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2.유적 (17/100)



〈 17화 〉2.유적

이런 곳에서 유물을 찾으라고?



일행은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에 잠시 말을 잃었다. 이런 곳이라면 경험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훅 가겠군. 아주 공평해. 카지트가 이죽였다.



마치 좁은 파이프같다고 일행은 생각했다.
흙더미 속에 홀로 파인 토굴은 도대체 그 끝이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이어졌는데, 개미굴같은 구멍이 갈래갈래 퍼져있어 미로를 방불케 했다. 다행스럽게도 너비는 둘이 나란히 설 정도이고 높이는 일행 중 키가 제일 큰 카지트의 키보다 훨씬 높았다. 너비는 둘째치고 토굴의 높이가 낮았더라면 일행은 기어가야했을 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진행속도도 느려질 뿐만 아니라 돌연변이와 맞닥뜨렸을 때 제대로 싸울 수도 없을 것이다.

"원래..유적들은 다 이런가요? 흙으로 가득 차 있고? 돌연변이들도 나오고?"



당황한 도로스의 물음에 일행의 신음은 깊어졌다. 프로바움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악수를 뒀군. 그것도 최악이야."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들어온다는 선택지가 잘못되었다는 소리네.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는 편이 좋을 듯 하네."




그렇게 말하며 프로바움은 도로스를 바라봤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검은색 눈동자가 방독면 너머로 그의 마음을 궤뚫어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도로스는 움츠렸다. 그러나 그의 입에선 끝끝내 '나가자'    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늦었어. 지금은 일단 움직이자고."


중간에 끼어든 카지트가 입구 쪽을 가리켰다. 10m가까이 떨어진 입구 쪽에서 이형의 그림자 몇 개가 어른 거렸다. 대부분의 인영이 기어다니는 듯한 폼을 취하고 있거나 비정상적인 자세로 돌아다니는 걸 보니 절대로 사람인 것 같지는 않았다.

"영,악합니다. 출,구를 막아,놨군요."

닥터 윌슨이 현재 상황을 깨닫고 암담한 어조로 말했다.



"글쎄, 영악한 건지 아님 단순히 아까 뛰쳐나왔던 녀석을 따라온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쪽으로 들어가자고. 입구 쪽엔 느낌이 안좋은 게,  많이 몰린 듯 해."



입구부터 사방으로 나 있는 통로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돌연변이가 잠복해있는지 알  없었다. 그러나 '감'이 경고하는 대로라면 고작 한 두마린 아닐 것이다.



도로스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탄광마을에서 자란 그에겐 굴-정확히 말해선 갱도- 속의 서늘함과 어두움은  친근한 편이었다. 어렸을 땐 친구들과 탄광에서 뛰어놀던 기억을 떠올리며 도로스는 스스로를 달랬다. 봐봐, 상황은 그렇게 나쁘진 않아. 돌연변이만 추가되었지 놀이터랑 비슷하잖아. 물론, 이것저것 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일행은 전투경험도 풍부하고 길잡이도 한 명 더 있으니 괜찮을 거야.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닌데."


카지트는 마른 입술으 혀로 쓸었다. 아무래도 그의 의견은 도로스와 다른  했다. 강제로 현실로 끌려나온 그를 조각난 낙천적인 생각들의 조각들이 찔렀다.

"왜죠?"




"잘 봐, 굴마다 크기가 제각각이지? 이런 굴이 이렇게 많다는 건 그만큼 돌연변이들의 숫자도 많다는 거니까. 최악의 경우  뒤로 포위당할 수도 있겠네."



그 말대로 구멍들의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어떤 건 도로스의 가슴께에 올 정도이고, 또 어떤 건 가로가 세로보다 길었다. 카지트는 작게 뭐라뭐라 중얼거렸다. 소리가 너무 작아 제대로 들을 수 없었지만 욕설인 것 같았다.

도로스 또한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진 않았구나. 이게 경험의 유무 차이인가.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사실들이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 긴장해서 제대로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숫자도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군. 전투는 최대한 피하도록 합세. 소란을 피우면 다른 놈들까지 끌어모을 테니."



"쯧. 도로스, 도와줘야겠다. 우리 둘이서 서로 '올바른 길'을 대조해보고  다 맞는 곳으로 가자."



도로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진형을 바꿨다. 카지트와 도로스가 전열, 닥터 윌슨과 프로바움이 후열. 카지트의 말에 의하면 이 방법은 길잡이가  명 이상인 사치스런 파티에서나 가능한 방법이란다. 길잡이도 개인에 따라 '올바른' 방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길이 나뉠 수 있는데, 이중 검증 후에 서로 공통되는 교차점은 그야말로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지라는 것이다.



