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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3.경매 (39/100)



〈 39화 〉3.경매


경매 개최까지 앞으로 하루. 감옥에 들어온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도로스와 닥터 윌슨은 초조해지는 마음을 자제할  없었다. 내일이면 결국 경매가 시작되고, 둘은 노예로 팔리게 되리라. 노예의 삶이 어떤지 둘은 모른다. 노예란 먼 옛날에 금지된 것이니까. 그러나 분명한 건, 그들은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 그 이상을 마주보게 될 거란 사실이었다.




길잡이의 감같은 특별한 능력이 없는 닥터 윌슨 또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카지트와 프로바움은 오지않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닥터 윌슨은 어두침침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어 예측할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마저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않았다. 무언가 문제가 일어났거나, 아니면... 그는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카지트와 프로바움이 그럴 리 없었다.




내가 죽는다면, 마을 사람들은? 누나는? 토벌대 없이, 마을은 돌연변이들에게 둘러쌓여 천천히 고사할 것이다. 아니면 그전에 잡아먹히거나. 어느쪽이나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기전에 뭐라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지배했다.




도로스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듯 감옥 안을 쉴새 없이 뱅뱅 돌았다. 닥터 윌슨이 그만하라고 말하기 전까지.



"어떡하죠? 아픈 척이라도 해볼까요? 아무래도 제가 꽤나 비싼 몸이라는 것 같으니."

설마 비싼 몸을 그대로 내버려두겠어요? 도로스는 애써 초조한 기색을 지우고 웃었다. 닥터 윌슨은 곰곰히 생각했다. 그의 말이 꽤나 그럴싸 했기 때문이다.

"그건...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데"




대답은 반대편 감옥에서 들려왔다. 반대편에 갇힌 검은 털을 지닌 개과 수인이었다. 항상 뭔가 길게 생각하고 말하는 덕분에 듣는 입장에선 복장이 터졌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의견을 주기 때문에 나름 괜찮은 이였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는 또다시 멍하니 뭔가를 생각하다, 닥터 윌슨이 인내심을 잃기 바로 직전에 대답했다.


"그야 봤으니까?"



"뭐를요?"




도로스는 질문하고 나서 아차했다. 또다시 답변이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한 까닭이다. 그리고 역시 그의 예상대로 대답이 돌아오기까진 꽤 시간이 걸렸다.




"한 달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 그...꽤 예쁜 여우 계통 수인이 와서, 총괄관리인이라는 놈이 와서 오두방정을 떨었거든. 근데 그 여우도 꾀병같은 걸 부려서 사람을 불렀거든? 그때까진 괜찮았는데, 의사가 와서 꾀병이라고 하니까 사람이 완전 변하더라."


그는 이번만큼은 말을 끌지 않았다. 외형과 달리 겁먹은 어조로 그는 조용히 말했다. 말하는 와중에도 주위를 살피는 게 여간 두려운 게 아닌 듯 했다.



"상품이고 뭐고 자기에게 거짓말하는 놈은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날뛰는데..."

그는    본 얼굴로 말을 끊었다. 둘은 대강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 껏 알아맞혔다. 플라잉 몽키즈가 정신나간 놈들이 듯, 비지니스 파트너 또한 정신이 나가있는  같았다. 그들은 말릭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고양이과 수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눈빛에서 느꼈던 이유모를 서늘함의 정체를 일부분이나마  본 듯 했다.

"안 하는  낫겠습,니다."



도로스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정신이상자라면 그다시 상종하지 않는 편이 현명했다. 아마 거의 무조건적으로 그의 손해가 될 확률이 높았으니까.




"그럼 어쩌죠? 내일이면 경매가 시작될 텐데."


카지트와 프로바움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어디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최소한 소란이라도 크게  바탕 벌여야 그들이 뭔가 눈치 챌 것이다. 한동안 고심하던 도로스는 굳게 다짐한 얼굴로 말했다.

"해볼게요."




닥터 윌슨은 처음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잠시후  의미를 깨달았다. 도로스는 어떻게든 난동을 피워, 혹시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동료들에게 힌트를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위험 할 겁,니다."




"그래도 해야 해요."

"진심,입니까?"

"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결사의 각오를 다진 도로스의 모습에 닥터 윌슨은 피곤한 눈을 문질렀다. 너무나 무모했다. 그의 계획은 기본적으로 카지트와 프로바움이 뉴 펜리스, 그것도 '뒷경매' 근처에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하지만 거기엔 수많은 변수가 있었다.

그 둘이 '뒷경매'가 열리는 위치를 모른다면? 만약 둘이 아직  펜리스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만약...아주 만약, 그 둘이...오기를 포기한다면?

머리가 좋았기에, 더욱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닥터 윌슨은 조그마한 변수까지 계산하고야 마는 그의 머리가 처음으로 미웠다. 어디까지나 만약의, 그것도 최악의 가정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동료를 의심한다는 건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만약 동료가 도로스나 카지트, 프로바움이 아니었다면 상관하지 않았으리라. 대부분의 용병이란 녀석들은 자기의 잇속을 챙기기위해선 남의 피해따윈 고려하지 않는 녀석들이니까. 걔 중엔 플라잉 몽키즈 같은 녀석들도 많았다. 마을 안에선 동료지만 마을 밖에선 도적이 되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에 비하면 카지트나 프로바움은 용병치고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착한 사람들이라 오히려 더 미안해졌다.  또한 도로스처럼 그 둘에게 이것저것 많은 신세를 졌기 때문에 더욱.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억누르며 물었다.




도로스는 자신의 감에게 물었다. 이번엔 어때? 그의 감은 예전, 유적 안 돌연변이들의 우두머리에게서 탈출할 때, 그 때의 대답을 내놓았다. 불안함 반, 기대 반. 그렇다는 건..위험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거지? 이 정도면 어떻게든 해볼만 했다. 그 때도 어찌어찌 그 괴물한테서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가능합니다. 유적 때랑 비슷해요."

그는 할 수 없는 것. 오로지 도로스만이 할 수 있는 것. 닥터 윌슨은 결국 고개를 깊게 숙였다. 온갖 것이 뒤섞여 알아볼 수 없게된 감정이 입을 열였다.


"부탁,드립니다."


도로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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