

살면서 이런 기분을 또 느끼게 될 줄이야.

남궁선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건만.

아직 남궁선의 무위에는 살짝 미치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남궁선이 완성된 인재처럼 느껴졌다면, 남궁천은 발전 가능성이 활짝 열린 초절정 고수다.

마침내 남궁천이 바닥을 차더니 반격을 해온다.

슈슈슈슈슈슛!

순간 남궁천의 신형이 두 개로, 다시 네 개로…… 점점 더 늘어난다. 그러더니 벽라검이 번쩍이면서 사방에서 날아든다.

‘이건……!’

남궁검의 눈동자가 커졌다.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

분명 눈앞에서 날아든 검이 어느 순간 사라지더니 하늘에서 내려꽂힌다.

짜르르르릉! 짜르릉! 짜릉!

벽력처럼 내려치는 강기에 남궁검이 얼른 보법을 밟으면서 피했다.

섬전십삼검뢰는 남궁세가의 절기로 검신을 직선으로 뻗어내지만, 강기가 하늘에서부터 수직으로 내려꽂히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허초와 변초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검법이다.

그런 만큼 막아내기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나마 피할 수 있는 것은 남궁검 역시 그 검법을 익혔고, 또 초절정에 이른 고수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이건……!’

그저 내려꽂히는 강기를 피해서 발을 놀렸을 뿐인데, 이것이 하나의 보법을 형성하고 있지 않은가?

조금 전 자신이 제왕무적검강을 펼쳤을 때 밟았던 보법을 그대로 거꾸로 재현하고 있다.

아니, 이게 가능하다고?

섬전십삼검뢰를 펼치면서 이런 계산까지?

기가 찬다.

이젠 남궁천이 손자임에도 숫제 괴물로 보일 지경이다.

한데 보법 일부분이 살짝 다르다.

‘설마 내게 가르쳐 주는 것인가?’

뇌리를 스친 생각에 남궁검이 본능적으로 보법을 옮기면서 다시 제왕무적검강을 펼쳐 보았다.

파바바바바밧!

콰아아아아아아!

따다다다다다당!

확실히 다르다!

평생을 익히고 펼쳐왔던 제왕무적검강의 단점이 보완되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걸 한 번 보고 파악하다니.

아! 초견파공안 때문이구나!

이렇게 보니 실로 더 놀랍고 대단한 능력이 아닌가?

‘선아, 이 아이는 분명 본 가의 명운을 바꿔놓겠구나.’

* * *

‘그래, 소가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상념에서 빠져나온 남궁검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비무대를 보았다.

어느새 비무대는 대략의 정비를 끝내고 네 개의 조가 각각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남궁천의 비무는 첫날에 배정됐다.

비량을 비롯한 견습생들은 각기 다른 날이었는데, 운이 나쁜 것인지 견습생들이 둘로 나뉘어서 같은 조에 배정을 받았다.

그 때문에 내일은 팽수혁과 윤종승이, 이틀 후에는 유현과 진소홍이 서로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진소홍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혹시 이것도 맹주가 의도한 걸까?”

유현이 차분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글쎄요. 그럴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럴 거면 우리끼리 다 모아놓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럼 누가 봐도 너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어쨌거나 이번 대진표 때문에 우리 중 절반은 무조건 탈락하겠군요.”

“그러게. 유현 도장과 난 같은 조니까 우리 중 한 명은 무조건 탈락이야.”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전 아직 동료를 죽이지는 못합니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진소홍이 내심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흑화 진행이 너무 뜬금없이 빠른 것 아니냐고.

때마침 윤종승이 비무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엇! 이제 시작하려나 봐!”

모두의 시선이 비무대로 향했다.

남궁천과 살충대주 조춘, 그리고 적면도 양일강.

이 세 사람이 삼각형을 그리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섰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총관이 커다란 깃발을 한 차례 휘둘렀다.

비무를 시작하라는 신호였다.

“와아아아! 드디어 시작이다!”

“멋지게 싸워라! 무림맹 만세!”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네 개의 비무대에서 비무가 시작됐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남궁천이 있는 비무대였다.

혜성처럼 나타나 중원을 종횡무진하며 업적을 쌓은 강호신룡!

천하대살성의 아들이지만, 모진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 이 자리까지 온 신화적인 존재가 아니던가?

당연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아직은 탐색전을 벌이는 남궁천과 다른 두 사람을 보며 관중들이 저마다 신나서 떠들어댔다.

“강호신룡이 과연 후기지수가 아닌 고수에게도 통할까?”

“나는 통할 거라고 본다! 천하제일룡의 아들이니까!”

“그래도 어른들의 세계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을걸?”

“그러니까 신룡이지! 아무나 신룡이라고 불리나?”

“반짝하고 사라진 신룡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모양이군!”

“시끄러워! 이미 남궁천이 세운 업적을 보라고! 기성 강호인들을 상대로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급기야 관중들이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싸우기도 한다.

이들이 이렇게 대립하는 이유는 단 하나.