공통되는 교차점이 아예 없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입구쪽에 몰려있던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도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는 탓에 저것들이 일행을 눈치챘는지, 어디로 가는 건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난 이쪽 구멍 2개가 제일 끌리는데, 넌?"

카지트가 굴 몇 개를 가리켰다. 도로스도 감에 의지해 괜찮다 싶은 느낌이 드는   개를 골랐는데, 다행히도 카지트가 가리켰던 구멍 중 하나가  중에 포함되어있었다. 일행은 카지트와 도로스를 선두로  구멍으로 향했다.


그렇게 서너번 이상을 반복하며 나아가자 도로스는 도대체 지금 위치가 어디인지 방향감각을 상실해 버렸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는 길마다 주변에 돌연변이들의 기척이 느껴져 도저히 움직이지않곤 못배기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향감각과 더불어 시간감각도 점점 애매해 질   되어서야 일행은 간신히 돌연변이가 없는 장소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조그마한 공터, 정확히 말해선 막다른 방이었다. 개미굴의 방을 떠올리게 하는 반구 형태의 장소에서 일행은 쉬기로 결정했다. 주위의 돌연변이들의 움직임에 모든 신경을 쏟아부은 터라 머리는 눅진눅진한 피로에 짖눌려 지끈거렸고 체력은 꽤 많이 떨어졌다. 또한 대강이나마 시간감각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후우, 이쯤이면 되겠지. 느낌은 괜찮은 거 같으니까 여기서 좀 쉬자. 힘들어 죽을 거 같아."



"저도요. 주위에 위험한 건 없는  같아요."



도로스들은 가방과 주위의 흙더미들을 이용해 입구를 막았다. 혹시라도 돌연변이들이 온다면 바리케이트로썬 허술하지만 대략이나마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카지트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급조한 바리케이트에 발랐다. 동물의 지방 같은 게 들어있는 통이었는데 누르스름하면서도 녹색빛을 띈 이상한 물건이었다. 처음보는 물건에 닥터 윌슨이 피로를 잊고 잠시나마 활기차게 물었다.




"카,지트, 그게 무엇,입니까?"


"아, 이건 호랑이 돌연변이의 냄새샘? 뭐 그런 거야. 전에 도로스 구해줄  잡은 녀석한테서 얻었지."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 눈을 꿈벅이던 도로스는 예전에 만났던 돌연변이를 떠올렸다. 그 땐 정말 죽는 줄 알았지. 카지트가 아니었다면 정말 죽었을 것이다. 도로스는 멍하니 생각했다. 최근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까닭인지 그 때의 기억이 마치 몇  전의 일인 것처럼 여겨졌다.

"과연! 돌연,변이의 냄새,를 묻힘으,로써 우리 냄,새를 지우는 거,군요! 그리고 호랑,이 돌연변이 쯤 되면 그럭,저럭 강한 쪽이,니 그보다 약한 돌연,변이라면 근,처에 얼씬도 못할 겁,니다!"




일행 최고의 두뇌는 두 손으로 박수를 짝짝치고 나머지 두 손으로 수첩에 글을 끄적이면서 기뻐했다. 카지트식 생활의 지혜가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일행은 제각기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했다. 카지트와 닥터 윌슨은 미리 준비해 온 전투식량을 먹고 있었고 프로바움은 명상하듯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전투식량을 먹을까 했지만 그다지 배가 고프지않은 터라 도로스는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차갑고 딱딱한 침대는 마치 그가 처한 상황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잠을 청하려 했으나 그것마저 마땅치 않았다. 눈을 감자마자 마치 전쟁이라도 난  온갖 잡생각이 머리 속에서 활개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도로스는 내심 조바심이 났다. 유적에 들어온지 체감상 벌써 몇 시간은 이미 지난 듯 한데, 아직까지 소득은 없었다.



이래서 정말 괜찮을까? 제대로 유물을 모을  있을까? 시간 안에 유물을 못모으면 어떡하지. 돈이 없으면 토벌대를 모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 하는 건 명확했다.

그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조바심을 어떻게든 마음  켠으로 밀어넣었다. 초조함은 실수를 만들어 낸다는 걸 어릴 때부터 사냥으로 배운 그였기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는 대강 알고 있었다. 또한 그런 감정을 드러내기엔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따라온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동료들도 나름의 계산이나 계획이 있어 따라온 걸테지만, 어쨌거나 그 시작은 유적입구에서 그가 떼를 쓴 것이 아닌가.

