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 꼭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해. (71/100)


74. 꼭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해.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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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맙지 않아? 당신 하나 잘되게 해주려고 하다 이렇게 된 건데 당신이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안 되지!”

예지가 기현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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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해 이렇게 희생한 날 위해 당신은 뭘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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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 뭘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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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 잘되게 해주려다가 감옥 가게 생겼잖아. 당신은 이런 날 위해 뭘 할 거냐고?”

예지가 집요한 눈으로 기현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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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했어. 실력 있는 변호사들이야. 곧 접견하게 해줄게.”

예지가 상체를 앞으로 당겨 기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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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야. 당신이 나한테 해줄 일은 그게 아니라고.”

기현은 약간 얼이 빠진 표정으로 예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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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꼭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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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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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짓을 해서라도 차기 회장이 꼭 되어야 한다고.”

기현은 예지가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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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짓까지 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으면 안 되잖아. 내가 만약 교도소를 가게 되더라도.”

예지가 독하게 뜬 눈을 빛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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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그룹 회장 사모님이 된다면야 까짓거 몇 년 살다 나올 수 있어.”

예지가 상체를 바짝 당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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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해. 당신, 어떤 일이 있어도 꼭 회장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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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걸 어떻게 약속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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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예지가 투명한 아크릴 가림판에 손바닥을 세게 갖다 댔다.

그 바람에 크게 소리가 나 기현이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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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까 당신이 맨날 서방님한테 밀리는 거야!”

예지가 독기가 서린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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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해.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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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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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내가 교도소 다녀온 보람이라도 있지.”

예지를 보는 기현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
.
.

예지가 변호사와 접견하도록 해주고 기현은 경찰서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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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회장님 만들어주려고 그랬던 거잖아!’

기현은 예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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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내가 그럴 이유가 뭐가 있겠어? 내가 왜 서방님을 제거하려고 그랬겠냐고!’

기현이 심각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그랬다고? 날 위해서?

기현은 처음엔 상상하지도 못했던 끔찍한 일을 저지른 아내가 무서워 보였다.

하지만 곧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만약 이번 일로 민후가 잘못되었을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그러면 지분 싸움 같은 건 아무 의미도 없이 자신이 경영권을 쥐게 되는 거였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아내가 생각했고 그것을 실행했다.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았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위해 희생했다는 예지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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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해’

기현은 예지의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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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있어도 돼. 편하게 리조트에 가서 자라니까. 병원 침대 불편해서 당신 여기서 못 자.”

민후는 임신한 은조가 불편한 병원 침대에서 자는 게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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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민후 씨 옆에 있을 거예요. 나 여기 보호자용 침대에서 자면 돼요.”

하지만 은조는 한시라도 민후와 떨어져 있는 게 싫다고 함께 있겠다고 했다.

사실 민후도 은조 혼자 리조트에 보내는 건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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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 올라와서 자. 거긴 내가 허락 못 해.”

민후가 자신이 누운 환자용 침대를 탁탁 쳤다.

좁고 낮은 보호자용 침대에서 은조를 자게 할 수는 없었다.

은조는 환자인 민후 침대에 같이 눕는 게 탐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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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같이 누워 자자고요? 민후 씨 환자인데 어떻게 내가 거기서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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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환자 아니야. 멀쩡해. 자, 어서 여기로 와.”

민후가 괜찮다며 고집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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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좁아서 둘이 꼭 껴안고 자기에 딱 좋아.”

은조는 그래도 몇 시간 전까지 의식도 없이 눈을 감고 있던 사람 침대를 차지하고 눕는 게 망설여졌다.

하지만 좁아서 꼭 껴안고 자기 좋다는 말에 침대에 올라갔다.

그와 너무 껴안고 싶었기 때문이다.

은조가 침대에 올라가자 민후가 은조를 품에 가두듯이 꼭 껴안았다.

은조는 그의 품에 파묻히듯 안겼다.

지옥 같은 몇 시간을 보내고 난 뒤 그에게 안기자 울컥했다.

서로의 온기가 온몸으로 느껴지자 마침내 안정권에 접어든 듯한 느낌이었다.

눈을 감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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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 씨 안으니까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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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 이렇게 안고 있으니까 이제 마음이 놓인다.”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천천히 서로의 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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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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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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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어요. 내가 민후 씨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은조가 민후에게 안긴 채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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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 씨가 이대로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나도 따라서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거든요.”

민후가 은조의 머릿결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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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날 소리.”

은조가 고개를 들고 민후의 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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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민후 씨.”

민후의 입가에 옆은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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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내가 훨씬 더 많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다.