판돈을 걸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던지는 이 상황에서 남궁천이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조춘과 적면도를 번갈아 보았다.

“이거 좀 너무들 하시네.”

“뭐가 말이냐?”

조춘이 조소를 머금으며 되물었다.

“딱 보니 두 분은 서로 싸울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제 기분 탓일까요?”

“아니. 네 생각이 맞다. 우린 당장 서로 겨룰 생각이 없으니까.”

“순순히 인정하시는 건가요?”

남궁천의 질문에 조춘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하나, 이게 바로 세상이고, 강호다.”

“왜요?”

그러자 이번엔 적면도가 불쑥 나서며 답했다.

“왜긴? 가장 약한 놈부터 제거되는 게 세상 이치니까 그렇지!”

“어…… 그럼 틀렸는데.”

“뭐가 틀렸다는 거냐?”

“가장 약한 놈은 제가 아닌데요?”

“뭐라?”

“제가 보기엔 저쪽이 가장 약한데.”

남궁천의 손가락이 조춘을 가리켰다.

그러자 조춘이 눈알을 부라렸다.

“이 새끼가 사람들이 떠받들어 주니 눈에 뵈는 게…….”

“크하하하하! 발끈할 필요가 있는가? 조 대주! 원래 남을 평가할 땐 자기를 빼고 얘기하는 법이잖나? 여기서 저 꼬마 다음으로 약한 건 자네가 맞긴 하지. 크하하하!”

“어이, 자네. 미쳤어? 뒈지고 싶어?”

“조 대주. 때론 아이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 오래 살지. 아이의 시선이 어른보다 더 정확할 때가 있다고.”

조춘이 말없이 적면도를 노려보다가 남궁천에게 시선을 돌렸다.

“꼬마, 나를 도발해서 어부지리를 노려볼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시도는 칭찬해 주마. 하지만 어린애 장난도 거기까지다!”

파바밧!

순간 조춘이 빛살처럼 달려 나갔다. 동시에 적면도도 바닥을 차며 뒤를 이었다.

남궁천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두 사람의 단전에서 올라오는 공력을 확인했다.

‘살충대주와 적면도. 서로 앙숙처럼 으르렁거리긴 해도 나름 궁합이 잘 맞군.’

특히나 차륜전을 펼치기에는 좋은 관계다.

마치 그걸 알고 있다는 듯이 시간차를 두고 공격해 오는 것은 이들이 그만큼 고수라는 방증이리라.

하나…….

“잘못 짚으셨다니까. 여기선 내가 제일 강한데.”

팡!

순간 남궁천이 바닥을 차며 달려갔다.

‘멍청한! 정면으로 부딪쳐 와?’

조춘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검을 사선으로 그어갔다.

“일격이구나!”

쩌어어엉!

금속성이 일어나면서 기파가 사방으로 훅 불어나간다.

다음 순간 조춘이 눈을 부릅떴다.

“이건……!”

“이 병신이…… 왜 날 치고 지랄이야!”

분명 남궁천을 향해 휘두른 검을 적면도의 칼이 막고 있는 게 아닌가?

정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분명 시차를 두고 공격해 왔을 터인데.

이해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욕까지 얻어먹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버러지 같은 놈이 왜 내 검을 막는 거냐! 너도 저 애송이와 한패냐?”

“뭐라는 거야? 이 병신 새끼가!”

적면도와 조춘이 서로 도검을 맞댄 채로 연신 으르렁거린다.

그때 두 사람에게 문득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

“어이, 병신들. 지랄 꼴깝 떨지 말고 빨리 마무리하자.”

“…….”

“…….”

조춘과 적면도가 돌처럼 굳은 표정이 되어서는 남궁천을 돌아보았다.

곧 적면도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저 쳐 죽일 놈이……!”

“니미럴…… 조져!”

순간 조춘과 적면도가 기합성을 터뜨리며 남궁천에게 달려들었다.

이 광경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남궁검이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첫 비무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겠구나.”

“예? 형님, 어딜 봐서요? 저 두 사람이 미쳐 날뛰고 있는데요?”

남궁표가 비무대를 가리키며 묻자, 남궁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평정심을 유지해도 천이를 상대하기엔 부족한 두 사람이다. 하나 저 둘은 나름 상성이 잘 맞아서 제법 훌륭한 차륜전을 치를 수도 있었지. 그런데 천이가 그 틈을 잘 이용했구나.”

“흐음. 무슨 말씀이신지…….”

“지켜보면 알 거다.”

남궁검이 가만히 말을 뱉고는 비무대를 보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남궁검이 흠칫거리고는 맞은편 관중석을 쏘아보았다.

‘방금 그 기운은……?’

남궁검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중석을 더듬어보았다.

하나 아주 잠깐 느꼈던 그 이질적인 기운의 정체는 쉬이 찾을 수가 없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저마다 흥미로운 표정으로 비무대에서 펼쳐지는 싸움을 지켜볼 뿐이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남궁검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불청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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