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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2.유적 (19/100)



〈 19화 〉2.유적

처음보인 것은 거미의 몸뚱이에 개머리를 얹어놓은 듯한 돌연변이였다. 크기는 거의 도로스만큼이나 컸으며 여덟다리로 기어오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특히 거미 몸체 위에 달린 개머리는 성인 남자의 머리 쯤은 가볍게 씹어먹을 정도로 커다란 입을 가지고 있었는데 손가락만한 이빨을 보니 물리면 단순한 상처 정도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호랑이 돌연변이의 냄새조차 무시하고 돌진할 수 있을 정도의 괴물들. 직접 호랑이 돌연변이를 상대해본 도로스는 그와 비슷하거나 혹은 강한 돌연변이의 존재에 이를 꽉 물었다. 한 마리조차 여러 명이 달라붙어야  진대, 저런 것 수 십마리가 몰려온다면 상대할 수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놈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져 왔다.

도로스는 보우건을 돌연변이에게 겨누었다. 좁은 통로덕에 빗맞힐 것 같진 않았다. 노리는 곳은 개머리. 우둘투둘한 거미의 외골격은 한 눈에 봐도 강도가 상당해 보였다. 그런 곳을 노리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연약해보이는 머리부분을 노리는  쉬우리라.

퉁퉁퉁!


보우건을 벗어난 볼트가 매섭게 돌연변이의 머리에 날아들었다. 좁은 통로 탓에 운신의 폭이 좁은 돌연변이는 얼굴을 뒤로 젖히며 검은 갑주로 감싸인 배를 드러냈다. 마치 위협하듯 거미의 앞발과 배를 치켜든 자세였는데 드러난  부분은 방어력이 상당한 듯 강철볼트를 손쉽게 튕겨냈다.

도로스는 칫 혀를 차며 재차 볼트를 발사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이런!"



이번엔 숨긴 얼굴을 드러낼 타이밍을 노려 재차 쐈지만 영악하게도 얼굴을 힐끗 들어 상황을 살핀 녀석은 배를 내밀었다. 도로스는 혀를 차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은 볼트를 막느라 녀석이 달려오는 걸 멈추었다는 사실 뿐.

그는 보우건을 겨눈 상태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돌연변이 또한 그가 들고 있는 무기가 위협적인  아는지 몸을 일으켜 머리를 뒤로 젖히고 배를 내민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신체 구조상 배갑옷을 내민 상태에서 걸을 수 없는  했다. 교착 상태가 지속되자 키르륵 하고 기괴한 소리를 내는게 이 상황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이래선 못잡겠군요."




그는 투덜대듯 프로바움에게 말했다. 대형 크로스보우를 쓸까? 그는 눈을 굴려 곁에  일격필살의 무기를 응시했다. 대형 크로스보우의 파괴력이라면 저런 갑각따윈 손쉽게 파괴할 수 있을 터였다. 다만 열 발 밖에 없는 대형 볼트가 문제였다. 돌연변이 숫자도 제대로 파악도 안된 상황에서 섣불리 쓸 수는 없었다.




도로스의 갈등을 눈치챘는지 프로바움은 넌지시 귀띔했다.

"괜찮네. 목표는 돌연변이를 죽이는 게 아니라 통로를 뚫고 그곳으로 도망치는 것이니 우린 시간벌이만 하면 되오."


그리고 입구는 저 녀석이 대신 막아줬군. 그는 여전히 통로 한 가운데서 서 있는 돌연변이를 가리켰다.

"언제든지 쏠 수 있게 조준만 하고 있게나."

노병은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여유롭게 파이프 담배를 피웠다.



거미개는 젖힌 고개를 내밀다가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보우건을 보곤 재빨리 다시 뒤로 젖혔다. 상황을 보아하니 한 동안 이럴 듯 싶어 도로스는 재빨리 카지트와 닥터 윌슨이 파고 있는 통로의 상태를 살폈다.