다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자. 거기까지 생각하자, 도로스는 동료들이 어째서 목숨을 걸며 이 위험천만한 유적에 들어왔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프로바움, 카지트. 왜 저를 따라 온 겁니까? 위험한 건 알고 있을 텐데."



"글쎄, 짧게나마 알게 된 친구가  발로 사지로 걸어들어가는  볼 수가 있어야지. 그리고 자네가 말린다고 그만할 성격인가? 내 나이쯤 되면 그 정돈 알고 싶지않아도 알게 되네."



"빚진게 있으니까. 그리고 프로바움 말마따나 의뢰 포기하면 신용도가 왕창 깎이거든. 그것도 에메랄드 컴퍼니같은 초대형 의뢰주라면야. 한 동안 이 업계엔 발도 못 붙일 걸."



그리고 내가 모은 일행 쪽이 승률이 좀  높을 거 같은 예감이거든. 카지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실 프로바움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정 안되면 그냥 입구에서 깔짝 거리다가 나올 작정이었지만, 하필이면 이런 최악의 유적이라니. 재수가 옴붙었다고. 카지트는 고양이 수염을 내리 쓸었다.


"닥터 윌슨은요?"

들어오기 전 그의 태도를 보아 어느정도 이유가 짐작갔지만 도로스는 모르는 척 물었다. 닥터 윌슨은 예상한 그대로의 대답을 돌려주었다.


"학자,로써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면 전 어디,라도 갈 겁,니다."

네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하는 귀뚜라미의 모습에 일행은 피식 웃었다. 학구열에 불타는  모습은 완전히 탐구자의 그것이었다. 도로스는 나름 안심했다. 혹시나 일행 중 누군가 그를 탓할 까봐 조금 걱정했던 까닭이다.

도로스가 닥터 윌슨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 카지트는 전투식량 일 인분은 순식간에 끝내버리고  집처럼 땅바닥에 드러누워 하품을 했다. 도로스는 힐끗 손목시계를 봤다. 저녁 7시 14분. 아직 자기는 이른시간이데.

금방이라도 잠들어 버릴 것 같은 카지트의 모습에 도로스는 조금 안달이났다.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오늘이 가기 전에 뭐라도 좀 하고 싶은데, 분위기로 보아 오늘은 쉬고 이동할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길도 모르고 하니, 그냥 여기서 발굴 시작하는  어떱니까?"


무의식적으로 내뱉고 곰곰히 생각하던 도로스는 자기가 한 말에 놀랐다. 그래! 어차피 유적 안에 있으니 어디서든 발굴을 하면 되는  잖아? 갑자기  돌아가는 머리에 도로스는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일행도  방법은 까먹고 있었다는 듯  방 맞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야흐로 촌놈이 세련된 도시인들을 이겨버린 상황이었다.

"아..그런 수가 있었네."


"멀쩡한 유적들만 돌아다녔더니 그런 방법은 아예 까먹고 있었군 그래."

카지트와 프로바움이 허탈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다행,입니다! 드디,어 발,굴을 시작,할 수 있겠,군요!"




오직 닥터 윌슨이  손을 마주 비벼대며 기뻐했다. 그는 살쾡이와 자동인형이 뭐라 말할 새도 없이 메고 있던 크로스백을 뒤적거리더니 이내 공구를 꺼냈다.

"어라? 그건 망치랑 끌이잖아요? 그걸 사용하는 겁니까?"



"맞습,니다. 소,중한 발굴도,구입니다."



"의외네요. 발굴이라길래 곡갱이로 땅을 파고 그런 건 줄 알았는데."



"하하, 다들 그렇,게 착각하곤 합니,다."

"발굴,이란 섬세한 과정,입니다. 유적,마다  방,법은 천차만,별이죠. 상태가 좋,은 유적같은 경우는 토,사가 안으로 침,입하지 못해서 안이 옛날 그,대로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상태,가 안좋으면 이곳,처럼 토사가 안으,로 침투해서 쌓,이고 쌓입니다. 솔직,히 돌연,변이까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규모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커,서 그런가."

이곳처럼 상태가 나쁜 곳은  군데 밖에 없을 겁니다. 그가 덧붙였다.


