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품격 있는 열애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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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품격 있는 열애 부부
2022.08.16.
1년 후.
준호와 시은의 결혼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은조는 요즘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있었다.
친구 시은의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들어주고 싶어 드레스를 제작하고 있었다.
절친의 결혼식에 의미 있는 선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드레스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시은은 자기만의 드레스가 생기는 거냐며 기뻐했다.
아직은 부족한 실력이라 은조는 유명 드레스숍에 가서 디자이너 선생님께 1대1 코치도 받아가며 드레스 제작에 열중했다.
값비싼 재료들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조명을 받으면 화려하게 빛이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드레스를 만들었다.
가봉하는 날 시은이 드레스를 입어보고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너무 예뻐. 이게 정말 네가 만든 거라고? 너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만들었어?”
“너한테 의미 있는 선물을 해 주고 싶어서 욕심을 내봤어. 네가 마음에 들어 하니 나도 뿌듯하다. 좀 엉성한 부분도 있는데 최대한 가렸어.”
“아냐. 너무 예뻐. 드레스숍에 있는 드레스보다 더 마음에 들어. 무엇보다 빌려 입는 게 아니라 이건 내 거잖아. 평생 소장하고 나중에 딸한테도 물려줄 수 있잖아. 은조야, 선물 고마워.”
시은이 연신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보며 마음에 들어 해서 은조도 흡족하게 웃었다.
.
.
.
결혼식 당일.
신부 화장을 하고 은조가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은 시은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시은아, 너무 예쁘다. 관장님, 어때요? 시은이 너무 예쁘죠?”
은조가 옆에 있는 준호를 보며 물었다.
드레스를 입고 나온 시은을 바라보는 준호는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아름다운 자신의 신부에게 완전히 반해버린 얼굴이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시은 씨.”
준호는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대고 말했다.
“너무 떨리네요. 내 신부가 너무 예뻐서.”
시은이 준호와 눈을 맞추며 행복하게 웃었다.
민후도 태풍이를 데리고 결혼식장에 참석했다.
두 돌이 다 된 태풍이는 아장아장 잘 걸어 다녔다.
“태풍아, 엄마한테 가 보자.”
민후가 한쪽 팔로 거뜬하게 태풍이를 안고 은조가 있는 신부대기실로 갔다.
신부 들러리인 은조는 분주하게 신부를 돕고 있었다.
“시은 씨. 결혼 축하드립니다 ”
민후가 드레스를 입고 공주님처럼 앉은 시은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시은이 드레스를 잡고 물었다.
“은조가 만들어 준 드레스 너무 예쁘죠?”
“한 달 넘게 이거 만드는 걸 옆에서 봐서 그런지 입고 있는 모습 보니까 감회가 남다릅니다. 시은 씨한테 너무 잘 어울립니다.”
“곧 결혼식 시작합니다. 신부님 준비해 주세요.”
직원의 말에 은조가 시은의 뒤로 가서 드레스 치맛자락을 잡았다.
꼬리가 뒤로 길게 늘어지는 스타일이라 양팔 가득 안아 들어야 했다.
준호가 먼저 입장하고 시은이 긴장한 얼굴로 웨딩로드 앞에 섰다.
<아름다운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하객 여러분은 힘찬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신부 입장!>
음악이 흐르고 시은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웨딩로드를 걸었다.
은조가 치맛자락을 넓게 펼치자 공작새의 날개처럼 촤르르 펼쳐졌다.
드레스를 본 하객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졌다.
은조는 신부 입장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민후가 어느새 다가와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드레스 정말 예쁘다. 당신이 만든 거라니 믿기지 않아. 다들 드레스 예쁘다고 난리야.”
은조는 흐뭇한 표정으로 시은의 결혼식을 지켜보았다.
“딸 시집보내는 기분이에요. 이상하다, 기분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민후가 한쪽 팔에는 태풍이를 안고 한쪽 팔로는 은조의 어깨를 감쌌다.
*
“나 이제 자려고요. 지금 거기 몇 시예요?”
은조는 침대에 누워 출장 간 민후와 통화를 했다.
