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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다섯 글자 예쁜 말 (79/100)


79. 다섯 글자 예쁜 말
2022.06.04.


준호는 두 시간째 오피스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숍 문 닫는 모습을 보고 나왔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거로 여겼다.

손목시계를 30초에 한 번씩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기다린 지 두 시간이 지났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날 때마다 가슴이 쿵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시은이 아닌 다른 사람인 것을 알고는 바로 벽을 향해 돌아섰다.

꽃다발까지 들고 있으니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고 지나갔다.

이렇게 창피하고 쑥스러운 상황을 견디며 기다리게 하니 원망스러운 마음도 생겼다.

어디서 뭘 하느라 아직 안 오는지 손목시계만 연신 들여다보았다.

시은이 계속 나타나지 않자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전화를 직접 걸어볼까,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가 다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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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해서 뭐라고 해야 하나? 집에 왜 안 들어오냐고? 나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면 꽃다발까지 준비한 고백 퍼포먼스가 다 어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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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출근도 안 하니 친구와 어디서 술 한잔하고 있으려나? 그렇다면 더 늦어지려나?’

그렇다고 일찍 포기하고 갈 생각은 없었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볼 때마다 시곗바늘은 몇 칸씩 움직였다.

준호는 초조한 마음으로 시은을 기다렸다.

.
.
.

그 시각 시은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던 시은은 모니터 화면에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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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다 보고 싶다.”

마이크를 타고 시은의 혼잣말이 울렸다.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야밤에 바다를 보려고 고속도로를 탄 것은.

무겁고 답답한 속을 달래보려고 노래방에서 1시간 동안 노래를 불렀지만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대니 잠깐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지만 노래가 끝나면 다시 가슴은 갑갑해졌다.

가슴을 후벼 파는 이별 노래만 불러서인지 어째 더 가슴이 쓰라렸다.

모니터 화면의 바다를 보자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이 갑갑함이 해소될 것 같았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바다를 향해 달렸다.

그것은 시은이 앞으로의 시간을 견뎌내기 위한 절규 같은 것인지도 몰랐다.

이대로 집에 가면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들이 폭발해버릴지도 모르기에 어딘가에 다 쏟아내야만 했다.

3시간쯤 달려 바닷가에 도착하긴 했는데 칠흑같이 어두웠다.

파도 소리만 들릴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일출을 보러 많이 오는 바닷가여서 24시간 하는 카페가 있어 들어갔다.

시계를 보니 차 한 잔 마시며 기다리면 곧 일출 시간이 되겠다 싶었다.

맨날 커피를 내리다가 남이 내려 준 커피를 마시니 더 맛있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핸드폰이 배터리가 다 되어 꺼져 버렸다.

카페 주인에게 충전을 부탁해도 되었지만 시은은 그냥 꺼진 채로 두었다.

내일 출근할 일도 없으니 급한 연락이 올 곳도 없었다.

바닷가에 왔으니 이참에 인터넷 노예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자연에 흠뻑 취해보고 싶었다.

*

준호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새벽 3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시은의 오피스텔 앞에서 기다렸다.

몇 시간 째 그녀가 들어오지 않자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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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오다가 사고라도 난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자 점점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의 가지가 뻗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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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병원에 누워 있는 건 아닌가?’

준호는 점점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에 시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새벽 시간에 그녀가 전화를 받고 많이 놀랄 것이란 걸 알지만 도저히 걱정되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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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화기까지 꺼져 있다고 하니 준호는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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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일출 시각에 맞춰 시은은 바닷가로 나갔다.

탁 트인 바다를 보자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졌다.

시은은 가슴을 펴고 크게 바다 공기를 들이마셨다.

차가운 바다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바다는 푸른 기운을 안고 있었다.

바닷바람은 다소 차가웠지만 시은은 바닷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연인이었다.

시은처럼 혼자 온 사람은 없었다.

조금 기다리니 수평선 멀리 동쪽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시은도 동영상으로 찍을까 하다 배터리가 다 되어 꺼진 것을 상기하고는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온 바다와 하늘이 점점 빨갛게 물들어갔다.

이윽고 구름 속에서 노란빛의 환한 태양이 떠올랐다.

시은은 눈도 떼지 못하고 찬란한 광경을 오래도록 말없이 바라보았다.

장엄했다.

일출을 보러오길 잘했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은 새 출발과 강렬한 용기의 기운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새해에 다들 바다로 일출을 보러 오는 건가 보다.

수평선에 붉게 떠오른 태양은 시은에게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시은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실연과 실업의 콜라보로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한 사람인 것만 같았다.

생각의 전환은 몸과 마음의 변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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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생각해 보니 별거 아니네. 세상에 남자는 많고 할 일은 많다.”

시은은 자신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밤을 꼴딱 새웠더니 몹시 피곤했다.

