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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우리 딸 (72/100)


75. 우리 딸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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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가 합의해 주고 탄원서 써 주면 형량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변호사가 그랬다고요. 어쩌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

기현이 강 회장에게 읍소했다.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민후가 기현에게 바짝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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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와 내 아내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민후가 눈에 힘을 주고 기현을 쏘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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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 같은 소리 내 앞에서 꺼내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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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꼭 이래야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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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누가 가족이야? 난 그 여자랑 가족 아니야.”

민후가 냉랭하게 말하고 뒤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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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강민후!”

기현이 민후를 향해 소리치자 강 회장이 크게 호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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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그만두지 못해!”

벼락같은 호통에 기현이 움찔하며 쳐다보았다.

강 회장은 손으로 이마를 짚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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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애비 앞에서 그렇게 싸워야겠어?”

강 회장은 이번 일로 가족 간에 신뢰가 깨지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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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기현이 너. 당분간 LA지사로 나가 있어.”

그 말에 기현의 눈이 커다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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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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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둘이 죽일 듯이 싸우면서 어떻게 같은 회사에서 일해? 민후도 널 보는 게 껄끄러울 것 같으니 당분간 해외 지사에 나갔다가 들어와라.”

기현의 눈이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차기 후계자 선정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해외 지사 발령이라니!

그것도 저런 이유로 발령은 유배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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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가 나가야 해요? 같이 싸웠는데 민후는 여기 있고 왜 제가 나가야 하냐고요?”

기현이 소리치자 강 회장은 스트레스가 극심한 듯 인상을 쓰며 머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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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머리야.”

보고 있던 강 회장의 수행비서가 기현을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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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님. 회장님 지금 치료 중입니다. 이렇게 소리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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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 항상 나만 손해를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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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좀 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분 다 나가 주십시오.”

수행비서가 단호하게 말하며 기현과 민후 부부를 병실 밖으로 내보냈다.

병실에서 나온 기현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쉬었다.

민후가 은조의 어깨를 감싸고 가려고 하자 기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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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이렇게 가족한테 냉정하게 한 거 다 되돌아온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다. 너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야. 누가 알아? 네가 나한테 간절하게 부탁할 일이 생길지?”

뒤돌아서서 쳐다보는 민후의 눈빛은 여전히 냉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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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가 바다에 먼저 빠질뻔했던 건 모르지?”

기현은 사납게 인상을 쓴 채 민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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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하던 중에 배가 요동쳐 형수가 밖으로 튕겨 나갔지. 나한테 살려 달라고 애원했어. 내가 어떻게 했겠어?”

예지한테서는 듣지 못했던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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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로 형수를 잡아 주려고 손을 뻗었어. 나와 내 가족을 몰살시키려 했던 사람을 난 살리려고 했어. 배 속에 소중한 생명을 잉태한 내 아내를 바다에 빠트려 죽이려 했던 사람을!”

민후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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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베풀 호의는 거기까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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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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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회장 자리가 탐나도 이건 아니야, 형.”

기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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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도 지금 제정신 아니야.”

낮게 말을 뱉어낸 민후는 뒤돌아서 병원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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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새끼.”

민후를 노려보는 기현의 사나운 눈동자가 일렁였다.

*

병원을 나온 민후와 은조는 마음이 착잡했다.

가족 간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고 가족애는 깨져 버렸다.

예지도 충격이었지만 은조는 할머니와 예지가 살인 공모를 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할머니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믿기지 않았다.

예지와 공모한 증거가 다 있다는 경찰 얘기를 듣고 한동안 소름이 돋아 말을 잇지 못했다.

차에 탄 두 사람은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은조도 마음이 무거웠지만, 민후의 심정이 어떨지도 알 것 같아 말을 걸지 않았다.

차는 조용히 어딘가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아닌 것 같아 은조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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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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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만나러.”

은조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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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라오면 바로 장모님 만나러 가기로 했잖아. 아버지 소식 듣고 병원에 먼저 들렀지만, 당신 장모님 보고 싶어 했잖아.”

민후는 이번 사건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위협을 느끼고 불안해할 은조에게 장모님을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장모님은 은조에게 영원한 제 편이 되어 줄 진짜 가족이니까.

민후가 은조를 보며 옅게 웃었다.

은조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가슴이 설레어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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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얼마 만에 만나는 거야?”

엄마를 몇 년 만에 만나는 건가? 손으로 꼽아보았다.

대학생 때 할머니 몰래 잠깐 가게에 들러서 얼굴 본 이후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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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년 되었어요.”

민후가 마음이 아프다는 듯 코를 찡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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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도 놀라시겠다.”

긴 시간 동안 생이별한 채로 살아온 모녀가 곧 상봉할 시간이 기대되었다.

엄마의 가게가 있는 동네가 가까워질수록 은조는 가슴이 두근댔다.

드디어 차가 엄마의 가게 앞에 서고 은조가 차 안에서 가게를 보았다.

가게만 쳐다보는데도 손이 막 떨릴 지경이었다.

은조가 긴장해 덜덜 떨고 있자 민후가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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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만날 마음의 준비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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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요.”

은조는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심호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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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차에서 내려서 가게 앞으로 걸어가는데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유리문을 통해 안을 슬쩍 보자 엄마가 허리를 숙여 꽃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의 모습이 보이자 심장이 쿵쿵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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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요. 나, 너무 떨려요.”