[오후 3시.]
“한창 일할 시간이네. 난 곧, 잘 건데. 아, 침대에 누워 있으니 편하고 좋다. 부럽죠?”
은조의 장난스러운 말에 민후가 웃었다.
[부럽다. 나도 당신 옆에 같이 누웠으면 좋겠다.]
민후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민후 씨, 그거 알아요?”
[뭐?]
“나 지금 속옷만 입고 누워 있는 거.”
[…….]
장난으로 한 말에 민후가 대꾸가 없었다.
“왜 말이 없어요?”
[하아, 안 그래도 보고 싶어 죽겠는데 자꾸 놀리기야?]
“알았어요. 장난 그만 할게요.”
은조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내 속옷, 다 레이스로 된 거다요?”
그만 한다던 은조가 한술 더 떠 장난을 치자 민후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나 일해야 한다고. 자꾸 자극할래?]
“킥킥. 알았어요. 그만 할게요. 나 이제 잘게요.”
전화를 끊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은조는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민후의 출장이 잦아지자 그의 빈자리가 점점 크게 느껴졌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 그가 은조를 뒤에서 포근하게 안아 주던 생각이 났다.
머리카락이나 어깨에 연신 입을 맞추며 잘 잤느냐고 인사를 해 주었다.
은조는 나흘째 혼자 자면서 민후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켜졌다.
“독수공방하는 날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이렇게 출장이 잦을 줄 알았으면 회장 승진 못 하게 할 걸 그랬다.
“친구 남편은 일주일에 3일은 재택근무한다는데. 그룹 회장님은 재택근무 못 하나?”
은조는 혼자 투덜대며 민후 대신 인형을 안았다.
.
.
.
다음날.
낮잠을 자고 일어난 태풍이가 아빠를 찾아댔다.
“아빠!”
은조가 태풍이를 안으며 말했다.
“태풍아. 아빠 왜 찾아?”
“아빠, 아빠.”
아직 문장으로는 말을 못 하는 태풍이가 연신 아빠를 불러댔다.
“아빠 출장 가셨어. 아빠 일하러 비행기 타고 멀리 갔어. 열 밤 자고 나면 와.”
태풍이가 입을 삐죽이자 은조가 물었다.
“태풍이, 아빠 보고 싶어?”
“응.”
고개를 끄덕이는 태풍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엄마도 아빠 보고 싶어.”
은조가 태풍이를 안고 다독여 주었다.
“우리 열 밤만 참자.”
태풍이까지 아빠가 보고 싶다고 하니 은조는 오늘따라 사무치게 남편이 그리웠다.
목구멍에 울음이 울컥 차오를 만큼 남편이 보고 싶었다.
“태풍아.”
은조가 태풍이를 떼어내고 얼굴을 보며 말했다.
“우리, 아빠 보러 갈까?”
“응.”
태풍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 타고 슝 갈까?”
은조가 흥분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남편이 못 가는 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티켓을 끊고 그 나라에 가면 볼 수 있다.
“그래. 우리 아빠 보러 가자.”
은조는 당장 인터넷으로 민후가 있는 도시의 항공권을 예약했다.
태풍이가 돌 때 만들어놓은 여권이 있어 바로 출국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민후에게 만나러 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아냐. 그냥 가서 남편을 놀라게 해 줘야겠어.”
그의 놀란 얼굴을 상상하니 은조는 벌써 웃음이 나왔다.
은조는 급하게 잡힌 여행 계획에 신이 나서 짐을 쌌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
민후는 기술 협약을 위해 현지 회사와 미팅을 했다.
계획한 대로 수확이 있었던 미팅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왔다.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민후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뻐근한 목을 돌리면서 객실로 들어갔다.
갑갑한 넥타이를 끌어당겨 풀면서 핸드폰을 들었다.
습관처럼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안내 음성에 실망한 듯 한숨을 쉬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수업 중이어서 전화기를 꺼놓았나 보다 생각했다.
민후는 슈트를 벗고 냉장고에서 캔맥주 하나를 꺼내 소파에 앉았다.