전보단 많이 진척되어있었지만 여전히 별다른 성과는 없어보이는 게, 작업을 좀  진행해야  듯 싶었다.



보우건의 빠른 연사속도를 경계하는 듯 녀석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힐끔힐끔 고개를 내밀 때마다 적당히 위협사격을 하는 교착상태. 덕분에 도로스도 한결 여유를 가질  있었다.  정도라면 할만 할 것 같은데? 이대로 버티기만 한다면 별다른 문제없이 빠져나갈 수 있을  싶었다.




만약 다른 돌연변이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한동안 조준한 채 놈을 위협하던 도로스는 다가오는 수많은 기척에 얼굴을 굳혔다. 조그마한 진동은 광폭한 울부짖음이 되어 동굴 사방으로 튀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발소리에 그는 작게 침음성을 흘렸다.


"슬슬..더 옵니다."

키르륵! 그게게게게겍!


챠르르르!



악몽속에서나 들어볼 법한 온갖 괴음이 잇따랐다. 통로 너머로 꾸역꾸역 모여든 돌연변이들은 한 눈에 봐도 한 자릿 수는 가볍게 뛰어넘는 것 같았다.

"허, 것  많이도 모였군 그래."


이번만큼은 프로바움도 태평할 수 없었는지 헛웃음을 터뜨렸다.

크르르르.




좁은 통로에 몸을 밀어넣은 녀석들은 먹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미개에게 위협의 소리를 울렸다. 낮게 울리는 울음소리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거미개는 분위기가 심상찮은  느낀  했지만 앞 뒤가 꽉 막힌 상황이라 어찌할 줄 몰라 우왕좌왕 했다.

프로바움이 조용히 손짓했다. 도로스는 주의를 그에게 기울였다.



"준비하게.  거미개가 죽으면 녀석들이 바로 달려들 테니. 대부분은 이 녀석으로 처치할 테니 중간중간 새는 녀석들을 맡아주오. 그리고 장전시간이 꽤 긴 편이니 그땐 시간 좀 벌어준다면 고맙겠소."



자동인형은 속삭이듯 조용히 말하며 페퍼박스를 돌연변이에게 겨눴다. 톱니바퀴들을 쌓아 만든듯한  스물 넷이자 하나인 총신은  거대한 크기만큼 강력한 화력을 갖고 있을  같았다. 도로스도 언제든지 대형 크로스보우를  준비를 하곤 돌연변이 무리에 보우건을 겨눴다.



둘은 조용히 앞으로 일어날 무언가를 기다렸다.

이윽고 예상했던 사태가 일어났다.




거칠게 짖어대던 돌연변이 하나가  이상 참지못하고 거미개에게 달려들었다. 개의 몸에 악어의 얼굴, 그리고  옆에 날개처럼 돋아난 사마귀의 칼날. 거미개와 비슷한 크기의 돌연변이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개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키에에엑!!




태세 전환을 할 새도 없이 머리를 물린 돌연변이는 보우건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고통에 몸부림 쳤다. 악어의 입 안으로 반쯤 사라진 머리에서 고통에 찬 절규가 메아리쳤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자극받은 돌연변이의 무리는 무작정 앞으로 돌진하며 거슬리는 걸 물어뜯기 시작했다.


"핫!"


투쾅! 투쾅! 투쾅! 투쾅!



프로바움은 기합성을 내면서 페퍼박스를 쐈다. 한 발  차례차례 발사되는 화약식 탄환은 동굴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운동에너지로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며 나아갔다.




순식간에 피흘리는 것들의 시체와 비명이 좁은 통로에 난무했다.

도로스도 한껏 집중하며 중간중간 페퍼박스에게 살아남은 운 좋은 녀석들의 발을 묶었다. 장갑이 약한 녀석들은 보우건의 연사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장갑이 두터운 덕에 볼트가 통하지 않는 돌연변이들 또한 뒤이은 페퍼박스의 탄환에 피 흘리며 고꾸라졌다.


