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7. 단서 (77/100)



〈 77화 〉7. 단서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나,눠서 두 가지 입니,다. 그냥 무시하고 바로 하겐으,로 출발 한다, 아니면 이곳에 남아,서 광신도와 연관된 단서,를 찾는다, 입니다. 음, 어느,쪽도 중요한 지라 그리 쉽,게 포기 할 순 없겠,습니다."



닥터 윌슨의 말에 프로바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애매한 문제지."


당장 하겐으로 향한다면 유적 발굴대가 전멸했다는 것과 그들을 쫓는 추격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간의 전폭적인 지지를 보건대 분명 에메랄드 컴퍼니에선 어떠한 조취를 취해 줄 것이 틀림없다. 어떠한 방식의 도움이 될 지는 아직 몰랐으나, 확실한 것은  더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다만 어쩌면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광신도의 단서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 그들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이 촌락이 무사하게 남아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으니까. 현재 촌락이 처한 상황을 보아하니 아마 며칠이면 모든  끝나있을 가능성도 그리 낮지는 않았다. 열악한 식량 사정과 빈약한 무장으론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이번 기회를 걷어찬다면 다음 기회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법이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광신도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리고 무한동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곳에 남아서 저들을 도운다면 어떨까.


꼬리를 드러낸 광신도의 흔적을 더듬어간다면 놈들의 거점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어째서 파이프를 부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만약에 운이 정말로 따른다면 무한동력을 탈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들은 전부 가정에 불과하다.




또한 그 기회비용을 무시 할 수도 없다. 가장 먼저 추격자의 위험이다. 말릭과 멕도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끈질기게 도로스들의 뒤를 쫓을 것이 틀림없다. 이번이야 어찌어찌 잘 넘겼다고 하나, 분명 머지않아 충돌하게 될 터. 녀석들의 실력은 이쪽과 거의 비등하니 별다른 상처없이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추적자들을 상처없이 끊어내기 위해선 에메랄드 컴퍼니의 도움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에 남아서 마을과 자경대를 돕는다면 에메랄드 컴퍼니의 조력을 받기 요원하다. 그들과 연락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차후 광신도 뿐만이 아니라 추격자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것이 자명하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유적 발굴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일정기간 소식이 없다면 에메랄드 컴퍼니에서 조사차원으로 사람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유적 발굴대가 전멸했다는 사실을 깨닫겠지. 최악의 경우 도로스들이 발굴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쓸 수도 있다. 발굴대가 전멸한 것을 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보고하지 않았으니 의심의 여지는 충분했다.

당장의 안전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한 가능성에 투자  것인가.



일행은 고민했다. 도로스는 반은 여기 남고 반은 하겐으로 향하는 게 어떻게냐고 건의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쓸데없는 짓이라는 게 명확했던 까닭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상황에서 일행을 둘로 나눈다는 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둘로썬 추격자와 마주쳤을 때 대적 할 수 없고 또한 둘만으로는 수많은 마을 밖에 도사린 수많은 돌연변이들을 상대하기 버거웠다. 넷이서 해도 될까말까인데 굳이 반으로 나눈다면 이도저도 안될  불보듯 뻔했다.


결국 일행은  중 하나를 선택 할  밖에 없다.




"어렵군 어려워. 어느 쪽도 중요하니..."

프로바움은 말을 흐렸다. 뿌옇게 허공을 누비는 담배연기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그는 후, 하고 숨을 내뿜어 몸을 부벼오는 그것들을 떼어내곤 눈을 반개하며 한층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나는 안전하게 가고 싶군.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쫓기는 것보단 낫지않을까 싶네."

자동인형은 시선을 귀뚜라미에게 옮겼다. 무언으로 그의 의견은 어떤지 묻고 있었다. 닥터 윌슨은  손으로 각각  아래 팔짱을 끼곤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결단이 나오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 저는 이,곳에 남아서 임,무를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위험,하단  알고 있습,니다만..그래도 호기심이 더 큽,니다."