맥주를 마시며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열었다.
은조가 보내준 태풍이의 영상들이었다.
<옳지! 옳지, 잘한다! 우리 태풍이 잘 걷네.>
태풍이가 첫걸음마를 하는 영상에 은조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다음 재생한 영상에는 화면 가득 은조와 태풍이 얼굴이 가득 찼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은조가 태풍이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는 민후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출장을 올 때마다 민후가 가지는 유일한 힐링 시간이었다.
맥주 한잔과 함께 보고 싶은 가족들의 얼굴을 영상으로 보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행복했다.
민후는 영상을 연속으로 재생해 보다가 소파에서 어느새 깜빡 잠이 들었다.
피로감이 쌓였던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든 것이다.
1시간쯤 지났을까.
초인종 소리에 민후가 눈을 떴다.
비몽사몽 간에 처음엔 초인종 소리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문 쪽으로 갔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호텔 직원이거나 함께 출장 온 직원들일 것이다.
객실용 슬리퍼를 끌며 문 쪽으로 가 문을 열었다.
“서프라이즈!”
문을 연 민후는 그대로 얼음처럼 굳었다.
눈앞에 아내가 태풍이를 안고 서 있는 것이다.
‘뭐지? 꿈인가?’
민후는 지금 꿈을 꾸는 것인가 생각하며 멍한 얼굴로 쳐다보고만 서 있었다.
“놀랐죠? 당신 보고 싶어서 왔어요.”
태풍이는 아기 띠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그제야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에 민후의 얼굴이 반가움으로 물들었다.
“지, 진짜 당신이야? 어떻게 된 거야?”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진짜 아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민후가 은조를 안았다.
“여보!”
민후가 안으려고 팔을 두르는데 아기 띠로 태풍이를 앞으로 안고 있어 제대로 안을 수가 없었다.
흥분해 격앙된 민후의 목소리에 은조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쉿! 태풍이 깨요. 조용히.”
민후는 태풍이가 이대로 잠을 자 줘야지만 아내와 회포를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래도 이대로 못 안는 건 참을 수 없어 민후가 얼굴을 들이밀어 키스했다.
은조도 그리웠던 민후의 키스에 온몸이 녹아내릴 듯한 기분이었다.
일단 잠든 태풍이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혀야 했다.
눕히는 동안 태풍이가 깰까 봐 부부는 조마조마했다.
태풍이가 깨면 부부의 은밀한 시간은 당연히 늦어질 것이다.
다행히 태풍이는 침대에 눕힐 때까지 깨지 않았다.
태풍이를 눕히는 것에 성공한 은조가 기쁜 얼굴로 홱 뒤돌아 민후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민후가 은조를 번쩍 안아 들자 은조가 다리를 허리에 감았다.
두 사람은 격렬하게 서로의 입술을 찾아 물었다.
며칠 만에 재회한 부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키스했다.
틈도 없이 맞물렸던 입술을 떼어내고 민후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나 보러 여기까지 온 거야?”
민후는 아내가 직접 왔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태풍이가 갑자기 아빠 보고 싶다고 찾았는데 나도 너무 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티켓을 끊고…… 읍!”
“하아. 여보.”
민후가 은조의 입술을 틀어막으며 다시 키스했다.
거칠게 숨결을 들이밀었다.
성급한 키스에 그가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은조도 그리웠던 남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키스했다.
부부는 순식간에 몸이 달아오른 것을 느꼈다.
그런데 침대에는 태풍이가 잠들어 있었다.
“민후 씨. 나 우선 좀 씻어야 해요.”
10시간이 넘는 비행에 태풍이를 안고 와서 은조는 땀이 많이 났다.
“나도 아직 안 씻었어.”
민후가 은조의 입술을 집요하게 물면서 말했다.
“같이 씻을까?”
은조가 배시시 웃자 민후의 손이 그녀의 옷 속으로 거칠게 파고들었다.
거친 남편의 손길에 몸이 달아오른 은조도 민후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결혼 3년이 다 되어 가는 부부는 열애 중인 연인들처럼 뜨거웠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