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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재벌 갑질 영상 (34/100)

36. 재벌 갑질 영상2022.01.04.

예지는 소식이 궁금해 중국에 보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16551888325428.png“최 실장, 어떻게 됐어요? 괜찮은 사진은 좀 건졌어요?”

16551888325433.jpg[그게…….]

민후에게서 칩을 빼앗긴 남자가 머뭇거리다가 민후에게 걸렸다는 말을 했다.

16551888325428.png“서방님한테 들켰다고요?”

예지가 이로 빨간 입술을 짓이겼다.

16551888325428.png“멍청하게 들키긴 왜 들켜요!”

여과 없이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16551888325428.png“그래서 사진 찍은 건 어떻게 됐어요?”

16551888325433.jpg[칩을 뺏겼습니다.]

16551888325428.png“뭐? 그럼 사진 하나도 못 건졌어요?”

16551888325433.jpg[예.]

16551888325428.png“젠장! 무슨 일을 그렇게 해요!”

예지가 빽 소리치자 남자가 말했다.

16551888325433.jpg[그래도 사모님과 관련된 건 모릅니다. 그냥 프리랜서 사진기자라고만 했습니다.]

16551888325428.png“당연히 몰라야지. 그것까지 들키는 날엔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요.”

예지가 독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16551888325428.png“그럼 기사로 낼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예요?”

전화를 끊은 예지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16551888325428.png“항공권이랑 호텔비만 날렸잖아! 짜증 나.”

16551888325433.jpg“왜? 일이 잘못됐어?”

예지의 친정엄마인 김희정이었다. 예지의 본가 기업 이엑스푸드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16551888325428.png“사진 찍다가 서방님한테 들켰대. 그 사람 왜 이렇게 허술해? 엄마가 소개해준 사람이잖아.”

16551888325433.jpg“최 실장이 일은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인데 이상하네. 전에 네 아빠 상간녀 뒷조사할 때도 그 사람이 사진 찍어서 해결한 거잖아.”

16551888325428.png“서방님이 너무 철벽이더래. 여자가 접근해도 딱 벽을 쳐서 무리해서 사진을 찍으려다가 들켰대.”

희정이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16551888325433.jpg“그 시동생 빨리 제거해야 우리 강 서방을 회장님 만드는데.”

예지는 이번에 친정엄마와 계획을 꾸미고 민후의 스캔들을 만들려고 했다. 희정도 예지가 한주 그룹의 회장 사모님이 되기를 바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희정이 예지를 토닥이며 달랬다.

16551888325433.jpg“괜찮아. 또 기회가 올 거야. 강 서방 차기 회장님 만드는 데 엄마도 힘을 보탤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희정은 예지의 배를 보며 말했다.

16551888325433.jpg“그러니까 너도 빨리 애를 가져. 늦게 낳아도 아들을 먼저 낳으면 또 얘기가 달라질 거다. 시험관 한 번만 더 시도해봐.”

16551888325428.png“엄마 진짜 너무 짜증 나. 왜 아버님은 애를 먼저 낳은 자식한테 지분을 준다고 해서는 날 이렇게 고생시키는 거야!”

예지가 몹시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16551888325428.png“지분만 아니면 나 애 낳을 생각도 없어! 나 애들 싫어하는 거 알잖아.”

무남독녀였던 예지는 엄마 앞이라 더 짜증을 냈다.

16551888325433.jpg“알지. 우리 딸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어?”

16551888325428.png“누구긴 누구야! 동서 그년 때문이지.”

먼저 임신하는 바람에 손아래 동서가 차기 회장님 사모 자리에 성큼 다가갔다는 사실도 희정은 알고 있었다.

16551888325428.png“엄마 걔 있잖아. 아무래도 이상해.”

16551888325433.jpg“뭐가?”

16551888325428.png“내가 사람을 시켜서 뒤를 밟고 있는데 산부인과에 다니지를 않는대. 그리고 임신한 사람이 커피도 막 마신대.”

예지는 며칠 은조의 뒷조사를 했던 보고를 듣고는 더욱 의심을 품고 있었다.

16551888325428.png“혹시 임신 아닌데 서방님 회장님 시켜주려고 거짓말한 거 아닐까?”

16551888325433.jpg“그런 거짓말을 어떻게 해? 바로 티 나잖아. 배불러 올 텐데.”

16551888325428.png“배불러 오기 전까지는 모르잖아.”

16551888325433.jpg“엄마가 한번 알아봐 줘?”

16551888325428.png“어떻게?”