시은은 하품하며 오피스텔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데 집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그 실루엣이 준호 같아서 시은은 걸음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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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놀라라. 관장님인 줄 알았네.’

관장이 자신의 오피스텔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

그것도 아침 댓바람부터.

시은은 걸음을 다시 재촉했다.

가까이 다가가 힐끗 그 사람을 본 시은의 눈이 커다래졌다.

진짜 관장 준호였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준호를 마주치자 시은은 그대로 걸음을 멈추고 얼음처럼 굳었다.

시은을 본 준호가 천천히 시은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이 무척 초췌했다.

평소와 표정이 달랐다.

시은은 지금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 건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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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뭘 하고 이제 오는 겁니까?”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걸 보면 헛것이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시은은 준호가 대체 이른 아침부터 자신의 집에 왜 있는 것이며 저 말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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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압니까?”

차분하던 준호의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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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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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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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방금 또 움직였어요.”

은조는 요즘 태동이 시작되었다.

민후도 아기의 태동을 느끼고 싶어 자주 배에 손을 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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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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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발로 찼는데.”

하지만 태동이 있을 때 민후에게 말을 하면 이상하게도 아기가 잠잠했다.

그럴 때마다 은조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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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은아, 아빠가 리은이 태동 한번 보고 싶대. 한 번만 움직여 줘.”

매번 배에 손을 이리저리 대보아도 아기가 조용했다.

민후는 자기도 태동을 느껴보고 싶다며 아쉬워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교 음악으로 동요를 틀었다.

동요를 트니 갑자기 태동이 심해졌다.

눈에 보일 정도로 배가 이쪽으로 볼록, 저쪽으로 볼록 움직였다.

그 얘기를 민후에게 했더니 자기가 퇴근하면 당장 동요를 틀어달라고 했다.

민후가 퇴근하고 은조가 동요를 틀 준비를 했다.

동요 중에도 유독 아기가 많이 반응하는 노래가 있었다.

은조가 민후의 손을 배에 가져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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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준비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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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민후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요를 틀자 맑은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신기하게도 아기가 바로 태동을 했다.

민후의 손바닥에 톡톡, 태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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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움직여! 방금 내 손을 찼어.”

민후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처럼 아기가 많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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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하하.”

민후는 신기한 듯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배 속에 있는 아기와 교감하는 시간이 부부는 더없이 행복했다.

느껴보고 싶다던 태동을 실컷 경험한 민후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기가 태동할 때 틀었던 동요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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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글자 예쁜 말♬”

민후가 동요를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던 은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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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이 참 예뻐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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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러고 보니 다섯 글자로 된 예쁜 말이 참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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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다워요. 다 다섯 글자네요.”

은조가 소파에 앉은 민후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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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글자로만 대화하기, 이런 게임도 있었는데, 해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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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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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술자리에서 해 봤던 건데 무슨 말이든 다섯 글자로만 말하는 거예요.”

게임을 하자는 말에 민후가 흥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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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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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꿀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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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해. 소원 들어주기.”

벌써 엉큼한 속내가 물씬 풍겼다.

은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민후를 흘겨보다가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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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좋아요. 내가 먼저 할게요.”

은조가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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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민후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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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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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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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행복해.”

얄미운 주워 먹기 행태에 은조가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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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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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민후가 손을 들어 다섯 글자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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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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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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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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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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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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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예뻐.”

민후가 은조의 볼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심심풀이 게임에도 사랑스러운 말만 골라 하는 남편을 보며 은조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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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 주세요.”

안아 주세요, 라는 말에 민후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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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안겨.”

은조가 웃으며 민후 품에 쏙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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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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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에 산다.”

민후가 행복한 얼굴로 은조를 안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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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다음 말문이 막힌 은조가 눈만 끔뻑거렸다.

사랑이 퐁퐁 쏟아지는 다섯 글자 게임은 결국 민후의 승리로 끝났다.

의기양양한 표정의 민후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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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 벌칙이었지?”

민후가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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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원을 말하지? 소원이 너무 많은데.”

유치하게 벌칙을 소원 들어주기로 하자고 할 때부터 어떤 소원을 말할지 뻔히 속이 보였다.

은조가 예상하는 소원은 ‘같이 목욕하기’나 ‘침대에서 같이 뒹굴기’ 같은 음흉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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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원은.”

민후가 두 손으로 은조의 얼굴을 감쌌다.

키스하려는 건가? 생각하며 민후를 보았다.

생각보다 소원이 시시한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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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건강하게 아기를 낳는 거야. 아무 탈 없이.”

의외의 소원에 은조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민후를 빤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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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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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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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 소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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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다정한 마음에 은조가 울컥해 눈가가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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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을 말해야죠.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데.”

민후가 다정하게 웃으며 은조를 품에 쏙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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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줄 거지? 절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아기 낳아.”

은조도 민후의 허리를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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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당신 소원 들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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