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7. 단서 (86/100)



〈 86화 〉7. 단서

혼란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갑작스레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진 돌연변이들. 그에 의문을 표하던 것도 잠시, 각각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그 원흉을 향해 증오를 휘둘렀다. 퍼져나가는 피. 튀어오르는 살점. 차가운 피비린내는 씁쓸한 화약 냄새를 뒤덮었다.


슬픔을 머금은 광기. 돌연변이를 재료삼아 한동안 불타오르던 그것은 이내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남은 것은 허탈함과 상처뿐인 승리. 기약없는 내일 뿐이다. 마을 곳곳에 주저앉은 그들은 넋나간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 가운데서 묵묵히 기절한 너구리의 다리 한 쪽을 잡고 바닥에 질질 끌고가는 카지트의 모습은 유독 튀었다. 죽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울퉁불퉁한 바닥에 스칠 때마다 끄으윽하고 신음소리는 너구리가 살아있다는  보여줬다. 그렇다고 부상자를 끌고간다고 하기엔 그 손속은 매우 거칠었다.



무엇보다 카지트가 끌고가는 이는 마을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마을 내부의 일을 담당하는 이가 아니던가. 어째서 외부인인 카지트가 그를 저렇게 끌고가는지 알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 심상찮은 분위기다.



멍하니 그 광경을 응시하던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 일어나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사람, 또  사람.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그를 따라 마을 가운데로 향했다. 카지트가 두르고있는 심상찮은 분위기가 그들에게 있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슬픔과 비통함을 잊을 것이 그들에겐 필요했다.



카지트가 도로스들과 뮐러들이 쉬고 있는 마을 한 가운데까지 도착하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카지트의 눈길이 재빠르게 일행들을 훑었다. 닥터 윌슨을 제외하고 모두 피범벅이긴 했지만, 별다른 상처는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안도를 속으로 삼켰다.



당황과 의문, 그리고 의심. 다양한 시선들이 카지트와 기절한 너구리 수인에게 내리 꽃혔다. 오로지 카지트의 일행들만이 경멸섞인 눈초리로 너구리를 내려다볼 뿐. 도로스들과 뮐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까지. 모든 이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뮐러였다.




"대체..그, 이게 대체 무슨 일이..입니까?"


당혹섞인 의문. 그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다. 마을을 도와주던 외부인이 마을사람, 그것도 마을 내부의 일을 전담하는 자를 질질 끌고 왔으니. 그는 태연자약한 도로스들의 모습에 이것이 카지트의 독단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가 분노를 표출하기 바로 직전,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답이 프로바움에게서 흘러나왔다.

"이번 사건의 주범일세."


나지막하지만 묵직한 한 마디. 그것이 마을 내부를 강타했다. 다들 그것이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씩 다가오는 진실의 무게는 어마어마한 것이어서, 프로바움의 발언을 이해 할 때쯤엔 모두 억눌린 신음을 내었다.




"그,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그따위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들어줄 여유는 없수!"




"헛소리 따위가 아닐세. 이 자가 돌연변이를 움직여 마을을 없애려고 한 범인이라오."


믿을  없다면 증거를 보여주지, 프로바움은 카지트에게 고갯짓을 해보였다.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인 카지트는 수통을 꺼내 너구리 수인의 얼굴에 들이 부었다. 갑작스런 물세례에 깨어난 그는,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카지트의 얼굴을 보고 잠시 멈칫했으나, 그가 벌인 일을 기억해내곤 악다구니를 질렀다.



"이..이 빌어먹을 자식이! 감히 그분과 그분의 선택을 받은 나를 농락해!!"

상황파악 못하고 악을 써대는 너구리를 카지트는 한심하단 눈으로 내려다봤다. 직접 손을 쓰지도 못하고 입으로만 떠드는 한심한 녀석. 항상 교활하게 뒤에서 공작을 벌이는 이들은 그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였다. 그 부류에 해당하는 녀석은 웅성거리는 주위의 소음에 이상하다는 얼굴로 돌아보고나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거의 보랏빛으로 변하는 얼굴이  볼만하다고 생각하며 카지트는 입을 열였다.



"이 자의 집에 파울로가 죽어있었다. 그리고 돌연변이 두 마리가 이 녀석을 지키고 있더군."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말도 안돼!"



사방에서 경악이 터져나왔다. 어떤 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이름을 부르짖기도 했다. 뮐러는 파울로의 부고를 듣자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힘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질 듯한 무릎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와중에도 너구리 수인은 제가 지은 죄를 부정했다. 카지트는 그 면상에 침을 뱉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냈다. 그러나 그르릉 하는 위협적인 목울림만은 막을 수 없었다. 녀석은 찔끔하며 어깨를 움츠렸으나 그 뿐이었다.

"허,헛소리! 돌연변이가 파울로를 물어죽인 거라고!"




"증거는..증거는 있수..있습니까?"



뮐러는 제발 아니라고 말해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절박하게 카지트에게 물었다. 정직하다 못해 진솔한 그의 반응. 적어도 마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내부인이 촌장을 죽였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으리라.