민후가 은조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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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울 가면 나한테 하나 혼날 거 있는 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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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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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하고 만나 거래한 얘기 나한테 하지 않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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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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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 비밀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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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할머니가 민후 씨한테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고 해서. 또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할까 봐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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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그렇게 못 믿어? 어머니 일은 내가 뒤에서 조용히 처리하고 있었어. 윤 회장을 공격할 자료들을 모으고 있었고, 해결되면 어머니와 만나게 해주려고 했어.”

은조는 민후에게 모든 것을 얘기했으면 더 빨리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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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면 바로 어머니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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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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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언제든 만날 수 있어. 원하면 어머니 모시고 사는 것도 난 좋아.”

은조의 눈동자가 동요하듯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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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민후 씨와 함께 살 수 있다고?’

은조는 예전처럼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행복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남편과 엄마. 사랑하는 사람들하고 다 함께 살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

민후는 다음날 퇴원하고 곧바로 서울로 돌아왔다.

뉴스가 보도된 후 강 회장이 충격을 받고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에 도착해 민후와 은조는 곧바로 강 회장이 입원한 병원으로 갔다.

병원 특실 앞에는 강 회장의 보디가드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민후 부부가 도착하자 가드가 병실 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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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넌 여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강 회장의 노기 띤 음성이 날아들었다.

강 회장은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고 그 앞에 기현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강 회장이 기현에게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들을 다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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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병신같은 놈! 네 마누라가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도 넌 몰랐단 말이야? 못 하게 했어야지!”

기현은 강 회장의 호통을 들으며 온몸으로 날아드는 물건들을 방어했다.

강 회장이 민후와 은조가 들어온 것을 보자 표정이 확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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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야! 새아가!”

기현도 고개를 돌려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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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야, 너 괜찮은 거냐? 너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에 빠져서 구조되었다면서?”

민후가 강 회장에게 다가가 그의 주름진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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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아버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돌아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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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가는? 어디 다친 데는 없어?”

강 회장이 은조를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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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 괜찮아요. 아버님이 걱정돼요. 혈압으로 쓰러지셨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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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졌다.”

강 회장이 은조의 불룩한 배를 보고는 마음이 아파 인상을 썼다.

강 회장이 은조의 손을 잡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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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가. 고생이 많았다. 이 몸으로 어찌 그리 험한 꼴을 당했을꼬.”

강 회장은 예지가 은조와 민후를 함께 바다에 빠트리려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제 곁에서 아버님, 아버님, 하며 싹싹하게 굴던 첫째 며느리가 그런 큰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에 곧바로 혈압이 상승해 쓰러졌다.

다행히 응급처치를 받으며 바로 병원으로 와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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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많은 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사건을 저지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도 많이 놀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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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조와 민후는 동시에 기현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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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쳐다봐? 나도 몰랐었다고!”

기현이 민후에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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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말 들어 보니 예지도 억울한 게 없지 않아 있었어.”

기현이 민후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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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돈이 시켰다던데? 예지는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대! 그냥 아이만 잘못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대. 그런데 제수씨 할머니가…….”

기현이 은조를 한 번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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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윤 회장이 우리 예지를 부추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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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두 사람이 협력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워.”

민후가 기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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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긴다고 누구나 그런 걸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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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야.”

민후를 부르는 기현의 목소리가 한층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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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란 거 너도 알잖아. 방금 아버지도 그러셨잖아. 욕망이 많은 사람이라고.”

민후는 기현이 왜 갑자기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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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윤 회장 말에 홀랑 넘어가서 얘도 그랬던 거야. 네가 충격받은 거 충분히 아는데…….”

기현이 민후의 손을 잡았다.

형제간에 손을 잡은 것이 몇 년 만인가 생각하며 민후는 잡은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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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가족이잖아.”

기현이 간절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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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선처해달라고 탄원서 한 번만 써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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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

민후는 어이없는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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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야. 나뿐 아니라 임신한 아내를 바다로 밀려고 했어! 그런데 나보고 탄원서를 쓰라고?”

민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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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내가 죽을뻔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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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무사히 구조되었잖아. 예지도 지금 후회하고 있어. 실수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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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거라. 기현아.”

강 회장의 육중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기현이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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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아.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고 네 안사람이라지만 네 형제를 위험하게 한 사람이다. 어떻게 민후에게 그런 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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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왜 항상 민후 편만 드세요?”

기현이 하소연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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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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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둘이 싸워도 아버지는 항상 절 먼저 혼내셨어요.”

강 회장은 철없는 기현을 보며 억장이 무너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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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가 잘못 안 했다고 안 했어요. 네, 잘못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하잖아요. 잠깐 그 윤 회장이란 사람한테 홀려서 실수한 거예요.”

기현은 제 식구인 예지를 감싸주려고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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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데 실수는 한 번쯤 덮어주고 용서해줄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실수라는 말에 민후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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