아무래도 닥터 윌슨은 광신도와 무한동력에 관한 흥미와 호기심이 더욱 큰 것 같았다. 그 열성적인 학구열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프로바움은 놀랄 것도 없이  쯤은 이미 짐작했다는 태도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이번엔 카지트에게 머물렀다.

그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고려한다면 도저히 어느쪽을 선택  지 알 수가 없어 프로바움은 파이프만 뻑뻑 피워댔다.




"난..남겠어."

의외의 선택이었다. 지금의 카지트라면 일행을 지키기 위해, 좀  안전해지기 위해 바로 하겐으로 달려가는 쪽을 선택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째서인가?"


"거기가  위험 할 지도 몰라."

카지트의 충격적인 발언에 장내가 얼어붙었다. 그런 생각은 못했다는 듯 도로스들은 놀란 눈초리로 카지트에게 집중했다. 지금까지 든든한 지원군이라 생각했던 에메랄드 컴퍼니 내에 그들을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다? 그리 쉽게 믿기 힘들고,  믿고싶지않은 이야기였다.

짧은 침묵. 일행은 이야기를 들어나보자는 심정으로 얌전히 카지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천천히 생각을 다듬은 카지트는 천천히 그가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했다.



"추적자들이 우리들이 있는 곳을 처음부터 알고 있다는 것처럼 따라왔잖아? 그렇다는 건 에메랄드 컴퍼니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게 아닐까."

여기저기서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카지트는 아랑곳않고 말을 이었다.

"에메랄드 컴퍼니로 가는 편이 어쩌면 좀 더 위험 할 지도 몰라. 그리고 당분간은 누구도 우리가 이곳에 있는지 모를테니 그동안 단서를 모으는 게 낫다고 생각해."




닥터 윌슨이 그것도 맞는 말이라며 음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은 있었다. 추적자들은 도로스들이 북부의 유적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북부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북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적들 중에 도로스들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하루에 불과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않았다. 무엇보다 에메랄드 컴퍼니의 유적 발굴대가 기거하는 곳은 어느 정도 정보통제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카지트의 말대로 에메랄드 컴퍼니 내부의 첩자가 있다고 보는게 좀  현실가능성이 있었다.


"골치아프군. 그럼 지금 바로 하겐으로 향한다고 해도 우리가 누명을 쓸지도 모르겠어. 비밀 의뢰를 맡고 있으니 우리 행적은 아마 기밀로 처리될 텐데, 거기에 손을  수 있을 정도의 권력자라면... 발굴대를 습격한 게 우리라고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겠군 그래."



프로바움은 팔짱을 낀 채 낮게 침음성을 흘렸다. 닥터 윌슨 또한 비슷한 결론을 내렸는지 손으로 얼굴을 내리 쓸었다. 거의 결론은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름하르트에게  소식을 전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러기엔 그들은 너무 멀리 나와 있었다.


"추격자,와 에메랄드 컴퍼니와 싸,우는 거라면 나중,으로 밀어두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무리일,지 몰라도 에메랄드 컴퍼니 본사까,지만  수 있다면 어떻,게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닥터 윌슨의 타당한 첨언에  수 없다는 듯 프로바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나서 그는 도로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미 거의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정해진 분위기 였지만 그래도 도로스의 의견이라도 들어보자는 뜻이다.


"이미 대충 결론이 나온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자네 의견도 들어보고 싶군. 도로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음, 저는 도와주고 싶어요. 제 마을 생각이 나기도 하고.."

도로스는 그의 고향과 그곳에 남겨둔 사람들을 떠올리고 말을 흐렸다. 이 작은 촌락의 처지와 몰골을 보고 그동안 어떻게 마을 사람들이 지냈을지 걱정이 떠오른 것이다. 특히 그의 누이에 대한 걱정이 컸다. 병약한 그의 누이가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도로스는 점점 암울한 방향으로 향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에메랄드 컴퍼니의 토벌대가 파견되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도로스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결론은 났군."

프로바움은 고개를 끄덕이곤 벽에 몸을 기댔다. 결정이 났으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 지 논의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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