16551888325433.jpg“의료기록 조사해 보면 되지. 엄마도 정보력이 좀 있잖아.”

희정이 예지를 달래고는 테이블의 다 식은 찻잔을 들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표정이 무섭게 돌변했다.

16551888325433.jpg“재스민!”

희정이 집에서 일하는 필리핀 국적의 도우미 이름을 날카로운 목소리로 불렀다. 필리핀 도우미가 겁에 질린 얼굴로 부리나케 뛰어나왔다.

16551888325433.jpg“네. 왜 그러세요. 사모님.”

16551888325433.jpg“이걸 손님 먹으라고 내 왔어? 차가운 차를 어떻게 먹으라고!”

차는 아까 내왔는데 예지와 길게 얘기하느라 차를 입에도 대지 않아서 식어버린 거였다.

16551888325433.jpg“죄송합니다. 다시 뜨겁게 데우겠습니다.”

도우미가 허리를 숙이며 찻잔을 가져가려고 하자 희정이 찻잔을 들어 도우미 얼굴에 뿌려버렸다. 그러고는 찻잔은 바닥에 던져버렸다.

16551888325433.jpg“느려터지고. 일머리 없는 것들!”

얼굴에 찻물을 뒤집어쓴 도우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찻잔을 줍고 바닥을 닦았다. 그 광경을 예지는 아무런 감흥도 없이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보았던 풍경이라 새로울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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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조는 다음날 오후 SNS에서 핫한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재벌의 갑질이라는 영상으로 백화점 직원에게 옷가지를 던지며 폭언을 하고 직원에게 사과하라며 무릎을 꿇린 CCTV 영상이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보고 넘겼던 그 영상을 잠시 후 인터넷 뉴스에서 다시 접했다. -이엑스푸드 부회장 갑질 영상 논란- 이라는 제목이었다. 이엑스푸드는 예지의 친정 기업이었다. 심지어 부회장은 예지의 친정엄마인 것으로 알고 있다. 놀란 은조는 기사를 유심히 읽었다. -이엑스푸드 김희정 부회장(62)이 지난 1월 백화점 직원에게 옷가지 등을 던지고 무릎을 꿇게 하며 갑질을 하는 CCTV가 공개되어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해외 유명 명품 옷을 사려고 했으나 다른 사람에게 예약되었다는 직원의 말에 VIP에 대한 서비스가 이따위냐고 화를 내며 직원에게 무릎까지 꿇게 했다.- 재벌 갑질 영상은 일파만파 퍼져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이엑스푸드의 불매운동은 물론이었다. 은조는 사돈으로 김 부회장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겉으로는 교양있는 척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픽 웃었다.

16551888419804.png“그 엄마에 그 딸인가?”

은조는 동영상 속 부회장 모습에서 예지의 모습을 언뜻 보았다. 예지도 회장님이나 아주버님이 보는 데서는 예의 바른 척하지만, 뒤로는 도우미나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말을 함부로 했다. 동영상 속 부회장의 행동이 예지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 핸드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던 예지가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

16551888325428.png“이 기사 쓴 곳이 대체 어디야? 구멍가게 같은 언론 주제에 감히 누굴 건드려!”

예지는 기사를 쓴 기자 이름과 언론을 하나하나 눈에 익혔다.

16551888325428.png“김○○ 기자. 뉴스넷통신. 너희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한창 열불을 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민후였다. 민후의 이름을 보고는 뜨끔했다. 어제 사진 찍던 최 실장이 민후에게 걸렸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과 연관 있다는 사실은 민후가 모른다고 했었다. 시치미를 떼기 위해 예지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16551888325428.png“여보세요.”

16551888446355.png[형수님. 접니다.]

16551888325428.png“어머, 이게 누구예요? 서방님 아니세요? 서방님이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 웬일이세요?”

16551888446355.png[오늘 인터넷 보니까 사돈어른 기사가 났던데요.]

예지가 불쾌한 듯 인상을 썼다. 그러다가 싹 표정을 바꾸고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냈다.

16551888325428.png“아, 호호. 별거 아니에요. 대중들이 참 어리석죠? 악마의 편집으로 딱 오해받을 만하게 만든 영상을 보고는 다 믿어버리다니.”

16551888446355.png[악마의 편집이요? CCTV인데 편집할 게 뭐가 있습니까.]

민후의 말에 예지는 이로 입술을 짓이겼다.

16551888325428.png“전화는 왜 하신 거예요?”

16551888446355.png[아, 오늘 기사보니까 생각난 게 있어서요.]