프로바움은 다시 카지트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돌연변이 두 마리와 만났는데도 조그만 생채기도 없었어. 돌연변이를 조종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농담같은 말에 뮐러는 성을 낼 뻔 했다. 그러나 마주치면 서로 잡아먹기 바쁜  흉악한 놈들이 사이좋게 사람만을 노리다니.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마을을 봉쇄하고 사람들이 굶어죽기를 노리다니, 돌연변이의 범주를 넘어섰다.

뮐러는 말도 안됀다고 생각하면서도  생각이 점점 그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둘다 터무니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무리짓고 전술을 생각하는 돌연변이같은 끔찍한 것보단 누군가 돌연변이들을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이 좀 더 그럴듯 했으니까.



"어떻게..대체 어떻게 그런게 가능합니까.."


"글쎄..그건 광신도인 저 녀석에게 물어보면 더  알겠지."

광신도. 그 혐오스럽고 저주받은 단어가 나오자 모든 이의 시선이 너구리에게 칼날처럼 박혔다. 예전부터 광신도들이 저지른 정신나간 참극은 어린애들이라도 알고 있다.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살아오지 않은 이상 그런 풍문은 흐르고 흐르는 것이다.

시체를 삶아먹고 뼈로 집을 짓는다는 것들. 마을의 일원이 그런 무시무시한 소문을 가진 광신도라니!

그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빛에선 한 줄기 온기나 믿음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의 행실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제 버릇 어디 못준다고,  마음에 들지않는 이들을 도로스들 대하듯 대했을 거라는 게 훤히 눈에 보였다.



얄팍한 이들만큼 읽기 쉬운 건 없었다. 프로바움과 카지트는 속으로 조소했다.


"그,그게 아니야. 뮐러,  사람아, 어째서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 난 정말 모르는 일이야! 그, 그래! 저놈이야! 날 끌고  저놈이 파울로를 죽였다고!"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항변했다. 그러나 이미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뮐러의 마음을 되돌리는데엔 역부족인  했다. 돌연변이와 사투를 벌일  홀로 숨어있던 동료와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워준 외부인. 이번만큼은 누구도 그에게 귀를 귀울이지 않았다.




마을의 촌장이 죽고 마을을 전멸 직전까지 몰아넣은 이가 같은 마을사람이다. 폭탄처럼 연이어 터지는 진실에 초췌하게 퍼져버린 뮐러는 텅 빈 눈으로 카지트들을 쳐다보았다.


무엇을 믿어야 할 지, 무엇을 해야   갈피를 잃어버린 눈이다. 보기 딱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아쉽게도 그들에겐 그를 도와줄 여유도 시간도 부족했다. 프로바움은 은근한 어조로 재촉했다.




"글쎄, 저 치의 집을 수색해보면 뭐라도 증거가 나올 거라 생각하오만?"


"..알겠수다."



얼마나 상심이 컸는지 존댓말을 그만둔 것도 모르는 듯 했다. 그러나 일행들은 그다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바닥에서 굴러먹는 용병인생. 존댓말을 들을 기회는 손에 꼽을 정도이니, 그런 겉치레엔 관심이 없었다.

프로바움의 조언대로 뮐러는 자경대원 몇명을 뽑아 너구리의 집으로 보냈다. 기다리는 동안 뮐러는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기력이 다한 모습으로 폐허에 걸터 앉아, 바닥을 응시했다.

"왠지 씁쓸하네요."

도로스는 거의 망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처참한 촌락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고향은 어떻게 되었을까. 병약한 누이가 떠올랐다. 잘 지내겠지? 에메랄드 컴퍼니의 토벌대가 갔으니 잘 해결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약하디 약한 누이의 몸상태라면 아무래도 상태가 염려되었다. 돌연변이 때문에 놀라진 않았을까. 밥을  먹고 있을까? 도로스는 씁쓸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다르게 받아들였는지, 닥터 윌슨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쉽,지만 저희들,은 여기서 무언갈  해,줄 수는 없습니,다. 다시 일어서는  남,은 분들의 몫입,니다..만, 저도  안,타깝긴 합니,다."

"닥터 말이 맞다오. 매정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우린 이미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선 최선을 다했소. 생존자 하나 없었을 마을을  정도나마 살렸으니 말일세."


말을 마친 프로바움은 한 곳을 지그시 바라봤다. 타닥, 하고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자경대원들.


뮐러가 너구리 수인의 집으로 수색을 보냈던 이들이다. 그들은 반쯤 울고 있었다. 아마 파울로의 시신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들은 반쯤 격분하고 있었다. 그 대상은 명확하다. 너구리 수인을 볼 때마다  시선에선 끝없는 분노와 살의만이 넘쳤다.



그들은 씩씩 거리면서도 용케 자제했다. 그러나 그들의 불타는 눈빛만은 너구리 수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이글대는 불꽃처럼 그르렁대는 위협음이 이따금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증거는..?"



마치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질문하는 뮐러의 목소리에선 생기를 찾아볼  없었다.

자경대원들은 대답대신 무언가를 내보였다.



새하얀 로브와 얼굴 전체를 뒤덮는 고깔 모양의 두건.

