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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3.경매 (32/100)



〈 32화 〉3.경매

누나는 잘 있을까. 아저씨 아줌마들도 잘 있겠지? 도로스는 타오르는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밖으로 나오니 걱정이 한층  늘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걱정에 비해 도로스가 할  있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없어서, 그는 무기력함과 무력함을 느끼며 넘실대는 불길만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파이프의 어둠은 꽤 추운 편이었다. 금속이라 그런지 아니면 파이프가 흙에 둘러쌓여 있어서 그런지, 차가운 한기가 조금씩 몸을 좀먹는 느낌이었다. 모닥불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하자 그는 고형 연료를 던져 넣었다. 배를 채운 모닥불을 다시 기지개를 펴고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도로스, 괜찮,습니까?"

방독면을 써서 표정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라는 게 있었다. 침울한 그의 분위기를 살피던 닥터 윌슨의 질문에 그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괜찮아요. 그냥 조금 뭣좀 생각하고 있었어요."



말은 그렇게 해도 전혀 괜찮지 않아 보였다. 닥터 윌슨도 그동안 함께 여행하면서 대략적인 사정은 파악하고 있었기에 안타까운 눈빛을 건넸다. 다만 그로써도 지금 당장 그런 거금을 마련할 만한 방법은 없었다.

"도로스, 카지트랑 프로바움과 다시 합류,하면 유적에 갑,시다. 아직 에메랄드 컴퍼니의 의뢰,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아직 도,전의 여지는 있습,니다."



물론 다른 유적으로 가자고 그는 덧붙였다. 도로스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닥터 윌슨의 말대로 아직 그에겐 약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안에 다른 유적에서 유물을 캐내면 될 것이다. 이번 유적이 특이한 경우였다고 하니, 보통 유적으라면 그나마 좀 쉽게 유물을 발굴할 수 있겠지. 약간은 나아진 기분에 도로스는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건 그렇고 실력들은 대단하더군요."




도로스는 그들과 멀찍이 떨어져 모닥불을 피운 원숭이들을 쳐다봤다.  잔인하고 흉폭한 기질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그 실력하난 뛰어났다. 어째서 파이프 안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주위 경계를 소홀히 했는지 알만 했다. 뛰어난 전투실력으로 대부분의 돌연변이를 때려잡을 수 있으니 애초에 이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냉병기로 근접전 위주로 전투를 펼치니 탄약 소모 따윈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어서, 체력관리만 좀 해준다면 전투지속력 또한 충분했다.

"플라잉 몽키즈는 실,력 하난 최고,봉입니다만..그 인성,때문에 조금 악명이 높습,니다."

플라잉 몽키즈의 인성을 직접 경험해본 도로스는 동의했다. 특히 그의 방독면을 힐끔 거리던 녀석이 더욱 눈에 밟혔다. 왠지 그 녀석이 뭔가를 저지를 것만 같은 예감이 엄습했다. 도로스는 뭔가 대책을 의논하기 위해 닥터 윌슨을 돌아봤다. 그러나 그는 이미 잠에 취해 반쯤 정신을 놓고 있는 상태라, 그다지 쓸모있는 의견을 내줄 것 같진 않았다.

"하아.."

왠지모를 불안감에 도로스는 몸을 떨었다. 감이 어렴풋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지만, 막 그대로 막연한 느낌에 그친지라 딱히 뭘 어떻게 해야   알 수 없었다. 다만 최소한의 긴장을 유지하며 언제라도 제때 반응할  있도록 주의 할 뿐.

원숭이 수인들의 모닥불에서 조금씩 소리가 줄어들었다. 녀석들 또한 슬슬 자려는 것 같았다. 하긴 새벽 1시가 넘었으니 다들 졸릴 것이다. 불안감이야 아직 막연한 정도니 실질적으로 문제가 일어나기까진 시간이 걸릴  했다. 지금 당장은 문제없을 것 같아 도로스 또한 천천히 기어오는 수마에 몸을 맡기고 잠에 빠져들었다.



"..봐..확ㅇ..."



"알...어.."




잠에 취한 머리에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단순히 말소리 뿐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근처까지 다가온 기척에 예민한 감이 경종을 울렸다. 눈꺼풀 위에 건물이 올라가있는 것 마냥 떠지지않는 눈을 힘겹게 밀어올리며 도로스는 비몽사몽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났다. 시답잖은 용건이라면 대충 무시하고 다시  요량이었다.


"..무슨?!"


도로스는 눈을 크게 뜨며 당황했다. 남아있던 잠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원숭이 수인 두 명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채로 그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상한 거동. 마치 포위하듯 다가온 이들에게서 좋은 느낌을 받을  없었다. 도로스는 저항하려 했으나 미리 대기하고 있던 둘이 더욱 빨랐다.


두 수인은 순식간에 도로스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제압했다. 쓰러진 상태에서도 그는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버둥거렸으나, 등 위에 올라타  손을 구속한 수인에게 순식간에 무력화 당했다.



"아~, 뭐야. 깨버렸잖아. 그러니까  닥치라고 말했잖아, 엉?"




