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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운전하는데 함부로 만지면 위험해 (62/100)


65. 운전하는데 함부로 만지면 위험해
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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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강 전무.”

윤 회장이 갑자기 돌변했다.

민후를 부르는 목소리에 한결 힘이 빠졌다.

압수수색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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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잠깐 얘기 좀 하세.”

윤 회장이 애타게 불렀지만 민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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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무!”

윤 회장이 돌아서며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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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민후가 시답잖은 증거를 가지고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윤 회장은 결정적인 증거를 가졌을까 봐 불안했다.

한약에 대한 건은 만약을 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긴 했지만, 이것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수사에 들어가면 과도하게 많이 들어간 약재의 양부터 의심을 살 게 분명했다.

윤 회장은 불안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윤 회장은 민후를 쫓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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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무!”

벌써 나갔는지 민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윤 회장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급하게 눌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에 도착하니 출입구로 향하는 민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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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무, 잠깐만!”

민후가 뒤돌아보자 윤 회장이 구두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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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무 나랑 얘기 좀 해. 진정하고 내 얘기를 좀 들어.”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목소리였다.

결백하다고 쏘아대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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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이러면 안 돼. 사정을 들으면 자네도 날 이해할 거야. 왜 기업어음을 그렇게 발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민후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윤 회장을 내려다보았다.

명신제지의 기업어음 발행 건은 민후에게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불법을 저지르긴 했어도 민후가 피해를 본 것은 아니기에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었다.

민후가 화가 난 것은 은조를 또 한 번 건드렸다는 것이다.

고의로 임신부에게 치명적인 한약을 지어주었다는 사실이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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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얘기하긴 그러니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응?”

윤 회장이 민후의 팔을 잡고 끌려고 했다.

민후가 팔을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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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놓으세요.”

목소리와 표정에서 소스라칠 정도의 냉기가 뚝뚝 흘렀다.

윤 회장이 놀란 표정으로 민후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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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그런 약을 지어 준 겁니까? 당신에게는 외증손자 아닙니까? 왜 아이를 유산시키려고 한 거냐고요!”

민후가 목소리를 높였다.

천장이 높은 로비라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쳐다보았다.

사람들 이목이 쏠리자 부담스러워진 윤 회장이 인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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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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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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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데 가서 얘기 좀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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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할 얘기 없습니다. 더는 당신을 처가댁 어른으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민후가 냉소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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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생을 교도소에서 지내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찬바람을 일으키며 뒤돌아 저벅저벅 걸어갔다.

민후의 얼굴 위로 결연한 의지가 차올랐다.

제대로 처벌받아 교도소에서 나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은조가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과 함께 하는 삶이 아니더라도 할머니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민후는 달리는 차 안에서 은조와 통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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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고 있어. 도착까지 20분.”

차는 산부인과 병원을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은조의 병원 진료 날이다.

산부인과 진료 날은 가능한 시간을 내 함께 가기로 해서 차에서 일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가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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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거의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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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빨리 갈게. 진료 끝나고 같이 밥 먹자. 나 아직 점심을 못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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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아직 못 먹었다고요? 얼마나 바쁘기에 끼니도 못 챙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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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뭐 먹을까? 오늘은 우리 아기가 먹고 싶은 거 없대? 이왕이면 우리 리은이가 먹고 싶다는 거로 먹어야지.”

은조는 요즘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불쑥 생각나고는 했다.

하루는 늦은 밤에 순대 볶음을 찾기도 했고 하루는 스페인 요리가 먹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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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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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먹고 싶은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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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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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수제비인데요. 보통 들깨 수제비보다 들깨가 듬뿍 들어가서 아주 걸쭉한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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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수제비. 찾아볼게. 들깨 많이 넣어달라고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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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 씨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른 거 먹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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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거 먹자. 우리 아기가 먹고 싶다는 거 나도 먹고 싶어.]

은조와 통화를 끝낸 민후가 비서실장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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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전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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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수제비 맛집 좀 알아보고 주소 찍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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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수제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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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듬뿍 들어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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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들깨 듬뿍…… 예.]

 

.
.
.

오늘은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았다.

복부초음파를 하던 의사가 모니터를 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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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크기도 주 수에 맞게 잘 자라고 있어요. 아빠를 많이 닮았네요.”

아빠를 닮았다는 말에 은조와 민후가 서로를 쳐다보며 눈이 동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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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닮았다고?’

성별에 관해 힌트를 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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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들?’

은조가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었다.

남편 닮은 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라는 대로 되었다.

진료를 끝내고 나오면서 두 사람은 평소 보다 들떠 있었다.

성별을 알고 나니 아이가 곧 태어난다는 것이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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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밥 먹으러 가자. 들깨 수제비 맛집 알아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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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요? 맛있겠다.”

은조는 벌써 군침이 돌았다.

민후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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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리지는 않죠? 민후 씨 점심도 아직 안 먹어서 배고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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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배고파. 아까부터 계속 꾸르륵거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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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 배고파서.”

은조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민후의 배를 쓰다듬었다.

