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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압수수색 (64/100)


67. 압수수색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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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여행을 갔으니 둘이 한 번에 사고를 당하는 게 더 그림이 낫지 않겠어요?]

윤 회장의 말에 예지의 눈가가 작게 경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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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서, 서방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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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딱 붙어 있을 건데 떼어내기가 더 힘들지 않겠어요? 자칫해서 강 전무가 의심을 하게 되면 더 골치 아파지니까.]

전화기를 든 예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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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그편이 그쪽한테도 더 유리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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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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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강 전무 없으면 거기 장남이 차기 회장이 되는 건 더 쉽잖아.]

예지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했다.

맞는 말이다.

서방님이 없다면 애초 출산을 방해하고 자시고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후계자 구도의 경쟁 상대를 아예 없애버리면 남편 기현이 경영권을 승계받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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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예지는 점점 악랄하게 변하고 있었다.

자신이 악마가 되어가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예지의 처음 목적은 단순했다.

지분 때문에 동서가 아이를 먼저 낳는 것을 막고자 했던 것뿐이다.

그런데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부족함 없이 자랐던 예지에게 은조는 난생처음 패배감을 맛보게 했다.

그런 은조에 대한 적개심이 점점 강해졌다.

그러다 윤 회장과 협력하면서 죄책감이라는 건 점점 사라졌다.

오직 남편 기현이 차기 회장이 되고 자신이 한주 그룹 회장 사모님이 되는 목표만 보였다.

그 하나의 목표를 위해 주변엔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서방님이 없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거였잖아?’

예지의 눈이 섬뜩하게 빛이 났다.

사고로 위장만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일단 제주도로 내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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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좀 끊어봐요.]

윤 회장은 급한 일이 생겼는지 금방 전화를 끊었다.

윤 회장과 통화를 끝내고 돌아서는 예지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섬찟했다.

남편 기현이 다가오다가 흠칫 놀랐다.

평소의 아내 얼굴과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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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예지의 시선이 천천히 기현에게로 옮겨졌다.

예지가 기현을 빤히 응시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기현이 민후보다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아니, 사실은 기현이 그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기현이 평균이고 민후가 능력이 월등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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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운이 없는 남자지.’

예지가 기현을 안쓰러운 듯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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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예지가 기현에게 다가가 어깨부터 팔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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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 꼭 회장님 만들어줄게.”

기현이 의아한 눈으로 예지를 쳐다보았다.

자신도 경영권 승계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아내는 자신보다 더 심했다.

어떻게 보면 내조를 잘하는 편인데 어떨 때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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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일을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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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은. 다 당신을 위한 일이지.”

기현이 못 미더운 시선으로 예지를 보았다.

지난번 갑질로 고소당해 언론에 노출되어 손가락질을 당한 것 때문에 자신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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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말씀 못 들었어? 당신은 당분간 조용히 근신하랬잖아.”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또 일을 그르칠까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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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만히 있으면?”

예지가 표정을 무섭게 바꾸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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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뭘 할 수 있어? 경영권이 알아서 당신한테도 가?”

기현이 턱을 당기며 예지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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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냥 아무것도 모른척해, 그럼 가만히 있어도 떡이 생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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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회장이 예지와 통화하는 사이 검은색 차량 몇 대가 윤 회장의 집 앞에 도착했다.

줄지어 멈춰선 차에서 슈트를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남자들이 차에서 검찰 로고가 찍힌 파란색 박스를 꺼냈다.

요란한 초인종 소리에 윤 회장은 전화를 급하게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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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윤 회장이 서재에서 나오며 도우미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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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검찰이래요.”

도우미가 겁을 먹은 얼굴로 대답했다.

곧 현관으로 슈트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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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당신들! 왜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와?”

남자가 서류 한 장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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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서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입니다. 집행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윤 회장이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꽉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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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무가 기어이!’

남자들이 파란 박스를 들고 서재로 들어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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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지금 뭐 하는 거야!”

윤 회장이 막아서자 검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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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어음 부정발행 혐의로 명신제지 본사와 윤혜란 회장님 자택에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협조해 주시죠.”

남자는 윤 회장을 밀치고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에 있던 컴퓨터 본체와 개인 노트북 등을 파란 박스에 담기 시작했다.

Rrrrrr.

그때 윤 회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회사의 임원이었다.

전화를 받자 임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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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지금 검찰이 회사로 들이닥쳤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왔습니다!]

회사로도 이미 검찰이 들이닥친 듯했다.

윤 회장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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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어떡합니까! 회장님 집으로 갈지도 모르니까 집에 있는 컴퓨터를 빨리 포맷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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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었네.”

검사가 통화 중인 윤 회장에게 다가갔다.

윤 회장이 매섭게 검사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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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도 압수수색 대상입니다. 내놓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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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이건 안돼!”

윤 회장이 핸드폰을 뺏기지 않으려 허리 뒤로 숨겼다.

핸드폰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한약에 유산되는 약재를 넣으라고 지시한 것.

만약을 위해 약을 바꿔치기할 수 있게 두 종류의 약을 지으라고 지시한 것.

한의사 계좌로 약값의 몇 배의 돈을 보낸 것.