"시끄러운 건 니 쪽이고. 알았으니까 닥치고 방독면이나 까봐. 이봐, 음..이름이 뭐더라? 하여튼 무슨 종족인지 확인만 하고 놔줄테니까  얌전이 있으라고."




그 말에 그는 한층 더 몸부림 쳤으나 체격차이를 이길  없었다. 도로스는 닥터 윌슨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는 여전히 세상모르게 곤히 자고 있었다. 도로스는 소리쳐 그를 깨웠다.


"자, 가만히 있어보라구. 얼굴, 얼굴  보자, 엉? 다른 녀석들도 궁금해하더라고."



"닥터!! 일어나요 닥터!!"

"으음, 대체 지,금 시간이...도로스! 무슨 일,입니까!"



수면을 방해받아 짜증을 내려던 닥터 윌슨은 도로스가 처한 상황을 보고 놀라며 눈을 굴렸다. 재빨리 상황파악을 끝낸 그는 수인들이 다른 행동을 취하기 전에 두 기압식 피스톨을 꺼내 도로스를 제압하고있는 수인과 도로스의 방독면에 손을 얹은 수인에게 겨눴다.




"지금, 당장, 그 손 떼."


닥터 윌슨은 존댓말을 벗어 던졌다. 한 없이 너그러워보였던 학자의 얼굴은 이 순간만큼은 새끼잃은 어미 마냥 일그러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같은 분위기에 두 수인 뿐만 아니라 구경하고있던 수인들 마저 꿀먹은 듯 조용해졌다.



"어이, 그런 위험한  내려놓으라고, 응?  하나 믿고 어줍잖게 설쳤다간 피본다는  부모님이 안가르쳐 주던?"

두 수인 중 한 명이 이죽거렸다. 그러나 닥터 윌슨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피스톨의 총구는 여전히 흔들림없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 닥터 윌슨은 재차 경고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그 손 떼."

"샌님이라고 실실 웃으면서 대해 줬더니..누가 윈지 모르지?"

원숭이 수인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다. 도로스는 어떻게든 기회를 봐서 탈출하려고 했으나 양 손목을 잡고있는 수인의 악력이 너무나 강해 떼어낼 수 없었다. 닥터 윌슨은 경계어린 표정으로 천천히 플라잉 몽키즈의 머릿수를 셌다. 하나 둘..다섯. 하나가 없었다. 그의 의문을 눈치챈 듯 도로스의 등에 앉은 수인이 거들먹거렸다.

"흥, 우리 대장 찾냐? 대장은 잠깐 주위를 둘러보러가서 없다고. 고작 무슨 종족인지 확인  하겠다는데 왜 이래? 서로 편하게 가자고."


말을 마친 수인은 잽싸게 방독면을 벗겼다. 다른 하나 또한 그와 동시에 닥터 윌슨에게 달려들어 피스톨을 빼앗았다. 고작 한 순간의 망설임. 닥터 윌슨 또한 도로스의 종족이 궁금했었는지도 몰랐다. 아주 약간의 망설임을 파고든 수인의 행동이 얼마나 날랬는지 닥터 윌슨은 상대 손에 들린 피스톨 두 정을 보고, 그제서야 무기를 빼앗겼다는  인지했다.




"손님이니까 이 정도에서 봐줄...잠깐, 뭐야 저거!"



총을 다시 닥터 윌슨에게 던진 수인은 방독면을 벗은 도로스의 얼굴을 보고 믿을  없다는 듯이 경악했다. 파이프 내에 침묵이 도래했다. 불신과 경악이 깃든 눈으로 모두 도로스를 바라봤다. 검은 머리. 보통의 털과는 모양이나 감촉이 달랐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얼굴은 굵은  하나 없는 매끄러운 흰 피부였다. 아니,  윗부분에 눈썹으로 추정되는 검은 털이 조금 나 있었지만 그 정도론 털이라고  수도 없었다.



얼굴형태 또한 여타 수인들과 다른게 밋밋했는데 코만이 우뚝 솟아있었다. 살짝 열린 입으로 보이는 가지런한 치아는 전혀 날카롭지도,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현존하는 동물, 곤충 계통의 수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김새. 인간을 처음 보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이상하기 짝이없는 괴물같은 모습이었다. 머리 윗부분만 빼고 모든 털을 다 밀어버린 듯한 외모에 이상한 골격과 얼굴모양. 그나마 가장 비슷하게 생긴 수인을 꼽으라면 원숭이 계통의 수인에 가까울 것 같았다.

"뭐지? 저런 이상한 건 처음보는데?"

"난들 알겠냐? 근데 저거 병걸린 건 아니지? 생긴 것도 이상하고 털도 없는데."



대체 무슨 종족인지 의아해하는 단원들 사이에서 흥분에 절어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간임을 알아본 것 같았다. 동시에, 닥터 윌슨 또한 자신도모르게 도로스의 정체를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 또한 경악과 혼란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채 고양되어 있었다.

"흐,흐흐흐! 인간이다!"




"맙,소사. 인간! 인,간을 실제,로  줄이야."


그와 동시에 침묵은 광란의 도가니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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