민후가 움찔하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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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데 예민한 곳 그렇게 함부로 만지고 그러면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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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배가 예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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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난 다 연결되어 있어. 당신이 터치만 하면 내 몸의 세포가 반응한다고. 내 세포들이 쓸데없이 기대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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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순 엉터리.”

은조가 웃으며 입을 삐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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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있으니까 더 그렇다고. 요즘 좀 욕구불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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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참긴 누가 참아요? 거의 하루걸러 하루 하다시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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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엄청나게 참는 거야!”

민후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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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 아니라면 매일, 그것도 한 번만 하고 끝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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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은조가 입을 벌리며 놀라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었다.

부끄러운 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서로의 모습이 완연한 부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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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낳기만 해 봐. 그땐 안 봐줄 거야. 내 몸 안에 짐승을 제대로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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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뭐야.”

은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보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사실 은조도 그날이 빨리 왔으면 했다.

좀 더 자유롭게 남편에게 안기는 날이 오기만 해라.

은조도 더 과감한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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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오래된 골목 안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식당 문 앞에 금일 휴업 공고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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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휴업이래요.”

한 달에 딱 두 번 휴업하는 가게인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업하는 날에 온 것이다.

은조가 실망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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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먹고 싶었는데.”

안타깝기는 민후도 마찬가지였다.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다는 건 우주에 있는 거라도 다 대령해 먹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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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데 찾아볼까?”

민후가 검색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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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그냥 다른 거 먹어요. 민후 씨 배고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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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이제 별로 안 고파. 당신 먹고 싶은 거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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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들깨 수제비는 다음에 먹고 근처 가까운 곳으로 가요. 아, 저기 꼬리탕, 도가니탕 집 있다. 저기 갈까요? 민후 씨 꼬리찜 좋아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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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수제비 안 먹어도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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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저거 보니까 갑자기 꼬리찜도 먹고 싶어졌어요.”

은조는 점심도 걸렀다는 민후가 걱정되어 빨리 밥을 먹게 해주고 싶었다.

점심을 못 먹었다는 민후는 꼬리찜을 맛있게 먹었다.

민후가 밥 먹는 모습을 보며 은조는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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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수제비는 내일 먹으러 다시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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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들깨 수제비 먹었어도 만족스럽지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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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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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먹고 싶은 건 옛날에 엄마가 해주셨던 들깨 수제비거든요. 김치도 씻어서 넣고 끓인 거라서 식당에서 파는 거랑은 맛이 달라요.”

민후가 고개를 들고 은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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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이 먹고 싶은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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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렸을 때는 맛이 별로였거든요? 그냥 엄마가 해주는 거니까 먹었던 건데 이제 못 먹으니까 그게 생각나더라고요.”

아쉬운 얼굴로 말하던 은조가 금세 표정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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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꼬리찜도 너무 맛있어요. 몸보신도 되고 너무 좋은데요.”

식사를 끝내고 은조는 집으로 가고 민후는 남은 일이 있어 회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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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 씨, 수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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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일 끝내고 갈게.”

손을 흔들며 말하는 민후의 표정이 어쩐지 결연해 보였다.

*

일을 끝내고 퇴근하면서 민후는 은조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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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지 말고 기다려. 내가 오늘 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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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거,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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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

문자를 보낸 민후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장모님에게 곧바로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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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들깨 수제비 언제 가지러 가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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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랑 준비 다 했으니까 가지러 오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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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지금 가겠습니다.”

민후는 아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이 먹고 싶다는 사실을 알고는 곧장 송화에게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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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가 장모님이 해주셨던 들깨 수제비가 먹고 싶답니다.’

이 말 한마디만 했는데도 송화는 목이 메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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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가, 우리 은조가 그게 먹고 싶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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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요즘 임신해서 그런지 먹고 싶은 게 부쩍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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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 어릴 때는 너무 걸쭉하다고 안 좋아하더니. 알았어요. 내가 해줄게요.’

민후는 송화의 가게로 가서 들깨 수제비를 받았다.

완성된 음식이 아닌 밀키트 수준이었다.

육수와 반죽, 들깨가 따로 포장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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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육수 끓이면서 반죽만 손으로 조금씩 떼서 넣으면 돼요. 들깨는 마지막에 넣고요.”

이렇게 반조리로 가져가서 자신이 해주면 아마 은조가 깜짝 놀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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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엄마가 해주던 그 맛이 나는 거냐고 놀라겠지?’

놀라는 은조의 모습을 상상하니 민후는 벌써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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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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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도 아닌 음식인데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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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엄마가 해줬던 그 맛을 내는 식당이 없다고 아쉬워했는걸요. 분명 좋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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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맛있게 먹어요.”

송화가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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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은조와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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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윤 회장이 곧 조사를 받게 되면 아마도 길지는 않아도 구속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은조와 장모님이 만나는 데 방해될 것이 없다.

윤 회장 측에서 수를 써서 구속을 피할 확률도 없지는 않지만, 최대한 빨리 아내가 장모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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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설명하기는 시기상조고 곧 좋은 소식이 올 겁니다.”

민후는 그렇게만 얘기하고 가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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