민후가 은조의 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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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 무척 기뻐하실 거야. 얼른 문 열어 봐.”

은조가 가게의 문을 열었다.

딸랑.

경쾌한 종소리가 울리고 안쪽에 앉아 있던 송화가 입구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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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송화는 은조를 금방 알아보지 못하고 손님 맞이하듯 걸어 나왔다.

은조가 가게에 발을 들이고 그 뒤로 민후가 따라 들어왔다.

민후와 은조를 알아본 송화가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은조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이 턱 끝이 떨렸다.

꽃 몇 송이를 든 송화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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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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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엄마.”

목이 멘 목소리로 대답했다.

송화가 은조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은조의 어깨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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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내 딸 은조니?”

은조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화가 은조를 와락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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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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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는 엄마를 끌어안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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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흑흑.”

송화는 은조를 끌어안았다가 은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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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얼굴 좀 보자.”

은조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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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은조 맞구나. 더 예뻐졌네. 우리 딸.”

송화가 은조의 배를 보고는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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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애 가졌다고 했지? 축하해. 우리 딸, 정말 장하다.”

은조는 ‘우리 딸’이라는 말에 서러움이 복받쳐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결핍되었던 것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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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흑. 엄마아.”

엄마를 안고 어린애처럼 울었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송화는 은조를 안고 등을 연신 쓰다듬었다.

그동안 할머니 밑에서 억압받으며 살았을 딸이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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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한테 혼나지 않아? 할머니가 너 여기 온 거 알아?”

와중에 송화는 윤 회장이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을 알게 될까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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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제 할머니 눈치 볼 필요 없어. 이제 엄마랑 나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은조의 말에 송화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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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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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장모님.”

뒤에서 감격스러운 상봉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민후가 대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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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 지금 구속 수사 중입니다. 곧 재판도 받을 거고요. 아마 당분간은 못 나올 겁니다.”

구속되었다는 말에 놀라 송화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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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민후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윤 회장의 여러 혐의 중에 살인예비음모도 있다는 말에 송화는 충격을 받았다.

송화가 은조의 어깨와 등을 쓰다듬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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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런 사람을 믿고 널 보냈어. 엄마가 그런 사람한테 딸을 보내다니.”

송화는 그때 할머니에게 은조를 보낸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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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내가 그때 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끝까지 못 보낸다고 버텨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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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엄마. 그런 생각하지 마. 엄마 잘못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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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에서 공부시켜 주겠다는 말에 넘어가서. 엄마랑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해질 거라 믿었는데…….”

송화는 가슴에 묻고 있었던 아픔의 눈물을 흘렸다.

은조는 엄마를 끌어안고 오히려 엄마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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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였어도 똑같이 했을 거야. 그게 자식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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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랑 사는 동안 힘들었지? 엄마가 도움이 못 되어서 미안해.”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해 주지 못한 미안함에 송화는 마음이 아팠다.

송화와 은조는 손을 잡고 연신 서로를 어루만졌다.

은조는 그동안 엄마의 손이 아주 거칠어진 것을 느꼈다.

마음 한편이 짠하게 아팠다.

혼자 척박한 세상을 살아온 엄마가 가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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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우리 같이 잘까? 나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

송화가 눈물을 글썽이며 은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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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같이 자자. 예전처럼 엄마랑 같이 자자.”

송화가 은조를 다시 끌어안고 머리와 등을 쓰다듬었다.

엄마의 어루만지는 손길에 은조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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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하고 잠깐 같이 가실 곳이 있습니다.”

민후는 송화와 은조를 차에 태우고 어딘가로 향했다.

송화와 은조는 뒷좌석에 앉아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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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 거예요? 민후 씨?”

민후가 룸미러를 통해 뒤를 보면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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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께 드릴 선물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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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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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은조를 이렇게 만난 게 큰 선물인데 또 무슨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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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민후는 두 사람을 보며 미소만 지었다.

차가 어느 동네로 들어서자 은조가 차창 밖으로 보았다.

익숙한 동네였다.

은조가 엄마와 어릴 때부터 살던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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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 동네잖아. 엄마, 그렇지?”

송화도 차창 밖으로 시선을 주며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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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얼마 전까지 여기 살았었지.”

송화가 어렵게 마련했던 집이 얼마 전 경매로 넘어갔다.

빚 때문에 압류가 되어 10년 넘게 살아온 내 집을 그렇게 잃었다.

은조와도 몇 년 살았던 집이어서 추억이 많았던 집이었다.

경매로 넘어간 집은 누군가에게 입찰 되어 팔렸고 빚의 상당 부분이 해결되었다.

민후의 차가 예전 송화가 살던 집 앞에 섰다.

송화가 의아한 눈으로 민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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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왜……? 여기 이제 내 집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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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리시죠.”

송화가 차에서 내려 예전 자신의 집을 보았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마당에 자신이 가꾸던 화단도 그대로 있었다.

마치 오늘 아침 이 집을 나서고 다시 돌아온 것처럼 모든 것이 익숙했다.

민후가 서류 한 장을 송화에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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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 등본입니다. 이 집 소유자가 누구인지 보십시오.”

송화가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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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매에서 낙찰받았습니다.”

송화가 놀라 고개를 들어 민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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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장모님을 모시려고 산 집이니 편하게 다시 들어가 사시면 됩니다.”

송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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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을 자, 자네가 낙찰받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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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는 다시 장모님으로 옮겨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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