"이,런 경우는  위험,합니다. 흙으로 메워졌,다해도 군,데군데 메꿔,지지않는  공간들이 남,아있는데 자칫하,면 그런 곳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의 깊이가 얕다,면 무사히 나올  있습니,다만, 깊거나 구조,물들이 툭 튀어,나와있는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도로스는 침을 꼴깍 삼키며 경쳥했다. 탄광에서 뛰어놀던 옛 기억을 되살려서 비교해보니 어찌어찌 이해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곡괭이,같은 도구는 위험,천만합니다. 자칫하,면 구멍을 넓,혀서 본인 뿐만 아니라 일행,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필요한 게 이 끌,과 망치입니,다!"



그는 자랑이라도 하듯 움켜쥔 끌과 망치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도로스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끌과 망치로 조심스럽게 주변을 두들겼다. 일행은 그가 대체  하고 있는 건지 의아한 눈으로 관심깊게 쳐다보았다. 저명한 학자가 괜히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이 깔려있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말처럼 끌과 망,치로 주위를 조심스,럽게 파,면 안전,합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바닥,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겠지요. 오, 뭔가 찾아,냈습니다!"




그는 끌과 망치로 두들기던 와중 툭 튀어나온 무언가를 발견했다. 뭔가를 찾아냈다는 말에 심드렁하게 드러누워서 지켜보고 있던 카지트 조차 벌떡 일어나 집중했다. 그가 전문가의 손길로 조심스럽게 그 무언가의 주위를 조금씩 파내자 그것은 손쉽게 정체를 드러냈다.



"햣하! 너트입,니다! 그것도 현,시대의 너트와 비교,했을 때 전혀 모,양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너,트의 상태와  유,적의 외관으,로 보건대 아,마 700년 전후,의 건물일 터, 700년 전 부터 현,대까지 동용의 화,폐를 사용하는 있다,는 사실! 좋은 발견,입니다 후후!"



그는 만족스럽게 웃고는 700년 전의 흙을 털어내곤 육각형에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는 너트를 주머니에 넣었다. 달아오른 학구열처럼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일행은 어떻게든 그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카지트들에겐 다행스럽게도 일행 내 최고령자인 프로바움은 어떻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조용하게 만들 수 있을  연륜으로 알고 있었다.


"닥터 윌슨, 같은 너트라고 해서 700년 전에도 화폐로 사용되었다는 증거가 없지 않은가."


"뭐..그렇,습니다만."

한참을 주절대던 그는 그제야 처한 상황을 깨닫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예상치 못한 논파에 그는 조금 추욱 쳐졌으나 이내 금방 회복했다. 신사복을 입은 자동인형은 능숙하게 귀뚜라미를 달랬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소설책 중엔 이런 내용이 있었네. 어디보자, 제목이 '떨어지다 밖에' 였었지. 꽤나 특이한 제목이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 아무튼, 그 소설에선 큰 전쟁이 일어나서 전쟁 이전에 마구잡이로 찍어냈던 덕분에 물량만 많던 야구모자를 화폐로 썼다는 내용이었네. 꽤 인상깊었지."



"오, 훌륭,합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지! 돌아,가면  소설,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알겠으니  진정하게. 아직 우린 갈 길이 멀다네. 이곳에서 기운을 다 뺄 수야 없지. 안그렇가?"



"바로 그렇,습니다. 새로,운  보니  머리,에 열이 올라,버렸군요."



"아직 젊을 때지."


프로바움은 클클 웃었다. 도로스는 둘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머리를 긁적였다. 카지트는 한 쪽에서 조용히 끌과 망치로 땅을 긁고 있었다.




아무튼, 일행은 닥터 윌슨이 나눠준 도구를 이용해서 주변을 탐색했다. 그는 힘이 좋은 카지트와 프로바움에겐 한 가지 도구를 더 주었는데 그 생김새가 마치 얇은 철봉처럼 길고 둥그랬다. 길이는 대략 30cm 정도에 손가락 하나 굵기의 쇠막대기. 둘은 의아한 얼굴로 닥터 윌슨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건..그냥 막대기잖아?"


"정확,히는 쇠막,대입니다."

"그건 나도 봐서 아는데, 이걸 어디다 쓰라고?"



그의 설명은 꽤나 간단했다. 짧게 말해서 그냥 어디든지 푸욱 쑤셔 넣으란 소리였다. 그냥 쑤욱 들어가면 그곳은 흙 밖에 없는 곳이고, 무언가 걸리는 곳이 있다면 아마 그곳엔 유적 내부의 구조물이 있다는 추측이었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들. 도로스는 이것저것 신기한 걸 많이 배운다고 생각하며 끌과 망치로 땅을 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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