예지는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러나 생각하며 긴장한 표정이었다.

16551888446355.png[제가 영상 하나를 가지고 있거든요.]

16551888325428.png“영상이요? 무슨 영상?”

16551888446355.png[지금 보내드릴 테니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러고는 동영상 하나가 메신저로 들어왔다. 예지가 영상을 재생해보았다.

16551888474517.jpg<이게 얻다 대고 싸가지없이! 야, 너 잘리고 싶어?>

동영상에는 화가 잔뜩 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뭔가 기시감이 들었다. 자신의 목소리 같았기 때문이다. 얼굴이 나오지 않은 영상이라 예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영상을 유심히 보았다. 화면에 찍힌 차 내부나 얼핏 비치는 기사의 모습을 보아하니 영상 속 여자는 자신이었다.

16551888325428.png“허업!”

예지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16551888325428.png‘이게 대체 언제 찍힌 거야?’

커다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했다.

16551888446355.png[영상 잘 보셨어요?]

감정 없이 정제된 민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지는 일단 발뺌하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6551888325428.png“이게 뭐예요? 왜 이런 걸 나한테 보내요?”

16551888446355.png[그거 형수님 아닙니까?]

16551888325428.png“아닌데요?”

16551888446355.png[맞는데, 목소리, 말투가 딱 형수님인데요.]

16551888325428.png“아니라니까요!”

16551888446355.png[제가 영상의 일부만 보냈거든요. 얼굴 찍힌 풀 영상 한번 보시겠습니까?]

예지는 불안함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임을 확신했으니 이렇게 영상을 보내는 것이 분명했다. 민후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어설프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예지는 알고 있었다.

16551888446355.png[사돈어른 기사가 이슈가 되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데 이걸 언론에 던져주면 아마 벌떼같이 몰리겠죠?]

불안함과 두려움에 예지의 큰 눈이 더 커다래졌다.

16551888446355.png[이엑스푸드 부회장님 갑질에 이어서 똑 닮은 그 딸의 갑질까지.]

민후가 쯧,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16551888446355.png[불매운동이 점점 확산하던데, 이 영상까지 풀리면 타격이 클 겁니다.]

16551888325428.png“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예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16551888446355.png[왜 이러는지 형수님이 잘 아실 텐데.]

민후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16551888325428.png“뭐, 뭘요?”

민후가 짧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16551888446355.png[형수가 저지른 일들, 인정하고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16551888325428.png“내가 저지른 일들이라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16551888446355.png[하나하나 열거할까요?]

예지는 심장이 불안하게 쿵쿵 뛰었다.

16551888446355.png[이선주 씨 중국에 보내고 몰래 사진을 찍게 한 거.]

예지의 눈이 크게 동요했다. 다 알고 있었다.

16551888325428.png‘사진기자 말로는 자신과 연관되었다는 건 모른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이선주랑 사진기자가 다 불었나?’

여기서 더 거짓말하며 발뺌을 할 것인지, 인정하며 사과하는 것이 유리한지 고민되었다.

16551888446355.png[사진 찍어서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요? 내 스캔들 기사라도 내려고 그랬습니까?]

16551888325428.png“허, 난 지금 서방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사진이라니, 무슨 사진?”

예지는 끝까지 발뺌하는 쪽을 택했다.

16551888446355.png[형수, 하나만 물읍시다.]

긴장되어 예지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16551888446355.png[대체 임신한 제 아내는 왜 계단에서 민 겁니까?]

예지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16551888325428.png‘그것까지 알아?’

은조가 분명히 얘기했을 것이다. 자신이 민 걸 분명 느꼈을 테니까 당연한 건가.

16551888325428.png‘아냐! 정신 차려! 끝까지 아니라고 발뺌해야만 해! CCTV도 없는데 어떻게 증명할 건데?’

예지가 표정을 사납게 바꾸며 쏘아붙였다.

16551888325428.png“밀긴 누가 밀었다고 그래요! 동서가 그래요? 진짜 생사람 잡네. 잡아주려고 손을 내밀다가 그렇게 됐다니까요? 그냥 사고였어요!”

16551888446355.png[계속 오리발 내밀 겁니까?]

예지가 끝까지 자신은 아니라고 억울해하자 민후가 결심한 듯 말했다.

16551888446355.png[인정하고 사과하면 이 영상은 폐기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예지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민후가 자신의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다.

16551888446355.png[언론에 보낼 영상은 형수님 얼굴이 확실히 찍힌 풀 영상입니다.]

16551888325428.png“자, 잠깐…… 서, 서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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