예지와 사고사를 모의한 것.

그것뿐 아니라 은조에게 엄마 송화를 약점으로 만들기 위해 송화에게 금전 사고를 당하게끔 사주한 것 등.

모든 것이 핸드폰에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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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검사는 핸드폰을 뺏으려고 하고 윤 회장은 안 뺏기려 안간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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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방해하시면 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검사에게 핸드폰을 뺏기고 윤 회장은 입술을 짓이겼다.

핸드폰이 파란 박스에 담기는 것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들은 서재에 있는 모든 서류와 집기들을 박스에 다 담아서 가지고 나갔다.

검사가 윤 회장에게 다가가 또 다른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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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란 회장님, 금일 부로 출국 금지되었습니다. 조만간 검찰청에서 뵙죠.”

윤 회장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남자들이 박스를 들고 나간 서재는 도둑이 든 것처럼 휑했다.

윤 회장이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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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무! 가만두지 않겠어!”

 

*

며칠 후.

민후와 은조는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임신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라 비행기를 타도 무리가 없다고 의사는 말했지만 그래도 민후는 노심초사했다.

비행기가 기류를 만나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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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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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괜찮아요.”

민후는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은조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제주도에 도착하니 드넓은 푸른 바다가 그들을 반겼다.

오픈카를 타고 해안가 도로를 달리며 은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온 세상이 눈이 부시도록 파랬다.

푸른 바다에 햇살을 뿌려놓은 듯 하얗게 반짝거렸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존재하는 색은 파란색과 하얀색뿐이었다.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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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예쁘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고 은조는 상쾌한 바닷바람을 만끽했다.

리조트에 도착해 스위트룸으로 가니 거기에서도 바다를 마주할 수가 있었다.

테라스를 나가면 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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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좋다.”

민후는 바다를 보며 연신 감탄하는 은조를 뒤에서 포근하게 안았다.

손으로 제법 볼록 나온 배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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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셋, 가족 여행 오니 너무 행복하다. 한 달쯤 휴가 내고 여기서 살면 좋겠다.”

은조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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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다시 둘은 눈부신 바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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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어? 수영복 갈아입기 힘들어? 내가 도와줘?”

수영복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은조가 나오지 않자 민후가 문을 두드렸다.

은조는 이번 태교 여행을 위해 임산부용 수영복을 샀다.

입어보니 불룩한 배가 적나라해서 입고 나가기가 쑥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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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너무 나왔는데 어떡해요. 창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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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가 배가 나온 게 당연하지 뭐가 창피해? 괜찮아. 나와 봐.”

은조가 문을 빼꼼 열고 나왔다.

민후는 볼록하게 나온 아내의 배가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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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뭐야, 너무 귀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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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 씨 눈에나 귀엽지. 남들이 다 쳐다볼 것 같아요.”

은조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이 없어 계속 거울에 비춰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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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자꾸 쳐다보면 곤란한데. 너무 귀여워서. 나 질투 나서 큰일 나는데.”

은조는 입을 삐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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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그거 하나도 위로 안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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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아니야. 진짜 너무 귀엽단 말이야.”

민후는 임산부용 수영복 입은 은조가 귀엽다며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수영장으로 나가면서 민후는 선글라스 너머 예리한 눈을 빛냈다.

혹여 수영복 입은 아내를 힐끔대는 남자가 있을까 예의주시했다.

처음 함께 여행 온 것만으로 즐거운데 함께 수영장에서 노는 것은 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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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운동으로 수영이 좋대요.”

물에서는 몸이 무겁지 않아 몸에 무리가 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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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에게도 안정감을 주고요.”

은조가 물에 편안하게 누워 몸을 띄웠다.

물에 누워 있는 은조의 배가 물 위로 귀엽게 볼록 나와 있었다.

민후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었다.

누워 있는 아내를 보면 왠지 참을 수가 없었다.

민후가 고개를 숙여 은조의 입술에 쪽, 뽀뽀했다.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던 은조가 놀라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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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쳐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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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딱 보면 부부로 보일 텐데, 여기서 뽀뽀한다고 풍기문란을 저지를 것도 아니고.”

민후가 또 뽀뽀하려고 고개를 숙이자 은조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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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 또 하려고 했죠?”

이참에 민후는 은조의 몸을 들어 안고 본격적으로 입맞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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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왜 이래요.”

은조는 민후의 어깨를 콩콩 내리치다가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수영장에서 서로를 껴안은 두 사람은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뽀뽀와 스킨십을 나누며 달콤한 시간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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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각 제주공항에 도착한 사람이 또 있었다.

선글라스를 벗어 주변을 보는 사람은 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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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한번 끝내주네.”

예지는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윤 회장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하지 못했다.

명신제지 본사와 윤 회장 자택에 압수수색이 있었다는 사실을 예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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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님은 왜 이렇게 중요한 때에 전화를 안 받아! 두 사람이 함께 물가로 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예지는 윤 회장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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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저 제주도에 내려왔어요. 두 사람 지금 리조트에 있고요. 내일 요트를 탄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요트 타면 아무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로 갈 텐데 뭔가 좀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바다엔 CCTV도 없잖아요. 연락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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