"장전! 시간을 벌어주게!"

도로스는 이를 악 물고 보우건을 난사했다. 좁은 통로는 시체들로 질펀했으나 돌연변이들은 아랑곳 않고 그 위를 달려왔다. 최대한 저지한다고 했으나 물량 공세 덕분에 거리는 많이 좁혀져 있었다. 아직 거리엔 약간의 여유가 있으나 화력이 부재인 지금 그 거리가 급격히 좁혀질 거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했다.


퉁퉁퉁! 퉁퉁퉁!



그는 양손에 보우건을 한 정씩 들고 미친듯이 레버를 당겼다. 몇몇은 쓰러지고 몇몇은 움찔 거렸으나 그 뿐이었다. 얼마를 쓰러뜨려도 그 뒤에서 웅크리고 있던 녀석들이 달려왔다.

방어력이 뛰어난 녀석들은 보우건을 맞으면서 돌진했다. 거리는 어느새 반으로 좁혀졌다.




도로스는 보우건을 내려놓고 미리 장전해놨던 발리스타를 발사했다.




터엉! 퍼엉!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날아간 1m 이상의 철봉은 무지막지한 파괴음을 내며 돌연변이를 말 그대로 터뜨렸다. 강대무비한 파괴력은 그것마저도 모자라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돌연변이 둘을 꼬치처럼 꿰어 버렸다.

도로스는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장전을 서둘렀다.



대형 크로스보우의 활대를 아래로 향하게 놓고 등자를 밟은  양손으로 시위를 당겼다. 일견 단순하고 쉬워보이는 과정이지만 강철을 꼬아만든 시위는 두 손으로 전력을 발휘해야 간신히 당겨질 정도로 장력이 어마무시했다. 그  조준과 동시에 볼트를 올리고 발사. 그 과정에 걸린 시간은  초. 적들은 거의 지척까지  있었다.




터엉! 퍼엉!

지근거리까지 와있는 녀석에게 쏘자, 쭈욱 뒤로 밀려나며 약간의 거리가 형성 되었다.




"고맙소!"


때마침 장전을 마친 프로바움이 다시 페퍼박스를 전방에 갈겼다. 도로스도 재빨리 보우건의 장전을 마치고 견제 사격을 날렸다. 그러나 둘과 돌연변이들 사이의 거리는 확연히 가까워진 터라 다음 장전 때엔 근접전이 불가피할  같았다.



프로바움 또한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목소리를 키웠다. 폭음과 비명소리가 뒤섞여 소리를 빽빽 질러야 대화가 될 지경이었다.


"도로스! 놈들의 시체로 바리케이트를 쌓는 걸세!"

"예!"

돌연변이 둘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을 통로 바닥엔 시체들이 삼분지 일 정도 쌓여있었다. 확실히 시체를 쌓아서 접근을 막는다면 한숨 돌릴 임시방편 쯤을 될  였다. 도로스는 보우건을 내려놓고 발리스타를 잡았다.


투쾅! 투쾅!

터엉! 퍼엉!

둘의 화력이 집중되자 조금씩이지만 놈들의 전선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시체들도 빠른 속도로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둘은  화력이 오래 가지않을 거라는 걸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프로바움은 느린 장전 속도 때문에. 도로스는 대형볼트의 갯수 제한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쌓인 시체는 동굴 높이의 반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도로스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투쾅! 하는 폭음과 함께 시체더미 위로 고개를 내밀던 돌연변이 하나가 고꾸라졌다. 그는 마지막 대형볼트를 집어 장전했다.



터엉! 퍼엉!




시체더미를  넘은 돌연변이와 뒤따르던 놈들이 시체더미에  높이를 더 했다.


더 이상 남은 대형 볼트가 없었다. 도로스는 다시 보우건 두 정을 집었다.


"프로바움! 잔탄 수는요?"



"다섯 남았네."

다섯 발과  넘게 쌓인 시체 더미. 간당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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