모든 이들이 그것을 알아보고 소리없는 경악과 분노를 내질렀다. 광신도의 상징. 도저히 몰라야 모를 수 없는 그것이 그들의 눈 앞에 버젓히 존재했다. 항상 광신도들이 벌인 참극 속에서, 그들을 묘사할 때 나오는 것들.


그 끔찍한 것들이 눈 앞에 있다.




한 순간 파이프의 금속 외벽처럼 차가워진 분위기는 이내 번들거리는 원망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너구리 수인은 광신도다. 파울로를 죽이고 돌연변이들을 조종해서 마을을 위험으로 빠뜨린. 그는 배신자다. 수많은 가족과 이웃을 죽음으로 내몰아넣은.




광신도의 옷을 보자  몸의 피가 빠져나간 것처럼 새하얗게 질린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모든 것을 들켰기 때문인지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엔 후회나 자책같은 감정따윈 없다.


오히려 아쉬움과도 같은 감정이 묻어있었다.

천천히 금방이라도 그에게 달려들 듯한 마을 사람들을 돌아본 그는 도로스들은 보자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빌어먹을 자식들! 구정물에나 뒹구는 더러운 용병 나부랭이 새끼들!! 너희만 아니었으면..그분께서 내려주신 사명을 다 할  있었을 텐데!!"



썩은내나는 외침이다. 그는 꽥꽥거리며 시끄럽게 짖어댔다. 제 분수도 모르고 날뛸 수록 주변의 분위기는 차가워지는 동시에 뜨거워졌다. 차가운 침묵. 꽉 쥐어진 채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들. 잇사이로 흘러나오는 동물 계통 수인들의 위협음은 매섭기 짝이 없었다.

주절주절 사방으로 욕설을 퍼부어대는 꼴을 보다못한 카지트는 발로 그의 안면을 걷어차 입을 닫게 만들었다. 동시에, 그는 마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침묵으로 경고했다.




이건 내가 먼저 잡았으니 우선권은 나에게 있다.


금방이라도 터질  폭탄같은 좌중의 분위기도 카지트의 서늘하고 차가운 눈빛 앞에 고개를 수그렸다. 그는 너구리 수인의 한 쪽 다리를 잡고, 그나마 상태가 제일 좋은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일단 알아낼  좀 알아내고 난 후에 넘겨주지."



누구도 항변 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차가운 살의로 정련된 그의 눈빛을 감당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지트는 천천히, 옛 기억을 더듬었다. 케케묵은 피와 기름찌꺼기 사이로 부식된  냄새가 피어오른다. 일방적인 피의 냄새. 고문을 하고 고문을 받던 기억들. 특수부대의 잔재다. 정보를 빼내기 위해 고문법을 배우고, 정보를 불지않기 위해 고문을 받으며 내성을 키웠다.



끔찍한 기억들이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는 반쯤 사심과 짜증을 담아 정성스럽게 '담금질'을 시작했다.




이윽고 너구리 수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명. 비명. 비명. 비명. 흐느끼는 신음부터 고통에  악다구니까지. 숙련된 고문관은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에게서 온갖 정보를 캐냈다.

카지트가 일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고작 십 수분이 흘렀을 뿐이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엔 두려움에 차 있었다. 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기분나쁜 비명엔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카지트는 혹시나 냉혹무비한  모습에 도로스와 닥터 윌슨이 두려워 할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카지트란 사내에 대해 이미 알만큼 알고 있는 둘은 그저 시큰둥한 반응이다. 물론 고문이란 행위에 약간 놀라긴 했으나, 그저 그것 뿐이었다.

노련한 사냥꾼인 도로스나 독한 면이 있는 닥터 윌슨도 적에겐 일말의 망설임이나 감정을 가지면 안된다는 사실을 아는 까닭이다. 물론 첫 대면부터 신경을 건드리는 너구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복수의 대상인 너구리의 생사가 궁금했던 몇몇은 그가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의 처참한 몰골을 본 이들은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헛구역질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카지트는 그 광경에서 고개를 돌렸다.



"..가자.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해줄게."



카지트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상시에 대비해 짐은 이미 싸둔지 오래다. 그저 들고 가기만 하면 되니 오래 걸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마을을 대표하여 뮐러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저흰 어떻게.."


말을 흐리는 게 스스로 한심한 꼴을 보이고 있다는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엔 일말의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마을을 구해준 이들이 그 후까지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이유모를 기대감. 그것은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도로스들이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마을을 재건하든 각기 흩어져 다른 마을로 이민을 가든 그건 그들의 선택이다. 도로스들은 이미 그들이 짊어진 임무와 따라붙는 추격자들 만으로 이미 충분히 버거웠다.




"그건 자네들이 알아서 하게."

칼로 쳐내는 것처럼 프로바움은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 그들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도로스들은 몰랐다. 관심 또한 없었다. 그러기엔 모두들 너무나 피곤했다. 그들은 조용히, 묵묵히  짐을 챙겨서 마을을 빠져나갔다.



도로스가 마지막으로 마을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사람들이 너구리가 있는 집으로 몰려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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